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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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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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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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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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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3화

DUMMY

김서연은 내게 자신을 보호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하지만 보호라는 건 약자가 강자에게 부탁하는 거지 그녀가 나한테 부탁할 일은 아니었다.


“보호라니, 무엇으로부터 보호해달라는 거야?”

“그냥 나를 위협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내가 조직을 배신하고 정보는 말하는 순간 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어. 죽고 싶지 않아. 그리고 꼭 보호의 목적보다도 너와 적이 아니라 같은 편이 되고 싶어.”

“⋯근데 나한테 그런 부탁을 왜 하는 거야? 당신도 나랑 싸워봐서 알잖아, 약한 거.”

“죽을 뻔했어. 바닥에 뿌려놓은 네 피가 아니었다면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죽었을 거야.”

“그건 그렇지만 겨우 내가 보호해준다고 해서 상대할 수 있는 적이면 그냥 당신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응, 맞아. 당연히 너한테만 보호를 부탁하는 건 아니야, 너희 길드의 보호를 받고 싶어. 특히 그 S급 헌터한테.”


김서연의 말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나에 대한 정보는 이름조차 꺼낸 적이 없는데 내가 어느 길드 소속인지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너⋯ 나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어. 솔직하게 말해.”

“이름 박준호, F급 헌터, 실버나이츠 길드 소속, 24세, 가족은 부모님과 형이 있고 형은 박준혁 27세 B급 헌터, 마찬가지로 실버나이츠 길드 소속. 사는 곳은⋯.”


김서연은 내 신상정보를 줄줄이 읊었다.

그녀는 나에 대한 건 물론 가족에 대한 것까지도 상세히 알고 있었다.


“지금 협박하는 거냐?”

“협박? 무슨 협박?”

“내 앞에서 무슨 의도로 가족 이야기를 꺼내는 건데?”

“의도?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솔직하게 말하라며. 알고 있어서 말했을 뿐인데 왜 또 화내?”

“⋯내 가족을 공격할 생각은 없다는 거야?”

“아까 그런 거 하지 말라며. 네가 하지 말라는 건 안 한다니까?”


김서연은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게 만드는 날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이 여자랑 대화하고 있으면 괜히 나만 바보가 되는 기분이었다.


“나에 대한 건 어떻게 알아낸 거야?” “그건 알려줄 수 없어. 그게 내가 말하려는 정보와 연관돼 있거든.”

“⋯⋯⋯⋯.”


나는 김서연의 제안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찜찜하고 꺼림칙하기만 한 제안이었다.

강세희⋯ 아니지, 그⋯ 진짜 이름이 뭐더라⋯?

아무튼 이미 한 번 미인계에 당해본 경험이 있는 나는 더욱 의심했고 또 조심했다.

지금 김서연의 행위는 어떻게 봐도 상대 조직에서 미인계를 쓰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안 되겠어. 이제 네 장단에 놀아나는 건 끝이야.”


나는 김서연에게 가게 밖에 나갔다 와보라고 했을 때 미리 작성해둔 메시지를 전송하려고 했다.

수신인은 오주한 요원이었다.


“참고로 말하는데 헌터관리국에 신고하는 건 소용 없어.”


그런데 전송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김서연은 갑자기 그런 말을 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헌터관리국에 백날 신고해봤자 내가 잡힐 일은 없다고. 내가 주려는 정보의 힌트 같은 거야.”


그러고 보니 오주한 요원이 그랬었지.

헌터관리국 고위직에 공범이 있는 것 같다고.

그런데 그게 저렇게 절대 안 잡힌다고 자신할 수 있을 정도의 인물이라는 건가?

일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내게 주려는 정보가 어떤 정보일지 꽤 구미가 당겼다.


“그럼 그건 그렇다 치고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는데? 제대로 된 이름조차 안 알려주는 사람을 덥석 믿으라고?” “이름? 이름 알려줬잖아, 까먹었어? 김서연이야.”

“나도 나름의 정보망이 다 있는데 그런 거짓말이 통할 것 같아?”

“으음, 혹시 경찰이나 그런 데서 날 찾은 거야? 그런 거라면 당연히 헛수고야, 출생신고 자체가 안 돼서 서류상으론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거든. 그래서 지문을 남겨도 안 잡혀.”


