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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흠나양 님의 서재입니다.

야인무적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유한세상
작품등록일 :
2024.05.08 22:07
최근연재일 :
2024.06.29 18:30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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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723
추천수 :
1,348
글자수 :
336,997

작성
24.06.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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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5쪽

반야(反夜)-3

DUMMY

“하하하.”


색향로로 돌아오는 내내 서막의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

스쳐 지나가는 행인들 전부가 힐끗거리며 수군댔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묵묵히 걷던 북궁백이 기어코 한마디 던졌다.


“그렇게 기쁘냐?”

“그럼. 백, 너도 그 미치광이들 표정 봤잖아. 소태 씹은 표정이 가관이었지. 제대로 찬물 끼얹었어.”


일 초.

단 일 초 만에 승부가 결정됐다.

그것만이라면 관중들의 열기가 확 식어버리진 않았을 것이다.

북궁백은 진행자가 상대를 소개하고 있을 때, 관중의 환호를 이끌어내던 상대를 기습했다.

상대는 급히 쌍도를 교차해 막으려 했으나, 그 위력은 전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자가 감히 막아낼 수준이 아니었다.


적막에 빠진 투기장.

둘의 비무를 기대하던 관중들은 기대와 흥분으로 달아오른 얼굴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것도 잠시, 정신을 차린 그들은.


-우.


야유를 쏟아냈다.


“무성전주, 그 역겨운 놈이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는데 어찌나 통쾌하던지.”


서막은 숨넘어갈 듯 꺽꺽대며 웃었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났는지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만락광야도 보고 있던 거, 알아?”

“안다. 눈도 마주쳤지.”


층 구분 없이 계산식으로 긴 의자가 놓여 있던 관중석 위에는 나무 벽으로 구분된 방이 쭉 이어져 있었다.

비무대 방향으로 벽이나 창문 대신 난간을 세워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였는데, 그중 가장 좋은 자리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가진 남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북궁백은 그를 보자마자 만락광야 곡여량임을 알아차렸다.


‘기도는 대전사나 남궁세가 태상가주와 비견할만 했지만 기질은···.’


좋게 말하면 경쾌하고 나쁘게 말하면 천박했다.


“그 노괴, 계획이 틀어졌는데도 웃더라. 그게 조금 마음에 걸려.”

“그보다 그 옆에 있는 여자 알아?”

“그 애첩? 두 달 전부터 끼고 살던데 이름은 몰라. 항상 입 다물고 고개를 숙이고 있더라고.”

“내가 본 것이 정확하다면 오미주라는 여자가 맞을 거야.”

“그게 누군데?”

“오합련주 오원평의 딸.”


서막은 상당히 놀란 듯 발걸음을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내 헛웃음을 터트렸다.


“허. 어이가 없군. 그럼 그 오미주란 년이 노괴를 사주한 건가? 다른 사람에게 휘둘릴 위인은 아닌데.”

“영향이 전혀 없진 않겠지.”

“만약 그 여자가 이번 일에 관련 있다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어.”


서막은 그동안 기녀들에게 보였던 약한 모습과 다르게 싸늘하게 중얼거렸다.

북궁백은 다시 걸음을 옮기며 오미주에 대해 생각했다.


‘악연이군.’


오미주는 동정호에서 자신과 남궁세가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었고, 자신은 형산에서 그의 아비를 죽였다.

두 사건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는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녀와의 시비가 없었어도 오원평을 죽였을 테니까.

조금 영향이 있다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뿐이다.


그런 그녀가 지금 항주에 있다.

적련방의 수뇌부 한 명과 도주했다고 들었거늘, 어떻게 여기에 와 있는 걸까?

청월루에서 오미주가 물러날 때의 눈빛을 기억하면 만락광야를 사주한 것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오미주를 감시할 수 있겠어?”

“그건 힘들어. 만락산장은 산 위에 있는 데다가 누가 접근하는 걸 용납하지 않거든.”

“그럼 방도들하고 기녀들에게 그 여자의 용모파기를 전달하고 조심하라고 전하는 게 좋겠군.”

“흠. 생각보다 더 위험한 년인가 보군. 알겠다. 그렇게 하지.”


그 이후 색향로로 돌아온 지 세 시진은 지났을까?

기녀들이 손님에게 들은 소문을 들려주었다.


“방주님 친우분, 엄청난 강자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는데요?”

“그게 무슨 소리야?”

“무성전에 진행자 있잖아요. 무광학사인지 뭔지. 그 자가 그랬대요. 철혈쌍도는 실력 차이가 커서 기습에 반응하고도 일 초를 받아내지 못한 거라고.”


거리에 나가 확인해본 결과, 그 소문이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었다.

