7화. 저게 좀비라고?
7화.
"후우, 처음에는 그랬어요. 그런데 좀비들과 싸우면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힘있는 어른들이 많이 먹어야 싸울수 있다고 해서...."
"....음."
인류 생존이 걸린 문제다. 아마 힘있는 어른들이 사라져 버린다면 좀비들을 감당할수 있는 자들이 없어 인간은 모조리 좀비들에게 당해 버릴 것이었다. 켄도 어느 정도는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사라져 버린다면 인류의 희망도 사라져 버릴것이었다. 지금 당장의 생존보다는 희망을 남겨 놓아야 나중에 좀비들이 사라졌을때 인류는 다시 번영할수 있을 것이었다.
"좀비들은 왜 발생했는지는 모르느냐?"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확실히는 아무도 몰라요."
"좀비들이 발생했을때 정부에서는 뭘하고 있었느냐?"
이 녀석이 똘똘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것 같았다. 아직 좀비들을 직접 보진 않아 어떤 자들인지 모른다. 영화에 등장하는 좀비와 똑 같진 않을 것이다.
"그것까지는 잘 모르지만 순식간에 번져 나갔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좀비로 변해 패닉 상태가 되어 버렸거든요. 경찰과 자위대가 출동해 좀비들을 토벌할려고 했지만 그들중에서도 갑자기 좀비로 변한 이들이 총기를 난사하는 바람에 경찰과 자위대가 제일 먼저 무너져 버렸다고 했어요. 그 당시에는 누가 좀비로 변할지 아무도 몰랐거든요. 서로가 불신하며 집안에 꽁꽁 숨어 있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러다가 하나둘 식량을 찾아 집을 나오면서 뭉치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좀비로 변한 이들은 피가 검게 변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반드시 피 검사를 한뒤에 동료로 받아 들여 뭉쳐 있는 상태입니다."
검은 피라니...개새끼 놈에게서 튄 피가 검은색이었다. 어떤식으로 전염되는지는 모르지만 세상은 변했다. 자신이 상상조차 할수 없을 정도로 변해 버린 것이었다.
"좀비들은 강하냐?"
"아저씨는 어디에서 있었기에 그런것도 몰라요?"
"외딴섬에 혼자 있었다."
"아! 다행이네요."
하루가 부럽다는 표정이었다. 외딴섬까지는 좀비들이 퍼지지 않은것 같았다.
"좀비들은 총에 맞아도 잘 죽지 않아요. 머리를 박살내지 않는한 끊임없이 움직이거든요. 좀비들에 감염되는 케이스는 놈들의 피나 타액으로 감염되고요. 좀비들의 움직임은 느리지만 놈들은 떼지어 몰려 다니거든요. 그리고 애완 동물들도 좀비로 변한 놈들이 있는데 그놈들은 움직임이 빨라서 상대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도망친거에요. 아참, 그리고 좀비들을 상대할수 있는 능력자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능력자라....그럼, 넌 피난소에서 몰래 빠져 나온것이냐?"
"아니요. 전에는 피난소에 있었지만 식량 배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여동생과 친구들하고 같이 생활하고 있는 중이에요."
아마 어른들의 횡포에 같은 나이또래의 애들이 서로 뭉쳐 있는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도 어른들이 습격한다면 애들만으로는 모든걸 빼았겨 버릴것이다.
"음, 너희들이 있는 곳으로 가 보자."
켄의 말에 하루가 조금 주춤거렸다. 자기들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어른을 데리고 간다는 것을 꺼려하는것 같았다.
"걱정말거라. 너희들에게 피해를 주진 않을테니까."
"후우, 알겠습니다."
"아참, 그전에 신발 가게나 옷가게 있으면 그쪽으로 먼저 가자."
하루가 자신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안내했다. 낡은 슬러퍼와 옷을 걸치고 있는 탓이다.
