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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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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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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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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3.0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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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14쪽

97화

DUMMY

“저기, 저기 말이야.”


위에 올라타 나를 꽉 누르고 있는 것은 여전하지만 그녀는 공격을 멈추고 내 볼을 살살 어루만지며 말했다.

여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은 없지만 그녀의 목소리, 눈빛, 행동에서 정말 사랑하는 연인을 향하는 듯한 애정이 느껴졌다.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나 네가 좋아. 정말 좋아.”


그리고 그렇게 아무 맥락 없이 진짜로 고백을 받았다.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고백 상대가 내 피를 한가득 뒤집어쓰고 있는 정신 나간 여자라니.

무언가를 빼앗긴 박탈감이 들었다.


“다들 어릴 때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는 교육 정도는 받지 않나?”

“난 김서연이야, 넌?”


뭐, 모르는 사람이라 못 따라가겠다면 지금부터 아는 사람으로 하자, 이런 건가?


“⋯⋯⋯.”


여성은 자신을 김서연이라 먼저 소개했지만 나는 입을 다물었다.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내가 누군지 알려주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귀여워.”


그런데 김서연은 내 그런 점까지 호감이라는 듯 빙그레 웃었다.

그 뒤틀리고 삐뚤어진 일방적인 애정은 불쾌감을 넘어 공포감마저 선사했다.


“그렇게 겁먹지 마. 나쁜 의도는 없어, 정말 잘해줄게, 내 모든 걸 다 줄게. 나 돈도 많아. 다 너 가져. 난 너만 있으면 돼.”


돈 많고 예쁜 여성이 먼저 구애해 온다니,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볼 만한 상황이었다.

그 여성이 내 배를 가르고 뜯어 피와 장기를 뒤집어쓰며 기뻐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면 말이다.


“지금까지 항상 꿈꿔왔어, 아무리 잡아 뜯고 뭉개도 죽지 않는 그런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그런데⋯ 그런데 이렇게 만났어, 운명 같아.”

“난 당신 장난감이 아니야.”

“응, 물론이지. 넌 나한테 뭘 원해? 뭐든지 해줄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그렇게 같이 살자.”

“이딴 짓이나 하는 테러리스트랑 같이 살 생각 없는데?”

“네가 원하면 이 일도 전부 그만둘게, 어떤 사람이 좋아? 묵묵히 집안일을 하고 널 보필하는 현모양처? 아니면 널 책임지고 먹여 살려줄 커리어 우먼? 뭐든지 괜찮아.”


도저히 정상적인 대화가 진행되지 않았다.

김서연은 진지하게 나와 결혼해 같이 사는 그런 미래를 꿈꾸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한테도 함께 살 아내를 택할 권리 정도는 당연히 있는 것 아니겠는가.


더 이상의 대화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 나는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순간적으로 몸을 굴려 마운트에서 빠져나와 암바를 걸었다.

김서연은 정말로 내게 위해를 끼칠 생각이 없었는지 어느샌가 완전히 힘을 풀고 그저 내 위에 걸터앉아 있을 뿐이라 쉽게 기술에 걸려들었다.


“⋯⋯⋯!”


하지만 기술에 걸렸다 뿐이지 효과가 있지는 않았다.

분명 김서연의 팔꿈치를 부러트릴 기세로 암바를 걸었는데 김서연은 고작 한 손의 힘만으로도 내가 전신에서 끌어오는 힘을 버텼고 심지어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팔에 매단 채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 앞에서 기술은 무용지물이었다.


“크윽⋯!”


나는 일단 몸이 자유로워진 김에 김서연과 거리를 벌리고 다시 가드를 올려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그녀는 이제 나와 싸우는 건 별 흥미가 없다는 듯 한숨을 푹 쉬더니.


- 부웅!


“컥⋯!”


순식간에 내 눈앞에 나타나 안면에 훅을 갈겼다.

가드를 확실하게 올렸지만 김서연의 주먹은 내 팔을 부러트리며 얼굴까지 온전한 펀치력을 전달했다.


