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헤르난데스 백작(2)
63화.
"음...그냥 먹이자. 꼬마 영주! 그래도 되겠나?"
"......"
헤르난데스는 대답을 할수가 없었다. 만약 단장님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평생 후회의 삶을 살게 될것이다.
"빨리 결정해라.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좋습니다. 치료해 주십시요."
이를 악물고 결의를 다진 꼬마 영주를 보고 아공간을 열었다. 포이즌 플라워 열매는 어린 아이 주먹만한 크기다. 이걸 통채로 복용시키야 하는지 잘라서 조금씩 복용시켜야 하는지 어떻게 먹여야 하는지도 모른다.
"너무 커서 잘라야 할것같다."
모두에게 열매를 보여 주었다.
"아."
"그, 그게 포이즌 플라워 열매군요."
"윈드 커터!"
모두가 지켜 보는 가운데 열매를 반으로 잘랐다.
주르르.
"뭐야? 리버스 그래피티! 당장 단장의 입을 벌려."
반으로 쪼갠 포이즌 플라워 열매안에는 물같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 흘러 내리는 물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법으로 물을 들어 올렸다.
"먹이십시요."
텔레비라는 기사가 티젤 단장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있었다. 그런 단장의 입안으로 조금씩 즙을 흘러 보냈다. 이 방법이 맞는지 어떤지는 모른다. 즙은 버리고 껍질만 먹는것인지 즙만 마시는 것인지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다. 단장의 상황을 지켜 본후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껍질까지 먹일 생각이다.
부르르르.
즙을 마신 단장은 부르르 몸을 떨기 시작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 보는 꼬마 영주와 텔레비라는 기사, 언제 다가 왔는지도 지켜 보는 올레 기사의 얼굴이 시시각각 변해갔다.
"마나 서치!"
티젤 단장의 몸안에는 단장이 보유하고 있던 마나와 음마나가 서로 충돌해 음마나가 조금씩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지만 포이즌 플라워 열매 즙으로 인해 단장의 마나가 급격히 불어나 음마나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있었다.
"저어, 오야붕! 그 껍질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뭐? 이거?"
퍽.
"으윽!"
헤로드가 뒷통수에 매직 미사일을 박아 주었다.
"야, 임마! 상황 파악도 못하나?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껍질 타령이냐?"
"그 껍질을 연구해 보고 싶어서요."
"연구? 가져 가라."
"감사합니다."
부모에게 떼를 써서 무언가를 받아낸 어린 아이처럼 헤로드의 얼굴이 환해졌다. 헤로드와 티격대는 사이에도 티젤 단장의 몸속에서는 마나 전쟁이 계속 벌어 지고 있었다. 이 상태라면 음마나는 모조히 먹혀 버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시간이 걸릴것 같으니까 모두 쉬어라."
커시피 용병 단장에게는 복면인들 시체를 치우라는 지시를 하고 목이 잘린 트롤은 아공간안에 집어 넣었다.
"식사 준비를 해라. 빵과 과일을 내 줄테니까 수프도 끓일수 있으면 끓이고. 근데 넌 언제 가냐?"
"옛? 시, 식사를 하고 가면 않될까요?"
레아드는 헤로드에게 편지를 받아 놓고도 아직 이 자리에 있었다.
"마법 왕국까지 직접 가냐?"
"아니요. 마법 왕국의 첩자에게 조용히 넘길 생각입니다."
코스모 왕국에 스며 들어 암약하고 있는 마법 왕국의 첩자는 신분을 알고 있으면서도 감시만 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왕국의 첩자들도 몇몇은 알고 있으며 때로는 이용하고 때로는 도움을 받기도 하는 관계라고 털어 놓았다.
"이곳에서는 불편할테니까 이걸 가져 가서 같이 먹어라."
"감사합니다."
레아드에게 식빵과 메플 시럽 그리고 사과를 넉넉히 꺼내 주었다. 스모키와 같이 먹으라고 준것이다.
