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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의 그린라이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르웨느
작품등록일 :
2023.06.03 12:30
최근연재일 :
2023.06.24 11:27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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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966

작성
23.06.0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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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 넌 언제까지 솔로할 거냐.

DUMMY

“호야, 너 왜 놀고 있었냐?”


본래 팔로 되돌린 우영이 형이 이자 학생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질책하는 어투에 쓴웃음을 지었다.


“여지를 안 주면 도망쳐요.”


당장 오늘 새벽만 해도 놓친 게 몇 마리야. 그나마 거긴 사람이 없는 폐시가지이기라도 했지, 여긴 곳곳이 이층 주택이나 삼사 층짜리 빌라, 맨션 투성이 주택 단지다.


집단 사냥해야 할 것 같은 위기감을 주는 동시에 나를 못 잡을 거 같지는 않은 수준으로 어그로 끌어야 했다.


“31마리였어요.”

“머릿수 31마리였단다. 잘 확인해라!”


우영3D 제조사 해결사들은 확인 사살한 사체들을 한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일단 시간을 확인하고 119에 전화를 걸었다. 장소와 이자 학생이 뭐에 당했는지 알려주고 재관부에도 연락해 상황 종료를 보고했다. 상황 종료 안내 방송도 짧게 찍고.


“어? 아는 애야? 응급실 보내게?”

“예, 치료 수속 받으려면 누가 곁에 있어야 하는데 형 접수만 대신해줄 수 있어요?”

“그러고 보니 시간이~ 벌써 애들 등교할 때네. 알았다, 볼일 봐.”


사체 수거와 분해된 장비들도 겸사 맡기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씻고 이동할 거 생각하면 늦겠네, 늦겠어.




「이자, 엄마 말 들어.」


한껏 쉬어서 기분 나쁘기 짝이 없는 음성이 속삭여 왔다. 어린 이자는 억지로 붙드는 손아귀에 어깨가 아팠다.


「네가 그걸 볼 수 있다는 걸 남들한테 들키면 안 돼.」


그것들이 나타날 자리에는 항상 징조가 나타난다. 어쩔 땐 깨지기 직전의 금이 간 유리창처럼 어쩔 땐 잡아당겨지는 옷자락처럼 실밥 같은 형상이 뚜뚝 끊어지며. 분명히 보이는 그 위험을 이상하게도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낳아준 피붙이조차도.


「설마 또 너도 날 버릴 거니?」


고개를 저었다. 균열을 발견했을 때 마침 친모와는 떨어져 있었고 여기 있으면 위험하다는 걸 아니까 벗어나기 위해 돌봐주던 근처의 어른에게 말한 것뿐이었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어깨를 파고드는 손톱의 힘이 줄어들지 않는다.


「네가, 제대로 안 해서, 이 엄마가 죽을 뻔했잖니?」


눈앞의 배가 갈라지며 내장이 흘러내렸다.


「내가 널 어떻게 지켜줬는데! 나 아니었으면 넌 이미 죽었어!」


목구멍에 차고 오른 피를 토한 탓에 시뻘겋게 물든 치아를 한껏 드러내며 여자가 악을 지른다.


「그 씨발놈의 새끼인 널! 낙태시키지도, 버리지도 않고 키웠다고, 내가!」


하반신이 무너져 낮아진 키로도 어린 이자를 놓기는커녕 더욱 움켜쥐며 소리친다.


「네 목숨은 내게 빚 진 거야! 이자.」


잔뜩 일그러져 흉측해진 얼굴로 깔깔깔거리는 목소리가 커진다.


식은땀을 흘리며 꼼짝도 하지 않는 몸의 부자유에 괴로워하다 눈이 번쩍 뜨였다. 하얀색에 가까운 천장과 벽, 그리고 낯선 소독약 냄새와 튜브가 연결되어있는 수액걸이. 상체를 일으키니 옆에서 반응이 있었다.


“오, 눈 떴니?”


말을 건 것은 김우영이었다. 그가 놀이터에 투입될 당시 사체 밑에 깔려 있었던 터라 이자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왜 제가 여기에.”

“신호가 너 응급실 보내랬어. 뭐, 계산은 내가 했지만. 그 녀석이 멋대로 한 거니까 비용은 신경 쓰지 마.”


감당하지 못할 병원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이자의 쿵쿵거린 심장이 조금 잦아들었다. 서둘러 자리서 일어나려는데 팔 안에 박힌 바늘이 속살을 건드려 멈추었다.


김우영은 그런 어린애를 응시했다. 도와줬다고 하면 헛치레로라도 돌아올 법한 감사 인사도 없고 얼굴도 희게 질린 것이 아직 안정적인 상태로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다더라. 고막이 좀 찢어지긴 했지만 시간 지나면 재생된대. 밥 잘 챙겨 먹고, 아, 영양 부족이라더라, 너. 지금 맞는 수액도 몸에 좋은 거니까 다 맞고 가.”

