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화. 수도에서(2)
102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파셀이 안내를 자청했다. 노예로써 당연한 것이다.
"너도 따라 와라."
눈치만 보고 있는 샤레인 마탑주도 끌고 가기로 했다. 왕실 마탑은 내성안에 있었다. 내성의 건물중에 두번째로 큰건물로 브리보아 왕국에서 마법사들을 얼마나 중하게 대우하고 있는지 알수 있었다.
저벅저벅.
"계속 걸어서 내려 가야 하나?"
"그, 그렇습니다."
엘레베이터가 없는 탓으로 최상층에서 걸어서 내려 가야만 했다.
"마법을 사용해 내려 가면 되지 않느냐?"
"플라이 마법은 4서클 마법이어서 한번 사용하면 마나 소모가 극심해 사용하지 않습니다."
파셀은 4서클이고 샤레인 마탑주는 5서클이다. 그런 이들이 플라이 마법을 함부로 사용할수 없는 것이다.
"내 손을 잡아라."
파셀과 마탑주의 손을 양손에 각각 잡고 아래쪽으로 단번에 이동했다.
"텔레포트!"
마탑 입구쪽으로 공간 이동해 멀쩡한 켄과는 달리 마탑주와 파셀은 머리가 띵한지 잠시 비틀거리며 당황했다.
"헉! 7, 7서클..."
샤레인 마탑주가 텔레포트 마법을 알아 본것인지 경악했다. 6서클로 알고 있었던 눈앞의 젊은 마법사는 무려 7서클이었다.
덜덜덜.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려왔다. 대륙에 모든 마법사들의 정점인 7서클 마법사가 등장한것이다.
"가자!"
"예."
파셀이 앞장서서 앞으로 걸어 갔다. 그런 파셀의 행동을 본 샤레인은 이미 파셀은 알고 있었던 같았다.
"빨리 따라 와라."
"아, 예에..."
후다닥.
퍼뜩 정신을 차린 샤레인은 노구(老軀)도 잊은채 후덜거리는 다리로 급히 달려갔다.
"멈추시오."
석벽으로 지어진 한 건물앞에 경비병으로 보이는 삼십여명이 창을 들고 파셀을 제지했다. 평소에는 감옥 입구는 두명이 경비를 선다. 오늘은 특별히 이왕자가 수감되어 있는 탓으로 경비를 늘린 것이다. 그런데 기사는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일반 병사들 뿐이었다.
"이곳이 지하 감옥입니다."
"넌 비켜라."
파셀을 뒤로 물리고 앞으로 나섰다.
"문을 열어라."
"이곳은 허가없이 들어 갈수는 없습니다. 허가증을 보여 주십시요."
지하 감옥 경비인 하메르는 로브를 입은 마법사 복장과 고급스런 복장의 젊은 사내를 보고는 긴장했다. 하지만 할일은 해야했다. 함부로 감옥문을 열수는 없었다. 감옥안으로 들어 갈려면 반드시 허가증이 필요했다.
"이 감옥안에 내 부하가 감금되어 있다고 들었다. 문을 열어라."
"허, 허가증을 보여 주십시요."
"뭐? 허가증? 그게 왜 필요한데? 말로 할때 열어라."
안그래도 부하가 갇혀 있다는 말에 열불이 뻗치는데 이곳에서 제지를 당하자 화가 폭발했다.
"매직 미사일!"
경비병 수만큼 매직 미사일을 시전해 쏘아 보냈다. 아직 모조리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레타의 상태를 직접 본후에 죽일지 살릴지 결정할 것이다. 이들이 그레타에게 해를 끼쳤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었다.
"어헉! 마법이다. 피해라."
"으아악!"
퍼퍼퍼퍼퍼퍽!
피하고 자시고 할것도 없었다. 마나를 다룰줄 모르는 일반 병사들이 유도 기능이 있는 매직 미사일을 피할수 있을리가 없었다. 병사들이 제각기 다리를 부여 잡고 땅바닥으로 주저 앉으며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그런 놈들중에 허가증을 보여 달라고 말하던 경비놈에게 다가 간 켄은 놈의 주둥아리를 걷어 차 버렸다.
