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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유학생 님의 서재입니다.

가로수 그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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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유학생
작품등록일 :
2017.11.06 23:23
최근연재일 :
2017.12.05 07: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284
추천수 :
1
글자수 :
147,755

작성
17.12.05 07:00
조회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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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20쪽

에필로그

완결까지 절대적인 일일연재 7시 약속!




DUMMY

남자는 주먹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에서 뛰쳐나갔다.


.

.

.


"시이야."


"······."


"시이야?"


"······."


"최시이?"


"어, 어? 불렀어?"


소년은 어안이 벙벙한 소녀를 응시했다.

자꾸만 정신나간 상태로 있어서 제대로 된 데이트를 못해주어서 미안한 소녀는 옆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너, 사실은 내가 좋은게 아니잖아?"


"무.. 무슨 소리야?"


"전에는 그렇게 내가 싫다면서 하루 아침사이에 돌변해서 같이 다니자고 하는게 이상해."


"······."


"너... 차였지?"


소녀는 맞는 듯 맞지 않은 듯 기분이 묘했다.

애매해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냥 짝사랑이었다.

그런 것이다.


"헛소리 하지마. 뒤지기 싫으면."


"하하하, 이래야 시이 답지."


"흥!"


둘이서 걷고 있는데 저만치 서 있는 사람이 보였다.

서 있는 사람이 처음엔 누구였는지 몰랐지만 그 사람을 향해 걷는 중이어서 나중에 알 수 있었는데 남자였다.

마음 한 구석이 찔렸다.

하지만 그를 바로 옆에서 지나쳤다.

모르는 사람처럼 말이다.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질 때였다.


"시이 씨."


소녀의 발걸음을 멈출 수 있는 말은 그것으로도 충분하였다.


"뭐야, 아는 사람이야?"


"······."


소녀가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남자를 향해 그녀는 몸을 돌리지 않고 등져있었다.

왜 였을까...

그를 용서할 수가 없어서 였을까?

그에게 퇴짜 맞자마자 소년 옆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서 였을까?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지만 그동안 연락 한번 없어서 였을까?

더는 그를 보기 싫어서 일까?


"이봐요,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시이가 그쪽을 불편해하는 것 같은데 신경 끄시죠?"


"최태형 너 집에 가 있어."


"뭐?"


"너야말로 신경 꺼라고!"


나름 소녀의 상태를 생각해서 남자에게 했던 말인데 그 화살이 소년 자신에게 소녀가 방향을 바꾸어버린 꼴이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시이야, 너 오늘 많이 예민해진 것 같다. 집에서 쉬게 내가 데려다 줄게. 가자."


"이거 봐, 저 사람이랑 할 말 있으니까 넌 꺼져."


소녀의 팔을 잡으려던 소년의 손을 피하며 뜨거운 눈총을 갈겼다.

지금의 소년은 자신이 어찌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된 소년은 체념하며 피식 웃었다.


"그래, 똥고집 시이를 누가 말리겠냐. 오늘은 이만 가볼게."


"얼른 꺼져. 뒈지기 싫으면."


"눼에, 눼. 안 그래도 지금 사라질려고 했어요."


소년은 둘을 두고 멀어져만 갔다.

소녀가 있는 방향을 슬쩍 보더니 손으로 안면을 쓸어내리며 탄식을 하는 소년이었다.


"크으... 아깝다, 이대로 갔으면 바로 오늘 따먹는거였는데, 바로 앞에서 놓치네."


소녀는 아직도 그를 향해 서있지 않았다.

그녀를 마주하며 말했으면 했지만 그녀가 이러는 것도 충분히 그럴만 했다.


"여긴 왜 왔어요?"


"시이 씨한테 할 말이 있어서..."


"마침 잘 됬네요. 저도 할 말이 있었는데요."


.

.

.


가로수 아래의 벤치에 둘이 나란히 앉았다.

결국 갈 곳이 같은 아파트이기에 그랬다.

여기서 각자 할 말을 하고 들어가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막상 직접 들이닥치니 무슨 말을 해야할지 혼란이 오는 남자였다.

분명히 결심을 하고 집밖을 뛰쳐나왔을 텐데 말이다.

남자 답지 못한 자신이 초라했다.


"할 말 있다면서요?"