무광학사라는 자의 권위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서막의 얼굴이 소태 씹은 것처럼 구겨졌다.


“빌어먹을 늙은이.”


고작 열두 시진도 채 지나기 전에 비슷한 방식으로 되돌려받았다.

보나마나 다음 비무에도 수많은 관중이 들어찰 것이 분명했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다시 찾은 무성전.

관중석은 원단 길거리처럼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북궁백은 비릿하게 웃는 무성전주를 뒤로 하고 서막과 눈빛을 교환한 후 투기장으로 나섰다.


“내 돈 물어내라. 이 자라 같은 놈아.”

“건방진 놈.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이전과 달리 야유와 욕설이 귀를 울렸다.

나무 기둥 수십 개가 박혀 있는 비무대 위로 올라가기 전에 관중석을 쓱 훑어보았다.

핏발이 선 눈으로 목에 핏대를 세워 잘 알아듣기도 힘든 괴성을 토해낸다.


‘광인들이야.’


저들 대다수는 무공을 익히지 않은 양민들이다.

아니면 이류도 되지 못하는 수준이거나.

그들을 보호해주는 든든한 수단이 있다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칼을 찬 무인 몇몇이 그들 사이에 있긴 하나, 고작해야 이류.

무성전 투기장에 참가하는 무인들이 살심을 가진다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데도 고작 돈 몇 푼 잃었다고 욕과 야유를 날리는데 망설임이 없다.


“...”


북궁백은 고개를 저었다.

본성이 저런 이들인지, 향락에 물들어 타락해버린 이들인지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얻을 것만 얻고 한시라도 빨리 이 광기의 소굴에서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

비무대 위로 올라가자 상대는 보이지 않고 무광학사라는 진행자가 앞을 가로막았다.


“지난번과 같은 불상사가 벌어질까 두려워 그대를 먼저 입장시켰소. 이번 비무는 특별한 규칙이 적용되니 잘 들어두시오.”


그의 경직된 어조에 북궁백이 싸늘하게 되물었다.


“너희가 정한 규칙에 내가 따라야 하는가?”

“광야께서 말씀하셨소. 이번에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그대는 지켜야 할 이들이 있지 않소?”

“그러면 오늘이 노괴와 나의 생사결이 벌어지는 날이겠지.”

“흘흘. 객기부리지 마시오. 광야께서 그대의 노림수를 모르고 있을 거라 여기시오?”


무광학자가 비웃었다.

북궁백은 고개를 돌려 저번 그 자리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만락광야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유만만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살광을 번뜩이는 오미주도.


“규칙이 뭐지?”

“이번 비무 장소는 저 나무 기둥 위요. 죽거나 나무 기둥 위에서 떨어지면 그것으로 승패를 정하겠소. 양측 참가자가 기둥 위에 올라가면 그때부터 바로 시작이오.”

“별짓을 다 하는군.”

“관중들은 평범한 걸 지겨워하거든. 나도 그렇고.”


말을 마친 무광학자는 기둥 위로 훌쩍 올라가더니 관중들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관중들은 열렬한 환호성이 그를 반긴 후 숨죽여 귀를 기울였다.

비무 시작 전, 호사가처럼 떠들어대는 그의 입담은 비무 관람을 한층 더 즐겁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투기장이 적막에 휩싸이자 흡족한 미소를 지은 무광학자가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무성전의 특별 비무가···.”


북궁백은 그의 목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눈을 감았다.


‘이번에 제대로 확인해봐야겠어.’


지난 비무 자체는 역했으나 나름대로 얻은 것이 있었다.

태청단을 복용하고 증진된 내공의 위력이다.

정확히는 두 배로 늘어난 내공과 진원진기의 배합 비율에 대한 감을 잡았다.

또한, 태청단을 흡수하면서 혈도에 쌓여있는 탁기 일부를 태웠기에 전반적인 위력도 증가하기도 했다.

즉, 이전과 같은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진원진기의 양이 줄어든 것이다.

수련 중에 진원진기를 사용할 수 없는 북궁백으로서는 이번 비무가 만락광야와의 생사결에 앞서 마지막 점검이었다.


“이제 붕산혈귀 북궁백에 대적할 무인을 소개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눈을 즐겁게 만드는 사자무(獅子舞)의 달인, 혈무사(血舞獅) 두일, 두이 쌍둥이 무인입니다!”


관중들의 환호성과 함께 반대편 문이 열렸다.

관중석 한쪽에 있던 악공들이 북과 제금을 치며 흥을 돋우자, 은빛 사자탈이 요란한 춤사위를 벌이며 등장했다.


차라랑. 차랑.


