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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의 그린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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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웨느
작품등록일 :
2023.06.03 12:30
최근연재일 :
2023.06.24 11:2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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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966

작성
23.06.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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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 거기 누워 있어!

DUMMY

아예 등까지 돌리고 전력으로 날아가는 게 전부 다 잡기는 그른 듯하니 개중에서 가장 가까운 놈부터 쫓아갔다.


비행형은 수중형 다음으로 상대하기 어려운 타입이라 도시에 나타나면 반드시 인명 피해를 일으킨다. 지금 내가 제일 느린 녀석을 쫓듯 저놈들도 등교하는 어린애들 한둘쯤은 휙 낚아채서 물러나는 경우가 빈번해서. 한 마리라도 더 잡아놔야 예비 피해자가 열하나에서 열로 줄어든다.


꼬리뼈 닳도록 쫓아가 겨우 낚아챈 표적의 멱을 따고 전화를 걸었다.


“네, 경남창원중부 경찰서입니다.”

“해결사 번호 S10020154입니다. 여기가, 충무동 폐시가지에서부터 14마리의 비행형 괴수를 발견했고 개중 4마리를 처리, 남은 10마리는 도주했습니다.”

“비행형이─, 큼, 특수 재난 건은 재관부로 신고 바랍니다.”


돌아오는 대답이 힘이 없지만 이해는 한다. 대이변 이후 경찰이나 군대의 역할에는 한계가 생겨버렸다. 같은 무력 수준인 민간인 외에는 법적이나 무력으로 통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점을 해결하고자 과거에 발현자로만 구성된 군대를 만들겠느니 했었지만 어떻게 무산되고 경찰과 군인은 구시대 기준의 인력 편성 그대로 남아버렸다.


신고만 하는 게 목적이었던 터라 통화는 금방 끝났다. 도시 곳곳의 드론이나 CCTV 같은 걸로 경비하는 것은 그들의 일이니 이 시간부로 도시 상공에 알짱거리는 미확인 생물체가 있다면 빠르게 협회 쪽에 연락을 줄 것이다. 아님 누가 죽고 분위기 흉흉해지는 거고.


어느 쪽이 될까. 눈앞에서 시뻘건 빛을 부랴리는 신호등과 눈싸움하며 다른 곳에도 전화를 걸었다.


“비행형이요? 해결사 번호 S10020154 성명 신호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사체 4구를 획득했으니 조류 전문가와 연결 바랍니다.”


확실히 경찰과 달리 재관부 쪽이 할 말이 더 많다. 가끔 현장에선 텍도 없는 일을 지시하는 것 빼곤 서로 협력할 게 많지.


“네네, 알겠습니다. 신호님? 이번 건도 포털사이트에 올리실 건가요?”


공무 중에 나눌 말이 아닌 내용에 뭔가 바로 알 것 같은 느낌이 왔다.


“올리지 말래요?”

“그런 건 아닙니다, 곧 대책 본부를 소집할 것이고 상황실이 현상을 파악하고 작전을 짜려면,”


블라블라 말이 길다. 요약하자면 불안한 분위기 괜히 조성하지 말고 언제 발표할지 정부에게 맡기라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로 하얘진 액정을 응시했다. 새벽 3시 3분, 그리고 잠깐 멍때린 사이 4분.


저번 정권 때는 이런 거 신고 하면 몇 분 내로 재난 문자가 시끄럽게 울어댔는데 이번 정권은 책임자들에게 제대로 보고되어야 재난 문자가 보내지는 듯하다.


위원장 다는 사람들이 이 시간에 모여서 논의하진 않겠고, 큰 새 몇 마리라고 늦장 대응했다가 등원 버스 납치로 어린애들 여럿 죽었던 사건도 있으니 아주 늦장을 부리지도 않을 거고. 음, 그래. 일단은 믿어야지.


마지막으로 사체 수거반에게 연락하고 처음에 떨어트린 두 마리에게로 향했다. 분명 늘어져 있어야 할 자리에는 핏물만 한가득하고 등이 쑤셔진 괴조 한 구밖에 안 남아있다. 첫 타를 맞은 두 놈은 급소를 관통한 게 아닌 탓에 끈질긴 생명력으로 도주를 시도한 모양이다.


느긋이 핏자국을 따라가 숨죽이고 있던 두 마리를 확실하게 처리하고 수거반이 화물차를 몰고 오는 걸 기다리는 동안 죽은 몸뚱이의 지혈 처치를 했다. 이놈들 피가 돈이 되기도 하니까 맨땅에 흘리기 아까워.


트럭이 도착했다. 흠, 창원은 냉동실 달린 화물차 안 쓰는구나. 아니면 이 집만 그런 건가.


네 구의 사체를 한곳에 모아뒀으므로 확인하고 밀봉 포장하는데 시간이 약간 들 뿐이었다.


