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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6.28 07: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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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6,548

작성
24.04.0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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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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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12쪽

120화

DUMMY

“이미 사람인 사람을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셔도⋯.”


신재현을 사람으로 만들어달라는 아우렐의 부탁에 아린이는 어리둥절해 눈을 껌뻑이기만 할 뿐 뭐라 반응하지 못했다.

그러자 아우렐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그동안 억눌러놨던 마음을 마침내 하소연하듯 감정에 사무쳐 말했다.


“제 입으로 하기 뭐 하지만 주인님은 인간의 탈을 뒤집어썼을 뿐이지 아직 온전하지 않습니다! 자고로 인간이란 배움과 사색으로 얻은 깨달음을 통해 스스로 규범을 구축하고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통제하고 이끌어 나가야 하는 것! 그저 본능과 감정에 휩쓸려 다니는 것은 말할 줄 아는 짐승과 하등 다를 바 없습니다!”

“어, 어⋯ 그,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요.”


아우렐은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랄하게 신재현을 깠다.

자신의 주인을 변호해야 할 소환수가 저러고 있으니 반대로 당황한 아린이가 신재현을 옹호해 줄 정도였다.


“그리고 제가 뭘 해 줄 게 있을까요? 다른 소환수들도 있고 당신⋯ 아니, 아우렐 님도 있으니 위험할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는 말처럼 아우렐이 어느 수준의 존재인지 가늠하고 있는 아린이는 그렇게 말했다.

갑자기 급발진해서 자기 주인 뒷담을 까대는 아우렐의 기세에 압도당했는지 말투나 표정이 평소대로 돌아온 뒤였다.


“사실 훈련 시켜달라고 부탁드린 건 때깔 좋은 핑계일 뿐입니다. 아린 헌터님의 말씀대로 위협으로부턴 제가 지켜드리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그저 안락한 환경에 둘러싸여 먹고 자고 싸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 그건 그렇죠.”


천사의 형태를 한 존재의 입에서 나온 천박한 표현에 나는 일단 맞장구쳤다.


“주인님께선 어린 나이에 너무 강한 힘을 얻은 탓에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고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아줄 제대로 된 어른의 지도도 받지 못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그림자 군단까지 손에 넣었으니 인격은 더더욱 자기중심적이고 폐쇄적인 방향으로만 발달했죠. 이대로면 주인님은 점점 더 외부 세계와 소통하기 어려워하게 될 거고 끝내 자신만의 세계에 갇힐 겁니다. 전 주인님이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우렐 님도 아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신재현 헌터 성질이 너무 더러워요. 저나 이쪽의 서연이는 회복력이 좋아 다치진 않았지만 괜히 곁에 뒀다가 다음엔 누구를 진짜 다치게 할까 봐 불안합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 그 상황은 저도 지켜봤습니다. 그 일에 대해선 다시 한번 사죄드립니다. 하지만 준호 헌터님, 혹시 겁 많은 개가 시끄럽게 짖는다는 말 아십니까?”

“어⋯ 네⋯.”


아우렐은 자연스럽게 내 이름을 불렀다.


“저희 주인님이 바로 그 겁 많은 개입니다. 그림자 병사는 속마음이라는 게 없습니다, 숨기는 게 없죠, 주인님은 그런 그림자 병사를 대하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속마음을 알 수 없는 보통 인간을 상대할 땐 매우 두려워하십니다. 그렇기에 혹시라도 공격당할까 더더욱 시끄럽게 짖을 뿐인 거죠. 하지만 그러다 윤아린 헌터님께 매운맛을 봤으니 앞으론 경거망동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자기 주인을 개로 비유하는 아우렐의 MSG 가득한 자극적인 취급에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나, 하는 건 별로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주인님과의 결속이 강하게 맺혀있는 저는 주인님의 감정도 함께 느낄 수 있기에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주인님께서 여러분과 조우하셨을 때 느낀 감정은 다름 아닌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신 거죠.”

“두려움이요? S급 헌터가 저희한테 두려움을 느낄 게 뭐가 있다고?”

“일종의 대인기피증이라고 할까요, 주인님은 기본적으로 매우 소심하고 겁이 많은 성격입니다, 거기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주인님은 타인과의 정상적인 교류와 상호작용을 나누어 본 적이 없어 사람을 대하는 걸 어려워하시고요. 그래서 항상 남들이 자신을 비웃진 않을까, 뭔가 실수해 미움받고 따돌림당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을 달고 사십니다.”

