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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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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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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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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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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전(3)

DUMMY

황하를 사이에 둔 진나라와 유목민족 연합의 공방전이 열흘 동안이나 쉬지 않고 이어졌다.


수많은 장졸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로 인해 강물은 비릿한 핏물과 시체들로 혼탁해졌다.


치열한 공방전에서 승기를 거머쥔 세력은 철기병을 앞세운 진나라였다. 철기병의 공세에 묵돌과 동생들마저 무너지면서 유목민족 연합은 본진을 뒤로 물리는 치욕적인 결단을 내렸다.


“적들이 20리 밖으로 본진을 물렸습니다. 구원현과 임옥현에 진을 친 듯합니다.”

“많이 급했나 보군.”


구원현(九原縣)과 임옥현(臨沃縣)으로 진채를 옮겼다.


그것은 흉노족과 유목민족 세력이 힘싸움에서 밀렸음을 의미했다.


장졸들의 사기가 많이 꺾였을 터.

열흘 동안 막대한 피해를 감수했음에도 결국 패퇴하였으니 더욱 사기가 떨어졌으리라.


지도를 바라보던 몽염은 비장(飛將) 왕공염에게 비어버린 본진을 점령하도록 명령했다. 급하게 철수를 결정했는지 군량과 건초를 일부 방치해두고 떠난 흔적이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하핫! 오랑캐 놈들이 어지간히도 두려웠나 보오!”

“철기병의 맹공에 두려워하지 않을 놈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흘 내로 두만과 부족장들이 백기를 흔들면서 투항할 것이옵니다!”


제 목숨보다 소중한 군량과 건초마저 내버려둔 채로 도망치는 추태라니.


오합지졸이나 다름없는 놈들이다.

마침내 공방전에서 승전을 거두자 진나라의 장수들이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무성후, 혹시 적전계일 가능성은 없는가?”

“함부로 단언할 순 없습니다만··· 열흘 동안 적들도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만약 적전계라고 한다면 필시 불리한 전황을 뒤집을 만한 속셈을 품고 있을 겁니다.”


적전계(敵戰計).


의도적으로 패전하여 아군을 끌어들이려는 수작이 아닐까 우려스럽다.


몽염의 물음에 왕리는 난색을 표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진군을 멈추시겠습니까?”

“아니, 그럴 순 없네. 한시라도 빨리 구원군과 운중군을 탈환해야 해.”


전투에서 승전을 거두었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흉노족과 유목민족들이 건재하다.

또한 구원군과 운중군도 여전히 오랑캐들의 손아귀에 있었다.


대규모 원정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선 북방의 맹주 노릇을 하는 두만을 참살해야 한다. 강족과 저족을 위시한 부족들을 쳐부쉈지만 흉노족의 본대가 건재했기에 여전히 결착은 나지 않았다.


“이제 중원은 장마에 접어들었겠지. 범람한 강물이 서서히 북방에 이를 걸세. 강물이 계속 깊어지면 도하에 차질이 빚어질 터.”

“상장군, 그럼 결전을 서둘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마로 불어난 누런 강물이 본류를 타고 북방에 이를 것이다.


수심이 깊어지고 유속이 빨라진다.

그렇게 되면 구원군과 운중군 탈환에 어려움이 생길 터였다.


휘하 장수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전면전을 준비하도록 명령했다. 교활한 이리들이 무슨 속셈이든 정면에서 쳐부수겠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혹시 상장군께선 적의 매복을 염려하고 계시오?”

“···그렇사옵니다.”


가만히 경청하던 부소가 입을 열었다.


그에 몽염은 침음을 삼키면서 대답했다.


“좋은 방안이 있소. 물론 해괴하고 무모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상장군께서 듣고 결정해주시오.”

“예.”


두만이 어떤 전술로 전황을 뒤집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군에겐 유목민족 세력이 모르는 비밀병기가 존재했다.


변수를 일으키려는 적들에게 변수로 대응한다.

전쟁과 군략을 모르는 문외한이기에 가능한 얼토당토않은 전술이 곧이어 부소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 * *



구원현과 임옥현으로 진채를 물렸던 유목민족 세력이 병력을 결집시켰다.


7만이 넘는 병력이 준동했다.

철기병의 급습과 열흘 동안의 공방에서 많은 피해를 입었음에도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듯 쩌렁쩌렁한 고각소리를 울리면서 기세를 떨쳤다.


전면전이 성사되었다.


승패를 결정할 장소는 한없이 펼쳐진 구원군의 드넓은 평야였다.


병력의 움직임이 훤히 보인다.

작은 구릉조차 존재하지 않는 탁 트인 벌판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힘과 힘의 격돌을 통해 종지부를 찍게 될 터.