"···네."


아무리 기다려도 그에게서 입이 떨어지지 않자 한숨을 쉬며 소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밥은 잘 챙겨 먹고 있어요?"


"네... 네?"


남자는 기운 없던 눈을 번뜩이며 소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를 흘겨보던 소녀는 한심하다는 듯이 콧김을 길게 뱉었다.


"밥 먹이던 사람 입장에서 물어본 것 뿐이에요. 며칠 사이 많이 야위었네요. 과자 말고 밥 좀 드시지 그랬어요. 거짓말쟁이."


"···미안해요..."


그는 울컥했다.

만약 소녀가 그 때의 일 이후로 자신을 원수같이 여겼다면 이 말을 자신에게 했을리가 없었다.

아직 마음이 남아 있는 것만 같아 울컥했다.


"착각하지 마요. 궁금했을 뿐이니까."


"네."


뭔가 모르게 아까보다 정신이 조금 돌아와서 그런가 이젠 아까 했던 결심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소녀가 한 말이 도움되었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그동안 많이 생각했어요. 시이 씨가 저에게로부터 어떤 사람인지를요."


"제가 어떤 사람이었는데요?"


"시이 씨는...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승부욕도 강하고 손재주가 좋으면서 동시에 사람의 마음을 잘 받아주는 사람이에요."


"그래요?"


소녀는 그가 입에 발린 소를 잘도 한다는 생각에 영 불편했다.

그에게 이 말을 듣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었다.

아직도 그때로부터 달라진 것이 없어보여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그리고 일을 떠나서 저를 위해서 웃어주고 힘들어도 묵묵히 하고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해주었어요. 다른 무엇도 아닌 저 하나를 보면서요."


"그걸 이제서야 알다니 퍽이나 고맙네요."


"···가장 중요한건 저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시이 씨라는걸 알았다는 거예요."


"······."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이어서 그랬을까...

소녀의 마음이 마구 흔들렸다.

다시는 자기 마음 다 바치지 않겠다고, 이 남자 꼴도 보기 싫다고, 이 남자가 어떻게 되든 신경쓰지 않겠다고..

말고도 수 많이 독한 마음 먹었던 것이 그가 하는 말에 흔들렸다.

과연 자신은 정말로 그가 싫었던 것인가?

단순히 그대에 못미친 그를 싱망해서 였을지도 몰랐다.

아니, 여기서 독했던 마음이 쉽게 무너져선 안되었다.

자신은 이 남자를 증오한다.

그런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제가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은 시이 씨뿐이에요."


"뭐라고요?"


이제와서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그런데 왜 이렇게 기쁜지 몰랐다.


"저에게 상처 받아서 싫다는거 알아요. 늦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시이 씨의 진심을 느끼고 시이 씨를 바로보고 있어요."


"······."


"이런 제 마음... 지금의 시이 씨가 저를 받아줄 수는 없겠죠. 그냥 저는 시이 씨가 아프지 말고 행복했으면 해요. 제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워요. 이만 가볼게요."


남자는 벤치에서 일어났다.

이제 된 것이다.

그는 소녀를 등지고 걸었다.

그가 하고 싶었던, 깨달았던 것을 그녀에게 말하게 되어서 이걸로 된 것이다.

소녀는 좀전의 그 소년과 잘 지내게 될 것이다.

그 소년..

잘 생기고 키도 훤실하니 소녀에게 잘 어울릴 것이다.

소녀는 알아줄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말이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답답했던 그 마음이...


"어딜 가는거예요, 오빠!"


"?!"


소녀의 목소리와 함께 그를 뒤에서 달려와 꽉 안는 것이었다.

울먹이는 소녀의 숨결이 고스란히 그의 몸으로 전해졌다.

그녀는 떨고 있었다.


"또 멋대로 저를 두고 가지마요.. 더이상 견디기 힘들단 말이에요."


"······."


"학교 다니면서 줄곧 생각했어요. 또 아프진 않은지, 밥은 잘 먹고 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았는지 걱정했단 말이에요."


"우려하고 있는데로 다 맞네요. 미안해요."


"이것봐요, 이렇게 얼굴이 쏙 빠져가지고!"


소녀는 남자의 몸을 돌려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으며 징징거렸다.