김서연은 그렇게 말하며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A4용지 정도 크기의 너덜너덜한 양피지였다.


“그리고 날 못 믿겠으면 이걸 믿으면 될 거야. 만져봐.”


나는 김서연이 내민 양피지에 손을 대 보았다.

그냥 양피지가 아닌 아이템이었다.


[악마의 계약서]


- 영혼을 담보로 한 계약을 맺습니다. 계약은 계약 당사자 간의 권리와 의무를 온전히 이행하기 전엔 그 어떤 경우에도 파기가 불가하며 계약 내용을 불이행할 시 강제성이 발생합니다.


뭐야, 이런 건 또 어디서 구해온 거야.

김서연은 내가 자신의 말을 당연히 믿지 않을 것을 예상했는지 친히 이런 아이템까지 준비해 왔다.


“너도 알겠지만 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그래, 그건 아는데⋯.”

“아는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알았어. 딱히 급한 건 아니니까. 급한 걸로 따지자면 더 급한 건 네 쪽이고.”


난 딱히 알고 싶은 정보가 없는데 내가 급히 알아야 하는 정보가 있다니, 굉장히 신경 쓰이긴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덥석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럼 다음엔 어디서 만날까? 가고 싶은 곳 있어?”

“그냥 핸드폰으로 연락하면 안 될까⋯.” “안 돼. 만나서 이야기해.”


이 와중에 김서연은 노련하게도 나와 다시 만날 건덕지를 만들었다.


“하아⋯ 일단 알았어, 그럼 이제 용건은 끝난 거지? 난 간다.”

“바래다줄까?”

“내 차로 가는데 네가 어떻게 데려다주겠다는 거야⋯.”

“아, 그러게. 그럼 나 집에 데려다줘.”

“싫어.”

“나 혼자 사는데?” “어쩌라고⋯.”

“우리 집에서 라면 먹고 갈래?”

“라면 안 좋아해.”

“음, 이상하다. 이런 말 하면 좋아한다고 했는데.”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아직 남은 음료를 홀짝이고 있는 김서연을 뒤로 하고 카페를 떠났다.




***




헌터관리국 최고 권력자의 업무공간이자 최심부인 국장실에서 두 남자가 은밀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진기 헌터관리국장과 오주한 요원이었다.


“자네 말대로 외부 길드를 개입시키니 진전이 좀 생기는군, 특히 S급 헌터가 협조해 줘서 정말 다행이야.”

“그렇긴 하지만 이제 막 초기 수사에 접어들었을 뿐입니다. 이번에 많은 용의자를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전부 아무것도 모르는 말단에 불과해 특별히 소득은 없었습니다.”

“역시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밖이 아니라 안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건가⋯ 헌터관리국 내 배신자 색출 작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정진기 국장은 극비리에 자신이 직접 내린 수사에 대한 경과를 물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국장님,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습니다.”

“⋯그 정도인가?”


오주한 요원은 방음 및 도감청 방지가 완벽히 이루어진 국장실임에도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춰 보고했다.


“정확히 배신자를 특정할 수 있는 만큼의 정보와 확신은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기류가 오묘합니다. 배신자는 헌터관리국의 시스템을 교묘히 활용하며 수사망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거의 모든 부서에서의 은밀한 협력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오주한의 말에 정진기 국장은 소파의 팔걸이 부분을 꽉 쥐었다.


“한두 명의 일탈이 아닌 조직의 일부가 가담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군에 있을 때 가장 조심하던 게 내분이었는데 엄한 곳에 와서 제대로 터지는군.”


정진기 국장은 헌터관리국 출신이 아닌 퇴역한 육군 소장 출신의 인물이었다.

독자적인 권한이 너무 강해진 헌터관리국을 견제하기 위한 대한민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그를 헌터관리국 국장 자리에 앉혔다.

하지만 오주한은 오히려 그가 헌터관리국이 아닌 군 출신이기에 더욱 신뢰할 수 있었다.

헌터관리국의 주요 인사 혹은 요원과 전혀 접점이 없는 완전히 독립적인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진기 국장 역시 오랜 군 생활로 참군인을 알아보는 보는 눈이 탁월했기에 흔들림 없이 자신의 소임에만 충실한 오주한 요원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국장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단단히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단단히 준비라면 정확히 어떤 준비를 말하는 건가?”


