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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의 그린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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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웨느
작품등록일 :
2023.06.03 12:30
최근연재일 :
2023.06.24 11:27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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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0
글자수 :
65,966

작성
23.06.0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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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 야, 너구나? 근데 눈을 왜 그렇게 떠.

DUMMY

신고한 지 아직 1분 안 지났나. 10~15분 내로 도착할 수 있게 담당 구역을 배치하니까 못해도 14분 정도만 버티면 지원군이 오겠지.


이제 짐승들은 서른 마리가 넘는다. 스폰 장소 한가운데라 등을 맡길 데도 없이 사방이 적이고 발밑에는 지켜야 하는 민간인 하나까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이렇게 수가 많으면 뒤쪽 녀석들은 자기 먹잇감을 찾으러 빠져나갈 만한데 도리어 나를 포위하듯이 폐타이어가 깔린 놀이터를 벗어나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


허리춤으로 손을 내리는 내 움직임과 함께 네 놈이 달려든다. 놈들이 노리는 곳은 각각 허벅지와 종아리, 무기를 든 오른팔과 목. 녀석들이 힘차게 바닥을 디딜 때 나는 마저 허리춤에서 접이식 봉을 꺼내어 대각선으로 휘두르며 한 바퀴 돌았다.


차르륵 소리와 함께 길어진 봉이 네 번의 둔탁한 타격음을 내었고 네 마리가 떨어져 나갔다. 후, 이럴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역시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완력이 안 따라주면 못 날린다니까 이거. 훈련, 훈련, 훈련만이 살길이다.


튕겨 나간 놈들이 길막해준 덕분에 다른 놈들이 못 덤비는 사이 봉의 윗부분에 주검을 꽂아 조립식 창으로 바꾼다. 쓰러진 놈들 중 하나라도 자상을 입히려고 날붙이 부분을 번쩍 드니 지켜 보고 있던 2열의 놈들이 뛰어든다.


어쭙잖게 방향을 트는 대신 그대로 목표한 짐승의 뱃가죽에 주검을 박아넣는 동시에 봉을 붙들고 나 역시 공중제비하며 허공을 향해 갈고리를 날린다. 공중의 신호등 대에 갈고리가 걸린 상태에서 회수 장치를 발동시키면 갈고리가 끌려오는 대신 내 몸이 위로 떠오른다.


끌려 올라가는 찰나도 낭비하지 않고 반대쪽 송곳을 내질러 또 한 놈의 뒷다리를 꿰뚫고 갈고리의 연결 부위를 해체 시킨다.


떨어질 때의 무방비함을 노려 겁 없이 달려드는 한 놈의 아가리에 창 자루를 내질러 두개골까지 개통시켜주고 착지했다. 후아, 살 떨려.


“29!”


놈들이 바로 달려들지 않는 틈을 타 주검에 꽂힌 녀석을 밟아 창을 빼내고 다시금 자세를 갖췄다. 아직 10분 안 지났나. 체감상으로는 20분도 지난 것 같은데 말이야.


질려버린 속내와 달리 겉으로는 눈알을 부라리고 있는데 마주 보는 놈들의 어깨 위치가 슬쩍 틀어진다. 음, 나 저거 아는데.


“창원 쌀막걸리 사무소다! 제압하러 왔습니다!”


하, 살았다. 놀이터의 양쪽 출입구를 막는 해결사 열댓 명을 보며 겨우 안도의 식은땀을 흘렸다. 놀이터의 두 면은 높은 경사로로 막혀 있는 상태라 저놈들도 단번에 도약을─ 할 수야 있겠지만 그때의 무방비함을 노려 이 장소를 이탈 못 하게 잡아야지 어쩌겠나.


“자야 학생, 정신 붙잡고 있어?”


돌아오는 답이 없다. 정신을 잃은 건지, 겁에 질린 건지 당장은 사체를 들춰 확인해볼 수 없으니 혹시나 정신줄을 조금이라도 잡고 있을까 싶어 입을 열었다.


“잘 참았어, 숫자 세어줄 테니까 지금처럼 믿어줘.”


창 자루 길이를 단봉으로 바꾸며 주검을 분리해 양손에 쥐었다. 지원 병력에 바깥 열의 시선이 뺏긴 것을 놓치지 않고 근처의 한 놈을 몸통 박치기로 날리고 그렇게 내어놓은 내 등을 노리고 달려드는 짐승의 위치를 예상해 그대로 허리를 틀며 봉을 스윙한다.


