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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라한의 서재입니다.

모래 위 연금술사(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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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둘라한
작품등록일 :
2023.08.08 03:19
최근연재일 :
2023.10.09 08:56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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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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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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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2. 포션(1)

DUMMY

밤하늘에 떠오른 달을 벗삼아, 열심히 액셀을 밟던 나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오아시스 도시에.

긴장을 조금 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래 폭풍이 막 왔으니, 습격을 당할 일 없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던 카밀라의 말과 다르게.

나 혼자 미러 라인으로 가는 길에, 있었던 습격은 내 신경을 날카롭게 만든 건 물론, 편집증에 걸린 사람처럼, 끊임없이 주변을 의심하게 했으니까.

덕분에 왕복 3일 거리를 거의 4일 만에 도착한 건 물론, 너무 많은 신경을 쓴 탓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늦게 왔다고 뭐라고 하려나.’


아무리 엔지니어 협회에서 시험을 봤다고 해도, 왕복 3일 거리를 거의 4일 만에 도착했으니.

돌아가면 주급이 삭감되진 않을지, 걱정이었다.


[Tip. 포션에는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서는 포션에 맞는 첨가제나 포션 냉장고가 필요합니다.]


“이제, 진짜 4일 걸려서 도착한 거네.”


12시가 지나 다음날이 되자,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낸 Tip에 나는 태블릿을 켜 오늘치 Tip을 적어넣었다.


30일 차 : 포션에 다양한 첨가물을 넣어보세요. 기존에 가지고 있는 효과가 강화되거나, 새로운 효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31일 차 : 포션에는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서는 포션에 맞는 첨가제나 포션 냉장고가 필요합니다.


포션을 만들려고 준비했다는 걸 알고 있다는 듯, 포션과 관련된 Tip들을 쏟아내면서도.

앞서 알려준 포션 레시피에 들어가는 재료의 정확한 수량을 알려주지 않는 건 물론, 새로운 포션 레시피도 알려주지 않는 야속한 Tip을 잠시 노려보다가.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오아시스 도시의 정문으로 다가갔다.


“정지!”


정문에 접근하자, 어김없이 경비병이 미니버스를 정지시켰다.

나는 창문을 열지 않은 채, 가만히 내게 다가오는 사람을 바라봤다.

불행인지, 다행인 건지. 내게 검문을 하러 온 두 경비대 대원 중 한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문제는 이전에 내게 총을 겨누고 강하게 압박했었던, 자경단 단원이었으나 경비대에 뽑혀 경비대 대원이 된 바로 그 사람이었다는 것이었다.


“쓰읍.”


자신보다 계급이 훨씬 높은 카밀라에게도 대들던 사람이었기에, 이번에도 나한테 뭐라고 하려나. 걱정이 앞섰다.

나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옆에 뒀던 장비들을 주섬주섬 주워 입었다.

절전 모드로 바닥에 엎드려 자고 있던 반타는 장비를 착용하는 소리에 깬 건지, 슬며시 눈을 상태로 나를 바라봤다.

진지한 표정으로 장비를 착용하는 내 모습을 본 반타는 내 불안한 기색을 읽은 건지.

반타는 내게 슬그머니 다가와,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내 옆에 찰싹 붙어.

자신이 곁에 있으니 넘 걱정하지 말라는 듯, 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장비를 모두 착용한 나는 날 배려해주는 반타의 머리와 목, 등을 쓰다듬으며, 잔뜩 곤두선 신경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똑똑똑


“창문 내리십쇼.”


그와 동시에 운전자석에 도착한 경비대 대원이 창문을 내리라며, 창문을 두드렸다.

나는 언제든 로브의 모자를 덮어쓸 준비를 마친 뒤, 조심스럽게 창문을 내렸다.


지이이잉


나와 경비대 대원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창문이 천천히 내려가고, 경비대 대원과 나의 시선이 서로 얽힌 바로 그 순간.


“···쯧.”


경비대 대원은 내 얼굴을 보곤 혀를 차며, 노골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티를 냈으나.

테이와 웨이드에게 주의를 받은 건지, 아니면 내가 엔지니어 협회에 소속됐다는 걸 노아나 강철턱에게 전달을 받은 건지.

경비대 대원은 내게 시비를 거는 대신, 내 신원과 미니버스 내부에 다른 사람이 더 있는지에 대한 정보만 물어볼 뿐,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문제없습니다.”


또 다른 경비대 대원이 미니버스로 들어와 내부를 확인한 후.

내가 말했던 것처럼 미니버스 내부에 문제가 없다는 말을 내뱉으며, 미니버스에서 내리자.