“아니, 그럼 더 잘해야지 그따위로 굴면 곁에 있던 사람도 떠날 것 같은데요.”

“그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복잡기괴한 것이라⋯ 주인님은 누군가에게 미움받고 무시당하는 게 너무나도 무서워서 그에 대한 방어기제로 자꾸 먼저 공격해 힘으로 굴복시키려 하십니다. 아까 전의 그 과격한 반응도 두 분께 무시당하기 전에 먼저 선공해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려는 일종의 몸부림에 불과했습니다.”

“흐음⋯.”


일단 대충 사정은 알겠다만 그렇다고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게 떠오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우렐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건 우리가 아니라 정신과를 찾아갔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참고로 정신과 상담은 이미 여러 곳을 다녀봤습니다.”


아, 이미 가봤구나.

아우렐은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말을 덧붙였다.


“저기 그런데⋯ 단련이 아니라면 정확히 제가 뭘 어떻게 해주길 바라시는 건가요? 전 심리상담사가 아닌데요.”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아린이는 길드 출입문 쪽을 슥 보고는 아우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물었다.

슬슬 신재현이 돌아올 때가 되기도 했으니 그가 없을 때 할 말이 있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듯했다.


“아린 헌터님께서 주인님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저 화를 내고 상대를 위협하면 됐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앞으로는 그런 태도를 보이면 오늘처럼 처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박아넣어 제멋대로 굴지 못하도록 참교육 좀 부탁드립니다!”

“다른 사람에게 건방지게 굴면 오늘처럼 때려달라는 말씀이신가요⋯?”

“무조건 때려달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물리력을 동원하셔도 좋습니다! 매가 약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오늘 직접 싸워보셔서 아시겠지만 주인님은 저를 포함한 그림자 군단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본인의 힘은 A급 헌터에도 밀리는 수준이니 겸사겸사 아린 헌터님께서 단련도 시켜주시면 좋고요.”

“흐음~.”


아우렐의 말을 들은 아린은 팔짱을 끼고 고민하더니 그런 말을 꺼냈다.


“저한테 무료로 봉사해 달라는 말은 당연히 아니시겠죠?”


아린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나는 내심 놀랐다.

이제 제법 길드 마스터다운 자태가 나오는구나, 윤아린.


“⋯물론입니다.”


그런 아린이의 말을 들은 아우렐은 당연히 생각해둔 게 있는지 일단 대답을 하긴 했지만 표정에 자신감이 실려있진 않았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이 조건으로 허가가 날지, 나지 않을지, 확신이 들진 않나 보다.


“자세한 것은 대양길드 측과 상의를 나누어야 하긴 하겠지만 섭섭하지 않은 액수의 훈련비를 지불하겠습니다.”


아우렐이 꺼내든 카드는 가장 단순하고 알기 쉬운 돈이라는 카드였다.


“⋯⋯⋯⋯.”


하지만 아린이는 그 조건에 매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길드 설립 전이나 초기같이 돈이 궁할 때 저런 조건을 걸었으면 조금이라도 혹했을 텐데 타이밍 나쁘게도 현재 길드의 자금 상태는 양호하기만 한 상황이었다.

뭐, 돈이야 벌 수 있을 때 벌어두면 좋은 거라곤 하지만 아린이는 아직도 우릴 공격한 신재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물론! S급 헌터님을 돈으로 매수하려는 건방진 생각은 하지도 않았습니다! 이건 그냥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조건일 뿐이고 제가 생각한 다른 조건도 있습니다!”


그런 아린이의 반응을 살핀 아우렐은 더 이상 들어보지도 않고 판이 깨질라 재빨리 다른 조건도 이야기했다.


“주인님의 전용스킬인 그림자 병사 일부의 지휘권을 부여해드리겠습니다!”


그림자 병사 일부의 지휘권?

그건 내가 흥미가 좀 생겼다.


“일부라면 얼마를 말씀하시는 거죠?”

“타인이 병사를 다루는 것엔 큰 제약이 있어 많은 수를 지원해드릴 순 없지만 3명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겨우 셋인가.

신재현처럼 1개 중대급의 병사를 거느리는 기대가 팍 깨져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고작 셋이라고 해도 아까 나와 서연이 병사 하나에게 그렇게 깨졌던 걸 생각해보면 또 아쉬워할 숫자는 아닌가?


“죄송하지만 그 약한 병사 셋 가지고 뭘 하라고요?”


하지만 아린이의 생각은 달랐다.