머릿수가 깡패라는 것을 자랑하는 것처럼 왼팔을 휘두르느라 열어둔 오른쪽을 파고드는 놈에게는 주검으로 눈구멍을 파주었다.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속력을 이용해 변화구를 주어 놈들의 주둥이를 피하는 대신 그 아가리에 주먹을 처넣는 방식으로 한 놈, 한 놈 급소를 노린다.


“28, 27!”


지킬 부담이 줄어들면 유리한 건 나지, 하면서 조금 우쭐거리려고 했는데 익숙한 비명소리가 들린다.


“아아악!”

“칼이 안 들어, 여, 염력! 빨리 쓰라고!”


‧‧‧‧‧‧. 창원 막걸리 사무소가 몇 급 사무소지. 가죽을 파고드는데 쓴 MP를 생각하면 그리 높은 등급의 괴냥이들은 아닌데.


“형제 사무소에 연락 돌려. 이거 우리만으로 못 막겠다!”

“야! 진압 방패 가져와!”

“개인장비는 알아서 챙겼어야지! 방패 없는 놈은 둔기로 무기 바꿔!”


티격태격하는 게 같이 일한 지 오래된 사이로 보인다. 직접 잡을 수준이 아니라는 걸 파악했는데도 동요 없이 전술을 바꾼다. 그건 다행인데 다른 지원군이 올 때까지 버텨야 하는 건 연장되었다는 거군.


“26.”


한 놈씩 때려잡으며 이 무리의 알파메일이 누구인지 찾았다. 주검은 허벅지의 칼집에 도로 꽂아 넣고 단봉은 다시 장봉 길이로 바꾸며 내 영역을 유지한 채 전열을 살핀다.


이렇게 머릿수가 많은데 개별행동으로 흩어지지 않는 건 보통 우두머리로 불리는 대장 녀석이 있어서다. 동족이 다섯 마리가 넘게 당했는데도 앞장서는 특별히 강해 보이는 녀석이 없는 거 보면 그 대장 놈은 조심성 많고 신중한 편인 거 같다만.


슬슬 이 고양이들도 내가 먹잇감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내 선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는데 바깥쪽에서 길을 틀어막고 있는 해결사들의 이 악무는 소리는 커져만 간다.


이 정자 밑을 떠날 수는 없다. 당장은 내게 어그로가 끌려 있지만 이 자리를 비운 뒤까지 이 녀석들이 사체 밑 이자 학생을 내버려 둘 거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까.


저기 쌀막걸리 사무소만 지원군이 올 때까지 잘 버텨준다면 나로서는 성급히 움직일 이유가 없다. 이 동네는 우영이 형이랑 동료분들도 있고 5, 6급 해결사 네다섯 명만 와도 이 수준 26마리? 금방 잡는다.


문제는 역시 저쪽 방패가 너덜너덜해졌다는 거지. 조금 더 해야겠네. 새벽부터 재무장할 새 없이 전투가 이어져 왔는지라 갈고리랑 송곳이 몇 안 남았다.


와이어야 끊어지지 않으면 몇 번이고 다시 쓸 수 있지만 부속품의 연결고리들이 바로 재활용하기 힘든 게 결함이지. 여기서 새벽에 놓친 괴조가 추가로 등장하진 않겠지?


재고 따지고 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정리하는 게 낫다. 송곳을 박거나 갈고리를 걸어 놀이터라는 한정된 공간에 머릿수만 많은 놈들의 구역을 와이어로 나눈다. 이걸 이해하는 놈은 몇이나 되나요, 괴냥이 여러분?


적어도 한 녀석은 지들에게 불리한 지리적 조건이 형성됐다는 걸 눈치챘는지 이를 드러낸 채 주둥이 끝을 떨고 있다.


야, 너구나? 근데 눈을 왜 그렇게 떠. 나도 밑천 다 털었거든? 오늘은 이거 정비 안 하면 더 이상 출동 못 해. 해도 공중전이 불편해진다고.


알파메일의 으르렁거림에, 또 내가 내딛는 한걸음에 자극받은 놈들이 달려들려다가 와이어에 걸려 철푸덕 떨어진다. 아쉽군, 가끔 어떤 녀석들은 지 살에 실이 박힐 정도로 세게 달려와주던데.


점프해 와이어 위에 선다. 이 가느다란 실 위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고 서려고 외줄 타기를 얼마나 연습했는지 니들은 모르지.