“헌터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호출 장소가 폐시가지에 위험수당, 밤 10시 이후로는 할증 붙습니다. 내용 확인하고 사인해주시죠.”


계약서 내용은 내가 알던 것과 거의 비슷했다. 수도권보다는 비싸긴 하지만 인력이 귀한 지방이니 어쩌겠어.


“제 손이 더러워서요, 지장 찍어도 되나요?”

“예, 에 편한 대로 하십쇼.”


떨떠름함을 감추지 못하는 음성에도 괴수의 피로 지장을 찍고 사체와 함께 화물칸에 올랐다. 기사들은 나중에 닦으면 그만이라고 앞에 타길 권했지만 건장한 남자 넷이서 타고 갈 자리도 아니고 바깥이 대비하기 편하다.


후아아암. 아직 위험 지대라 긴장 풀면 안 되는데 두 다리 뻗고 등 기대니 하품 나오네.


출현 관측 즉시 담당 지역 사무소가 출동하는 도심과 달리 폐시가지는 스폰이 되어도 발견이 늦고 도시 쪽으로 오지 않으면 소탕도 주마다 몰아서 하거나 손 놓는 편이었다.


즉 하늘뿐만 아니라 당장 저 버려진 건물 사이에는 방치된 포유류나 우제류, 혹은 곤충형의 괴물들이 득시글거리고 있을 수 있다는 거다.


이제는 버려진 고속도로를 통해 금방 중앙동까지 도착했다. 목적지는 이곳에 세워진 창원 외계 물류 센터였다.


우선해야 할 것은 이 괴조가 등록된 종류인지 알아보는 거였다. 이전에 이미 출현한 개체라면 배우신 분들이 야행성인지, 어디를 둥지로 선호하는지, 시체만 먹는지 등 생전 관찰되거나 사체에서 얻은 정보를 도감으로 남겨두기에 놓친 녀석들을 찾는데 도움이 될 거였다.


그 외 사체를 어떻게 처리할지 또 서류를 작성하고 센터의 샤워실을 빌려 손이나 몸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나왔다.


이제 5시 넘었군. 7시까지 우명초에 가야 하니 그전까지 피 묻은 장비 손질을 끝, 내진 못하겠고 할 수 있는데까지 해야지.


슬렁슬렁 짐 풀어놨던 무인텔로 걸음을 옮기는데 지나치는 놀이터에 초록 불이 켜있다.


그린라이트가? 이 시간대면, 새벽 산책인가. 놀이터 안에 들어서서 훑었다.


여긴 놀이터보다는 공터에 좀 더 가까운 거 같다. 나 어릴 적 놀던 곳에 비해 놀이기구 수도 몇 없고 대신에 동네 어르신들이 처마 밑에 모여 떠들기 좋게 큰 정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자 학생은 그 정자 기둥 중 하나에 몸을 기댄 채 졸고 있었다. 고개를 들었다.

초록 불이 켜진 단 한 개의 신호등과 그 외의 빨간 불을 켠 모든 신호등이 보인다.


‘한때는 모두 녹색으로 바꾸면’


이 현실이 다 해결되는 거 아닐까, 10대 때 환상을 품고 20대 때 나름 한 몸 불 싸질러 봤지만 파란불이, 아니 녹색 불이 유지되는 일은 없었다.


결국 저 신호들은 무엇에 대한 정지인지 알려주는 것도 없이 시뻘건 대가리들일 뿐이다. 게다가 내가 아닌 누군가로 인해 초록 불이 들어오는 것도 희귀한 일인지라 추론도 어렵다.


그러니 뭔 구실을 대든 관찰을 하고 싶은데 협력을 해주지 않는다면 역시 스토킹이 답인가. 하아, 가끔 나 습격하는 집단 마음을 알 거 같아.


“이자 학생.”


깜빡 존 것인지 파뜩 두 눈을 뜬다. 자, 무얼 해도 어색하고 수상하겠지만 그럴듯하게 이 순간을 모면해보자.


지갑에서 발현자증을 꺼내 들었다. 이것보다는 디바이스를 신분증명서로 많이들 내밀지만 일반인 눈에는 스마트워치나 초커로밖에 안 보일 거였다. 우선 참견할 만한 직업군임을 어필하고,


“이 시간에 바깥은 위험해.”


집에 가, 라고 하기엔 이 시간에 집 밖에 있는 이유가 있겠지. 이제 뭐라고 한다냐. 평소라면 하지 않을 짓을 억지로 밀어붙이고 있으니 나까지 서먹해진다.


“편의점 갈 건데 같이 갈래?”

“‧‧‧‧‧‧이 시간에 편의점 안 열어요.”


초등학생도 안 넘어올 듯한 유괴범의 대사에 무미건조하게 답해주는 이자다. 아, 맞다. 여기 창원이지. 망할 지방, 정말 망했어. 사람도 직장도 몰려 있어서 야간에도 상권이 유지되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케바케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게, 미안. 방송 좀 할게.”