거칠게 머리를 흔들 때마다 털 대신 달린 예리한 소도가 부딪치며 악기처럼 쇳소리를 냈다.

펄쩍 뛰어오를 때마다 상체를 조종하는 무인의 종아리에 달린 날붙이가 시퍼런 검광을 발산했다.


“말로만 듣던 사자혈무를 오를 견식 하게 되었구나!”

“자네는 허구한 날 무성전에 드나들면서 뭘 본 건가? 그동안 헛돈 썼군.”


관중석에서 잔뜩 흥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북궁백은 그러지 않아도 거북했던 이들을 이해하는 것을 포기하고 일 장 높이의 나무 기둥 위로 뛰어올랐다.


“음.”


기둥 위에 올라와 사방을 둘러본 북궁백은 침음을 흘렸다.

눈에 보이는 광경은 아래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허공에 수십 개가 넘는 징검다리가 띄엄띄엄 놓여 있었다.

발판이 좁고 간격과 높낮이가 전부 달랐다.

평범한 무인들이라면 이런 곳에서 온전히 집중력을 유지한 채 비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겠으나,


‘한심한 수작을 부리는군.’


북궁백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일부러 저들에게 유리한 무대(舞臺)를 만든 모양이나 그에게도 딱히 불리할 건 없다.

남궁세가 창천대의 집단전을 훈련할 때도 말했던바, 전장에선 매 순간 추가되는 시체의 위치를 기억해야 한다.

그에 비하면 이렇게 보여주고 시작하는 것 따윈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철그렁.


반대편으로 혈무사가 올라왔다.

기둥을 자유롭게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몸을 흔들기도 하고, 기둥을 휘감아 방향을 틀기도 한다.

이것은 비무가 아니라 공연이다.

저 형제 무인들도, 관중도, 무광학자도,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는 만락광야도.

다들 기분 좋게 즐기고 있다.

오직 북궁백만이 예외다.

저들의 미소를 짓밟고 싶다는 저열한 가학심이 샘솟았다.

그런 악심이 그의 몸을 충동질했다.


탁, 탁.


언월도를 등 뒤로 빗겨 든 북궁백이 표횰하게 나무 기둥을 박찼다.

무광학자나 관중들이 눈을 부릅뜨게 하는 부드러운 운신.

사자탈의 주둥이 안으로 보이는 두일도 놀라움을 내비쳤다.

그러나 그것은 찰나에 불과했다.

곧바로 기둥을 박차 마주 들이치고, 그와 마음이 이어진 두이도 동시에 움직였다.


차앙.


무쇠로 만든 사자탈과 언월도가 부딪치며 금속성이 터져 나왔다.

북궁백의 괴력을 버티지 못한 사자탈이 기둥에서 떨어지는 듯했으나, 다른 기둥을 단단히 딛고 있던 두이가 허리를 비틀어 두일을 끌어올렸다.

두일은 그 탄성을 받아 더욱 빨라진 속도로 각법을 내질렀다.


쫘아앙.


이번에는 북궁백이 튕겨 나갔다.

검기가 맺힌 날붙이를 막아내긴 했으나 각력이 상상 이상으로 뛰어나 좁은 나무 기둥 위에서 받아낼 수준이 아니었다.

북궁백은 빠르게 나무 기둥을 잡아 몸을 끄집어 올렸다.

기둥 위에 올라오기 무섭게 두이의 뒷발이 날아왔다.

사자탈의 위치를 도맡는 하체 담당이어서 그런지 그 파공성은 이전 두일의 각법보다 더 강맹했다.


어떤 초식의 위력을 가늠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보고, 듣고, 기감을 통해 느낀 바를 이전까지의 공방, 과거부터 쌓아온 수많은 경험에 더해 대략적으로 가늠할 뿐이지.

북궁백에겐 많은 경험이 있다.

중갑기병의 기창 돌격부터 잠악채, 오합련, 왕수, 왜구와 해적들.

그 모든 경험을 살려 그에 걸맞는 진원진기의 양을 추산한다.


‘절반만.’


그 양은 잠악채 채주를 상대할 때의 사분지일 정도.

단전에 뭉쳐진 진원진기의 크기에 일 푼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다.

허나 북궁백은 그조차 아까웠다.

귀향했을 때에 비해 진원진기의 양이 줄어든 것이 확연히 느껴졌기 때문에.

전우들의 명을 분별없이 낭비했다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필요하다.

친우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해하겠지.’


야인대의 끈끈한 우정은 비단 자신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니까.

그들은 분명 그럴 것이다.


북궁백의 얼굴이 달아오르며 여유가 있던 옷자락이 팽팽하게 부풀었다.

그 직후 언월도가 두이의 각법과 맞부딪쳤다.


쩌어엉!