이리 뛰고 저리 뛸 공간을 제한당한 녀석들이 내가 설정한 구역 안에서 나름 치악력을 발휘해보길래 개껌 물려주듯 봉을 물려주었다. 흥분한 놈은 입에 들어온 게 무엇인지 신경도 안 쓰고 그저 씹으려고 성난 잇몸을 잔뜩 드러내는데 그렇게 드러난 목덜미에 주검을 꽂아 넣으려고 할 때.


“냐오오오오오오!”


하울링이 터져 나왔다. 여태까지 상황만 지켜보던 알파메일이 기술을 쓴 것이다. 내력이 담긴 것이니만큼 방비 못 한 저쪽 사무소 사람들이 무릎 꿇거나 귀를 부여잡으며 쓰러져버렸다.


나야 뭐 이런 거 당하지 말라고 내 신호등이 있는 거라. 내 녹 신호가 깜빡이 없이 황신호로 바뀔 때 대충 방비했다.


“아, 감춰둔 한 수가 하울링이었구나.”


쓸 수 있는 기술이 더 있을 수도 있다. 인간이 불 쏘고 물 쏘듯 우리 세상을 침략하는 이 괴물들도 독을 뱉어내고 공기를 진동시켜 충격파를 일으키고 각양각색의 힘을 지니고 있다.


“근데 네가 무리의 수장이 된 수가 더 있어야 할 거야.”

“우영3D 제조사입니다. 지금부터 현장 넘겨 받습니다.”


쓰러진 쌀막걸리 해결사들 몸 위로 녹은 플라스틱 같은 물질이 치덕치덕 떨어져 굳는다. 하, 이제 오셨네.


“우왓, 이거 뭐야. 실 같은 게 막고 있어!”

“그거 신호 장비니까 끊지 말고 들어가서 처 잡아라. 특수 소재라 내 슬라임보다 비싸거든.”


역시 우영이 형이야. 지원군이 왔으니 와이어를 치워주고 싶지만 혼자서 26마리의 발을 붙잡으려면 와이어가 특정 위치에 확실히 고정되어야 했던 터라 양팔의 장비도 신호등에 묶어두고 뛰어든 상태다.


뒤로 빠지기 전까진 조작을 못 하지. 도움을 요청하는 얼굴로 우영이 형을 바라봤다.


형의 왼손이 녹아들 듯 진득거리는 점액질로 바뀌더니 형체를 바꾸었다. 매번 볼 때마다 궁금하다. 총이나 포탄은 화약이 터져서 나가는 건데 저건 무슨 원리로 발사되는 걸까.


손가락 다섯 개 각각 하나씩 생긴 총구에서 특제 경화된 슬라임 탄환이 발사되며 괴냥이들의 질긴 가죽을 뚫고 내부를 꿰뚫는다. 기관총이라도 된 것처럼 파파파파팍 쏘고 있는 형을 보고 있자니 앞서 내가 발버둥 친 것이 참 허무하게 느껴진다. 전투엔 역시 원소계가 킹왕짱‧‧‧‧‧‧.


내가 딴 데 보는 게 기회라고 여겼는지 달려든 알파메일 머리는 그대로 날려버렸다. 지들 대장이 한순간에 당한 걸 본 괴물들이 경직하며 물러나다 와이어에 걸려 버둥거린다. 이놈들은 형네에게 맡기고 정자 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사체는 덮어놨던 위치 그대로다. 아까 알파메일이 울었었지, 음. 서둘러 사체를 들춰 보니 아니다 다를까 꼼짝도 하지 않는 이자 학생이다.


작가의말

[해당편 기준]

이름: 창원 쌀막걸리 사무소

등급: 8급 사무소

비고: 창설된 지 햇수가 좀 된다. 고향이 창원인 50대 장년들이 으쌰으쌰 단합하여 모였다. 전원 헌터보다는 따기 쉬운 해결사 쪽으로 면허를 발급했다. 창원 소주 사무소랑 사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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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착각을 깨줄 방법이 없네. 23.06.13 20 0 10쪽
7 7. 제 책임은 없다는 건 명확히 해야 하니 23.06.12 29 0 11쪽
6 6. 오냐, 어디 1억짜리 진심 한 번 들어보자. 23.06.10 20 0 11쪽
5 5. 넌 언제까지 솔로할 거냐. 23.06.09 25 0 11쪽
» 4. 야, 너구나? 근데 눈을 왜 그렇게 떠. 23.06.07 24 0 10쪽
3 3. 거기 누워 있어! 23.06.06 28 0 11쪽
2 2. 이런 패기 없는 것들. 23.06.03 21 0 10쪽
1 1. 저는, 살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23.06.03 7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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