*******
헤르난데스 백작은 절로 눈이 동그래졌다. 하얗게 빛나는 접시는 처음보았다. 은제 접시보다 더 좋아 보였다. 그런 접시위에 올려져 있는 하얀 빵은 모양은 다르지만 흔히 먹든 맛이었음에도 메플 시럽이란 것을 발라 먹어 보고는 눈이 동그래졌다. 오랜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한것이다. 텔레비와 올레 기사도 마찮가지였다. 수프에 식빵을 찍어 먹기도 메플 시럽을 발라 먹으며 만족해 했다.
여전히 용병들은 허겁지겁 누구에게 빼았길새라 게걸스럽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역시 귀족과 평민들의 식사 예절은 천지차이였다. 꼬마 영주와 용병들의 식사 모습이 전혀 달랐다. 그렇다고 그런걸 가지고 뭐라 할 생각은 없다. 자신이 편하게 먹으면 그것으로 된거다. 후식으로 나온 사과를 맛본 꼬마 영주는 사과맛에 매료되어 한개를 다 먹고는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더 먹고 싶은것이다. 하지만 더이상은 주지 않았다. 과식은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죽음의 산맥으로 들어온 목적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트롤은 이미 많은 피를 흘려 버린 탓으로 가죽 주머니에 담은 피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또한 포이즌 플라워 열매를 한개 사용해 오히려 손해를 본듯한 느낌이었다.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데 그런 영약쯤은 얼마든지 사용할수 있지만 아까운건 아까운것이다. 그만큼 꼬마 영주인 헤르난데스 백작에게 뜯어낼 생각이다.
아직도 티젤 기사 단장의 몸속에는 마나가 음마나를 잡아 먹고 있는 중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줄은 모른다. 순식간에 끝나 버릴수도 있고 많은 시간이 걸릴수도 있다. 또한 음마나를 모조리 몰아내고 몸을 회복하기까지 많은 시간도 걸릴 것이다.
일단 티젤 기사 단장이 깨어 날때까지 기다릴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텐트를 꺼내 설치를 했다. 용병들도 텐트 설치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헤로드는 알람 마법 담당이다. 반질거리는 텐트를 본 꼬마 영주와 기사들은 또다시 신기해 했다. 용병들용으로 10인용 텐트 한개와 5인용 텐트를 두개 설치했다. 티젤 기사 단장은 바닥에서 옮길수가 없는 탓으로 바람 막이용 텐트를 처 주었다.
"백작은 저곳에서 자면 된다."
텐트안에는 간이 침대와 모포까지 놓여 있었다.
"저어, 마법에 대해서 물어 봐도 되겠습니까?"
"마법?"
"예."
열망이 가득한 눈으로 켄을 주시하는 꼬마 영주가 부담스러웠다. 이 꼬마도 켄이 고서클 마법사라는 걸 알아 차린것이다. 아공간을 몇번이나 보여 주었고 마법도 주문 영창을 하지도 않고 몇번이나 연속적으로 사용한것을 알고 있었다.
"일단 텐트 안으로 들어 가자."
꼬마 영주와 헤로드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간이 침대에 걸터 앉았다.
"너희들은 내가 몇서클 마법사라고 생각하느냐?"
"음...7서클 마법사가 아니신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됩니다. 아공간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헤로드나 꼬마 영주 둘 다 7서클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서클 마법의 시조라는 크라우스 마법사 이후로는 8서클 마법사는 대륙에 등장한적이 없었다. 애초에 이들이 켄이 서클을 만들어 사용하는 서클 마법사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난 서클이 없다."
"옛?"
"예엣?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래. 그래서 서클 마법에 대해선 잘 모른다."
헤로드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 졌다. 꼬마 영주는 입을 딱 벌린채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그럼 어떻게 마법을...설마 고대 마도 시대의 마법을 사용하시는 겁니까?"
