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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의 그린라이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르웨느
작품등록일 :
2023.06.03 12:30
최근연재일 :
2023.06.24 11:27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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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966

작성
23.06.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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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 진짜 뭐 하는 놈들이지.

DUMMY

다 먹지 못한 식판을 정리하고, 아예 관계없는 사람인 척 코 박고 식판을 비우고 있는 이원효도 붙잡아 신후는 매점으로 향했다.


주머니 두둑하겠다 전부 다 주세요, 를 시전하고 획득한 군것질거리를 간이탁자에 펼쳤다.


“자, 이제 털어봐.”

“씨발씨발‧‧‧‧‧‧.”


이제 눈물이 멎은 김승필은 뒤늦게 몰려온 쪽팔림에 침몰했고 다른 애들도 시무룩했다. 반도 다르고 어울려 다닌 것도 아니라 영 입을 열게 하는 게 쉽지 않자 신후는 타겟을 바꿨다.


“야, 이원효. 너 그 깁스 신호 형 때문에 찬 거였어?”


나흘 전 이원효는 신호에게 시비 걸다가 발가락뼈에 금이 가서 깁스한 상태였다.


“으, 응.”

“다친 건 넌데 소송 건 미친놈이 우리 형이었다고?”


이원효는 눈알을 데룩데룩 굴렸다. 같은 반이다 보니 신후가 신호랑 아는 사이라고 자랑하는 걸 이미 들었었다.


“이상하다? 형이 맞아주면 맞아줬지, 널 때릴 리는 없는데.”


때렸다 쳐도 발가락뼈만 금 간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진심으로 무력화 시키거나 손 볼 훈계용이었다면 팔이나 다리를 부러트렸을 거였다. 순순히 불어라, 쳐다보니 이원효가 결국 두 손을 꽉 쥐었다.


“사실 내가 걷어찼다! 뭐!”

“와, 미쳤네. 너 다른 발현자들한테는 그러지 마라. 비누 형이었으면 그냥 벌금 낸다 생각하고 바로 밟았을 텐데.”

“그 형이 발현자인 줄 몰랐어! 미쳤다고 내가 해결사한테 덤비냐.”

“그냥 어른이어도 걷어차면 안 되지.”

“씨불놈.”


맞아도 너무 맞는 말에 이원효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안 그래도 그날 이후로 집에서 난리가 났다.


“너 그 형이랑 많이 친해? 우리 부모님 고소한 거 취소해달라 하면 안 되냐? 어차피 나 촉법소년이라 아무것도 못 할 건데.”

“아, 그래서였네. 형이 그런 거 싫어해, 너 촉법소년이라고 깔짝 댔지? 맨정신으로 와서 시비터는 정병이 은근 세상에 많잖아. 그거 때문에 형이 개인 변호사도 뒀거든? 제대로 사과 안 하면 적어도 니네 부모님 계속 불려 다니게 할 걸.”


신호가 소송을 거는 건 소송에서 이기려는 의도가 아니다. 재판이 열릴 때마다 법원에 불려 다니고 소송장을 준비하는 등 상대의 삶을 불편하게 하려고 하는 거였다.


“씨발현자, 갑질이잖아!”

“뭐래, 지가 쳐놓곤.”


저마다 먹고 싶은 간식을 봉지 뜯어 입에 물며 다들 침묵했다. 선글라스를 껴서 눈이 안 보이는 거북함은 있어도 기본적으로 웃는 인상에 부드럽게 말하는 신호인지라 마음 어딘가에서는 만만하게 여긴 것도 없잖아 있었는데 신후 녀석의 얘기를 들으니 뒤끝이 무진장 긴 사람 같다.


“원효 얘기는 알겠고 승필이랑 니들은 뭐냐?”

“뭘 모른 척해, 씨발아. 이자 그 새끼 패다가 걸린 거지.”


박재윤이 다 마신 피크를 우그러트리며 욕설로 답했다. 신후는 관자놀이를 긁었다. 이자가 따돌림을 당한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다.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고 같은 중학교로 진학한 만큼 신후도 이자가 괴롭힘당하는 걸 못 보진 않았었다.


“니들끼리 문젠데 나까지 가담한 것처럼 말하지 마라. 후, 그럼 걔 오늘 일상복인 것도 니들이 한 거야?”


더는 감출 게 없는 아이들이 피자빵이나 소보루를 한 움큼 문 채 마저 털어놓았다.

아침에 있었던 일을 다 들은 신후는 눈앞에 앉은 동년배들이 정말 이해가 안 갔다.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으면서 벌을 받을 것 같으니 당한 이자를 더욱 탓한다. 자기들이 잘못했다고는 조금도 인정하지 않았다.