내 얼굴을 보고 혀를 찼던, 경비대 대원은 팀탁치 않은 표정으로


“내일, 오후 3시. 단장을 만났던 지역으로 와라. 단장의 명령이다.”


라고 말하며, 내 대답도 듣지 않곤, 바닥에 침을 뱉으며.

자신의 동료와 함께 자리에서 사라졌다.


“뭐야?”


지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사라지는 경비대 대원의 어이없는 모습에, 나는 한참 싸가지 없는 경비대 대원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열린 성문을 향해, 액셀을 밟았다.


*


“진짜, 다 왔다.”


내가 미러 라인에 있는 동안, 오아시스 도시 근처에서 파밍이라도 한 건지.

상당한 양의 고철과 잡동사니들로 가득한 고물상 공터에 미니버스를 주차한 나는 길게 숨을 내쉬며.

카밀라에게 선물로 줄 사과 다섯 개와 포션 재료인 [지혈초]와 [말린 도마뱀 꼬리] 30개를 가지고 미니버스에서 내리려고 했다.

미니버스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려던 바로 그때,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잘 가.”


고물상에서 공터로 걸어 나온 웨이드와 카밀라가 서로에게 인사를 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나를 대할 때처럼 무덤덤하게 웨이드를 배웅해주는 카밀라와 다르게.

상급자를 대하는 듯 무척 깍듯하게 말하는 웨이드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진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내가 웨이드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긴장이 풀리며 지금까지 억누르고 있던 스트레스가 점차 터져 나오는 건지.

그 모습을 바라보자, 기분이 무척 좋지 않았다.


“어택, 잘 갔다왔어?”


웨이드를 보낸 카밀라는 자신의 미니버스가 공터에 놓인 걸 확인하곤 고개를 돌려, 미니버스 안에 있던 나를 바라보며 인사했다.

아무렇지 않게 내게 인사하는 카밀라의 모습에, 나는 잠시 도착하자마자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미니버스에서 잠든 척할까? 하다가.

미니버스 안에 서 있는 나를 빤히 바라보는 카밀라의 시선에 하는 수 없이 미니버스에서 내렸다.


“에에, 왔습니다.”


“시험은 잘 봤어?”


역시, 물건을 가져오라는 핑계로 날 엔지니어 협회에 보냈던 거였네.

카밀라가 날 속였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비꼬는 듯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잘 봤죠. 누가 가르쳐주셨는데요. 뭐.”


나도 놀랄 정도로, 차갑게 비꼬는 목소리에, 카밀라는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미안하다는 듯 사과를 해왔다.


“미안. 속이려는 건 아니었어. 입회 방식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는 게 원칙이었거든.”


“아, 예, 뭐. 이해합니다.”


전혀 이해하지 못했으나, 더는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카밀라에게 대강 대답하며, 카밀라에게 선물하고자 구매했던 다섯 개의 사과 중 세 개만 카밀라에게 건넸다.


“이건, 사과? 돈이 어디에 있다고. 이런 걸 샀어?”


카밀라는 내게 과일 선물을 받을 줄 몰랐는지, 묘한 눈빛으로 질문했다.

나는 대답 대신, 운전하느라 피곤하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주말이니까, 이만 쉬러 가겠습니다.”


“···그래.”


내가 상당히 피곤해 보인 탓일까?

카밀라는 자신의 질문에 모르쇠로 대답하는 내게 뭐라 한마디 할 법도 한데.

카밀라는 내게 뭐라 하는 대신, 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줬다.

나는 카밀라에게 주지 않은 두 개의 사과와 [지혈초] 그리고 [말린 도마뱀 꼬리]를 책상에 올려둔 뒤, 빠르게 몸을 씻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

오늘 하루만은 편히 놔둬도 될 텐데, 빌어먹을 악몽은 오늘도 어김없이 나를 찾아와 괴롭혔다.


*


“후우”


한숨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악몽을 꿔서 그런지, 오늘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여전히 피로가 풀리지 않은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들어간 나는.

진한 다크써클을 단 채,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다.


“쯧.”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식당에 가는 대신, [지혈초]와 [말린 도마뱀 꼬리]를 들고 곧장 작업대로 향했다.

그리고 바로 Tip이 알려준 포션 레시피대로 포션을 제작하기 위해 가마솥과 유리병이 있는지 작업대를 샅샅이 살폈으나.


“만들어야겠네.”


가마솥 대용으로 사용할 냄비와 불을 대신할 토치는 있어도, 포션을 담을 수 있는 유리병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야, 금속으로 된 컵이나 병에 포션을 담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유리병에 포션을 넣는 이유는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투명한 유리병을 통해 약의 색깔을 확인, 내가 복용하려는 포션이 어떤 포션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

두 번째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컵이나 병에 포션을 보관할 경우 내용물이 변질될 가능성이 있지만, 유리병은 그럴 가능성이 현저히 적다는 점.