여동생 뻘 되는 소녀에게 이런 소리나 듣고 있는 자신이 우스운 남자였다.

그에게 망치 찍듯이 주먹 쥔 손으로 마구 두들겼다.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멍청이 오빠!"


"커컥..."


"꺅."


꽤나 큰 충격이 연달아 들어오니 중심을 잃은 그가 뒤로 쓰러졌고 그를 향해 체중을 실고 두들기던 소녀도 같이 뒤따라 쓰러졌다.

덕분에 어중간히 바닥에 누운듯 앉은 듯한 남자 바로 눈 앞에 소녀가 위치해 있었다.

둘의 초점이 마구 흔들렸다.


"······."


"······."


"아, 정말.. 오빠 몸 너무 부실한거 아니에요? 무슨 여자애 힘 하나 못 견뎌내고..."


"하하하.. 제대로 먹은게 없어서..."


"제 속 좀 그만 썩혀요. 또 그러면 다음번엔 이걸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 칫."


"네... ?!"


"그래도... 지금이라도 제 마음 알아줘서 너무 좋아요. 고마워요."


남자의 품속으로 들어간 소녀는 세상 다 가진 사람처럼 웃었다.

지금의 소녀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남자도 소녀따라 그녀를 감싸 안으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 * * * * *



"이걸로 강의를 마치고요. 내일부터는 주말이니 불타는 금요일 하세요."


대형스크린 앞에 선 사람은 PPT를 종료하며 마무리 멘트를 남겼다.

금요일의 마지막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이 다들 주말에 계획한 일들을 하게 될거란 생각에 잔뜩 부풀은 모습이 표정에 나타나있었다.


"물론 제가 당연히 과제를 줄거지만요."


"아~ 교수님~!" X??


아우성에도 아랑곳 하지 않으며 얼굴에 철판 깔고는 확실하게 과제를 주는 교수였다.

궁시렁 거리면서 강의실을 나가는 학생들 속에서 여전히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며 걷는 한 소녀가 있었다.


"야, 최시이. 너 요즘 기분 엄청 좋아보인다?"


"그래보여? 뭐, 좋은 일이 있으니까 그런거겠지."


"왜, 남자친구 생겼어?"


"음~ 글쎄?"


"이년 있어, 있어. 남자친구 있구나?"


소녀 주변으로 그녀의 친구들로 보이는 여학생 대 여섯 명이 웅성거리며 함께 강의실에서 나갔다.

소녀가 걷는 방향을 따라 같이 걸었다.


"누구야, 빨리 말해봐."


"사진 보여줘, 사진!"


"그래, 잘 생긴 남자야? 빨리 보여줘."


"그 남자친구 키 커?"


"아, 진짜 너희들 귀찮게 굴지 말고 좀 꺼져! 남일에 왜 이렇게 참견이야?"


"이년 또 성깔 나온다."


"남자친구가 엄청 착한가봐."


"그러게, 시이 성깔 받아줄 남자면 말이야."


"더 궁금해지네. 도대체 누구지?"


"다라가보면 알겠지. 딱 봐도 금방 만날 것 같은데?"


소녀는 양 옆에 쫑알거리는 여학생들을 곁눈질로 보며 이를 갈았다.

소녀가 한 성격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긴장을 타는 여학생들이었다.


"이것들이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엉?! 한번 맞아보..."


"시이야~!"


주먹질로 한방 먹이려고 자세를 잡는데 한 방향에서 그녀를 부루는 소리에 멈췄다.

당했다는 생각에 움츠리며 눈을 찡그렸지만 들어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자 슬쩍 눈을 뜨는 여학생들.

저만치 한 남자와 소녀가 붙어있었다.


"오빠, 다리 불편하면서 여기까지 왜 왔어요."


"우리 시이 보고 싶어서 왔지."


"에이, 오빠도 참~ 꺄하하."


살며시 소녀의 손을 잡으며 싱긋 웃는 그의 모습에 소녀는 모르겠다며 몸을 꼬아 부끄럼탔다.

어학생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맙소사..."


"시이도 여자긴 여자구나..."


"시이가 저러는 모습 처음봐."


"남자도 괜찮은 것 같은데?"


"시이 같은 애도 남자친구가 생기는 구나... 신기하다."


