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시멘트 제작
76화.
오스카 남작은 몬스터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라고 말을 꺼낼려고 했지만 마법사로 가장한 위대한 존재에게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어 급히 안내를 자청했다.
"그리고 난 드래곤이 아니니까 안심해."
"아, 예..."
남작이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설명을 듣고 석회암이라고 직감했다. 만약 석회암이 대량으로 묻혀 있다면 이곳 남작령에 시멘트 공장을 설립할것이다. 켄 일행과 오스카 남작 일행 20여명이 죽음의 산맥 안으로 들어 갔다. 기사와 병사들이 사방을 경계하며 천천히 회색 골짜기 안으로 진입했다. 골짜기를 이룬 곳에는 뿌연 회색 가루들이 빗물을 타고 흘러 내린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취이익! 인간이다."
"취이익! 잡아라."
돼지 대가리들인 오크들이 거친 콧김을 뿜어대며 습격해 왔다. 모두 20마리다.
"오크다! 전투 준비!"
기사와 병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방어 대형을 짰다. 그런 병사들을 지켜 보며 오크라면 치를 떠는 켄은 앞으로 나섰다.
"그레이트 홀드! 매직 미사일!"
오크들의 움직임을 봉쇄한후 매직 미사일을 머리통에 한방씩 먹여 주었다.
"쿠에엑!"
"케에에엑!"
오크들은 순식간에 전멸이었다. 긴장한채 지켜 보고 있던 일행들은 멍한 표정이었다. 저렇게 쉽게 오크들을 처리하는 것은 본적도 없어서였다.
"오크들 사체는 너희들의 수고비로 주겠다."
"와아! 감사합니다."
오크 가죽은 꽤 비싼 가격으로 거래된다. 그래서 일행들이 환호를 한것이다.
"저곳입니다."
먼곳에서 보아도 알수 있었다. 석회암이 틀림없었다. 계곡 전체가 석회암으로 둘러 쌓여 있었다. 원래는 계곡도 석회암이었지만 비에 깎여 내려가 계곡을 형성한것으로 짐작되었다. 계곡 바닥도 석회암으로 석회암이 대량으로 묻혀 있는 것이다. 바닥의 석회암을 손으로 만져 보며 입가에 호선을 그려졌다. 가장 까다로운 문제 한가지가 해결된것이다. 이 남작령에 점토질의 흙만 있으면 금상첨화였다. 백작령에 점토질 흙이 있지만 이곳까지 운반해 와야 했다. 번거러운 일이다.
"남작령에 점토질의 흙은 있는가?"
"점토질의 흙이라면...있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든 오스카 남작의 대답에 계곡의 석회암 일부를 마법으로 무너 뜨려 아공간에 집어 넣고 남작이 말한 점토질의 흙이 있는 곳을 이동했다. 석회암 계곡과는 정반대 방향이었다. 그런 점토질의 흙까지 확보한 켄은 남작령에서 하루밤을 보내며 마법으로 시멘트 제조를 해 보았다. 가루를 낸 석회암 덩어리와 점토질의 흙을 서로 섞어 파이어 마법으로 구웠다.
석회 가루와 점토 가루의 비율을 몇종류로 조절해 만든후 제각기 모래와 섞어 물을 부어 시멘트가 제대로 되었는지 벽돌을 만들어 보았다. 시멘트가 순식간에 굳게 하기 위해 건조 마법을 펼치자 딱딱한 벽돌이 생성되었다. 강도가 가장 센 벽돌을 골라 배합 비율을 확인하고 실험을 일단락 지었다. 이제 시멘트 공장을 세우는 일만 남아 있었다.
다음날 아침 오스카 남작 가족과 아침 식사를 하며 여러 대화를 나누었다. 주된 내용은 시멘트 공장을 세우는 일이었다. 공장 부지는 몬스터 산맥안의 석회암 계곡 근처로 선정했다.
산맥안에 공장을 세우기 위해서는 몬스터들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 중국의 만리장성처럼 큰장벽을 세워 몬스터의 침입을 막을 생각이다. 벽돌로 만든 성벽을 높게 쌓아 올려 몬스터 침입을 원천 봉쇄할 생각을 남작에게 말해 주자 남작은 우려를 표했다.
거친 산맥안에 그런 성벽을 쌓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성벽 공사중에도 몬스터들이 침입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일은 켄이 도와 주기로 했다. 몬스터 토벌은 물론 성벽을 쌓는 일까지 도와 준다는 약속을 했다.
시멘트 공장에서 나온 수익중 6할은 백작에게 주고 남은 4할은 남작령이 가진다고 합의를 봤다. 남작의 4할중 1할은 인부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라고 했다. 복지가 뭔지 모르는 오스카 남작에게 복지가 어떤것인지 설명도 해 주었다. 대충 이해한 듯한 오스카 남작은 고마워했다. 공짜로 많은 수익을 올릴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4할도 필요없었다. 그런 큰공장이 세워 진다면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남작령의 주민들이 될것이다. 남작령의 주민들이 돈을 벌기 시작하면 세금도 그만큼 많이 들어 오게 되며 영지가 활성화되어 수많은 상인과 용병들이 영지로 들어와 돈을 쓰게 된다. 그런 경제 효과는 무시하지 못한다. 머지않아 남작령은 큰발전을 하게 될것이다.