퍽!
"크억!"
"새꺄! 문을 열라고 하면 열지 계집처럼 쫑알댄 벌이다."
머엉.
뒤쪽에서 켄의 행동을 지켜 보고 있던 샤레인 마탑주와 파셀은 아무렇지도 않게 왕실 소속 경비병들을 마법으로 작살내는 장면과 건달들이 내뱉을 만한 비천한 말에 경악할수 밖에 없었다.
"당장 문 열어."
"으으...허, 허가증없이는 않됩니다."
완고하게 거부하는 놈의 말에 눈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를만큼 열이 뻗쳤다.
"아이스!"
쩡.
놈의 대가리가 순식간에 얼어 붙었다. 입을 걷어 차인 탓에 입가에 피를 흘리는 모습 그대로였다.
퍽!
얼어 붙은 놈의 머리를 발로 차 버리자 놈의 머리통이 잘게 부서져 바닥을 뒹굴었다.
"헉!"
"으아악..."
그런 장면을 지켜 보던 놈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비명을 내지르는 놈들은 물론 오줌을 지리는 놈들도 있었다.
"너! 문 열어."
덜덜덜덜.
"헉! 제, 제발 살려 주십시요."
지목 당한 경비놈이 심하게 몸을 떨며 애걸복걸했다.
"살고 싶으면 문을 열어."
덜덜 떨면서 바닥을 기어간 놈은 머리통이 부서진 놈의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찾아내 매직 미사일에 당한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감옥문을 열었다.
끼이익.
거친 소음과 함께 열린 감옥은 시커먼 아가리를 벌리고 켄 일행을 집어 삼켰다.
"이왕자와 기사들이 갇혀 있는 곳으로 안내해."
뒤쪽을 따라가는 샤레인 마탑주는 제 할일을 하는 경비병을 잔인하게 죽여 버리는 광경에 덜덜 떨었다.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를 박살내 버리는 모습은 광기에 젖은 파멸의 대마법사처럼 느껴졌다. 그런 반면 파셀은 아무렇지도 않는듯한 표정이었다. 당연했다. 파셀은 켄을 드래곤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드래곤이라면 인간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벌레보다 못한 인간을 죽이는데 망설임 같은건 추호도 없을 것이다.
"라이트!"
감옥안은 어두웠다. 불빛 한점 없는 통로에 밝은 빛이 둥둥 떠 올라 앞길을 밝혔다.
"윽! 냄새!"
시궁창 냄새도 이곳보다는 나을 정도였다. 마을마다 풍기는 심한 악취도 이곳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얼굴에 공기 정화 마법을 펼치며 다리에 피를 줄줄 흘리며 앞서 가는 경비병을 따라 통로를 계속 걸어갔다.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거냐?"
"가, 감옥 최하층인 3층까지 내려 가야 합니다."
안내하는 경비병의 질질 끌며 걸어 가는 다친 다리로 인해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다리에는 피도 흐르고 있는 중이었다.
"멈춰! 네 다리를 치료해 주겠다. 힐링!"
순식간에 피가 멎고 상처가 사라진 경비병은 회복된 다리를 만져 보고는 바닥에 머리를 대고는 감사 인사를 했다.
"가, 감사합니다."
"빨리 안내나 해."
병 주고 약 준 꼴이었다. 급히 바닥에서 일어난 놈이 빠르게 통로를 앞서 가며 철문 앞에 멈춰섰다.
"켈튼! 문을 열어. 마법사님이시다."
철컹! 끼이익.