"언제 좀비들이 뛰쳐 나올지 모르니까 조심해야 합니다. 낮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가끔씩 나오거든요. 그리고 낮에는 좀비견과 고양이 좀비를 조심해야 합니다. 놈들에게 물리면 운좋게 살아 남더라도 좀비로 변할수도 있으니까요."
"그래? 걱정말거라. 네가 알고 있는 능력자들에 대해 설명해 줄래."
"힘이 굉장히 강해진 사람도 있다고 하고, 손에서 불을 생성시키는 사람등 여러가지 타입의 능력자들이 있다는 말만 들었어요. 아저씨도 능력자죠?"
좀비견들을 마법으로 태우는 것을 지켜 봤을 것이다. 다른 능력자들과 자신의 마법이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지만 일단 능력자 행세를 했다.
"그렇다. 네가 말하는 능력자가 맞는것 같구나."
"와아! 대단해요. 이 도시에는 능력자가 없거든요."
"그렇냐?"
"아, 저곳에 신발 가게하고 옷 가게가 있어요."
천천히 걸어 가면서 얘기를 하는 사이에 상점에 도착했다. 셔터문이 찌그러져 있는 것으로 볼때 이미 누군가 다녀 간것 같았다.
"들어가 보자."
먼지가 수북히 쌓인 어두침침한 실내였다. 먼지 사이로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지만 발자국 위에 먼지가 없는 것으로 볼때 최근에 누가 다녀 간것 같았다.
"라이트!"
어두운 실내가 삽시간에 환해졌다. 공중에 둥근 물체가 둥둥 뜬채 밝은 빛을 뿌리고 있었다.
"헉! 저건 뭐죠?"
"내 능력의 일부분이다."
"우와! 부러워요."
하루가 탄성을 내지르며 라이트 광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실내는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는 신발들이 바닥을 장악하고 있었다.
꾸륵.
어디서 조그마한 신음 비슷한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안에 있는것 같았다. 급히 감지 마법을 발휘했다. 물건들이 쌓여 있는 안쪽 구석에 누군가 숨어 있었다.
"내 뒤로 오너라. 누군가 숨어 있다."
"예엣?"
"쉬잇!!"
하루를 자신의 뒤쪽으로 오게 했다. 숨어 있는 놈이 갑자기 습격할지도 모른다.
"누구냐? 나와라. 그쪽에 숨어 있는건 이미 알고 있다."
라이트 마법으로 생성시킨 빛을 놈이 숨어 있는 곳으로 천천히 접근시켰다.
꾸르르르.
빛이 다가 가자 신음을 흘러 내리며 놈이 천천히 물건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보는 흉칙한 몰골이었다. 진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얼굴에 비쩍 마른 몸매의 남자로 추정되는 인물이었다.
"조, 좀비에요."
"뭐? 저게 좀비라고?"
구역질이 날 정도로 혐오스러웠다. 좀비들이 모두 저런 모습은 아닐것이다.
"머리통을 박살내야 합니다."
하루가 불안한듯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 서고 있는 모습이 당장이라도 도주할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아이스 볼!"
쩡!
파이어 볼로 홀라당 태워 버릴까도 생각해 봤지만 실내에 불이 날것 같았다. 켄이 던진 마법으로 좀비가 그대로 얼어 버렸다.
"매직 미사일!"
꽈앙.
후드득.
얼음들이 부서져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좀비는 완전히 해체되어 버린 것이었다.
"허억! 저, 저럴수가!"
깜짝 놀라는 하루였다. 하루가 놀라든 말든 상자에 담겨 있는 신발 위주로 사이즈를 살펴 보며 닥치는대로 아공간 안으로 집어 넣었다.
"헉! 그, 그건 뭐죠?"
아공간을 보고는 하루가 또다시 놀라는 표정이었다.
"내 능력이다."
대충 얼무버린 켄은 하루를 데리고 옷 상점으로 가서 비교적 깨끗한 옷들을 골라 아공안으로 집어 넣었다.