"시멘트를 활용할수 있는 방안을 많이 연구해서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게 좋을꺼야. 먼미래에는 다른 영지에서도 시멘트를 만들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런 영지에 뒤처지지 않게끔 노력하고 공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서면 산맥에 있는 석회암 대신에 다른 영지나 나라에 있는 석회암을 수입해 사용하도록. 그 나라의 석회암을 쓰면 쓸수록 그나라에서는 시멘트 공장에 사용하는 석회암이 사라지게 될테니까.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일꺼야."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오스카 남작은 감탄했다. 역시 드래곤은 생각자체가 달랐다. 인간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저어, 마법사님은 정말 드래곤이세요?"
"응?"
"타센드! 조용하지 못할까?"
새하얗게 질린 오스카 남작이 급히 어린 아이를 타일렀다. 타센드라는 아이는 10여세정도의 남작 손자였다.
"그만! 아직 어린애인데 너무 뭐라하지 마라. 타센드라고 했지?"
"....예에..."
"난 드래곤이 아니란다. 맹세를 하라고 하면 할수도 있어. 난 마법사야. 남작도 착각에서 깨어 나는게 좋아. 난 드래곤이 아니니까."
"저, 정말 위대한 존재가 아니십니까?"
"그렇다니까."
그래도 믿기지 않는지 오스카 남작은 미심쩍어했다. 이미 한번 박힌 고정관념을 고치기는 쉽지 않다. 많은 시간이 지나면 드래곤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될것이다.
"드래곤 이야기는 그만하고 너희들은 이걸 받아라."
남작의 손자, 손녀는 모두 3명이다. 이곳에는 두명밖에 없었다. 막내 손녀는 너무 어려서 이 자리에 없는 것이다. 그런 두 아이에게 아공간에서 꺼낸 사탕을 건네 주었다.
"이게 뭐에요?"
"사탕이라는 거다. 이렇게 껍질을 벗겨서 먹으면 된다. 절대 깨물지 말고 핥아 침만 삼켜 봐라."
사탕을 한개씩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던 두 아이는 잠시후 눈이 동그래졌다.
"아! 너무 달아요."
"추룹! 달다."
사탕을 정신없이 핥아 먹는 두 아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몇년이 지난 사탕이어서 녹아 비닐 껍질에 달라 붙어 있었지만 그게 오히려 다행이다. 구슬처럼 동그란 사탕은 잘못하면 아이가 목에 걸려 질식사 할수도 있다. 그런 사탕을 한봉지 꺼내 남작 부인에게 건네 주었다.
"부인! 이 사탕을 가끔씩 손자들에게 나누어 주십시요."
"아, 감사해요."
40대 후반인 남작 부인은 감사해 했다. 그런 부인에게 선물을 한개 더 주었다.
"그리고 이건 선물입니다."
켄의 손에 쥐어져 있는 목걸이가 일순간 빛을 번쩍였다.
"아! 이런 물건은 처음 봅니다. 이런 물건을 받아도 되겠는지요?"
"물론입니다."
정교하게 커팅된 큼직한 보라색 보석이 박혀 있는 목걸이를 선물로 주었다. 이 목걸이는 어제밤에 시멘트 조합을 실험한뒤 아공간에 있는 목걸이를 꺼내 아티팩트로 만들어 본것이다. 온도 조절 마법과 클린 마법진을 새겨 놓았다. 그런 목걸이를 집어 든 부인은 조심스럽게 목에 걸어 보았다.
"아! 몸이 따뜻해 지는데요?"
"온도 조절 마법이 새겨져 있고 클린 마법이 새겨져 있는 아티팩트입니다. 클린이라고 외치면 항상 몸을 청결하게 유지할수 있을겁니다."
"아, 아티팩트요? 이런 귀한 물건을 주신다고요?"
"별로 귀하지 않습니다. 마나석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수 있는 물건입니다."
아직 아티팩트에 관해 잘 모르는 켄의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있는 남작 가족은 역시 드래곤이라고 생각했다. 아트팩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자는 이 세상에 드래곤밖에 없었다.
그런 아티팩트를 남작 부인에게 선물하자 프리드 소영주 부인이 눈을 반짝이며 자신도 뭔가를 바란다는 눈치였다. 그런 소영주 부인에게는 아티팩트는 아니지만 진품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를 선물해 주었다. 작은 다이아가 박힌 보석 감정사인 얀센이 감정한 물건이었다.
"아! 감사합니다. 너무 예뻐요."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소영주 부인은 실제로는 이십대 후반이다. 그런 부인에게 딱 맞는 물건이었다.
"아티팩트는 아닙니다."
"아티팩트가 아니라고 해도 이런 물건은 처음이에요. 이렇게 정교한 보석은 한번도 본적도 없고요. 정말 감사해요."