- 뻐억!


“욱!”


이어지는 바디 블로우의 위력 역시 무식했다.

늑골 아래에서 위로 쑤셔 넣듯 들어온 주먹은 내 늑골을 몇 개씩 박살 내며 몸 안쪽에 쑥 박혔다.

물론 나도 열심히 반격은 날렸지만 그녀는 내 공격이 느리게 보이는 듯 주먹을 끝까지 바라보며 쉭쉭 피했고 겨우겨우 때리는 데 성공하더라도 별 타격은 없었다.


‘이, 이건 못 이겨⋯!’


속도도 위력도,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힘을 숨기고 있던 건 아닌 것 같고 뭔가의 이유로 강해진 것 같은데⋯ 모르긴 몰라도 그녀가 갑자기 이렇게나 강해진 데에는 뒤집어쓰고 있는 피와 분명 연관이 있어 보였다.


‘다시 메이스를 써야 하나⋯ 그런데 강해지기 전에도 제대로 못 맞추던 걸 지금 든다고 소용이 있을까?’


아니, 없을 것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무기가 아니다.

목적을 확실히 해야 한다.

나는 지금 굳이 그녀와 1대1로 싸워 승리를 쟁취할 필요가 없다.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현장을 보존하고 용의자를 체포하는 것.

이 테러리스트 조직의 간부급인 듯한 김서연까지 붙들 수 있으면 베스트겠지만 그건 불가능해 보이니 그냥 현장을 보존하는 데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알아서 와주겠지?’


지원을 요청할 유일한 수단인 스마트폰은 김서연의 첫 번째 공격에 진작에 박살 났다.

하지만 난데없이 연락이 끊겼으니 형이든 아린이든 이상함을 감지하고 분명 이쪽으로 요원들을 불러줄 것이다.

아니면 직접 오거나.


『 아이템 스킬 [만년빙의 주인]을 발동합니다. 』

- 쩌저저적!


용의자와 물건은 이미 만년빙 안에 가둬놨다.

나는 이제 이대로 누군가 올 때까지 버티기만 할 생각으로 다시 내 몸에 만년빙을 둘러 몸을 보호했다.

상황은 내게 유리하다.

나는 그냥 상황을 이대로 질질 끌기만 하면 그만이다.


- 터벅, 터벅, 터벅.


그런 작전으로 만년빙을 두텁게 두른 채 가만히 있는데 그녀는 나를 향해 여유롭게 걸어오더니 툭, 하고 가볍게 손끝을 가져다 댔다.

그리곤 정신을 집중해 손끝에 힘을 모았다.


‘뭐 하는 거지?’


뭔진 몰라도 괜한 불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당연히 현실이 되었다.

김서연은 나와 한 보 정도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서 하체와 허리를 휙 튕김과 동시에 거기에서 나오는 탄성과 회전력이 손끝에 실리는 순간 주먹을 쥐어 얼음을 타격했다.

그 유명한 이소룡의 원인치 펀치였다.


- 파아아아앙!


그녀의 원인치 펀치에서 쏟아져나온 충격파와 마력파가 만년빙을 뚫고 들어왔다.

만약 내가 이 펀치를 그냥 맞았다면 맞은 부위가 터지는 정도로 끝났겠지만 만년빙으로 온몸을 꽁꽁 싸맨 지금은 사실상 좁은 공간에 밀폐된 셈이었다.


“커어어억!”


밀폐된 공간 안으로 어마어마한 충격파와 마력파가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빠져나갈 곳이 없는 두 에너지는 만년빙 내부의 압력을 엄청나게 높였고 나는 무지막지한 질량의 무언가가 사방에서 내 몸을 휩쓸고 짓누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 압력에 눈알과 고막이 터지고 입과 코를 통해 체내로 빨려 들어온 압력은 폐와 위장, 그 외 온갖 장기를 다 터트려놓았다.