소녀는 남자에게 팔짱을 끼고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그와 함께 걸었다.

소녀의 머리 위에 남자를 향한 하트가 잔뜩 피어있었다.


.

.

.


"얼른 타요, 오빠."


"이거 영 자세가 불안한데..."


"걱정마요. 전 베스트 드라이버니까요."


"그 자신감이 더 걱정이야."


"저만 믿어요."


자전거 뒷자리에 앉은 남자와 그 앞에 비장한 눈빛으로 반짝이며 핸들을 잡은 소녀였다.

페달을 밟고 조금씩 가속도를 내었다.

오래전 여자가 조깅을 할 때였다.

여자가 조깅을 하면서 지나갈 때 그도 따라서 달리며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었다.

하지만 그의 다리는 그것을 따라주지 못했다.

여자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심적으로 힘들었는지 모른다.

지금의 소녀는 경우가 달랐다.


"이거 보는 그림이 좋지는 않은데..."


"뭐, 어때요. 우리만 좋으면 그만인데, 다른 사람 시선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요."


"그렇겠지?"


"네."


남자가 자전거 끌고 뒤에 소녀가 앉아있는게 가장 이상적인 모습일테지만 아무렴 어떤가.

소녀가 말한 것처럼 좋은게 좋은것이다.

이렇게 소녀와 함께 하는 공간에서부터 그는 만족했다.


"아, 좋다."


"저도 좋아요, 오빠."


"한번씩 산책하고 싶을 때 이렇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때마다 얘기해줘요. 언제든지 할 수 있어요."


"고마워."


"제가 더 고마운걸요."


"달릴 때 이 느낌 오랜만이야. 이 참에 실컷 즐겨야지."


소녀에게 미안한게 없잖아있지만 아무렴 어떤가.

함께한다는 것이...


.

.

.


"오빠, 여기 좀 도와줘요!"


"간다, 가!"


남자는 호출하는 소녀에게로 급하게 갔다.

한번에 몇개의 요리를 손보는 것인지 정말 대단했다.

남자의 집에서 처음 요리할 때보다 수준급으로 실력이 올랐던 것이다.


"거기 있는거 딱 10초 뒤에 건져요."


"알았어."


"그 다음에 옆에 썰어놓은건 국에 넣고 저어줘요."


"다른건 더 없어?"


"전 화장실 갈게요."


소녀는 앞치마의 뒤쪽 끈을 풀며 가버렸다.

그 사이 10초가 지나버려 튀기고 있는 반찬을 건지며 그가 말했다.


"야, 혼자 할 수 있는거면서 일 주고 도망치는게 어딨어?"


"급한걸 어떡해요? 헤헷."


화장실 문 너머로 웃음끼 섞인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얄미웠다.


"으이고, 마일리지 없이 그냥 바로 받아준 내 잘못이지. 내 인생 최악의 선택이야. 앗, 뜨거!"


"기름에 데였어요? 여기요? 다른 곳에는 없죠? 괜찮아요?"


화장실 일은 언제 끝낸건지 그새 남자에게로 소녀는 그의 손을 잡으며 호들갑이었다.

별 이상은 없어보이는 걸로 판단한 그녀는 입이 삐쭉 튀어나왔다.


"근데 오빠. 최악의 선택이라니요?"


"···뭐, 말이 그렇...??"


혹시나 기분 상했을까 둘러댈 말을 머릿속에서 굴리고 있는데소녀의 기습 뽀뽀가 들어왔다.

멍 때리고 있는 남자를 향해 소녀는


"그럼 앞으로는 그것보다 적어도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이네요?"


"···그렇겠지."


"그럼 좋은거 아니에요?"


"그렇게 해석이 되는 걸려나... 헉, 음식 탄다. 빨리 건져!"


"아, 오빠! 아직도 다 못했었어요? 바보 멍청이 오빠!"


둘은 허둥지둥 움직였다.


.

.

.


"음..."


소녀는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키며 일어났다.

오늘 아침도 화이팅이다.

바로 옆에 잠들어 있는 남자가 보였다.

어느 덧 둘은 한 침대... 크흠!

또 늦잠 자기 전에 꺠워줘야할텐데 잠든 그의 모습은 왜이리도 멋진 것인가?