“학교 가야, 하는데.”

“응? 이런 날엔 그냥 쉬어야지. 성실한 녀석이네, 내 아들 녀석보고 본받으라 하고 싶구만. 넌 어디 학생이야? 우리 아들은 연산중 3학년인데.”


수다 떨 만한 공통분모가 보이자 김우영은 실실거리며 아들 얘기를 꺼내었다.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이라는 소리에 이자는 그제야 김우영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마른 체격의 상대에게서는 아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너, 괜찮은 거 맞지? 큰 외상은 없어도 PTSD가 생길 수 있으니 불안하면 심리상담과를 가라던데.”


말수가 없어도 너무 없는 탓에, 아들과 비슷한 나이대라는 것만으로 내적 친분이 생긴 김우영이 조심스럽게 이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우선 부모님께 연락부터 드리자. 넌 학생이면서 학생증도 안 들고 나오면 어떡하냐. 요즘 같은 세상에.”


대이변이 닥치면서 군인이 아니더라도 군번줄 비스름한 것을 액세서리인 양하고 다니게 된 세상이었다. 언제 어디서 괴물에게 습격받아 죽을지 모르는 만큼 신분증을 지참하고 다녀야지, 운이 나쁘면 죽은 사실조차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할 수 있었다.

내밀어지는 휴대폰을 받아 든 이자가 액정을 눌러 전화를 걸었다.


“네, 선생님.”


응당 나와야 할 아빠나 엄마가 아니어서 김우영은 잠깐 머릿속에 의문을 띄웠다. 물론 잠깐이었다. 생각해보니 이자의 나이대를 따져보면 이상할 것도 아니었다.


어리면 초등학교 고학년, 많으면 고등학생일 텐데 저 나이대는 대이변 초기 전후로 태어난 세대다. 당시 남녀노소 구분이 없이 살해당했지만 특히 영유아의 생존률은 심각할 정도로 낮았다. 자신의 아들인 신후도 그 옛날 신호가 달려와 주지 않았다면 죽었을 거였다.


“아니요, 저 괜찮아요. 여긴, 집 근처에요. 네, 집에 바로 들어갈게요. 선생님, 도어락 건전지가 다 되어서요.”


떠오른 과거 탓에 김우영은 눈앞의 아이가 더욱 애잔하게 느껴졌다.

통화를 마친 이자가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이자의 수액은 응급실에 와서 간단히 귀 내부를 살피고 별다른 외상이 없다는 걸 확인 후 처방된 것이라 얼마 남지도 않았었다.


결국 이자가 주삿바늘을 빼고 나갈 때까지 신호는 오지 않았다. 김우영은 전화를 걸었다.


“네, 우영이 형. 이자 학생은 이제 어때요?”

“방금 수액 다 맞고 집 갔다.”


이미 중간에 한 번 통화를 했던 터라 상태를 다시 전달하고 할 것은 없었다.


“그래요? 나도 곧 끝나는데 점심 사드릴게요. 어느 집이 맛집이죠?”

“주소 찍어줄게, 그리로 와, 인마.”




통화를 마치고 휴대폰을 다시 상의 안쪽에 넣는다. 대화 좀 해보고 싶었는데 오늘도 날이 아닌가 보네. 마음 같아서는 다 재끼고 찾아가고 싶다만 내가 벌여놓은 일들이라 무책임하게 굴 수가 없다.


“더 알아낸 게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박사님.”


소개받은 조류학자와 간단히 작별 인사를 주고받고 창원 외계 물류 센터를 나섰다. 괴조들의 특징은 박사님 쪽에서 정리해 보고해줄 거고 파티에는 누가 오려나. 우영이 형을 만나는 김에 영입도 해야겠다.


택시를 타고 형이 불러준 주소지 앞 도로에서 내렸다. 이미 먼저 와 있던 우영이 형이 밝게 웃는다.


“호야, 짜식 실종자 리스트만 빼먹고 홀랑 튀더니만 이럴 때는 꼭 형 찾지?”


따지자면 창원 쌀막걸리 사무소가 해결 못 해서 형네 업체에까지 연락이 간 거지만 일단 그런 거라 해두자. 이자 학생의 접수도 맡아주고 신세 졌다.


“내가 여기 아는 사람이 형 말고 누가 있겠어.”

“그래, 일단 드가서 얘기하자.”


형이 가리킨 곳은 뻔하지만 삼겹살집이었다. 고기는 언제나 옳으니까 나도 찬성이지만.


대패삼겹살과 소주를 주문하는 동안 주위를 훑었다. 벽에 붙은 메뉴판에는 100% 국산이라는 문구가 굵은 글씨체로 강조되어 있다.


“형, 저 문구 붉은색이에요?”

“보여?”