굳은살 특전이 있음에도 충분히 고통스러웠고 무엇보다 전신이 단숨에 터져나가는 공포가 어마어마했다.

그 공포에 나는 본능적으로 만년빙을 해제했다.


“허억⋯ 허억⋯!”

“그만하고 나랑 같이 가자.”


사실 원인치 펀치는 그리 강력한 기술이 아니고 필살기 같은 건 더더욱 아니다.

그저 주먹을 제대로 휘두를 수 없는 초근접전에서 그나마 유효타를 먹일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지 상식적으로 주먹을 크게 휘두르는 게 무조건 세면 더 세지 약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굳이 원인치 펀치로 날 공격한 것은 ‘난 너에게 이런 기술로도 이 정도 고통을 줄 수 있어.’ 라는 일종의 과시였다.


“⋯가지 않으려고 해도 소용없어, 강제로 데려갈 거니까.”


김서연은 이제 대놓고 납치를 선언했다.

이러다간 진짜 납치혼을 당하겠다 싶은 나는 필사적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해가 되지 않아. 나 정도면 얼굴도 몸매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거야? 왜 그렇게 싫어해? 취향이 아니야?”

“아니, 외모는 여자친구 후보 합격인데 속이 썩어 문드러졌잖아.”

“고칠게.”

“이미 저질러 놓은 전과가 있는데 과거를 어떻게 고치려고?”

“⋯나는 널 위해 많은 걸 양보하려고 하는데 넌 한 치도 양보하지 않으려 하는구나. 그렇다면 알았어, 지금부터는 나도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을 거야.”


- 후욱! 파바바바박!


김서연은 이제 설득은 끝이라는 듯 매몰차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공격에 전신의 뼈와 근육이 터지고 부러졌고 잠시도 틈을 주지 않는 빠르고 치명적인 연타는 내 재생속도를 상회했다.

이대로는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찰나 김서연도 날 딱히 죽일 생각은 없었는지 적당히 자리를 잡고는 정면에서 암 트라이앵글 초크를 걸어 내 목을 졸랐다.


뇌로 가는 혈류가 턱 막히며 순식간에 몸에 힘이 빠지고 정신이 몽롱해졌다.

이런 식의 공격은 딱히 데미지로 취급되지 않기 때문에 힐링팩터도 소용없었다.


“힘 풀어, 편하게 한숨 자고 일어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


그녀는 초크를 건 상태로 내 귓가에 대고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지옥⋯ 켁⋯ 가본 적 있어?”


하지만 나는 그녀를 떼어놓으려 하기는커녕 오히려 꽉 끌어안았다.

지금 이 상황은 내가 가장 원하던 그림이었다.


『 아이템 스킬 [점화]를 발동합니다. 』


- 콰아아아아아!


나는 그대로 지금까지 아껴두고 있던 점화를 사용했다.

싸우는 스타일을 보아하니 분명 한 번쯤 조르기나 관절기를 쓸 때가 올 것 같았는데 정답이었다.


“꺅⋯!”


역시 점화는 아주 효자 스킬이었다.

점화의 열기에 놀란 김서연은 낮게 소리를 질렀고 당황해서 황급히 나와 떨어지려 했다.


- 우득!


나는 최대한 오랫동안 김서연을 붙들고 있으려 노력했지만 김서연은 손날치기로 내 팔을 끊어내 버리고 펄쩍 뛰어 뒤로 물러났다.


“아파⋯.”


그녀는 빨갛게 달아오른 자신의 살갗을 보며 울상지었다.


- 타앗!


김서연이 화끈한 작열통에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을 본 나는 확신이 생겼다.

지금까지 만난 만만치 않은 적들, 이태민이나 박시후 같은 적들은 모두 점화를 귀찮은 정도로만 여겼지 저렇게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김서연은 확실히 그들보다 아래에 있다.


[축적 데미지 52155 / 115000]


더 이상 아낄 필요 없다.

지금 끝낼 수 있다.

그런 확신이 선 나는 김서연의 명치에 툭 손끝을 가져다 댔다.