"헤헷."


남자 옆에 다시 누워서 품속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그의 팔을 자신의 머리 아래로 옮겼다.

이보다 더 편한 베개가 또 있으랴.


"시이야, 이러면 팔 저려."


"어? 그러면 못 자게 깨울거에요?"


"치사해."


"멋있는 오빠가 더 치사하거든요?"


"아침부터 뭐래."


"헤헷."


"더 자자."


남자는 품속에 있는 소녀를 안았다.


.

.

.


"근데 시이야..."


"네."


가로수 그늘길을 걸으며 넌지시 뱉는 남자의 말에 소녀는 귀를 쫑긋 세웠다.


"예전에 너 옆에 있던 남자는 누구야?"


"···아~ 최태형이요?"


"이름은 잘 모르곘지만 걔 맞는것 같은데. 무슨 사이야?"


"호오~ 걔 경계하는 거에요?"


소녀는 속을 알 수 없는 요상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응시했다.

허기침을 하며 태연스럽게 답했다.

태연한 척이라고 해야 더 정확했을까.


"아니, 그냥 누군지 궁금했을 뿐이야."


"그래요~? 딱히 알려주고 싶지 않네요?"


"아.. 알았어. 솔직히 좀 신경쓰인다고."


"헤헷, 진작에 그랬어야죠."


"그래서 걔는 뭐야."


소녀는 남자의 눈치를 살피며 배시시 웃었다.

그가 원하는 걸 알려주지 않고 애간장 타는 모습이 재밌었던 것이다.

그래도 너무 오래하면 기분 나쁘니 이 정도에 그치기로 했다.


"그냥 대학 친구 정도에요. 요즘 소문 들어보니까 이리저리 치이고 다니던 모양이던데요? 어장 관리 하다가 실패하고 다 도망갔나봐요. 사람 아닌 쓰레기 취급 받던걸요."


"와... 시이 큰일 날뻔했네."


"그전에 이렇게 오빠랑 있게 됬잖아요?"


"나랑 이렇게 된거 후회안해?"


"절대, 절대, 저얼~대 안해요."


소녀는 남자에게로 달려들며 몸을 날렸다.

남자의 품속으로 들어가며 그대로 남자는 뒤로 넘어졌다.

무리수에 대치할 힘은 그에게 없었다.


"시이야, 오버 액션 좀 하지마. 오빠 힘들어."


"에이, 오빠. 무슨 여자애 힘 하나 못이기는게 어딨어요? 운동 좀 해요!"


"우리 시이 고집 누가 말리겠냐. 알았어, 알았어."


"헤헤헤."


.

.

.


"······."


"······."


남자와 여자.

가로수 그늘길에서 만나게 되어 대면하고 서 있었다.

이젠 선뜻 말을 걸기에는 어색한 관계였다.

그래서 그럴까 서로를 보며 침묵을 유지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다시는 만나서 말할 일은 없을 것만 같았는데 같은 아파트에 지내고 있으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이왕 만난거 한마디라도...


"잘 지내고 있어요?"


"그냥.. 그냥 좀 그래요. 현수 씨는요?"


"저야 뭐, 잘 지내고 있죠."


소녀와 함께하는 일상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바쁘게 지내고 있으니 말이다.

여자는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다가 상의 주머니에 손을 꽂고는


"할 일이 있어서 가봐야겠어요."


"네, 잘 가요."


안그래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는데 마침 잘되었다.

여자는 남자의 옆을 지나갔다.

고개를 들리며 자신에게서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기운 없어 보이는 여자의 뒷모습은 초라해보였다.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남자와 잘 안되었다고 한다.

남자에게 했던 걸 그 남자에게 그대로 돌려받은 셈이다.

본래는 그 남자가 남자친구였는데 트러블 생겨서 여자와 거리가 멀어졌을 때 여자가 남자에게 서성였던 것이고 그 남자가 다시 돌아오자 남자를 내친 것인데 그게 그대로 당할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서 저 여자의 뒷모습은 작고 초라해보이는 것이다.


-오빠, 얼른 집에와요! 너무 어려운 과제가 있는데 오빠가 와서 도와주면 잘 될것 같아요.


"알았어, 간다 가."