유목민족 세력을 대적하고자 상장군 몽염은 13만 대군을 거느리고서 황하를 건넜다. 흙먼지를 나부끼면서 드넓은 벌판에 들어선 진나라 병력은 어느 때보다도 군중이 엄중했다.



둥! 둥! 둥! 둥! 둥!



양측에서 동시에 북소리가 울렸다.


전장에 돌입하는 장졸들의 사기를 고무시키기 위함이었다.


“몽염! 기필코 네놈의 육편을 씹어주겠다!”


호랑이의 가죽을 덮어쓴 거구의 남성이 말을 몰면서 선두에 나섰다.


두만.

흉노족의 선우이자 유목민족 연합의 맹주였다.


숙명의 적수를 맞이하고자 호기롭게 선두로 나선 두만은 위압감을 과시하듯 무거운 도끼를 번쩍 치켜들면서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흉노족의 전사들이 병장기를 높게 들어올리면서 선우의 용맹에 가세했다.


“비겁한 졸장부가 용케도 낯짝을 드러냈군. 네놈의 숨통을 이번에야말로 끊어주마.”


밀집대형을 이루던 보병들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흑마에 올라탄 장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몽염.

진나라 최고의 명장.


험상궂은 얼굴에 새겨진 깊은 검흔.

검은색 늑대의 가죽과 허리춤에서 번뜩이는 상장군의 보검.


시커먼 갈기를 늘어트린 흑마가 울음을 토해내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숙명의 적수를 마주한 두만은 과거에 당한 치욕을 곱씹으면서 복수심을 불태웠다.



부우우우우──!!!



천하를 호령하는 영웅들이 서로를 마주했다.


그 순간 나팔이 울리면서 전장의 승패를 결정할 기병들이 움직였다.


“어서 공격대형을 갖춰라!”

“무관들은 어린진을 전개하라! 단숨에 적의 기병들을 꺾어야 한다!”


온몸을 칠흑으로 무장한 진나라의 기병들이 어린진(魚鱗陣)을 전개했다.


역삼각형.

적의 심장부를 단숨에 관통하기 위한 진형이다.


선두를 맡은 철기병을 중심으로 공격대형이 갖춰졌다. 고된 훈련과 경험으로 단련된 정예임을 증명하듯 3만에 이르는 기병들이 유려하게 움직이면서 어린진을 완성했다.


“혼단, 황기.”

“예, 형님!”


묵돌이 신호를 보내자 동생 혼단과 황기가 움직였다.


그리고 부족장들이 행동을 개시하면서 어린진을 대적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날개를 펼쳐라!”

“강족은 좌측을, 저족은 우측을 맡는다!”


병력은 당연히 진나라가 우위였지만 기병들의 숫자만큼은 유목민족 세력이 앞섰다.


학익진(鶴翼陣).

좌우로 날개를 펼쳐 적들을 단숨에 포위한다.


드넓은 벌판은 민첩한 기동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되는 전장이다. 상대적으로 느린 철기병이 아군의 심장부를 들이치기 전에 좌우를 포위하여 섬멸한다면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을 터였다.


“형님, 배치가 끝났습니다.”

“이제 아버지의 명령을 기다려라. 나발이 울리면 단숨에 진격한다.”


콧잔등 위로 땀방울이 떨어졌다.


온몸을 타고 흐르는 혈류가 더욱 뜨겁게 박동치는 듯했다.


긴장. 고양감. 두려움.

수많은 감정들이 노도처럼 몰아쳤다.


부대를 지휘하는 장수부터 한낱 무명소졸에 이르기까지 똑같은 격정을 느끼고 있으리라. 돌격명령이 떨어지면 양측의 승패가 결정될 때까지 살육만을 반복하게 될 테니.


꽈악-.

목숨줄을 부여잡듯 병장기를 거머쥐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였음을 직감했는지 군마들도 숨죽인 채로 잠깐의 고요를 느꼈다.


“대진의 용장들이여, 적진을 향해 돌격하라!”

“위대한 선조께서 후예들을 지켜보고 계신다! 중원 놈들을 진멸하라!”


무성후(武城侯) 왕리.


우현왕(右賢王) 묵돌.


고막을 찢어발기는 나발소리가 울리자마자 대장들이 돌격을 명령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도합 수만 기에 이르는 기병들이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거친 말발굽이 대지를 짓밟았다.

그리고 전장을 자욱하게 가리는 흙먼지가 솟구쳤다.


활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일직선으로 돌격하는 기병. 바로 눈앞까지 적의 기병들이 접근했음에도 계속 박차를 가하면서 저돌적인 육탄공세를 감행했다. 자신의 명줄을 앞당기는 자살행위임을 알면서도 결코 멈추지 않았다.



우드드드드득!!꽈직-! 콰드드드득!!



