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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차 님의 서재입니다.

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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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차
작품등록일 :
2024.07.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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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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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폭풍을 뚫다(2)

DUMMY

기적이 존재한다면 바로 지금이 아닐까.


군세가 당도했다.

관서(關西)에서 출진한 농서후(隴西侯) 이신의 병력이다.


죽음을 각오했던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지원군이 도착하여 적들의 배후를 공격했다. 마치 꿈에서나 나올 법한 뜻밖의 상황에 온몸을 타고 전율이 밀려왔다.


“놈들이 달아난다! 끝까지 추격하라!”


대규모 병력을 동원한 월지의 준동을 포착하자마자 후미를 추격한 것이리라. 강행군을 거듭한 끝에 따라잡은 관서의 병력이 월지를 급습하면서 전투가 벌어졌다.


기병들이 드넓은 벌판을 가로질렀다.

둔탁한 소음과 흙먼지를 토해내면서 달려드는 대규모 기병군단의 모습은 파도를 연상시켰다.


결과는 이신의 압승이었다.


관서의 기병대가 휩쓸자 융단이 펼쳐지듯 핏물과 살점이 흩뿌려졌다.


“이신이다!”

“퇴각하라! 전군 퇴각하라!”


흉노족이 가장 두려워하는 인물이 몽염이라면 월지가 가장 두려워하는 인물은 이신일 터이다.


관서의 귀신이 쫓아왔다.

초원까지 집요하게 추격해온 귀신의 급습에 월지의 병력이 와해되었다.


어떻게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부소는 얼떨떨한 심정을 느끼면서 검을 내렸다. 그를 호위하던 장졸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전황을 연이어 살폈다.


‘···진짜 죽는 줄 알았네.’


폭군의 노여움을 받아 함양에서 쫓겨났을 때만 하더라도 운이 지지리도 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했건만 이런 천운이 날아들 줄이야.


이신.


몽염과 함께 진나라를 대표하는 명장이 가세한 덕분에 간발의 차로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공자, 무사하십니까!”


병장기와 군기를 치켜든 기병들이 말에서 내리면서 부소에게 군례를 올렸다. 혹독한 강행군을 강행했음을 보여주듯 온몸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상태였다.


그에 부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었다.


“농서후가 가세할 줄은 몰랐군. 몽염 상장군과 미리 상의가 된 건가?”

“아닙니다. 농서후께선 월지의 대규모 준동을 포착하자마자 북방 유목민족과의 연합을 우려하시고 출진을 명령하셨습니다.”


걸출한 장수들로 가득한 진나라에서 명장의 반열에 올라서려면 그 정도의 혜안은 있어야 한다는 건가?


과연 이신의 예상대로였다.


월지와 북방 유목민족의 연계.

이신은 몽염의 군단이 앞뒤로 포위될 것을 염려하여 군세를 일으켰다.


월지의 병력을 선두에서 휩쓸고 있는 흑색의 대장기를 바라보았다. 부관들에게 현장의 지휘를 위임하는 몽염과는 정반대로 이신은 본인이 직접 행동하는 맹장 유형의 인물인 듯했다.


“공자!”


검은색 피풍을 걸친 사내가 다가왔다.


방금까지 혈전을 벌였음을 과시하듯 어깨에 짊어진 병장기에서 피와 살점이 뚝뚝 흘러내렸다.


쇠를 두들겨서 만든 강철창이다.

게다가 강철창은 무려 7척에 달하는 길이를 자랑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들어올릴 엄두조차 못하겠지. 건장한 장정들이 서너 명은 달려들어야 진땀을 뻘뻘 흘리면서 들어올릴 터였다.


창의 형태로 제련된 쇳덩이를 마음대로 다루려면 대체 얼마나 힘을 단련해야 하는 걸까. 진나라의 맹장인 이신은 만부부당(萬夫不當)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완력을 자랑했다.


“용감하게 잘 싸우셨습니다! 과연 폐하의 아드님이군요!”

“그, 그런가요···.”


좀 더 일찍 오지 그랬습니까, 라고 농담하려 했지만 가마솥처럼 두꺼운 주먹을 보자니 본능적으로 점잖은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사람인가,

아니면 짐승인가.


시황제가 천하통일을 위해 만들어낸 괴물처럼 보이는데.


그렇다면 현대인들에게 일기당천의 상징으로 불리는 초패왕(楚霸王) 항우는 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 후세에 알려진 전승처럼 인간의 한계를 아득하게 초월한 괴물임이 분명할 터였다.


“공자! 무사하십니까!”

병력을 이끌고 결전을 벌이는 몽염을 지원하려 했을 때,


비장(飛將) 왕공염과 2만의 병력이 다급히 당도했다.


“전황은 어찌 되었소?”

“상장군께서 적의 본대를 대파하여 승세를 잡으셨습니다! 곧 승전보를 보내실 겁니다!”


상장군 몽염이라면 압승을 거두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결사의 각오로 월지의 증원군을 대적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이겨야지.


그동안 육체를 채찍질하던 긴장감이 한순간에 풀린 탓일까.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다리가 후들거렸다.