“그럴 것 같았어요.”


매일 생산되는 괴물 사체가 수백만인 만큼 괴물 고기도 먹을 수 있다고 밝혀진 건 축산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괴물 고기의 장점은 가격이 싸다. 그 때문에 비싼 가축 고기와 섞어서 판다든지 하는 이슈가 있어 저런 안내 문구를 붙인 모양이다.


아무리 싸고 당장은 무해하다 해도 GMO 식품처럼 장기적으로 안전한지까지는 알 수 없기에 돈이 있는 가정에서는 꺼리는 고기다.


“옛날 생각나네, 그때 정말 먹기 싫었는데. 지금도지만.”


같은 걸 떠올렸는지 추억 소환하는 얘기가 나왔다. 대이변 초기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난리였던지라 당연히 수출‧수입은 끊겼고 그 몇 년간 나는 식량 자급률이 절반도 안 되는 나라라는 게 뭔지 몸소 체험했다.


접시에 담겨 나온 대패삼겹살을 불판에 올려놓고 서로의 잔을 채웠다. 간단하게 한 잔 넘기고 상추에 금방 익은 고기를 세 개 올려 쌈장과 마늘도 합치고 한입에 씹는 우영이 형이다. 저렇게 마른 것에 비해 우영이 형은 대식가였다.


“이자 학생 진료비는 얼마 나왔어요?”

“됐어, 너랑 나 사이에. 보니까 사정도 딱한 거 같던데 네가 내든 내가 내든 똑같은 거 아니냐.”

“사정이요?”


본 시간은 짧지만 자기 얘길 하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뭔가 들었나 싶어 내막을 캐물었다.


“통화하는 거 좀 들었다. 폰도 없고 신분증도 없으니까 내 폰 빌려줬거든. 일어났으면 부모님한테 먼저 무사하다고 알려야 하잖냐. 근데 연결 대상이 선생님이더라고. 아, 사회복지사였으려나.”


그 시간에 집 밖에 있었던 건 역시 가정사였나. 얼추 짐작은 하고 있었던 부분이라 놀라울 건 없었다.


“보니까 나이대도 후랑 비슷한 거 같고. 보호자 찾아야 할 순간에 선생님 찾으면 사정이 거기서 거기지. 근데 넌 걔 어떻게 알았냐?”

“며칠 전에 연산중 출현도 내가 신고한 거였잖아요. 그때 구해주면서 봤죠.”

“아, 맞다. 너 후가 학교에 와 놓고 지 얼굴도 안 보고 갔다고 전화해서 얼마나 찡찡거렸는지 알아? 아주 아빠는 그냥 만만하지. 지금 어디서 머무는데? 창원에 있는 동안은 우리 집에서 지내라니까.”


일부러 무시하고 그냥 간 것은 아니다.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마친 후 녹색 불을 발견하고 확인하려고 접근하다가 그 근처의 신호등이 갑자기 노란불로 바뀌어서 제압에 들어간 거였다.


세 마리밖에 안 나왔고 담당 사무소가 빠르게 와주었기에 출현 방송 후 종료 방송까지 15분도 안 걸렸었다. 뒤처리는 그들에게 맡기고 아직 근처에 남은 녹색 불을 쫓다가 막힌 골목에서 구타당하고 있던 이자 학생과 마주했던 거다.


‘어쩌면 발현한 건 오늘이 처음이 아닐 수도 있겠네.’


그래도 오래되진 않았을 것이다. 괴물이 나타날 게 보이면 경고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 특이성이 소문나지 않고 아직 주변에서 아무도 모르는 걸 보면 학교 때가 능력 발현한 날일 수도 있겠다.


‘지금 엄청 불안할 텐데.’


눈앞에서 두 번씩이나 괴물에게 습격당하면 일상을 되찾기가 힘들다. 눈 끔뻑할 사이에 생겨버리는 걸 경험했으니까 잠자는 것조차 힘들게 되는 사람들도 있었다.


“넌 언제까지 솔로할 거냐.”

“형, 중매도 서요?”

“결혼할 의사는 있고? 네가 하겠다면 소개해줄 따님들은 많다만. 말 돌리지 말고. 오늘 새벽에 폐시가지에서 나타난 괴조 무리 발견자도 너라며.”


작가의말

[연재분 기준]

이름: 김우영

나이: 44세

특기: 슬라임화

직업: 우영3D 제조사&사무소 사장 겸 소장.

비고: 창원 출신. 기혼자. 슬하에 아들 하나 두고 있다. 경화 되면 굉장히 단단해지는 슬라임을 분비할 수 있어서 그걸로 메인사업을 하고 있다. 현장 출동은 자기가 사는 동네라 나서는 것일뿐 피 보는 것을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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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넌 언제까지 솔로할 거냐. 23.06.09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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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이런 패기 없는 것들. 23.06.03 2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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