귀가 터질듯한 금속성이 투기장을 떨쳐 울렸다.

함성을 내지르던 관중들은 일제히 귀를 막았다가 뇌성과 같은 함성을 쏟아냈다.

북궁백은 그 함성 속에서 공중제비를 돌아 물러서는 혈무사를 추격해 같은 양의 진원진기를 더한 언월도를 내리쳤다.


그에 대응해 쌍둥이 무인은 격체전공(隔體傳功)을 펼쳤다.

타인에게 내공을 전달하는 수법인 격체전공은 그 위험성이 극도로 위험하다 알려져 있다.

동문 사형제 간에도 가급적 시도조차 하지 않는 수법이나 이심전심(以心傳心) 급으로 마음이 통하고 동일한 무공을 익힌 그들에게는 무관한 이야기였다.

두일은 두이에게 받은 내공을 사자탈 머리에 밀어 넣었다.


우지직.


사자탈의 이마가 언월도를 받아내었으나 그 위력을 버티지 못한 기둥의 허리가 꺾이고 말았다.

두일의 몸이 휘청이는 순간, 사자탈의 주둥이가 벌어지며 두일의 얼굴이 나타났다.

북궁백은 요사스러운 눈과 마주치자마자 몸을 숙였다.

그와 동시에 한껏 오므린 입에서 작은 무언가가 쏘아졌다.


퓩.


아주 작은 파공성과 함께 세침이 옷깃에 구멍을 뚫고 날아갔다.

이어서 비릿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독!’


북궁백의 얼굴이 굳어졌다.

찰갑을 입고 있지 않다는 걸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예상지 못한 상황이 닥치자 습관처럼 몸으로 받아낼 뻔했다.

그러나 그것이 못마땅한 건 아니다.

십오 년간 그렇게 해왔는데 그럴 수 있다.

그의 불만은 스스로 불러온 위험이라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실험이라니···. 저들에게 물들지 말라고 하늘이 경고한 것인가.’


속으로 혀를 찬 북궁백은 마음을 다잡고 잠악채 채주를 쓰러트렸던 것과 같은 양의 진원진기를 떼어냈다.


콰르르.


단전에서 대해와 같은 힘이 용솟음쳤다.

본능적으로 감이 왔다.

이 정도면 일사회주와 손속을 나눌 수준이라고.

그와 더불어 저 혈무사 쌍둥이들이 받아낼 수 없는 힘이라고.


‘허나,’


북궁백이 확인해보려고 했던 건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십일 간의 수련으로 깨달음을 얻었고 서막에게 조언을 받아 정립한 성과 또한 확인해야 했다.

북궁백은 광포하게 혈도를 헤집는 내공을 언월도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통제력를 유지하며 외부로 영역을 확장했다.


스스스.


도신을 타고 붉으스름한 안개가 피어올랐다.

그 외기의 밀도가 얼마나 높은지 처음에는 도기처럼 보였지만 일 장까지 늘어난 이후에는 강기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안에서 새어 나오는 흉흉한 기질이 관중들의 입을 틀어막았다.


“꿀꺽.”


누군가의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를 효시로 삼아 북궁백이 기둥을 박찼다.

사자탈 안에 얼굴을 숨기고 있던 쌍둥이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탈을 집어 던지고 나무 기둥에서 뛰어 내렸다.

하지만, 도합 일 장하고도 다섯 자를 휩쓰는 참격에서 도망치기에는 너무나 느렸다.


털썩.


목이 달아난 시체가 처참하게 비무대 위로 떨어졌다.

나무 기둥 위에 우뚝 선 북궁백은 도기가 맺혀 있는 언월도를 들어 만락광야 곡여량을 가리켰다.


-다음은 당신이오.


만락광야의 입꼬리가 천천히, 그러나 눈에 보이는 속도로 내려앉았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저들의 기분을 망친 것으로는.

북궁백이 기둥에서 내려와 투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때까지 관중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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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노예의 행방-1 +2 24.06.11 1,048 22 13쪽
35 정파와 사파, 그것이 이유요-3 +2 24.06.10 1,079 22 13쪽
34 정파와 사파, 그것이 이유요-2 +2 24.06.09 1,059 21 14쪽
33 정파와 사파, 그것이 이유요-1 +2 24.06.08 1,090 22 13쪽
32 남창살인사건 -2 +2 24.06.07 1,080 21 13쪽
31 남창살인사건 -1 +2 24.06.06 1,088 22 13쪽
30 이별과 만남-5 +2 24.06.05 1,111 23 14쪽
29 이별과 만남-4 +2 24.06.04 1,129 25 13쪽
28 이별과 만남-3 +2 24.06.03 1,166 2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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