온 힘을 다해 균형을 잡았다.

전투가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었기에 마음을 놓을 순 없었다.


4만에 달하던 월지의 병력을 완파한 관서의 병력이 재정비를 끝냈다. 그리고 이신의 부장들은 기병대를 앞세우면서 몽염을 지원하고자 출진했다.



* * *



어째서,


대체 어째서 월지 놈들은 오지 않는가.


몽염의 본진을 공격하는 최후의 반격마저 실패한 유목민족 세력이 급속도로 와해되었다. 승산이 없음을 직감한 동호(東胡)의 부족장들이 병력을 이끌고 달아났기 때문이다.


절박한 심정으로 소식을 기다렸다.


하지만 전령이 가져온 급보는 절망을 선사했다. 4만에 달하던 월지의 병력이 진나라의 공격에 패퇴했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군중을 뒤흔들었다.


끝났다.


월지가 무너졌다면 승세를 회복할 방법이 없었다.


마지막까지 두만을 의지했던 강족과 저족의 부족장들도 퇴각을 결행했다.


“월지가 무너졌다!”

“퇴각하라! 서둘러 남쪽으로 퇴각하라!”


동맹을 구성하던 부족들이 하나둘씩 떨어져나갔다.


그 모습이 마치 와르르 무너지는 돌무더기를 보는 듯했다.


쌓아올리긴 어려우나 무너지긴 쉽다.

중원을 침략하여 유목민족 제국을 세우겠다는 두만의 야망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아버님, 괜찮으십니까!”


강족과 저족이 군세를 물리면서 본진의 방비가 텅 비게 되었다. 사실상 껍질을 잃은 알맹이나 다름없었다.


북쪽으로 퇴각해야 한다.


서둘러 퇴각하지 않으면 진나라 놈들에 의해 퇴로가 막히게 된다.


동생들에게 지휘를 맡긴 묵돌이 서둘러 본진으로 돌아와 아버지에게 퇴각을 진언했다.


“이럴 수 없다···! 이럴 순 없어!”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철군을 명령해주십시오!”

“빌어먹을! 몽염, 저 찢어죽일 놈에게 다시 패배해야 한단 말이냐! 초원의 대선우가 비겁한 중원 놈들에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꼬리를 말고 도망쳐야 하다니!!”

“······.”


손을 뻗으면 닿을 듯했던 기회가 사라졌다.


박탈과 상실감에 휩싸인 두만은 고함을 내지르면서 책상을 쾅 내리쳤다.


“어서 선우를 모셔라! 퇴각할 것이다!”

“예!”


묵돌이 소리치자 호위병들이 두만을 부축했다.


비틀대는 발걸음으로 군막을 나서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묵돌은 한숨을 내쉬었다.


“군채를 버리고 퇴각하라!”

“선우를 호위해야 한다! 기병들은 나를 따르라!”


부족들의 와해에도 끝까지 본진을 사수하던 흉노족 병력이 마침내 움직였다. 퇴각이 결정되자 곧바로 말에 오르면서 준비를 끝냈다.


대부분의 물자를 불태웠다.

기동력을 저해할 수 있는 짐들을 버려야 했기 때문이다.


흉노족 기병들이 붉게 타오르는 화염을 뒤로 한 채로 내달렸다. 하지만 변방을 침략한 흉노족이 초원으로 돌아가도록 진나라가 놔둘 리가 없었기에 처참한 추격전이 펼쳐졌다.


“놈들이 달아난다! 끝까지 쫓아라!”

“오랑캐 놈들, 네놈들이 갈 곳은 저승뿐이다!”


쏟아지는 화살세례.


측면과 배후를 사정없이 물어뜯는 기병들의 추격.


전투에서 패배한 흉노족 병사들은 사냥꾼에게 쫓기는 연약한 산짐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포화처럼 몰아치는 공세 속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에게 칼끝이 닿지 않기를 바라면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커헉!”


눈 먼 화살에 맞은 흉노족 전사가 말에서 굴러떨어졌다.


하지만 구원할 방법이 없었다.


자신도 파리 목숨이나 다름없는 입장인데 누가 누구를 돕는단 말인가.


바로 옆에서 전우가 쓰러져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말에 더욱 박차를 가하면서 지옥이나 다름없는 현장에서 달아났다.


“비켜라, 중원 놈들!”


묵돌이 두 자루의 곡도를 휘두르면서 퇴로를 가로막는 진나라 병력을 무찔렀다.


촤악-.

날카로운 곡도를 휘두를 때마다 시뻘건 혈선이 새겨졌다.


냄새를 맡고 몰려든 이리떼를 잡아먹는 호랑이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하지만 일신의 무력으로 열세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퇴로에서 매복하고 있던 진나라 병력이 연이어 출몰하면서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묵돌이 이쪽으로 온다!”

“놈은 괴물이다! 어서 쇠그물을 던져라!”


산짐승을 한쪽으로 내몰듯이 진나라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빠득.

묵돌이 이를 갈면서 쇠그물을 집어든 병사에게 곡도를 내던졌다.


“형님! 저희들이 막겠습니다!”

