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Qui es

내 앞의 그린라이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르웨느
작품등록일 :
2023.06.03 12:30
최근연재일 :
2023.06.24 11:27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338
추천수 :
0
글자수 :
65,966

작성
23.06.24 11:27
조회
26
추천
0
글자
10쪽

13. 좋아요 한 번만 눌러주시면

DUMMY

“이번에 창원 내려온 거, 사실 재관부 의뢰 받아서였어요.”

“네가 그렇지, 뭐.”


액셀을 밟는 형의 목소리는 이제 퉁명스럽다.


“그래서 이번엔 뭔데.”

“인명 피해가 날 것 같아.”


더는 목소리가 나지 않는다. 차 엔진 소리만이 커져 갔다.


바리케이드 역할을 하는 톨게이트 검문소를 지나 폐시가지에 들어섰다. 이제 범죄자 정도나 기웃거릴 곳에 들어서자 우영이 형은 차를 멈춰 세우고 한마디도 없이 먼저 내렸다.


“뭔데, 뭔데, 또 뭔데!”


여기서 큰 소리를 내면 이 근방에 스폰되어 아직 잡히지 않은 괴물들이 습격해올 수도 있지만 형도 나도 그 걱정은 하지 않았다.


“위장약 사올까?”

“시끄러, 인마. 진짜 너는, 넌, 네 잘못은 아니지만.”


스트레스를 덜어내려는 듯 형은 한동안 중얼거렸다. 우영이 형이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 초인 같은 능력을 지니게 되었어도 대이변 이전까지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일반인이었다. 그 난리통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했던 그냥 보통 사람들. 나름의 정신적 외상을 지니게 되었다는 뜻이다. 요즘엔 PTSD라고들 많이 하지.


“미안.”


발작처럼 올라온 것을 덜어내고 덜어낸 형이 사과해온다. 이런 거 보면 참 섬세하단 말이지. 재앙을 몰고 다닌다 말해도 이제는 익숙한데. 그냥 남들이 못 보는 걸 볼 수 있다 보니 내가 부각 되는 것뿐인걸.


문득 또 이자 학생이 떠오른다. 출구를 정자로 확답했었지. 갑~갑하구만.


“지금 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데.”


이제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는지 제대로 된 의문이 던져졌다. 어떻게 요약해서 답할까.


“며칠 전에, 내가 잡은 괴조에 인체실험 흔적이 있었어.”


그건 괴물의 몸에 인간의 장기를 달아놓은 거였지만, 그 실험으로 남게 된 괴물의 장기를 어디다 달았을지는 뻔히 나오는 답이다.


“‧‧‧‧‧‧그래서?”

“그 실험조직의 은신처가 확정될 때까진 나라에서 파견할 인력은 없대요. 나 나름대로 수색은 계속할 건데 저쪽도 엄폐 계열 발현자가 있는 것 같거든. 결국 그걸 뚫고 찾았을 때는 무력 충돌이 이미 난 상태지 않겠어.”


그럴 때 나쁜 짓하는 녀석들이 보이는 루틴이 다 거기서 거기지.


“무력 충돌 없이 발견할 수도 있는 거잖아.”

“내가 목격한 괴조만 열네 마리였어. 그게 실험실에서 도망친 게 아니라 테스트를 위해 풀어준 거였다면?”


내가 유별나서 조류 전문가까지 초대해 해부를 진행한 거지, 보통은 잡혀도 도축되어 가치 없는 부위는 폐기된다. 즉 실험체가 발견되지 않는 거다.


저쪽이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지 들켜도 상관없다고 여겼는지는 몰라도 의도적으로 푼 것이라면 위험했다. 이곳에서 목적한 것을 달성하고 다른 곳으로 튀려고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을 것도 가정해둬야 한다.


“그 조직이 지금 보유한 실험체는 몇 마리일까.”


이런 조직들은 거점에 그리 연연하지 않는다. 연구 결과만 데이터로 간편하게 챙기고 다른 곳 다른 나라에 가서 또 실험을 진행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니 걸렸을 땐 그간의 결실물을 도시에 투입하고 관심이 그쪽에 몰렸을 때 유유히 빠져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 점을 파악한 우영이 형이 대책을 찾아보듯 중얼거린다.


“대피령을 내리고 사람들을 대피소로 이동시키면, 그건, 확실해야 하네.”


확실하지 않은 위험 대비 단계에서 시민 대피는 우선 순위가 아니다. 지진이나 미사일처럼 당장 눈에 보이는 위협일 때나 발동되는 거지.


