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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차 님의 서재입니다.

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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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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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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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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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전(4)

DUMMY



대월(大月).


바람에 펄럭이는 적기(敵旗)를 통해 두만에게 가담한 세력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월지(月氏)가 분명하다.

서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한 유목민족 세력이 전장에 개입했다.


훗날 월지는 흉노족에게 대패하여 거점을 상실하고 몰락하게 된다. 하지만 전성기였던 지금의 월지는 흉노족에게 3만의 병력을 흔쾌히 파견했을 정도로 강대한 영향력을 떨치고 있었다.


“방진!”

쿠르르르릉-.


100여 대의 검차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움직였다.


성벽이 움직인다.

좌우로 연속하여 연결된 검차들의 일자진(一字陣)은 마치 철옹성을 연상시켰다.


돌격을 대기하던 월지의 기병들은 철옹성의 위용에 당혹감을 토해냈다. 햇빛에 반사되어 찬연한 역광을 발산하는 검차의 존재는 빛을 두려워하는 말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중원 놈들이 만든 조악한 병기일 뿐이다!”

“돌격하라, 월지의 전사들이여!


거센 땅울림이 시작되었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기병들이 함성을 내지르면서 돌격을 감행했다.


“온다!”

“궁병! 놈들을 쏴라!”


월지의 기병들이 흙먼지를 나부끼면서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그를 포착한 궁수들은 일제히 화살세례를 가하면서 철옹성의 위용에 도전하려는 적에게 죽음을 선사했다.


푸욱-!

눈 먼 화살이 날아들어 기병의 머리를 꿰뚫었다.


화살세례에 목숨을 잃는 병력이 늘어났다. 하지만 월지의 기병들은 용맹하게 화살세례를 돌파하면서 검차에 이르렀다.


히이잉!!


“크악!”


말이 울부짖으면서 경기를 일으켰다.


그로 인해 등에 타고 있던 기병이 흙바닥에 고꾸라졌다.


날카롭게 벼려진 쇠붙이 때문이다.

게다가 철갑에 반사된 역광이 말의 시야를 교란시켰다.


월지의 기병들은 초원의 용맹한 정예병이지만 검차를 상대하는 것은 처음이다. 성벽처럼 완고한 방어벽을 어떻게 뚫어야 할지 몰랐기에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커헉!”

“가까이 다가가지 마라!”


전장에서 망설이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검차들의 틈새 사이로 날카로운 장창이 사출되면서 갈팡질팡하던 기병을 찔렀다.


멀리 떨어지면 화살세례의 표적이 된다.

그렇다고 가까이 접근하면 장병기에 노려진다.


철옹성의 방벽을 부수고자 기병들을 투입하는 것은 무의미한 행동이다. 그것을 깨달은 월지의 장수들은 기병을 물리고 보병을 투입시키는 공세의 전환을 선택했다.


‘괜히 별동대에 가세하겠다고 말했나? 아니, 상장군 몽염과 30만의 정예군단을 포섭하려면 어떻게든 전장에서 당당하게 공적을 세워야 된다···! 백면서생 취급이나 받으면서 안전한 본진에만 있으면 장졸들의 진심어린 충성을 얻어낼 수 없어.’


황제의 장남이라는 신분을 이용하면 장졸들에게 쉽게 충성을 받아낼 수 있겠지.


하지만 그것은 빈약한 충성에 불과하다.


신분과 혈통 따위로는 안 된다.

절박한 전선에서 일련탁생(一蓮托生)의 전투를 치른 전우라는 상징성이 필요했다.


그저 명령을 내릴 뿐인 위정자보다는 선두에서 함께 싸우는 야전의 지휘관에게 당연히 마음이 기울기 마련이다. 몽염을 비롯한 진나라의 수많은 장수들도 야전에서 치열한 접전을 치르면서 명장이라는 명성을 얻지 않았던가.


꽈아악-.


고삐를 거세게 거머쥐었다가 내려놓았다.


그리고 말에서 내려 검차에 의지하던 병사들의 어깨를 붙잡았다.


“물러서지 마라! 본대가 적들을 완파할 때까지 후방을 지켜야 한다!”


후방이 뚫리면 본대가 위험하다.


3만에 달하는 병력이 한꺼번에 배후를 급습한다면 본대의 전열이 완전히 무너지게 되리라.


버텨라.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소리쳤다.


선두의 장졸들이 검차의 손잡이를 굳게 잡으면서 상체를 기울였다. 그리고 두 눈을 매섭게 뜨면서 전방에서 달려드는 수많은 적들을 맞이했다. 기병이 철수하고 보병이 투입되면서 본격적인 공방이 펼쳐졌다.


“놈들의 방진을 뚫어라!”

“검차가 뚫리면 모두 죽는다! 막아라!!”