선물을 받은 사람이 너무 좋아해서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기분파인 켄은 남작과 소영주에게도 선물로 와인을 꺼내 한병씩 건네 주었다. 그러고 보니 와인은 코르크로 입구를 봉인해 놓았다. 그런 코르크를 따기 위해서는 와인 오프너가 필요했다.
"아! 이, 이런 큰보석이 있다니...믿을수 없군요."
오스카 남작은 와인병을 보고 보석이라고 했다. 저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유리병이 보석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생전 처음이었다.
"이건 보석이 아니라 유리병이다."
"유, 유리라고요? 이렇게 큰것이 유리라니 믿기지 않는군요."
이런 모양의 유리병은 처음 보는지 오스카 가족들 모두가 놀라워했다.
"이건 와인으로 와인은 보통 이런 병안에 들어 있지 않는가?"
"옛? 와인이라고요? 와인은 오크통에 들어 있는 것을 은제 주전자에 담아 따라 마십니다."
이 대륙에서는 그렇게 와인을 마시는 모양이었다. 유리가 너무 귀한 탓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유리는 사막에서 주워 온것을 깎은 물건이랬다. 지구에서도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에 가면 유리 사막이 존재한다. 운석이 사막에 떨어져 그 열기로 인해 모래에 포함되어 있는 석영이 유리로 뭉쳐진 것들이 굴러 다니는 사막이다. 그런 유리들이 이 대륙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건 인공적으로 만든 유리병에 숙성시킨 와인을 넣어 놓은 것이다.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 유리와 똑 같은 것이다. 유리는 인공적으로 만들수 있어."
"아...대, 대단하군요."
역시 드래곤이다. 드래곤은 지식은 인간의 범주를 초월한다. 만년을 산다는 드래곤에게는 수많은 지식이 쌓여져 있을것이다.
"이 마개를 따기 위해서는 이게 필요하다."
코르크 오프너와 와인 한병을 따로 꺼내 직접 시범을 보여 주었다.
뽕.
와인 글래스 5개도 꺼내 남작 부부와 아들 부부, 그리고 켄 앞에 놓고는 한잔씩 따라 주었다. 켄은 와인은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와인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나 마찮가지다. TV에서 본것만으로 흉내를 낼뿐이었다. 커다란 와인잔에 조금씩 와인을 따라 주며 마셔 보라고 했다.
먼저 와인잔을 코앞에 대고 냄새를 음미해 보고는 한모금 입에 머금었다. 달콤한 맛이었다. 여자들이 좋아 할만한 맛이었다. 켄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다행히 남작에게 준 와인은 종류가 모두 다른 것들이었다. 남작 가족들은 와인을 뚫어 지게 바라 보며 입만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또 무슨 일인가 싶었다.
"또 왜 그래?"
"이, 이렇게 맑은 유리잔은 처음 봅니다."
"그런식으로 만든거야. 신경 쓰지 말고 마셔."
"음...달착지근한게 마셔 본적이 없는 맛이군요."
오스카 남작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것 같았다. 하긴 남자는 이런 맛을 좋아하지 않을것이다. 어른들이 와인을 마시는 것을 본 아이들은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사탕을 모두 먹어 버린것이다.
"너희들도 마셔 보고 싶냐?"
"아, 아니요."
아직 아이들이 술을 마실수는 없었다. 하지만 술만 아니라면 상관없었다.
"쥬스를 만들어 주마."
또다시 테이블 아래에서 아공간을 열어 사과 2개와 와인잔을 꺼내 아이들 앞에 내려 놓았다. 그런 사과를 한개씩 마법으로 들어 올려 와인잔 위에서 마법으로 쥐어 짜자 사과즙이 와인잔으로 흘러 내렸다.
"아!"
"헉!"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묵묵히 쥬스 만드는 작업을 끝낸 켄은 아이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자아, 마셔 보거라."
"가,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사과 쥬스를 마시고는 이번에도 눈이 커졌다.
"달아요. 이게 뭐에요?"
"링고 쥬스란다."
"아, 그럼 저게 링고라는 거에요."
즙이 완전히 빠져 버려 푸석해진 사과를 가르켰다.
"그렇단다. 사과도 먹어 볼래?"
"예."
이곳에서 몇번이나 아공간을 열고 닫았는지 모를 정도였다. 사과를 인원수대로 꺼내 나누어 주었다.
"껍질을 깎아 먹으면 된다. 중앙의 씨는 먹지 말고."
여러 가지 선물로 인해 남작 가족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아침 식사후 남작 집무실에 남작과 소영주, 켄이 자리해 시멘트 공장에 대해서 말을 나누었다.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시작하도록 종용하자 자금 부족과 몬스터가 문제라고 했다. 이곳에서도 자금이 문제였다. 몬스터는 켄 혼자서도 충분히 토벌할수 있다.
'아! 몬스터를 처리하고 사체를 팔면 자금 문제도 해결되잖아.'
자금 문제는 그렇게 해결하도록했다. 하지만 몬스터를 토벌한후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몬스터들이 몰려 올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다. 산맥에 높은 성벽을 쌓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선 산맥으로 가서 몬스터를 처리하겠다. 그 몬스터 사체로 자금을 마련해 보도록."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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