이번에 재관부에서, 그 위 라인에서 당장 진압팀을 보낼 수 없다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잡겠다고 괜히 들쑤셔서 타초경사를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고, 여러모로 위험 조직의 규모가 확실해질 때 출구를 봉쇄해가면서 제압하는 게 가장 베스트인 것이다. 그 최적의 때를 현실이 기다려주냐는 둘째치고.


“‧‧‧‧‧‧이거 내버려 두자, 신호야.”


나올 수 있는 판단 중 하나가 나왔다.


“나라에서도 우선은 지켜보겠다는 거잖아. 네가 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렇긴 하지. 확실히 의논할 상대가 생기니 혼자 골몰할 때보다 관점이 좀 넓혀진다. 조직을 찾아 체포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사고 후 피해를 누가 책임질지도 생각해야지.


제대로 절차를 밟지 않고 진행한다면 괜히 나대서 일을 더 크게 만든 거라는 비판도 감당해야 할 터였다. 땅덩어리는 좁고 인구는 몰려 있어서 이런 게 또 문제다.


“알았어, 알았어. 멀찍이서 찾아만 볼게요.”

“남아일언.”

“중천금이요. 예, 예.”


딱히 내가 다 해결해야 한다는 영웅병 같은 건 없다. 고작 신호만 볼 뿐인 내 능력은 물리적인 부분에서 한계가 명확하고.


“그래도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해둬서 피해 볼 건 없잖아요.”


창원은 과거 지하철도를 쓰던 지역이다. 대이변 이후 지하철은 봉인되어버린 대중교통이라지만 그 입구만 막고 공간을 다 메우지 못했기에 그 안에는 처리되지 않은 괴물들이 득실거렸다.


즉 도시란 개념을 인지할 수 있다면 도시 바깥에서 스폰된 괴물이 창원시 한복판에 아무렇지 않게 무혈 입성할 수 있다. 이번 상대는 실험된 괴물 뒤에 실험한 인간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지.


“도시가 공격받으면 형은 대피소로 갈 거죠.”


대피소라 해봤자 보다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일 뿐 괴물들의 돌진을 견뎌낼 만큼 튼튼하진 않다. 결국 발현자 몇몇은 후방에 남아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지, 뭐.”

“만약에 그런 일이 터지면 걔도 좀 챙겨줘요. 이자 학생요.”

“걔? 왜?”


있지도 않은 일을 가정하며 긴 이야기를 풀게 한 본론을 내뱉었다. 이건 특별 취급이니 신후처럼 우영이 형도 의아할 것이다. 비밀 마킹을 청탁했으니 어느 정도는 공유해야겠지.


“이자 학생도 발현자에요. 학교에서 공격받았을 때 발현한 것 같은데 자기가 발현한 것을 부인하더라고요.”

“그거 위험하잖아?”


발현한 능력은 게임 스킬처럼 온오프가 절대적이지 않다. 불같은 원소계는 발화하다가 주변 사람들까지 다 태워버리는 최악의 사태도 벌어지다 보니 될 수 있으면 안 감추는 게 주위에도 좋지.


“전투계는 아니에요.”

“그건 다행이네.”

“이번 일 끝나면 주인이랑 연결해줄까 해요. 흠, 이제 궁금한 건 다 풀렸죠?”

“1억은 어디서 보낸 건지 짐작 안 가고?”


아, 1억. 실험조직 얘기하느라 또 깜빡했네.


“전혀요.”

“창원에 숨어들었다는 실험조직이 보냈을 가능성은? 실험조직이니까 네 능력 탐낼 거 아니야.”


그쪽도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근데 그게 형한테 굳이 1억 쥐여 보낼 계기가 되진 않잖아요. 현재로서는 짐작이 안 가네.”


뭔진 몰라도 어그로를 끌려는 거면 그 집단은 효과를 본 거다. 우선 해야 할 게 있어서 자꾸 후순위로 둬서 그렇지 이 건도 생각하면 할수록 쎄하단 말이지.


“목적이 있다면 또 접촉해 오겠지. 지금은 실험조직 괴멸에 전념하려고.”

“탐색이다.”

“네네, 형은? 이제 갈 거야?”

“지혜가 너 데리고 들어오랬어. 낮에도 후 집 앞까지 데려다주면서 얼굴도 안 비추고 돌아갔다며.”


우영이 형이 슬라임화 시킨 손을 주물거리며 씩 웃는다. 말로는 제 발로 걸어 들어갈 것 같지 않으니 손수 잡으러 온 거였군. 더 거절 이유도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여기 한 바퀴 돌아야 해.”