"고대 마도 시대의 마법이 어떤 마법인지도 모른다. 난 언령 마법을 사용하거든."
"어, 언령 마법이요?"
"그, 그것이 고대 마도 시대의 마법입니다."
헤로드가 흥분한 나머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큰소리로 외쳤다.
"그렇냐? 근데 앉아. 임마. 네놈을 올려다 봐야 하잖아."
"아, 죄, 죄송합니다."
헤로드는 또다시 뒷통수를 맞을까봐 다급히 침대에 엉덩이를 내렸다.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이다."
"알겠습니다."
"저만 알고 있겠습니다."
헤로드와 꼬마 영주는 켄을 경외스런 눈으로 바라 보았다. 이제야 어떻게 마법 주문 영창도 없이 마법을 사용할수 있는지 이해가 된것이다.
"그래서 난 내가 몇서클에 해당되는 마법사인지는 모른다."
"오야붕께서 가장 강하다고 생각되는 마법은 어떤것이 있습니까?"
"음...절대 방어? 메테오 스트라이크? 파워 워드 킬? 뭐 그 정도쯤 되나?"
쩌억.
헤로드와 꼬마 영주가 더이상 벌어지지 않을만큼 입을 쩍 벌리고는 경악해 했다.
"9, 9서클...그, 그 마법들은 아마 서클 마법과 비교한다면 9서클에 속할겁니다. 고대 마도 시대의 마법에 해당되는 그 마법들은 현재의 서클 마법에는 없는 것들입니다. 서클 마법의 시조이신 크라우스 마법사님이 저술한 책의 9서클에 대한 설명에 그런 종류의 마법이 있다는것만 알고 있습니다."
"그렇냐?"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오야붕은 어떻게 그런 고대 마법을 사용하실수 있는 겁니까?"
"나도 잘 모른다. 다만 이카리스라는 골드 드래곤이 내 머리안에 마법 지식을 넣어 준거다."
"허억! 드, 드래곤이라고요?"
또다시 경악하는 둘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몇번이나 놀란 탓에 둘의 턱이 빠질 정도였다.
"그래서 난 마법 주문 영창없이 마법을 발휘할수 있는거다."
"오야붕은 대륙에서 유일한 고대 마도 시대 마법 전수자십니다."
"그것이 뭐 어쨌다고? 조금 편하게 마법을 사용할수 있는것 뿐이다."
"......"
역시 오야붕은 특이한 사람이었다. 유일무이한 마법사면서 저런 생각을 하다니. 만약 고대 마도 시대 마법사인 사실이 밝혀진다면 대륙의 모든 마법사들이 몰려 올것이다. 또한 드래곤까지 찾아 올지도 모른다. 근 몇백년이나 드래곤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대륙의 모든 사람들은 드래곤은 어딘가에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 드래곤을 일부러 불러 들일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너희들이 사용하는 룬어와 내가 사용하는 룬어는 같은것도 있지만 다른것도 많다. 꼬마 영주! 가장 간단한 마법을 펼쳐 봐라."
1서클 마법사이기도 한 헤르난데스 백작은 가장 펼치기 쉬운 제일 먼저 배운 라이트 마법을 펼쳤다.
"광명의 빛이여. 내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라. 라이트!"
작은 빛이 백작의 손위에 떠 올라 빛을 발하고 있었다.
"헤로드! 너도 똑 같은 주문으로 라이트 마법을 펼치나?"
"그렇습니다."
"근데 말이다. '광명의 빛'은 알겠는데 '내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라'라는 주문은 왜 이렇게 긴거냐?"
"......"
헤로드와 꼬마 백작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보기만 할뿐 말이 없었다. 마법을 배우면서 그런 의문을 가져 본적도 없었다.
"너희들은 '소환'이라는 룬어는 모르나?"
"소환이요? 그런 룬어는 없는데요."