오주한은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기에 본론을 말하기 전에 충분한 밑밥을 깔았다.


“유사시 많은 수의 요원 혹은 부서 단위로 국장님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헌터관리국 외부의 힘을 빌려야만 해결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길드의 힘을 빌리자는 말인가?”

“예. 만약 배신자의 규모가 제 예상대로라면⋯ 이건 단순히 배신자 몇몇을 색출해 처벌하고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조직을 거의 새로 개편해야 할 수준의 문제고 만약 그 과정에서 무력 충돌이라도 발생하면⋯.”

“내전이군.”


정진기 국장은 마른세수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푹 쉬었다.


“허, 참. 상황이 웃기게 됐구만. 헌터관리국 내부를 장악한 요원들과 외부 세력인 길드를 끌어들여 헌터관리국을 장악해야 하는 나랑 자네. 대체 어느 쪽이 헌터관리국의 배신자인 건지.”

“어려운 시기인 줄은 압니다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나마 자네 같은 요원도 있어 다행일 뿐이야. 알겠네, 자네가 고생해주게.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하고.”

“예, 그럼.”


이야기를 마치고 국장실을 나온 오주한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히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복도를 걷던 그는 마주치는 다른 요원들의 행색을 슥 살폈다.

평범했다.

모두가 별생각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들 중 테러리스트를 돕는 배신자가 섞여 있을 수도 있다니, 믿기지도 않았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 파앗!


그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한순간에 복도의 전등이 모두 꺼졌다.


“뭐야?!”

“아~ 미치겠다~! 저장 안 했는데!”


정전이었다.

일하던 컴퓨터가 갑자기 꺼졌으니 여기저기서 요원들의 원성이 난무했다.


“아, 선배님 오셨어요!”

“응. 별일 없었지?”

“제가 1시간 동안 작성하던 보고서가 날아간 것 외엔 별일 없어요⋯.”

“그러니까 수시로 저장하는 습관을 들이랬잖아.”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자 김민주 요원이 그를 반겼다.

정전은 드물지만 아주 없는 일은 아니었다.

반년에 한 번 정도는 이렇게 정전이 일어나는 일이 있었기에 오주한은 대수롭지 않게 자리에 앉아 서류를 정리했다.


“⋯⋯⋯⋯.”


전기는 금방 복구됐고 잠깐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헌터관리국은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 드르륵, 드륵!


“티, 팀장님! 와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왜, 무슨 일이야?”


- 타타타타탓!


“과장님! 과장님!”


그런데 한차례 소란이 가신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뭔지 모를 웅성임이 시작됐다.

다들 뭔가 움직임이 바쁘고 다급해지는 게 무슨 일이 터져도 터진 모양이다.

이런 조용하면서도 파도처럼 묵직하게 밀려오는 소란은 사람을 굉장히 불안하게 만들었다.


“무슨 일일까요?”


마찬가지로 소란을 느낀 김민주 요원이 목을 높이 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궁금해했다.


“가서 확인해보고 와.”

“아, 네!”


업무 중에 한눈팔면 오주한에게 혼나기 때문에 차마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를 못했지만 궁금한 건 못 참는 김민주의 성격을 아는 오주한은 그녀에게 무슨 일인지 확인해보고 오라고 명령했다.

사실 오주한도 이 소란은 단순 구경거리감이 아니라는 불길한 감을 느껴서이기도 했다.

김민주는 쏜살같이 달려가 상황을 파악했다.


“서,서,서,선⋯선배님⋯!”


그리고 상황을 파악하고 돌아온 김민주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보통 일이 터진 게 아닌 모양이었다.


“왜, 무슨 일인데 그래.”


당황하고 호들갑을 떤다고 현실이, 이미 일어난 일이 바뀌진 않는다.

언제나 감정보단 상황 파악과 해결방안 모색, 이 두 가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행동하는 그는 차분히 김민주의 말을 들을 준비를 했다.

하지만 김민주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은 오주한은 도저히 평정과 이성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구, 국장님이⋯ 사, 사망하신 것 같습니다⋯!”


김민주는 입술을 파들파들 떨며 그런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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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2화 24.03.28 1,116 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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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8화 +3 24.03.08 1,707 31 14쪽
98 97화 +3 24.03.07 1,676 3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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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화 +3 24.03.05 1,763 3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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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3화 +1 24.03.01 1,863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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