어쩌면 실험 후 방출한 개체가 더 있을지 모르니 이것저것 잡아서 넘길 생각이다.


“해, 누가 뭐래. 다 하고 깨워라, 차 안에서 자고 있을 테니까.”


길쭉하게 뽑은 슬라임을 야구 방망이 형태로 굳히더니 그걸 던져준다. 옛날 생각나네, 처음엔 장비도 없어서 손에 쥐어지는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쥐고 싸웠었는데. 점차 형 같은 계열의 발현자들이 모이면서 무장이 강화되고 보다 강한 괴물들에게 빼앗긴 삶의 터전을 되찾고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슬쩍 추억에 잠겨 이리저리 휘두르다 어깨에 걸치고 붉은빛이 가득한 버려진 건물들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등교였다. 이자는 영어책에 시선을 내리깐 채 숙어를 외우며 시간을 보냈다. 그 앞에서는 김신후가 쓸데없는 시선을 보내오고 있었다.


“너 공부하는 파였구나!”


굉장히 놀랍다는 반응을 자신에게 보내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오늘따라 승필의 무리가 시비를 걸어오지 않는 건 그 사람 외에도 저 김신후 때문일 텐데.


“나 자습서 있는데 빌려줄까?”


무엇 때문에 저러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무시하면 제풀에 지쳐 떨어져 나갈 거라 여기고 시선조차 주지 않고 있는데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서 저러고 있었다.


“신후야.”

“왱?”


이민기가 그런 김신후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이 둘은 친구의 친구의 친구라는 건너건너 사이였다.


“너 신호님이랑 친하다며?”

“남이 존칭으로 부르는 거 들으면 닭살 돋는 사이긴 하지! 형은 왜?”

“나, 그분 팬이거든! 있지, 신호님 매드무비 만든 것도 있는데 혹시 보여드릴 수 있을까?”


신호에게 팬이 있다는 건 새로울 것 없는 일이었다. 당장 오늘 아침만 해도 옆 고등학교 누나 몇 명이 선물을 직접 전달하고 가기도 했었다.


“헐? 진짜? 나도 봐도 돼?”


이민기가 아침에 제출하지 않은 폰을 내밀어 영상을 재생시킨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BGM이 점차 긴박해지면서 점점 빨라진다. 다 본 신후의 두 눈은 그야말로 감탄 한가득이었다.


“너 이런 능력자였어? 대단하다.”

“그냥 음악 빨이야. 신호님이 멋진 것도 있고. 주소 줄 테니까 좋아요 한 번만 눌러주시면 진짜, 진짜 기쁠 거야.”

“왜? 그냥 직접 보여주자. 여기 도입부 며칠 전에 찍은 거지? 너 도망도 안 가고 형 찍었던 거야? 진짜 지대로 광팬이네. 이따 점심 먹구 형 교실에 데려올게. 나만 믿어!”


관심사가 겹친 두 소년은 급속도로 친해지며 화합을 다졌다. 다른 데도 아니고 제 책상 앞에서 소란이어서 이자는 조금 눈살을 구겼다.


작가의말

여고생들에게 선물 받는 서른세 살 아저씨 신호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앞의 그린라이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13. 좋아요 한 번만 눌러주시면 23.06.24 27 0 10쪽
12 12. 좀 맞아주고 살포시 잡아야지! 23.06.22 14 0 10쪽
11 11. 알아, 네가 그런 녀석 아니란 거. 23.06.20 19 0 14쪽
10 10. 진짜 뭐 하는 놈들이지. 23.06.16 21 0 11쪽
9 9. 응, 내가 나빴다. 23.06.13 20 0 13쪽
8 8. 착각을 깨줄 방법이 없네. 23.06.13 20 0 10쪽
7 7. 제 책임은 없다는 건 명확히 해야 하니 23.06.12 29 0 11쪽
6 6. 오냐, 어디 1억짜리 진심 한 번 들어보자. 23.06.10 20 0 11쪽
5 5. 넌 언제까지 솔로할 거냐. 23.06.09 24 0 11쪽
4 4. 야, 너구나? 근데 눈을 왜 그렇게 떠. 23.06.07 24 0 10쪽
3 3. 거기 누워 있어! 23.06.06 28 0 11쪽
2 2. 이런 패기 없는 것들. 23.06.03 21 0 10쪽
1 1. 저는, 살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23.06.03 72 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