"그럼 기억해라. #&ん<+>(소환)이라는 룬어다. 뜻은 무언가를 불러 내거나 등장시키는 뜻이다."
중얼중얼.
소환이라는 룬어를 열심히 외운 저 둘에게 다시 입을 열어 지시를 했다.
"그럼 그 소환이라는 룬어를 사용해 마법을 시전해 봐라. '내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라'라는 부분을 소환이라는 룬어로 대신해 시전해 보도록."
"광명의 빛이여. 소환. 라이트!"
화악.
"우왓! 서, 성공입니다."
"광명의 빛이여. 소환. 라이트!"
화악.
"저, 저도 성공했습니다."
둘 다 성공적이다. 믿기지 않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이 점점 환희로 바뀌어 갔다.
"이번에는 '광명의 빛. 소환. 라이트!'라고 영창해 보도록."
"광명의 빛. 소환. 라이트!"
"광명의 빛. 소환. 라이트!"
화아악.
"서, 성공입니다."
이번에도 둘 다 성공이었다. 최하급 마법인 1서클 라이트 주문이 획기적으로 줄어든것이다.
"마법은 상상과 집중이다. 정확한 룬어를 외우면서 시전할 마법을 상상하며 집중해. 헤로드! 이번엔 매직 미사일을 시전해 봐라. '빛나는 빛. 소환. 매직 미사일!' 이런식으로."
"빛나는 빛. 소환. 매직 미사일!"
화살 모양의 빛 한개가 헤로드의 머리위로 떠 올랐다. 한번에 성공한 것이다. 역시 4서클 마법사다.
"앞으로 다른 마법도 그런식으로 시전하면 된다. 내 허락없이는 다른 사람들에겐 가르켜 주진 말고."
"오, 오야붕!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켄님!"
만약 이 사실이 알려 진다면 대륙의 마법계에 큰변혁을 일으키게 될것이다. 너무 간단하게 마법을 창조해 버리는 오야붕의 실력에 경악하며 자신보다 높은 서클의 마법사도 더이상 두렵지도 않았다. 획기적으로 짧아진 주문에 이젠 긴영창을 하지 않아도 마법을 쉽게 시전할수 있게 된것이다.
"그런데 켄님! 헤로드 마법사님이 오야붕이라고 부르는데 오야붕이 무슨 뜻인지요?"
헤르난데스는 그 점이 궁금했었다. 오야붕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 보는 말이었다.
"마스터라는 뜻이다."
"아! 그럼 켄님의 제자분이 헤로드님이십니까?"
"아니. 부하 1호다."
"부하 1호라니요?"
꼬치꼬치 캐 묻는 꼬마 백작 녀석에게 매직 미사일을 박아 주고 싶었지만 어린애라서 참았다. 간단히 어떻게 된것인지 자초지정을 설명해 주자 부러워하는듯한 눈치였다.
"저어, 그럼 저도 부하로 받아 주십시요."
"뭐? 백작이 뭐가 아쉬워서 부하를 자청한단 말이냐? 만약 이 일을 네 밑의 기사들이 안다면 날 잡아 먹겠다고 달려 들것이다."
"그들은 제가 명령하면 됩니다. 받아 주십시요."
꼬마 백작은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어린애였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에서 헤로드가 거들었다.
"오야붕! 받아 들이시지요."
헤로드는 대찬성이었다. 무려 백작을 부하 2호로 받아 들이게 되면 자신의 아래에 백작을 둘수 있기 때문이다.
"받아 들일테니까 일어 나라. 그런 예는 내 앞에선 차리지 않아도 돼."
"감사합니다.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넌 부하 2호다. 작위나 권력같은건 순서에 아무런 상관도 없다. 오직 받아 들이는 순번대로 정할것이다. 그렇다고 1호나 2호 사이에 계급 차이는 없다. 1호의 명령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는 것도 없고 그냥 존중을 해 주면 된다. 헤로드, 넌 부하 2호인 백작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알고 잘 처신해라."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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