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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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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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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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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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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군 몽염

DUMMY



오르고스 고원에서 대패하여 사막으로 달아났던 흉노족의 선우(單于) 두만이 빠르게 유목민족들을 규합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강족(羌族)과 저족(氐族)을 비롯하여 서역에서 활동하는 유목민족들도 모여들었다.


두만을 구심점으로 결집된 수많은 유목민족들은 진나라에게 패배하여 세력권을 상실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에 두만은 흉노족의 명성과 반진(反秦)의 불씨를 이용하여 거대한 규모의 연맹을 구성했다.


진나라를 적대하는 유목민족들이 뭉쳤다.


두만과 부족장들의 목적은 오르고스 고원을 돌파하여 중원을 침략하는 것일 터.


거대한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

심상찮음을 직감한 몽염은 다급하게 부장들을 소집했다.


“낭패로군. 하필이면 지금 오랑캐들의 준동이 벌어지다니···!”


쾅-!


솥뚜껑처럼 두꺼운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상장군(上將軍) 몽염.


그가 험상궂은 얼굴을 일그러트리자 뺨에서 미간까지 가로지르는 깊은 검흔이 꿈틀거렸다.


“당장 놈들을 기습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분명 놈들은 구원군에 세력을 결집시키고 있을 겁니다!”


구원군은 몽염의 북벌을 통해 설치된 지역이었지만 현재는 흉노족에게 빼앗긴 상태였다.


장성 이북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황하로부터 시작된 지류가 주변을 감싸고 있는 고립된 지역이었던 탓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가 없었다. 그것을 간파한 흉노족은 선조들의 땅인 오르고스 평원을 빼앗기자마자 구원군(九原郡)과 운중군(雲中郡)을 차지하여 새로운 세력권으로 삼았다.


치욕적인 일이다.


황제께서 선포한 진나라의 새로운 군현들이 흉노족에 의해 더럽혀지다니.


유목민족들의 맹주를 자처하는 두만을 죽이고 구원군과 운중군을 탈환해야 한다. 휘하의 장수들이 강경한 목소리로 몽염에게 총공세를 진언했다.


“만약 동호까지 흉노족에게 가세한다면 사태가 더욱 복잡해집니다.”

“상장군!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흉노족이 구원군과 운중군을 장악했다면 요서(遼西)의 동호(東胡)와 결탁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동호마저 흉노족과 연합한다면 옛 연(燕)나라 전선이 위태로워진다.


결단을 촉구하는 부장들의 목소리에 몽염은 침음을 삼켰다.


“오원과 허건은 북지군으로 내려가 기병들을 소집하라. 그리고 맹각은 당장 함양에 파발을 띄워라. 사태의 다급함을 상세히 고해야 한다.”

“예, 상장군!”


북방 유목민족들의 연맹과 전면전을 치르게 된다면 대규모 기병전이 될 터.


전면전에 대비하여 육성한 수만 기의 기병군단이 북지군에 주둔하고 있다. 중장갑으로 무장한 철기병들을 전장의 선두로 내세운다면 단숨에 흉노족 군세를 격파할 수 있으리라.


“공자께선 정말 기구하시군. 폐하의 노여움을 받아 험준한 변방으로 계시거늘···. 하필이면 지금 상황에 오랑캐들이 준동한단 말인가. 두만 선우가 북방의 맹주를 자처하고 있으니 분명 쉽지 않은 전투가 될 터인데.”


진나라의 황제께선 위대한 전쟁군주였지만 역설적이게도 슬하의 아들들은 모두 전쟁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문외한이었다.


아들들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겠다는 부성애의 결과일까.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즉위하자마자 연속적으로 전쟁을 겪었기에 언제나 무거운 중압감을 견뎌내야 했겠지. 그렇기에 황제는 자식들이 모두 장성했음에도 군사를 맡기지 않았다.


“아버지.”


군사회의가 끝난 뒤,


몽연화가 다가왔다.


왕씨 가문과 함께 3대에 걸쳐 황제를 보필한 몽씨 가문의 아가씨는 군중에서 어사(監御史)를 담당했다. 계산이 서툰 아버지를 보필하다보니 군리를 맡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혼기를 완전히 놓치고 말았다.


올해로 스물다섯.


노처녀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나이였다. 게다가 혼기에 매우 민감한 명문가 출신의 아가씨였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부소 공자께서 머무르실 처소를 마련했습니다. 부시현을 대표하는 상단주가 기거하던 저택이라면 함양의 공자께서도 만족하시겠죠.”