혼자 못하는 과제 없이 다 잘 끝내면서 못하는 척 자신을 부르는게 우습지만 조금이라도 뭔가 같이 하고파 하는 소녀의 마음을 모른척 할 수 없으니 그녀의 문자에 답해주며 곧바로 움직였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길을 보며 걸어갔고 멀어져갔다.

더 이상 서로에게 보여줄것은 없을 것이다.


.

.

.


"오빠, 뭐해요?"


"음? 아, 그냥 전에 한번씩 놀러와서 재밌고 지내곤 했는데 이젠 그러지 못하니까 좀 아쉬워서."


"지금 이 사진이 오빠가 말하는 사람인가요?"


"응."


"와, 귀엽다. 왜 못 놀러오는거예요? 오라하세요."


남자는 핸드폰에 있는 은비의 사진을 닫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은비가 가사도우미의 딸이라는 것을 어찌 말하겠는가.

그러기엔 여러가지로 복잡해질 것이다.


"서로 입장이 어려우니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지."


"그래요?"


소녀는 남자를 슬쩍 보더니 손가락 양쪽 끝을 서로 맞대며 꾸물거렸다.

신경쓰이는 행동을 보이니 남자는 소녀를 쳐다보았다.


"왜 그래?"


"저.. 그럼 오빠. 귀여운 애 때문이라면요.. 저희끼리.. 하나 만들까요?"


"어? 뭐.. 뭐라는 거야, 얘가. 못하는 말이 없어!"


"아.. 아니 그렇잖아요. 애랑 노는거 저도 좋아한단 말이에요."


홍당무 같이 붉어진 소녀는 속 보이진 않았는지 수습하려 했다.

그러나


"뭐... 시이를 닮은 딸이라면.. 나쁠 것 없겠지."


"···정말요?"


"아, 몰라 묻지마. 두번 말하는거 싫으니까 알아서 해석해."


"에이, 오빠. 다시 한번 더 말해줘요!!!"


"아, 앵겨 붙지마 좀!"


남자와 소녀의 관계는 더 나아가고 있었다.

이들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가로수 그늘 아래의 벤치와 옆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가 오늘따라 유난히 빛나보였다.



-<'가로수 그늘길' 完>-



작가의말

에필로그 따블 분량..


다음 후기에서 뵙겠습니다.


읽느라 고생 많으셨고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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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그늘길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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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17.12.05 40 1 20쪽
29 나에게 있어서 넌 - 5 17.12.04 26 0 17쪽
28 나에게 있어서 넌 - 4 17.12.03 22 0 11쪽
27 나에게 있어서 넌 - 3 17.12.02 29 0 14쪽
26 나에게 있어서 넌 - 2 17.12.01 39 0 11쪽
25 나에게 있어서 넌 17.11.30 33 0 14쪽
24 오른손 - 3 17.11.29 24 0 18쪽
23 오른손 - 2 17.11.28 27 0 11쪽
22 오른손 17.11.27 37 0 12쪽
21 마일리지 - 4 17.11.26 36 0 10쪽
20 마일리지 - 3 17.11.25 33 0 12쪽
19 마일리지 - 2 17.11.24 41 0 9쪽
18 마일리지 17.11.23 50 0 11쪽
17 동거 ? - 8 17.11.22 60 0 11쪽
16 동거 ? - 7 17.11.21 51 0 14쪽
15 동거 ? - 6 17.11.20 33 0 9쪽
14 동거 ? - 5 17.11.19 41 0 10쪽
13 동거 ? - 4 17.11.18 44 0 9쪽
12 동거 ? - 3 17.11.17 56 0 10쪽
11 동거 ? - 2 17.11.16 41 0 10쪽
10 동거 ? 17.11.15 39 0 10쪽
9 이웃 - 9 17.11.14 51 0 9쪽
8 이웃 - 8 17.11.13 45 0 8쪽
7 이웃 - 7 17.11.12 33 0 8쪽
6 이웃 - 6 17.11.11 60 0 9쪽
5 이웃 - 5 17.11.10 55 0 7쪽
4 이웃 - 4 17.11.09 37 0 7쪽
3 이웃 - 3 17.11.08 61 0 7쪽
2 이웃 - 2 17.11.07 52 0 8쪽
1 이웃 - 프롤로그 17.11.06 89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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