"그만 가자."
하루가 안내한 장소는 고층 맨션이었다.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말하는 아파트를 맨션이라고 부른다. 2,3층 높이의 맨션에서 고층 맨션등 다양하다. 전기 공급이 끊긴 탓으로 엘레베이터가 작동되지 않아 걸어서 최상층으로 올라 갔다.
중간 중간에 계단을 막아 놓은 바리케이트를 치우고 다시 막아 놓길 반복해야 했다. 이런 고급 맨션에는 들어 와 본적도 없었다. 최상층의 거실은 굉장히 넓었다. 커다란 창문 뒤에 넓은 발코니가 눈에 들어 왔다. 왠만한 부자가 아니고선 이런곳에서 살 엄두도 나지 않을 것이다.
"오빠! 오늘은 빨리 왔네."
조그마한 키의 어린애가 달려와 하루에게 앉겼다. 새롭게 바뀐 세상에서 저런 어린애가 용케 살아 남았다.
"그런데 누구야? 처음 보는 아저씨인데?"
조금 경계하는 눈빛이지만 두려워 하진 않았다.
"능력자인 켄 아저씨야."
"안녕하세요. 미우에요."
하루의 여동생인 스즈키 미우(鈴木美羽)였다. 10살로 소학교 4학년이라고 했다.
"반갑구나. 그런데 혼자 있는거니?"
"예! 오빠 친구들은 모두 밖으로 나간 상태에요."
아마 식량을 구하러 갔을 것이다. 이런 세상에선 서로 돕지 않는 한 힘없는 이들은 살아 남을수 없을 것이었다.
"모두 언제 돌아 오는 것이냐?"
"조금 있으면 돌아 올꺼에요."
그럼 준비를 좀 해 놔야겠다. 넓은 발코니로 나갔다. 불을 피워 물고기를 구워 줄 생각
이었다. 마른 나무를 찾아 보았지만 이런 고층에 태울 나무가 있을리가 없었다.
"잠깐 나갔다 오마"
"어딜 가실려고요?"
"너희들에게 생선 구이를 해 줄려고 태울 나무를 찾아 가지고 올란다. 아참. 조미료는 있느냐?"
"소금이나 간장 같은것은 있어요."
다행이었다. 조미료가 없다고 했다면 슈퍼를 찾아 돌아 다녀야 할판이었다. 맨션 밖으로 나가 복도에서 섬으로 이동했다.
"텔레포트!"
섬에 도착해 나무들을 잘라 건조 마법으로 바짝 말린후 아공간에 집어 넣었다. 도로변의 가로수를 잘라 장작으로 만들어도 되지만 좀비놈들이 몰려 올지 모른다.
바닷가에서 물고기들을 손질했다. 고층 맨션에서는 물도 귀할 것이었다. 우물에서 퍼 올린 물도 담을 만한 것들을 찾아 채워 넣었다. 히라노상의 거실에 있는 이로리(囲炉裏. 사각형안에 모래와 재를 채워 넣어 중앙에 불을 피워 요리 할때나 난방장치로 사용)도 가져 갈 생각이다.
모든 준비를 마친후에 맨션으로 다시 돌아 왔을때 안에는 세명이 추가되어 있었다. 하루 또래의 남자애들이었다.
"안녕하세요."
하루에게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두 공손히 인사를 해 왔다.
"켄이다. 반갑다. 식량은 구했느냐?"
"그, 그게 조금 구하긴 했습니다."
"걱정말거라. 너희들 것을 빼았진 않을테니까."
저녀석들은 어른인 켄이 식량에 욕심을 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것 같았다.
"자아, 모두 이쪽으로 와라."
모두를 데리고 발코니로 나갔다. 발코니에 이로리를 꺼내 놓은후에 미리 손질을 해 두었던 나무 꼬챙이에 꿰어 놓은 생선들을 꺼내 이로리 주변에 빙 둘러 꽂아 놓았다. 꼬치 구이를 할 생각이다. 이로리 중앙에 마른 장작을 쌓은 후에 불을 피웠다.