“수고했다.”


몽염이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몽연화가 입을 열었다.


“부소 공자께선 어떤 분인가요? 함양에서 들려온 소문대로라면 기개와 담력이 대단하실 텐데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폐하에게 맞섰겠어요?”

“흐음···! 글쎄다.”


낯가림이 심하고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백면서생.


그것이 바로 몽염의 뇌리에 새겨진 부소의 모습이었다.


무척이나 불경스러운 생각임은 알지만 ‘엄격하고 완강하신 폐하의 맏아들이 맞는가?’ 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다툼을 싫어하고 학자들과 토론하길 좋아하던 공자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침음을 삼켰다.


‘부소 공자께선 절대로 그럴 분이 아닌데···. 함양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어전에서 정면으로 폐하에게 맞서다니, 내 머리로는 도저히 짐작조차 되지 않는군.’


후우.


몽염이 무거운 한숨을 내쉰 이후에 대답을 이어나갔다.


“부소 공자께서 이제 북지군을 넘으셨으니 머지않아 알게 될 게다.”

“네.”


함양을 떠들썩하게 만든 장본인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들이 너무도 많았다.


앞으로 열흘 뒤면 만날 수 있을 터.


몽염은 기대와 심려를 동시에 느끼면서 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진나라의 수도인 함양에서 오르도스 고원이 위치한 상군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힘과 체력을 극한까지 요구하는 강행군이었다.


함양 인근은 넓은 도로가 개통되어 있어 이동하게 수월했지만 북지군의 경계를 넘자마자 울퉁불퉁한 황무지가 부소 일행을 맞이했다. 그로 인해 미친 듯이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멀미를 억누르는 고역을 겪게 되었다.


빌어먹을.


그냥 얌전히 효자 노릇이나 했어야지.


이제 쫄깃한 육질을 자랑하게 된 엉덩이를 주무르면서 후회를 곱씹었다.


후회한들 뭐가 달라지겠는가.

완전히 눈엣가시로 전락했으니 이제 안락한 삶은 영영 누리지 못할 텐데.


“괜찮으세요?”

“엉덩이에 불이 나는군. 혹시 괜찮다면 물로 꺼주겠나.”


맞은편에 앉은 은리가 물었다.


그에 양손으로 엉덩이를 주무르면서 대답했다.


“조금만 참으세요. 이제 대우현에 도착하니까요. 아마 오늘은 대우현에서 머무르게 되겠네요.”

“이게 대체 무슨 고생인지···.”

“하지만 이게 다 공자님께서 자초하신 일이잖아요.”

“······.”


북지군의 중심인 대우현에 도달했으니 목적지까지 절반 가까이 도달한 셈이다. 아직도 강행군이 절반이나 남았음에 절망하면서 시종들과 함께 마차에서 내렸다.


오랜 강행군 때문일까.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하마터면 중심을 잃을 뻔했다.


허우대만 멀쩡한 말라깽이의 육신에 재차 실망감을 느꼈다. 이왕이면 초인적인 신체능력을 자랑하는 인물에게 빙의되었다면 좋으련만, 부소의 허약한 몸뚱이는 전력질주를 10초만 해도 흙바닥을 나뒹굴 정도로 처참했다.


“오셨사옵니까!”

“소장들은 상장군을 보필하는 장수이옵니다!”


지방관의 치소에 도착하자 두 명의 장수들이 맞이했다.


오원. 허건.

상군과 북지군을 관할하는 몽염 휘하의 비장(飛將)이었다.


당장이라도 전투에 나설 것처럼 무거운 갑옷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수많은 전장을 종횡무진한 숙장임을 증명하듯 문외한이 보기에도 장수들의 모습은 빈틈없이 완벽했다.


“북지군에 도달하니 수많은 기병들이 흙먼지를 나부끼면서 벌판을 가로지르고 있더군. 물자를 가득 실은 수레들이 장사진을 이루는 광경도 보였네. 분명 상장군이 동원령을 내렸겠지.”


수많은 병력과 물자들이 한꺼번에 집중되고 있었다. 그것은 상장군 몽염이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흉노족을 모두 격퇴하여 오르고스 고원을 장악하지 않았는가.


감히 중원의 통일제국을 대적하려는 어리석은 하룻강아지들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두만 선우가 변방의 부족들을 규합하여 전선을 침탈하기 시작했사옵니다.”

“흐음. 두만이라면 상장군에게 대패한 흉노족의 우두머리로군.”


두만.


수많은 부족들을 규합하여 흉노 제국의 초석을 마련한 초대 선우였다.