말과 말이 부딪치면서 끔찍한 파육음이 울렸다. 절구에 뼈와 근육을 넣고 절굿공이로 꾹꾹 내리치는 듯한 소리였다.


몸통이 부딪치면서 휘청거렸다.

척추가 완전히 꺾여버린 말이 고깃덩이가 되어 쓰러졌다.


온몸을 철갑으로 무장한 철기병은 쉽게 돌파했지만 일반 기병들은 그대로 쓸려나갔다. 충격에 휩쓸린 병졸과 군마들이 처절하게 나뒹굴면서 지옥도를 만들어냈다.


무려 수만 기에 이르는 기병들이 한꺼번에 동원된 최초의 회전(會戰)이다. 그렇기에 요령과 융통성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무식한 돌격만이 반복되었다.


“쏴라!”

“진나라 놈들을 죽여라!”


측면에 배치된 강족과 저족의 궁기병들이 활을 쏘면서 측면을 노렸다. 과연 초원의 노련한 전사답게 쉴 새 없이 들썩이는 말 위에서 표적을 사냥했다.


화살세례가 파고들었다.

노련한 궁기병들의 사격이 이어질수록 피해가 가중되었다.


일점돌파에 특화된 어린진은 측면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을 간파한 궁기병들은 집요하게 화살세례를 이어나가면서 어린진의 돌파를 둔화시키려 했다.


“짓밟아라!”


하지만 화살 따위에 철기병의 돌격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흉노족 군세를 돌파했다.

온몸에 피와 살점을 뒤집어쓴 철기병들은 날카로운 창끝을 뻗으면서 적의 심장부로 나아갔다.



* * *



진나라와 유목민족 세력의 대규모 회전이 펼쳐지고 있었을 때,


3만의 병력이 출현했다.

흉노족의 요청을 받고 달려온 월지(月氏)의 군세였다.


보름이 넘도록 강행군을 거듭하면서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황하 너머에서 진나라와 동맹군이 대규모 회전을 치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월지는 계획대로 배후를 급습하려 했다.


“저, 저게 대체 뭐냐?”


날카로운 창검을 늘어트린 수많은 수레들이 성벽처럼 일자진(一字陣)을 이루고 있었다. 전장에 당도한 월지의 병력은 뜻밖의 변수에 잠시 당황하는 반응을 보였다.


철갑을 두른 수레였다.


100여 대에 이르는 철갑의 수레들이 길을 가로막았다.


전장에 가세하려면 병력을 뚫어야 한다.

서쪽으로 크게 우회하면 무사히 건널 수 있겠지만 그만큼 시간을 크게 허비될 터였다.


“젠장! 중원 놈들이 어떻게 알고 후방에 병력을 배치했단 말인가!”


대략 1만에 달하는 병력이다.


뚫어내기 쉽지 않겠지.

병력을 돌파하기 위해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진나라의 방진을 바라보면서 잠시 고민하던 월지의 장수들은 특공을 결정했다. 피해를 감수하는 한이 있어도 어떻게든 전장에 가세하여 진나라의 본대를 궤멸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모든 장졸들은 위치를 고수하라! 놈들을 절대 보내선 안 된다!”


전장에 당도한 월지의 병력이 움직였다.


이제 대대적인 공세가 시작될 터.


아군보다 훨씬 많은 대군이다.

공세가 펼쳐지면 그대로 쓸려나갈 것만 같았다.


방진을 형성한 진나라 병사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면서 검차(檢車)에 의지했다.


“공자, 어서 기병들과 함께 피신하십시오! 소장들이 막겠나이다!”

“이미 늦었소. 방진을 벗어나는 순간 벌집이 될 텐데. 상장군에게 자청하여 전선에 나선 몸이니 당연히 위험을 감수해야지.”


비장(飛將) 왕립과 송봉이 아연실색한 모습으로 소리쳤다.


그에 부소는 바들바들 떨리는 어깨를 애써 추스르면서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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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전(3) +17 24.07.27 14,036 3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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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접전(1) +13 24.07.25 14,672 335 11쪽
10 출진 +21 24.07.24 15,015 358 13쪽
9 대규모 원정 +14 24.07.23 15,317 364 12쪽
8 망진자호(亡秦者胡) +21 24.07.22 15,514 408 11쪽
7 두 번째 상소문 +18 24.07.21 15,896 406 12쪽
6 상장군 몽염 +13 24.07.20 16,353 394 11쪽
5 30만 정예군단 +18 24.07.19 17,239 387 13쪽
4 다시 돌아온다면 +15 24.07.18 18,003 43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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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진나라 황실 +17 24.07.16 19,805 463 14쪽
1 공자 부소 +43 24.07.16 23,075 48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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