창과 방패.


공격과 수비가 팽팽하게 맞섰다.


날카로운 병장기들이 계속해서 검차의 철갑을 두들겼다. 장창을 내지르면서 가까이 접근한 월지의 전사들을 떨쳐내려 했지만 저항이 매우 완강했다.


“큭!”


눈 먼 화살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천운이 도왔는지 바로 옆에 떨어졌다.


‘전장에선 눈 먼 화살이 가장 위험하다더니···. 하마터면 아무것도 못하고 죽을 뻔했네.’


전장에 선다는 것은 죽음을 짊어진다는 것과 같았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알 수 없다.


군세를 지휘하던 대장이 예상치 못한 이유로 절명하여 전투에서 패배하는 경우는 의외로 매우 흔하다. 그렇기에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느껴야 했다.


“어서 놈들을 떨어트려라!”

“큭! 거머리 같은 놈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무거운 도끼를 휘두르면서 검차를 내리치는 굉음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철갑은 매우 견고하지만 무적은 아니다.

3만의 병력이 계속해서 달려들면 당연히 바스러질 수밖에 없다.


날카로운 장창을 내지르면서 도끼를 휘두르는 부수(斧手)들을 죽였다. 하지만 부수들은 선두의 병력이 처참하게 죽어나가고 있음에도 끝까지 도끼를 휘두르는 용맹을 떨쳤다.


도끼가 철갑에 균열을 냈다.

뒤이어 철퇴가 휘둘러지며 움푹 패인 균열에 구멍을 뚫었다.


“크악!”


뚫린 구멍을 통해 장창을 찔렀다.


그러자 검차에 의지하던 진나라 병사가 가슴팍을 관통당한 채로 쓰러졌다.


“뚫어라! 뚫어라!”

“방진이 무너진다!”


끼릭-. 끼리릭-.


불길한 소리를 내던 검차들 사이로 틈새가 열렸다.


돌격을 거듭하던 월지의 전사들이 그것을 놓칠 리가 없었다.


틈새를 비집고 들어갔다.

철옹성처럼 완강하던 방진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쏴라!”


내부로 들어온 전사들을 맞이한 것은 화살세례였다.


방진이 돌파될 것을 대비하여 궁병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월지의 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망설임 없이 활시위를 놓으면서 면상에 화살을 꽂았다.


“놈들이 들어온다! 무기를 들어라!”


보병들이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밀물처럼 몰려드는 적들을 향해 돌격했다.


“장군, 돌파된 쪽을 계속 열어두시오.”

“예? 그게 무슨···.”

“억지로 틀어막으려 했다간 다른 검차들까지 모두 뚫릴 거요. 차라리 비좁은 틈새를 이용하여 각개격파를 노리는 편이 낫지 않겠소?”

“으음! 알겠습니다!”


도끼와 철퇴에 유린당한 검차들은 이미 기능을 잃었다.


뚫려버린 틈새를 봉합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좁은 틈새를 이용해야 한다.


방진을 온전하게 돌파하지 못한 월지의 병력은 대부분 가로막힌 상태였다. 대군으로서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적들의 불리함을 전적으로 이용한다면 각개격파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었다.


‘예상대로 뚫렸나···! 젠장, 검차를 완벽하게 운용하기엔 시간과 기술력이 현저히 모자랐어. 도끼와 철퇴에 검차가 뚫려버리다니.’


기원전의 조악한 기술력을 이용하여 중세의 병기를 만들었으니 빈틈이 존재할 수밖에. 장대비처럼 빗발치는 화살세례를 바라보던 부소는 침음을 삼키면서 전선을 주시했다.


방진이 돌파되었지만 병력은 건재하다.


뚫으려는 쪽과 막아서는 쪽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고착상태가 형성되었다.


“모든 병력은 백병전을 개시하라!”

“진나라 놈들의 방진을 뚫었다! 다 죽여라!”


촤아악-!


방진이 열렸다.


전열이 붕괴된 전장의 중심에서 혈전이 펼쳐졌다.


중원과 유목민족,

향후 수천 년 동안 반목하게 될 원수관계가 서로에게 검을 휘둘렀다.


육중한 철퇴로 머리를 가격하면서 뇌수가 뿜어졌다. 날카로운 칼날이 복부를 가르자 선홍빛의 장기가 울컥울컥 흘러내렸다. 그럼에도 양군 병사들은 거침없이 혈전을 이어가면서 승리를 부르짖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라! 상장군이 본대를 쳐부수고 돌아올 거다! 그때까지 월지 놈들을 막아내면 우리들이 이긴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아비규환의 광경에 정신이 혼미했다.


토할 것 같다.

고막을 찢어발기는 소음이 연신 작렬했다.