고작 병사 하나에 죽을 뻔한 나와 달리 수십, 수백의 그림자 병사를 두부 베듯 썰어버린 아린이는 셋이라는 숫자에 불만을 표했다.


“그림자 병사는 꼭 전투가 아니더라도 활용할 방안이 무궁무진하니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그림자 속에 숨겨 언제 어디든 눈에 띄지 않게 데리고 다니실 수 있고 특정 장소 혹은 인물의 그림자에 숨겨 경비, 미행, 경호 등의 임무도 맡기실 수 있습니다!”

“흐음⋯.”

“호, 혹시 자려고 누워 이불까지 덮었는데 불을 끄지 않은 경험을 해본 적 없으십니까?!”

“⋯있죠?”

“그럴 때 대신 불을 꺼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

“아니면 급히 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스마트폰이 보이지 않아 곤란했던 적은 없으신가요?”

“있죠?”

“그럴 때 대신 찾아오라고 시킬 수도 있습니다!”

“오⋯!”


⋯⋯나와는 포인트가 조금 다른 것 같지만 어쨌든 반응을 보아하니 아린이도 그림자 병사가 유용하다는 것을 깨우친 것 같았다.


“준호야, 네가 볼 땐 어떤 것 같아?”

“응? 나? 어차피 신재현을 신경 써줘야 하는 건 넌데?”

“그건 어려운 일 아니니까 상관없는데 네가 싫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별로 좋은 첫 만남은 아니었잖아.”

“뭐, 그건 그런데⋯.”


첫인상이라는 게 참 중요하긴 중요하다.

사실 내가 신재현을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이 아니고 해인 거래소에서 만난 게 처음인데 그때도 그다지 좋은 이미지가 남지는 않아서 내 무의식에서 신재현은 이미 싫어하는 사람 쪽으로 분류를 끝난 뒤였다.


하지만 그런 감정적인 일은 접어두고 현실적인 득실만 따진다고 하면 솔직히 돈이나 그림자 병사 같은 걸 떠나 소은 누나와 석혁 형님에 이어 또 다른 S급 헌터와 우호 관계를 다질 기회가 왔다는 게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더군다나 헌터관리국 일로 어수선한 지금 같은 때엔 더더욱.

여기 길드 터가 좋나 뭔가 계속 인연이 굴러들어오는 기분이었다.


“난 괜찮다고 봐, 아우렐 님 말대로 사람 자체가 나쁜 것 같지는 않고 잘 교류하면 서로에게 좋은 점이 있지 않을까?”

“뭐⋯ 네가 그렇다면⋯ 일단 해보기는 할게.”

“!!! 정말 감사합니다!”


긍정적인 대답에 아우렐은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자기 주인이 사회성이 떨어져 점점 세상과는 멀어지고 성격은 괴팍해져 가는 걸 지켜보는 게 소환수 입장에서 상당히 애타는 일이었나보다.


“잠깐, 왜 내 의견은 안 물어봐?”


그때, 다 결정이 난 분위기에 서연이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고 보니 얘도 신재현한테 좋은 감정이 있지는 않겠구나.

혹시 신재현과 함께 있게 돼 위협을 느낀다고 하면 또 계약서가 말썽을 피울 수 있으니 나는 일단 서연의 의견도 물었다.


“네 의견은 어떤데, 혹시 싫어?”

“아니, 상관없어.”

“그런데 왜 끼어들어?”

“그냥, 찬반을 떠나서 투표권을 준다는 데에 의미가 있는 거니까.”

“⋯그래, 앞으로는 네 의견도 물어봐 줄게.”


아무래도 서연은 그냥 소속감을 느끼고 싶었던 모양이다.


“우리 왔어! 뭐 좋아하는지 잘 몰라서 그냥 이것저것 사 왔는데 뭐 먹을래?”


그때 마침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던 하은과 신재현이 돌아왔다.

그런데⋯ 둘의 분위기가 묘했다.


“너희⋯ 뭔가 친해진 것 같다?”


둘은 사이좋게 커다란 편의점 봉투를 각각 양손에 들고 길드로 돌아왔다.

하은과 함께 편의점에 다녀온 신재현의 얼굴은 여전히 멍이 들고 퉁퉁 부어있었지만 처음 보는 해맑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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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18화 24.04.05 1,052 29 14쪽
118 117화 24.04.04 1,035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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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115화 24.04.02 1,055 27 13쪽
115 114화 24.04.01 1,070 25 13쪽
114 113화 24.03.29 1,138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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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0화 24.03.26 1,167 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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