"파이어!"
활활 타오르는 장작 옆에서는 꼬치에 꿰인 생선들이 노릇노릇하게 익어갔다. 칼질을 하고 소금을 뿌려 두어 타닥타닥 소금이 타는 소리와 지글지글 기름이 떨어 지는 소리가 들려 오자 군침이 절로 돌았다.
머어엉.
모두가 입을 쩍 벌린채 켄이 하는 행동을 숨죽여 지켜 보고 있었다. 능력자를 보는 것이 처음이라서 저런 표정이다. 켄도 다른 능력자라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 보지 못해 어떤 능력을 발휘하는지 궁금했다. 꼬치가 익어 가는 것을 보며 한쪽에 도마를 내려 놓으며 사시미(刺身. 회)를 준비했다.
"하루야! 간장을 가져 오너라."
사시미는 생강은 없더라도 간장만 찍어 먹어도 충분하다. 어른이나 아이들중엔 생강을 싫어하는 자들도 많아 간장만 찍어 먹기도 한다.
꿀꺽.
모두의 침이 넘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아, 모두 꼬치와 사시미를 맘대로 먹거라."
"잘 먹겠습니다."
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가 일제히 달려 들었다. 그럴줄 알고 생선은 넉넉하게 준비해 두었다. 이로리 주변에 새로운 생선 꼬치들이 자리 잡고 다시 사시미를 떴다. 오늘은 애들에게 배 불리 먹일 생각이다. 잠시후 모두가 배를 움켜 잡고 포만감에 젖어 더이상은 먹을수 없다는 듯 자리에 드러 누웠다.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루야! 철판이 있는 곳을 알고 있느냐?"
"철판요?"
"철판이라면 아는 공장이 있어요."
하루 대신에 친구가 알고 있다고 했다. 갑자기 철판을 왜 구할려는지 알고 싶다는 표정들이었지만 말해 주지 않았다.
"여기서 손으로 방향을 가르켜 보거라."
"저쪽의 공원옆에 이층짜리 넓은 건물이 보이죠?"
"그래. 보인다."
"바로 저 건물에 철판이 많이 있을 거에요."
그 말을 들은 켄은 당장 철판을 구하러 갔다. 설마 하늘을 날아 다니는 좀비는 없다고 생각하며 공간 이동 마법을 시전했다.
"블링크! 블링크!"
몇번의 블링크 마법으로 공장이라고 짐작되는 곳으로 내려 갔다. 굳게 닫힌 문을 간단히 '언락' 마법으로 열어 제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각종 종류의 철판들이 쌓여 있었다. 가로 세로 50센티 간격의 철판 두장을 찾아 아공간에 집어 넣은후 맨션의 발코니로 다시 돌아왔다.
"육포는 고기가 없어 만들수가 없는 탓으로 생선으로 어포를 만들어 주겠다."
아공간에서 철판 두장을 꺼내 클린 마법으로 깨끗하게 씻은후 철판 두장을 파이어 마법으로 달구었다. 벌겋게 달구어진 철판 한장위에 손질한 생선을 넓게 펴서 올려 놓았다.
치지직.
다른 철판 한장을 매직 핸드로 들어 올려 아래쪽의 생선이 올려져 있는 철판위에 덮었다. 그래피티 마법과 리버스 그래피티 마법을 사용하여 철판을 들어 올리며 누르기를 반복했다. 몇번이나 어포를 만들어 불 조절을 하며 철판을 달구면서 가장 적당한 온도를 알아 내자 한꺼번에 여러 마리의 생선을 올려 놓고 만들기 시작했다. 수북히 쌓여 가는 어포를 바라 보며 또다시 군침이 돌기 시작하는지 침 넘어 가는 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다.
- 작가의말
오늘부터 매일 2화씩 올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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