마지막, 세 번째로 잘 깨진다는 점이다.


잘 깨는 건 단점 아니냐고 할 수 있다만.

포션을 마시지 못하는 상황과 적에게 포션으로 공격해야 하는 상황에선, 병이 잘 깨지는 게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포션을 마시거나 상처에 뿌릴 수 없을 때, 포션의 병을 깨 내용물을 몸에 덮어쓰는 방법으로 상처를 치료할 수 있고.

적에게 던졌을 때는 유리병이 바로 깨져, 내용물을 적에게 맞추기 쉬워지니까.


“포션의 병이 유리병이 아니면, 국룰에 위반이 된다고.”


참고로 힐링 포션은 빨간색, 마나 포션은 파란색, 독약은 녹색으로 색칠하는 게 국룰이다.


“유리공예도 직업 효과에 들어가려나.”


나는 원래 세계에서 TV로만 봤었던 유리공예를 떠올리며, 일단 유리병을 만들 재료들을 찾았다.


*


[유리병]

모래를 녹인 뒤, 바람을 불어넣어 만든, 물방울 모양의 유리병으로, 금속으로 된 뚜껑을 가지고 있다.

※ 작은 충격에는 강하나, 큰 충격에는 쉽게 깨질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안 될 줄 알았는데, 이게 돼네.”


내 걱정과 다르게, 유리공예에도 직업 효과가 발동되어, 판타지 만화나 게임에서 흔하게 나오는 물방울 모양의 유리병을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만든 유리병은 대략 스무 개로 [지혈초]의 이파리 개수보다 2배는 많은 숫자지만.

언젠간 다 채우고도 남을 거라 생각해, 좀 넉넉하게 만들었다.


“원래대로라면, 바로 포션 제작을 할 생각이었는데.”


판타지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모습의 유리병과 다르게, 현대적인 느낌이 풀풀 나는 가마솥과 토치가 마음에 들지 않아, 홧김에 가마솥까지 제작했다.

다행히 구조가 복잡하지 않고 재료도 다 있는 덕에, 유리병을 제작하는데 걸린 시간의 절반도 안 되어, 판타지 풍의 가마솥을 제작할 수 있었다.


[휴대용 가마솥]

언제,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한 휴대용 가마솥이다.

가마솥에 스토브가 내장되어 전기와 가스가 충분하다면 언제든지 사용이 가능하다.

가마솥에는 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눈금이, 스토브에는 화력 조절을 할 수 있는 다이얼과 타이머가 장착되어 있다.

※ 태양광 발전기와 소형 배터리가 있어, 태양만 있다면 언제든 불씨를 만들어 낼 수 있다.

※ 연료로 가스가 소모되기에, 사용 시 남은 가스 양에 주의하여 사용해야 한다.


유리병과 가마솥까지 판타지 풍으로 만든 덕분인지, 현대적인 분위기를 띠던 작업대는.

중세 시대 배경의 판타지 속 연금술사의 작업대를 뚝 때어다가 놓은 것 같은 분위기를 머금었다.


“분위기가 판타지 분위기인 건 좋긴 한데···.”


문제는 내가 판타지 속 연금술사처럼 포션을 제작하는데 수많은 시도를 겪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해보자.”


어떤 목적으로, 어떤 효능을 가지고 제작하는 포션인지는 모르겠지만, Tip이 알려준 만큼 내게 하게 되는 건 아니겠지.

나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지혈초]의 이파리 하나와 [말린 도마뱀 꼬리] 하나를 들어 올리며.

언제 성공할 줄 모르는 포션 제작을 시작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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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 전리품 +1 23.09.18 562 34 14쪽
29 28. 뒷정리 +4 23.09.15 582 39 13쪽
28 27. 첫 살인 +3 23.09.14 582 39 16쪽
27 26. 은비늘 +1 23.09.13 592 39 13쪽
26 25. 약탈자들의 습격 +1 23.09.12 613 35 13쪽
25 24. 고백 +3 23.09.11 640 41 14쪽
24 23. 죄의 무게 +1 23.09.08 699 35 12쪽
23 22. 깃털 도시 +4 23.09.07 699 35 13쪽
22 21. 운전할 때는 라디오지 +4 23.09.06 725 46 13쪽
21 20. 첫 상행 출발 +7 23.09.05 774 43 16쪽
20 19. 첫 상행 준비 +3 23.09.04 838 41 13쪽
19 18. 사격연습 +7 23.09.01 936 47 15쪽
18 17. 연금술 +4 23.08.31 921 5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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