민망함에 너스레라도 떨 생각이었는데 내리쬐는 불빛에 노란빛이 섞여 든다. 이거 말이 씨가 된다, 그거냐. 하늘을 탓하고 땅을 탓하고 싶지만 뻘짓 할 시간은 없다. 선글라스를 벗고 폰 방송을 켠다.


“여기는 창원시 중앙동 무슨 길인지는,”


힐끗 옆을 바라보자 이자 학생이 뻣뻣이 굳어 있는 게 보였다. 이 동네 도로명을 나보다 더 잘 알 테지만 옆에 누가 있다는 걸 송출하고 싶지 않으니 공원 입구에 세워진 비석이나 훑었다.


“모르겠고 위치 공유합니다. 출몰 중심지는, 푸름 공원.”


이 잠깐 사이에 라방에 들어온 이들이 채팅을 치는 게 보였지만 대응해줄 여유 없다. 바로 녹화 종료, 공개로 업로드하고 다시 재관부에 전활 걸었다.


“시그널라이트 옐로. 창원시 중앙동 푸름 공원에 곧 괴물들이 스폰될 겁니다. 현장 인증은 올렸습니다. 이곳 관할 사무소 연결해주십쇼. 민간인 한 명이 곁에 있어 대피시키겠습니다.”


이것 참 신고도 힘들다. 일반적으로 괴물 출현은 사후 신고로 연락이 가기에 파괴된 현장 자체로 인증을 하지만 나 같은 경우 미리 감지하는 쪽이라 따로 인증 절차가 필요했다. 이런 일에도 사칭하며 허위 제보하는 관종들이 있다 보니.


“이자 학생, 집은 가까워?”

“‧‧‧‧‧‧‧.”


말은 없는데 시선은 명확하다. 저 표정을 나는 알고 있다.


“뭐가, 보여?”

“‧‧‧‧‧‧‧문이요.”


긴장해서 뻣뻣해진 것으로 보였던 부자연스러운 자세가 다시금 눈에 들어온다. 이어지는 추측이 소름 돋아서 억지로 끊어내고 이자만을 보았다. 물어보고 싶은 게 봇물 터지듯 늘어난다만 우선할 것은 이자의 안전이다.


“내가 네 팔을 잡으면 손을 놓아도 된다.”


대답은 여전히 없다만 아이의 팔목을 붙들자 노란 신호가 적색이 된다. 본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마룻바닥 위에 짐승 한 마리가 생성됐다. 이자 학생을 당겨 등 뒤로 둠과 동시에 막 생겨난 것이라 녀석들에게도 생기는 딜레이를 이용해 눈알에 주검을 박아 넣었다. 즉사한 사체 너머로 여럿 나타난 짐승들을 부라린다.


고양잇과. 체고는 1.2? 1.3? 그쯤. 발톱과 이빨은 육식동물 그것과 같고. 눈에 보이는 속성은 없지만 곧 알게 될 테고.


“출구는 넓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처럼 일그러진 공간 같은 데서 불쑥 튀어나오는 게 아니기에 전투할 땐 자리를 잘 잡는 것도 중요했다.


“앉아 있던 곳, 면‧‧‧‧‧‧, 전부.”


정자가 출구라는 건가. 이럴 땐 원소계 애들이 부럽다니까. 정자를 날려버리면 저것들이 더 못 나오게 되는 걸까?


우리가 주고받듯 몸집 큰 고양이들도 캬르르거리며 전면의 세 마리가 움직인다.


“일단 미안!”


공주님 안기로 보호하며 싸우는 스킬 같은 건 연마하지 못해서 이자 학생의 팔에는 안 좋을 수도 있겠지만 내 속도로 끌어당기며 정면에 오는 한 놈의 몸통을 파고들어 주검을 박는 동시에 밀어붙여 양쪽에서 달려들려던 놈들의 공격을 피했다. 짐승의 누린내가 코를 확 찌른다.


나 나름 기술파인데 역시 위기에는 몸빵밖에 답이 없네.


“거기 누워 있어!”


직접 움직이길 기다리기엔 내가 커버를 다할 수가 없어 다소 불친절하게 넘어트려 버리고 그 위에 죽은 사체를 떨어트렸다. 제깟 놈들의 발톱과 이빨이 날카롭다 한들 동족의 가죽도 비슷하게 질길 테니 이자 학생이 시체 밑을 튀어나오지 않는 이상 시간을 끌 수 있다.


작가의말

[연재분 기준]

이름: 신호

나이: 33살

취미: 훈련, 사냥

특기: 신호등

무기

(1) 주검: 자루 포함 31cm 길이의 단도.

(2) 송곳&갈고리&와이어: 갈고리는 포획이나 위치를 잡을 때 쓰이는 편이며 송곳도 장소에 따라 비슷한 역할을 하나 암기처럼 쓰이는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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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저는, 살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23.06.03 7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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