“일단 체육복부터 돌려주자.”

“뭘?”

“어차피 가져간 거 니들 중 하나일 거잖아. 가서 사물함 뒤져.”


원래라면 이런 제안은 귓등으로도 안 들었을 애들인데 신호 형에게 겁먹긴 겁먹은 모양이었다. 군것질로 배를 채운 소년들은 순순히 교실로 올라갔다.




내 발로 교무실로 왔다. 이미 한 번 눈도장을 찍었는지라 누구인지 소개하는 절차 없이 이자 학생의 담임선생님을 찾아갈 수 있었다.


“식사 벌써 다 하셨어요?”

“일이 있었습니다.”

“국어 쌔앰! 승필이가 신호등맨한테 개털렸어요!”

“어, 어── 야, 조승윤 너는 선생님한테 말을 그렇게 하냐. 알겠으니까 가봐.”


뒤늦게 도착한 승윤이란 학생이 누가 먼저 와 있는지 확인도 안 하고 급식실 상황을 보고했다. 담임선생님은 날 앞에 두고 당혹스러워하다 일단 승윤 학생부터 돌려보냈다.


서로 쳐다보는 것이 어색해진다. 이럴 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다니는 게 참 좋아, 먼 창문을 바라보고 있어도 내가 시선을 어디다 두는지 상대는 알 수 없을 터였다.


“저기, 우리 애들 건드리셨어요?”

“같이 앉아 있던 거 담임선생님도 보고 가셨잖습니까.”

“어, 그래도,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곤란합니다. 학생들을 보호해주겠다고 오셨으면 학생들이 위협을 느끼지 않게 해주세요.”


이 선생님 곤란한 건 덮고 가려는 유형이었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씀 하려고 불렀습니까?”

“아, 그건 아뇨. 아침에 이자 외출 때문에 와 달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원래 이자가 외출하려면 어머님이나 담당 복지사님이 동행해야 하거든요. 양측에 연락도 없이 무단 외출한 거니까요, 여기 이자 담당 사회복지사님의 연락처입니다. 전화 달라더군요.”


요즘은 떨어진 지갑도 경찰서에 가져다주지 말라더니 딱 그런 세상인 것 같다. 어쩌겠어, 내가 자초한 거니 감수해야지. 연락처를 휴대폰에 입력하는데 옆자리에서 파티션 너머로 한 여선생님이 얼굴을 들이민다.


“최 선생님, 얘기 끝나셨어요?”

“네, 김 선생님. 왜 그러시죠?”

“아, 신호 해결사님에게 저도 용건이 있어서요.”


또 뭐지? 이자 학생 건 외엔 이 학교와 엮인 일이 없는데.


“저는 3학년 4반 학생 이원효의 담임교사인 김민희에요.”

“그 건은 제 변호사한테 얘기하세요.”


나는 지금 이자 학생 건만으로 신경 쓸 게 많다. 빠르게 교무실을 나와서 후원으로 향했다. 아직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어딜 가도 애들이 있네.


의식적으로 노란색이 없나 훑어보며 옥상으로 이동했다. 이게 그냥 봉사활동이었다면 말을 걸어오는 학생들과 농담 따먹기도 하고 좀 어울리며 하루를 보낼 텐데 안타깝게도 위장 봉사에 의뢰도 엮여 있는지라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가 없네.


먼저 이자 학생의 담당 복지사라는 사람한테 전화를 걸었다.


“초록양말 재단 사회복지사 박지영입니다.”

“네, 수고하십니다. 해결사 신호입니다. 연산중학교 3학년 2반 이자 학생 건으로 연락드렸습니다.”

“아, 신호 해결사님? 제가 먼저 연락드려야 했는데 개인정보법 때문에 연락처를 따로 주실 수 없다고 해서요, 담임선생님께 부탁드렸어요.”


밝게 올라가는 톤에 두 눈을 지그시 가라앉혔다. 이어지는 복지사 선생님의 말씀은 그렇게 몰인정하지 않았다.