『 스킬 [데미지 뱅크]를 발동합니다. 』


그리고 그녀의 원인치 펀치를 따라 하듯 주먹을 쥐며 스킬을 발동했다.


- 파아아아앙!


“하악⋯?!”


내 공격에 그녀의 명치가 주먹 모양으로 움푹 파였고 심각한 내상을 입은 그녀는 입으로 울컥울컥 피를 토하며 파들파들 떨다 이내 쓰러졌다.


“허억⋯ 허억⋯.”


그녀가 쓰러진 것을 확인한 나는 같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참나, 앞으로는 항상 데미지 뱅크를 충전해 놓고 다니든가 해야지, 처음부터 완충되어 있었으면 한 방에 끝냈을 적을 상대로 이게 무슨 개고생이야.


“핸드폰, 핸드폰 내놔.”


나는 이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물건과 용의자를 가둬두었던 만년빙을 해제하고 건달들에게 휴대폰을 요구했다.

우리 둘이 싸우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전부 목격한 그들은 파들파들 떨며 스마트폰을 건넸다.


“아, 그리고 옷도.”


점화를 사용한 탓에 옷이 홀라당 타버렸다.

곧 사람들이 몰려올 텐데 남들한테 당당히 보여줄 몸은 아니니 옷까지 뺏어 입은 나는 형에게 연락을 취하려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했다.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그런데 딱히 내가 죽인다고 한 적도 없는데 건달들이 그렇게 애원하며 호들갑 떠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들의 아우성을 무시하고 형과 아린이의 전화번호를 기억해내는 데 집중했다.


“사, 살려주⋯ 아아아악!!!”

“어?”


그런데 그들의 비명과 함께 스마트폰 화면에 피가 팍 튀었다.


“⋯⋯⋯⋯!”


고개를 들어 상황을 살펴보니 건달은 김서연의 손에 모두 전멸해있었다.

처음엔 증인 인멸을 목적으로 그들을 살해한 줄 알았다.


“하아⋯ 하아⋯ 으윽⋯!”


하지만 김서연은 죽인 건달들의 몸을 잡아 찢어 거기서 나온 피를 온몸에 치덕치덕 발랐다.

그러자 계속해서 입으로 뱉어내던 피가 멎고 빨갛게 달아오른 화상에 새살이 돋고 움푹 말려 들어간 복부가 탱탱해지는 등 몸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있어 피는 단순 강화제의 효과는 물론 치료제의 효과도 있는 모양이다.


“후우⋯ 후우우⋯.”


회심의 일격이었는데 그걸 저렇게 간단히 회복해버리는 모습을 보니 머리가 핑 돌았다.

와, 이제 어쩌지?


“⋯⋯⋯⋯.”


몸을 완전히 회복한 김서연은 가만히 나를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지긋지긋한 상황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꼭 다시 데리러 올 거야. 포기 안 해”


하지만 내게 한 번 씨게 얻어맞은 직후라 그런지 김서연은 일단 후퇴를 택했다.

피를 이용한 회복력이 좋긴 좋아도 나처럼 완전 말끔해지는 건 아닌지 그녀는 아직 배를 부여잡고 절뚝거리고 있었다.


“아니야, 제발 오지 마. 안 와도 돼, 진짜로.”


진심에서 우러나온 부탁이었다.

뭘 또 데리러 와, 무섭게, 제발 너랑은 이제 엮이기 싫어.

하지만 그녀는 들은 듯 만 듯 자리를 떠났고 나는 그녀는 쫓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저 피바다가 된 창고 안을 둘러보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완전히 깨져버린 멘탈 조각을 하나하나 주워 담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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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116화 24.04.03 1,048 26 15쪽
116 115화 24.04.02 1,043 27 13쪽
115 114화 24.04.01 1,061 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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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2화 24.03.28 1,116 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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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8화 +3 24.03.08 1,707 31 14쪽
» 97화 +3 24.03.07 1,676 3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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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화 +3 24.03.05 1,763 3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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