녹슨 강철문을 연 간수 놈은 마법사라는 말에 겁을 집어 먹었는지 벽쪽에 바짝 달라 붙어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 감옥은 지상의 일층문 안 바로 옆에 지하로 내려 가는 계단이 있었다. 지하 일층에는 철문이 없는 긴통로 옆에 철문으로 막혀 있는 방들이 늘어서 있었다. 경범죄자들을 잡아 수감하는 지하 일층 감옥이었다. 그런 통로 끝부분에 이층으로 내려 가는 계단이 있었다. 통로를 지나지 않으면 아래쪽으로 내려 갈수 없는 구조였다. 계단을 내려간 지하 이층 입구쪽에는 철문으로 막혀 있었다. 이층도 역시 굳건한 철문이 통로 양쪽에 자리 잡고 있는 구조로 중범죄자를 수감하는 곳이라고 했다. 그런 통로를 지나 계단을 내려 가자 또다시 철문이 일행을 가로 막고 있었다.
"카프! 문을 열어. 마법사님이 방문하셨다."
철문에 달린 작은 창문을 열어 일행을 확인한 카프라는 간수 놈은 허가증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삼층은 특별한 자들을 수감하는 곳으로 허가증이 없으면 문을 열수가 없다고 했다.
"씨발! 또 허가증이야?"
처음 감옥안으로 들어와 맡은 냄새로 인해 기분이 더욱 상한 켄은 철문안의 놈의 요구에 발끈했다.
"홀드! 언락!"
철컥!
안쪽의 놈이 움직이지 못하게 구속한뒤 마법으로 문을 열었다. 열쇠를 돌려 잠금 장치를 해제하는 강철문은 마법으로 인해 너무 쉽게 열렸다.
"네놈이 허가증을 요구한거냐?"
"...사, 살려 주십시요."
꼼짝도 할수 없는 카프는 죽을상이었다. 허가증없이 문을 열면 자신의 목이 달아 날게 뻔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마법사에게 목이 달아날 상황이었다.
"살고 싶으면 이왕자와 기사들에게 안내해."
이놈을 죽여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놈을 죽이면 일일이 감옥문을 열고 확인을 해 봐야 한다. 그럴바에는 놈에게 안내를 받으면 쉽게 찾을수 있을 것이다.
"이, 이왕자님은 가장 먼 오른쪽 방에 갇혀 있습니다. 기사 2명은 앞쪽 방 양쪽에 갇혀 있습니다."
"열어라!"
철컹.
끼이익.
홀드 마법을 풀어 주자 간수 놈이 즉시 움직였다. 육중한 철문이 비명을 토하며 천천히 열렸다. 깜깜한 감방안에 환한 빛이 스며들자 한손으로 눈을 가린채 바닥에 피투성이로 누워있는 사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라이트의 빛을 조절해 조금 어둡게 밝혀 주었다.
"힐링!"
"...으으."
"클린!"
피투성이의 몸이 깨끗한 모습으로 변하며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
"음...넌 이왕자 호위 기사구나."
이왕자 옆에 항상 달라 붙어 있었던 기사였다.
"마탑주! 이 기사를 보살펴라."
"예엣?"
샤레인 마탑주는 당황한 얼굴이었다. 자신은 마탑주다. 귀족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신분임에도 고작 이런 기사를 돌보라고 하는 말에 당황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반발을 할수도 없었다. 자신보다 확실한 고서클 마법사의 말을 무시할수도 없는 것이다. 마법사는 서클이 모든것을 좌우한다. 코흘리개 아이일지라도 서클이 높으면 존대를 해 주어야 하며 그 말을 무시할수 없는게 마법사다.
"아, 알겠습니다."
샤레인은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자신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대우에 속으로 불만을 삭일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서클이 높다고 해도 자신은 마탑주다. 어느 정도 대우를 해 주어야 했다.
끼이익.
옆감방의 문이 열렸다. 이곳에 그레타가 있을것이다. 감방안에 누워있는 그레타라고 짐작되는 사내는 처참했다. 한쪽 다리가 잘린것인지 무릎아래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렇게나 헝겊으로 칭칭 감아 놓은 부분에 피가 베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밝은 라이트 빛이 감방안을 밝히고 있는데도 기절한것인지 미동조차 하지 않은채였다. 그런 모습에 끓어 오르는 분노를 윽지로 가라 앉히며 탄식했다.