“우리 이자를 두 번이나 구해주셨죠,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무래도 학교에선‧‧‧‧‧ 그렇다 보니 이자가 괴롭힘당해도 저희 센터에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는데 이자를 모른 척 지나치지 않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기 학교가 학교 폭력 문제를 묻고 가려는 것은 사회복지사 선생님에게도 그랬던 모양이다. 실컷 감사 인사만 듣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


이것 참, 나도 조금 세뇌가 되었던가 보다. 학교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서 사회복지사 선생님에게도 한 소리 들을 거라 여겼다. 진짜 이래서 한쪽 얘기만 들으면 안 돼. 연결 종료된 액정을 응시하며 잠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다음은 조력자를 구해야 할 텐데. 업무용 폰에 등록되어 있는 연락처를 쭉 훑었다. 기간은 따로 없고, 보수는 세금 떼고 사천이 안 되고, 추가금이 따로 있다지만 실험으로 변이된 괴물들을 상대해야 할 테니 난이도는 복불복. 누구한테 연락한담.


몇몇 눈길이 가는 이름이 있었지만 돌아오는 DM은 썩 긍정적이지 못했다. 압록강이라니 내려오라고 하기도 뭣한 거리야. 이 일을 할만한 사람들은 이미 할 게 많단 말이지.


이제 남은 건 지인 찬스뿐이다. 가까이 살고 실력도 좋은 적합한 인재가 바로 한 명 떠올랐지만 그의 연락처엔 손이 가지 않았다. 우영이 형한테 일을 부탁한다면 차라리.


폰이 진동하며 김우영이라는 이름이 뜬다. 마침 생각하고 있었는데 먼저 연락이 오니 뭔가 느낌이 쎄하다.


“예, 우영이 형.”

“오냐, 학교보안관은 할 만하고?”


첫날부터 성가시고 짜증났다, 고 말하기는 그렇네.


“형 덕분에요. 그거 물어보려고 전화했어요?”

“그렇겠냐? 어제 말했던 거 있지, 1억짜리.”


술 마시며 한 대화라 화제가 이것저것 중구난방이었지만 저 내용은 기억난다. 생각해보니 꽁돈 생겼구나 하고 넘길 일은 아니었네.


“오천 들어왔어.”

“‧‧‧‧‧‧.”

“선금으로 준 건 말만 전하는 거니까 그랬다 쳐. 내 계좌도 사업하니까 알아내려고 하면 아주 못 찾아낼 것도 아니지. 근데 네 대답 듣고 나서 하루 만에 또 오천 들어온 건 이상하지.”


우영이 형 말대로다. 들렸던 식당을 떠올려 본다. 옛 건물 그대로 남아있는 동네 구멍 식당 같은 곳이었다. 좁았고 테이블도 많지 않았다. 점심을 때우기 위해 백반을 찾는 나이 있으신 분들이 몇 들어오고 나가고 그랬었다.


“너 감시당하고 있는 거 같은데. 솔직히 말해라, 호야. 너 창원 왜 내려왔냐? 아니다, 이거 폰으로 얘기하는 건 괜찮은지 모르겠네. 너, 학교 마치면 후랑 같이 집에 들어와.”

“형 말대로라면 내가 일반 가정집에 들어가 있는 게 더 위험할 거 같은데.”

“젠장, 또 뭐에 물려 온 거야. 너 밤에 폐시가지 갈 거지? 그럼 그때 보자. 젠장, 사장님 돼서 좋은 게 철야 안 해도 된다는 거였는데.”


형이 할 수 있는 가장 심한 말인 젠장을 연발하며 전화를 끊는다. 나도 어리둥절하다. 내 능력이 능력이다 보니 팔다리 잘라서라도 곁에 두고 개인 신호등으로 쓰고 싶어 하는 소위 높으신 분들이 있는 건 안다. 피나 각막을 원하는 연구 집단도 있었고.


하지만 이번은 좀 다른 거 같은 느낌이다. 형을 통해 던져온 메시지는.


「난 정말 모르겠다, 호야. 넌 뭘 하려는 거냐?」


뭘 하려는가. 나에게 던진 그 물음이 놈들에게 갑자기 툭 든 게 아니라면, 그건.

나를 지켜본 지 꽤 되었다고 함축하고 있었던 거였나. 진짜 뭐 하는 놈들이지.

어쩌면 우영이 형이 압축해서 말한 것일 수 있으니 어떤 말을 전해 들었는지부터 명확히 해야겠다.


작가의말

퇴고 없이 분량만 쭉쭉 뽑아내고 싶은데 잘 안 되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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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진짜 뭐 하는 놈들이지. 23.06.16 21 0 11쪽
9 9. 응, 내가 나빴다. 23.06.13 20 0 13쪽
8 8. 착각을 깨줄 방법이 없네. 23.06.13 20 0 10쪽
7 7. 제 책임은 없다는 건 명확히 해야 하니 23.06.12 29 0 11쪽
6 6. 오냐, 어디 1억짜리 진심 한 번 들어보자. 23.06.10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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