“어서 아버지를 모시고 전장을 빠져나가십시오! 금방 쫓아갈 테니!”


희생이 불가피한 중과부적의 상황임을 통감한 걸까.


혼단과 황기가 휘하의 기병들과 함께 말머리를 돌렸다.


“머, 멈춰라! 안 된다!”

“형님···! 부디 대업을 이루십시오!”


묵돌이 절규를 토해내면서 소리쳤다.


하지만 특공을 결심한 혼단과 황기는 망설임 없이 나아갔다. 날카로운 검을 번쩍 치켜든 채로 말을 재촉하면서 벌떼처럼 몰려든 적들에게 달려들었다.


동생들의 희생을 물거품으로 만들 순 없다.


본인의 무력함을 통감한 묵돌은 아버지 두만을 호위하면서 아비규환의 전장에서 벗어났다. 부디 동생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랐으나 안타깝게도 염원은 이뤄지지 못했다.


머리는 장대에 매달리고 몸뚱이는 구덩이에 던져졌다.


다른 흉노족 병사들이 그러하듯 말이다.


부흥을 꾀하던 흉노족의 야망이 작은 모래알처럼 덧없이 가라앉았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두만과 묵돌은 소수의 병력과 함께 사막으로 달아나는 떠돌이 신세가 되고 말았다.



* * *



초유의 전쟁으로 후세에 기록될 중원 세력과 유목민족 세력의 전역이 종결되었다.


진나라의 대승.

유목민족 연합의 붕괴.


도합 30만을 상회하는 대규모 병력의 충돌이 드넓은 초원을 붉게 뒤덮었다.


전투에 참전했던 유목민족 세력과 월지의 병력은 반절이 죽거나 사로잡히는 대패를 당하고 말았다. 진나라가 퇴로까지 포위하는 섬멸전을 가했기에 결과가 처참할 수밖에 없었다.


푸욱-!


코와 입을 면포로 가린 진나라 병사들이 시산혈해의 현장을 누볐다.


임무는 아직 살아있는 적들의 숨통을 끊어내는 것이었다.


수색해야 할 전선이 너무 넓었다.

병사들은 무려 열흘 동안 전장을 돌면서 도살자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사, 살려주시오!”

“한 번만 아량을 베풀어준다면··· 진나라에 충성을 다하겠소!”


포로로 사로잡힌 흉노족의 부족장들이 모두 목 없는 귀신이 되고 말았다.


이제 강족과 저족의 우두머리들이 처형대에 오를 차례였다.


눈앞에서 목이 잘리는 광경을 목격한 강족과 저족의 부족장들은 입에 게거품을 물면서 자비를 구걸했다. 초원의 후예로서 맹세했던 결의를 까맣게 잊었는지 벌벌 떨기에 바빴다.


“무슨 부귀영화를 바라고 흉노족의 편을 들었나? 그러게 줄을 잘 골랐어야지.”


채찍을 매몰차게 때렸으니 이제 당근을 줄 차례였다.


갑옷을 걸친 청년이 손짓하자 강족과 저족의 부족장들이 포박에서 풀려났다.


“감사합니다, 대인!”

“저와 부하들을 살려주시면 평생 은혜를 갚겠습니다!”


스릉-.


포박을 풀어준 진나라의 무관들이 돌연 칼자루를 뽑아들었다.


“황제 폐하의 적장자이신 부소 공자이시다!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려라!”


허튼수작을 부렸다간 그대로 불귀의 객이 된다.


숨이 턱 막힐 정도의 위기감을 인지한 수백 명의 부족장들이 즉시 흙바닥에 엎드렸다.


“전장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한 그대들에게 제안을 하고 싶네.”


부소가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재차 말을 이어나갔다.


“아! 강압적인 협박은 아닐세. 제안을 거부한다면 흉노 놈들처럼 머리와 몸이 분리될 뿐이야.”


어르고 달래는 듯한 말투였지만 아무튼 죽이겠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누가 칼 들고 협박했음?’ 이라고 말하면서 칼 들고 위협하는 행동이었다.


작가의말


멋진 제안을 하지.


너도 진나라인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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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암습(2) +20 24.08.06 13,669 366 11쪽
20 암습 +14 24.08.05 13,927 3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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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신진군 +27 24.08.02 14,036 37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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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접전(2) +15 24.07.26 14,359 335 12쪽
11 접전(1) +13 24.07.25 14,672 335 11쪽
10 출진 +21 24.07.24 15,015 358 13쪽
9 대규모 원정 +14 24.07.23 15,317 364 12쪽
8 망진자호(亡秦者胡) +21 24.07.22 15,514 408 11쪽
7 두 번째 상소문 +18 24.07.21 15,895 406 12쪽
6 상장군 몽염 +13 24.07.20 16,353 394 11쪽
5 30만 정예군단 +18 24.07.19 17,239 387 13쪽
4 다시 돌아온다면 +15 24.07.18 18,003 431 13쪽
3 추방 +23 24.07.17 18,985 429 14쪽
2 진나라 황실 +17 24.07.16 19,804 463 14쪽
1 공자 부소 +43 24.07.16 23,075 48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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