유목제국의 역사를 열어젖힌 영웅으로 평가받는 인물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오자 당혹감을 느꼈다. 그의 옆에는 흉노 제국을 건국한 불세출의 영웅인 장남 묵돌이 좌현왕(左賢王)으로 보필하고 있을 것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흉노 제국의 전성기는 아직 멀었다.


진나라는 멸망하지 않았고 유방과 항우의 쟁패도 시작되지 않았다.


하지만 초원을 통일한 흉노족들의 거친 말발굽이 언젠가 전쟁으로 피폐해진 중원을 짓밟을 것이기에 두만과 묵돌의 존재에 벌써부터 경각심을 느끼게 되었다.



* * *



북지군에 주둔하던 기병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목적지인 상군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러자 상장군 몽염을 위시한 장수들이 예를 취하면서 환대했다.


“상장군 몽염이 부소 공자를 뵙사옵니다.”


몽염은 몽씨 가문의 내력임을 증명하듯 동생 몽의처럼 험상궂은 얼굴을 자랑했다.


얼굴에 새겨진 깊은 흉터.

육중한 갑옷 위에 흑색늑대의 가죽을 덮어썼다.

그리고 대장군과 상장군에게 하사하는 황제의 보검이 납검된 채로 이채를 흩뿌리고 있었다.


수많은 장수들을 거느린 상장군 몽염은 과연 흉노족을 대파한 명장답게 압도적인 위압감을 자랑하는 인물이었다. 옥좌에서 천하를 호령하던 시황제가 은연중에 떠오를 정도였다.


“함양에서 상장군의 명성을 익히 들었소. 진나라를 대표하는 불세출의 영웅이 아닌가.”

“과찬이십니다.”

“부황의 노여움을 받아 좌천된 죄인에 불과하니 편하게 대해주시오.”

“아니옵니다. 지금부터 소장이 충성을 다해 공자를 보필하겠습니다.”


몽염과 함께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러자 열병식을 거행하듯 질서정연하게 도열한 병사들이 군례를 올렸다.


물 흐르듯 완벽하다.

모든 장졸들이 하나의 몸통을 이루는 듯했다.


천하를 제패했던 강병들에게 군례를 받게 되자 맹렬한 고양감이 솟구쳤다. 거센 모래바람에도 부동을 유지하는 장졸들의 모습을 통해 진나라의 기상을 관측할 수 있었다.


‘역전의 강병들을 이끌고 천하를 호령한다면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겠지.’


본능에서 비롯된 욕망이 꿈틀거렸다.


몽염과 30만 대군을 내 휘하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쳤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강병들의 용맹무쌍한 모습을 보자 야심이 활활 타올랐다.


백면서생인 부소가 몽염의 군세들을 보았다면 위축된 면모만 보였겠지. 지금 들불처럼 타오르는 야욕은 순전히 본인의 마음속에서 촉발된 의지였다.


‘내가 미래를 개변하지 않으면 저들은 모두 죽는다. 조고의 계략으로 몽염이 자살하면서 부장이던 왕리가 군권을 이어받지만 거록에서 항우에게 대패하여 몰살당하게 된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한 장졸들도 모두 산 채로 황무지에 매장당하지.’


그것이 바로 거록대전(巨鹿大戰)이다.


중원 전역의 반란을 정벌하면서 승승장구하던 진나라의 정벌군이 모두 전멸하게 된다.


미래를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십만 명의 장졸들이 초패왕(楚覇王) 항우에게 죽는다.


북방을 수호하는 충성스러운 정예군단을 호해와 조고에게 넘겨줄 생각은 없다. 몽염과 왕리를 위시한 장졸들을 모두 내 사람으로 만들어 진나라를 멸망시키려는 유방과 항우를 대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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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출진 +21 24.07.24 15,015 358 13쪽
9 대규모 원정 +14 24.07.23 15,319 364 12쪽
8 망진자호(亡秦者胡) +21 24.07.22 15,516 408 11쪽
7 두 번째 상소문 +18 24.07.21 15,898 406 12쪽
» 상장군 몽염 +13 24.07.20 16,356 394 11쪽
5 30만 정예군단 +18 24.07.19 17,241 387 13쪽
4 다시 돌아온다면 +15 24.07.18 18,004 431 13쪽
3 추방 +23 24.07.17 18,986 429 14쪽
2 진나라 황실 +17 24.07.16 19,808 463 14쪽
1 공자 부소 +43 24.07.16 23,080 48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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