그럼에도 부소는 이를 빠득 갈면서 선혈을 뒤집어쓴 채로 응전하는 병사들의 사기를 고무시켰다. 구역질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격앙된 목소리를 내지르면서 주먹을 거머쥐었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밖에 없으니까.’


백면서생의 말라깽이 몸뚱이로 검을 휘둘러봤자 짐만 될 뿐이다.


잘 알고 있다.

본인의 무력함을 잘 알기에 만용을 범하지 않았다.


그런 볼썽사나운 노력이 빛을 발한 걸까? 방진을 뚫고 침투했던 월지족 전사들이 반격을 버텨내지 못하고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3만의 병력을 투입했음에도 백병전에서 한계에 느낀 것이다.


“이놈들!”


왕립.


몽염 휘하의 맹장이 월도를 휘두르면서 적들을 격퇴했다.


수많은 적들을 베었는지 온몸이 피로 범벅이 된 상태였다.


다른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선두에서 싸운 진나라 병사들은 거칠게 숨을 들이키면서 칼끝을 치켜들었다.


“공자, 월지족의 기병들이 방진의 측면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정면에서 밀렸으니 측면을 도모할 생각인 듯합니다!”

“예, 어떻게든 버텨냅시다.”


적을 몰아내고 방진을 수복했다.


비록 적의 군세는 건재했으나 백병전에서 패퇴했으니 기세를 상실했을 터였다.


버틸 수 있다.

머지않아 몽염이 회전(會戰)을 끝내고 돌아오리라.


상장군 몽염을 향한 신뢰가 강철처럼 견고했다. 그렇기에 백병전에서 승리한 진나라 병사들은 몽염과 왕리가 본대를 이끌고 돌아올 것을 예상하면서 자신감에 찬 반응을 보였다.


“힘을 내라! 상장군께서 돌아오실 거다!”

“무식한 오랑캐들 따위가 상장군의 상대가 될 수 있을 리가 없지!”


이긴다.


눈앞에 승전이 보인다.


적들에게 삼면이 포위된 상황이었음에도 확신을 내비쳤다. 백병전의 패퇴로 기세를 잃은 월지족 병력은 방진을 돌파할 여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두두두두두두두──!!



잠시 긴장감을 풀고 있었을 때,


지축을 뒤흔드는 땅울림과 함께 굉음이 울렸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진나라 군세를 포위한 월지족 병력의 배후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설마··· 적의 증원군인가?”


악몽처럼 느껴지는 최악의 상황이다.


지평선 너머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등장한 월지족의 새로운 병력이 기세등등하던 진나라의 사기를 처참하게 박살냈다.


1만은 족히 넘는다.

본대 3만에 이어 증원군이 투입되면서 드넓은 초원을 새카맣게 뒤덮었다.


함성을 내지르면서 승세를 확신하던 진나라 병사들의 낯빛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변수였기에 더욱 참담할 수밖에 없었다.



우우우웅!!



고각이 울렸다.


재차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월지족의 신호였다.


그를 증명하듯 수만의 군세가 전열을 정비했다. 모든 병력을 투입하여 총공세를 감행하겠다는 뜻이리라.


“큭!”


부소가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행동을 만류하는 호위병들을 지나치면서 선두로 향했다.


북채를 들었다.

앙상한 양손으로 북채를 휘두르면서 북을 쳤다.


둥! 두웅!!


“물러서지 마라! 전열을 사수하라!”


천하를 통일한 시황제의 아들이 그대들과 함께 할 것이다.


거친 북소리가 전장을 강타하면서 중압감에 억눌린 병사들을 위로했다. 그러자 두려움으로 인한 떨림이 잦아드는 것과 동시에 불안감이 담긴 목소리들이 멎었다.


“부소 공자께서 선두에 서셨다!”

“진나라 만세! 함양의 황제 폐하를 위하여!”


온몸에 피칠갑을 한 진(秦)의 용장들이 병장기를 치켜들면서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월지족의 4만 병력이 총공세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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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암습(2) +20 24.08.06 13,670 36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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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출진 +21 24.07.24 15,015 358 13쪽
9 대규모 원정 +14 24.07.23 15,319 364 12쪽
8 망진자호(亡秦者胡) +21 24.07.22 15,516 408 11쪽
7 두 번째 상소문 +18 24.07.21 15,900 406 12쪽
6 상장군 몽염 +13 24.07.20 16,358 394 11쪽
5 30만 정예군단 +18 24.07.19 17,243 387 13쪽
4 다시 돌아온다면 +15 24.07.18 18,004 431 13쪽
3 추방 +23 24.07.17 18,988 429 14쪽
2 진나라 황실 +17 24.07.16 19,812 463 14쪽
1 공자 부소 +43 24.07.16 23,085 48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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