'이번에는 다리냐?'
복면인들의 습격으로 한쪽 팔이 잘린 것을 붙어 주어 부하를 자청한 그레타는 이번엔 한쪽 다리가 잘린 상태다.
"힐링! 클린!"
급히 치료 마법과 몸을 깨끗하게 씻겨 준후 마법 주머니안에서 포션 두병을 꺼내 잘린 발목에 한병을 모조리 쏟아 붙고 다른 한병은 입을 강제로 열고 들어 부었다.
"그레타! 정신 차려라."
철썩!
가볍게 뺨을 때려 그레타를 깨웠다.
"...으으..으으..."
신음을 흘리며 그레타가 천천히 눈을 떴다.
"정신이 들었냐?"
"으으...오, 오야붕..."
"리커버리!"
7서클에 해당되는 회복 마법을 펼쳐주어 다친 몸을 완전히 회복시켜 주었다. 잘린 다리는 어쩔수 없었다. 잘린 부분이 남아 있다면 붙여 주었을것이다.
"오, 오야붕! 죄송합니다."
"됐다.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파셀! 돌봐 줘라."
이번엔 이왕자가 갇혀있는 복도에서 가장 먼방으로 향했다.
끼이익.
철문이 열리자 한쪽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이왕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별상처도 없어 보였지만 많이 수척된 모습이었다.
"왔나?"
"그래. 좋아 보이네?"
"큭큭큭, 좋지."
자신이 찾아 올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는지 태연하게 농담까지 하는 이왕자였다. 그런 모습에 화가 치밀었다.
"내 부하인 그레타의 다리가 잘린 상태다."
"내가 보호해 줬어야 하는데 미안하다."
"칙쇼(ちくしょう.제기랄)! 한대 맞아라."
전혀 미안한 감정이라곤 느끼지도 않는 이왕자의 말에 한방 먹여 주고 싶었다.
"얼마든지 때려라."
"...됐다."
주저없이 대답하는 이왕자의 말에 허탈해졌다. 이미 벌어진 일이다. 이왕자에게 화를 내봤자 바뀌지는 않는다.
"클린!"
"고맙네."
이왕자는 깨끗해진 자신의 몸을 훑어 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나가세."
"후우, 어떻게 된거냐?"
"당했지. 방심한 내 탓이긴 하지만 설마 아버님을 시해할줄은 몰랐어."
우울한 표정의 이왕자는 이를 악물며 감방문을 나섰다. 이왕자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다고 표정만으로도 알수 있었다.
"실로몬! 내 부하가 다친 일은 내가 해결하겠다. 절대로 말리지 마!"
이왕자에게 미리 말해 주었다. 그레타의 다리를 자른 놈은 그 대가를 톡톡히 받아 내야 한다.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야쿠자가 깽판을 부리면 어떻게 되는지 뼈속 깊이 새겨줄 생각이다.
"맘대로 하게."
실로몬 이왕자도 은근히 바라고 있는 눈치였다. 자신이 곤란한 입장에 빠진 지금 돌파구는 켄밖에 없었다. 들쑤시면 들쑤실수록 음모를 진행한 놈들은 당황할것이다.
"그레타! 걸을수 있겠냐?"
"...죄송합니다."
그레타는 자신의 잘린 다리를 힐끗 보며 세상을 다 산것처럼 고개를 떨구었다.
"자책하지 마! 네 다리는 걸을수 있게끔 해 줄테니까."
그레타에게는 의족을 만들어 줄 생각이다. 탄력있는 철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없어도 상관없었다. 부드러운 철에 강화 마법진을 그려주면 튼튼한 의족을 만들수 있다.
"충!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했습니다."
첫번째 감방안에 있던 기사가 멀쩡한 모습으로 이왕자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는 예를 취했다.
"바고티경! 고생했네."
"켄 마법사님! 감사합니다."
"됐다. 나가자. 파셀! 그레타를 부축해라."
- 작가의말
내일 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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