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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라한의 서재입니다.

모래 위 연금술사(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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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둘라한
작품등록일 :
2023.08.08 03:19
최근연재일 :
2023.10.0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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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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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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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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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9. 첫 상행 준비

DUMMY

탁자에 박혀 뭉툭한 머리를 내놓고 있는 못을 향해 총을 조준했다.

숨을 고르고 몸의 떨림이 줄어들어, 총구가 정확히 목표물을 향했을 때,

그틈을 놓치지 않고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커다란 총성과 함께 날아간 내 총알은 아주 정확히 못의 대가리를 치며, 꼿꼿하게 서 있던 못의 허리를 반으로 접었다.

총의 유효사거리의 끝자락, 육안으로 목표물이 잘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일으킨 묘기.

사격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만족했겠지만, 난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곧바로 총구를 옮겨 바로 옆에 있는 못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방아쇠를 당겨 총알을 발사했으면, 바로 총구를 옮겨 다른 목표물을 향해 다시 방아쇠를 당기는 기계적인 움직임.


탕! 탕! 탕! 탕!


[비단뱀]의 총구에선 쉬지 않고 화염이 솟구쳤고 장전되어 있던 총알은

탁자에 박혀 있던 6개의 못 허리를 모두 꺾어버렸다.

나는 그 결과를 확인하고 나서야, 새로운 공기를 폐부에 쑤셔넣으며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이야, 이게 되네.”


사격 연습한 지 고작 1~2시간밖에 안 됐는데.

맨눈으로 잘 보이지도 않는 못들을 모두 맞출 수 있게 되다니.


“이게 바로 특성?”


사격 자체에 재능이 좀 있었고 ‘넷 다이버’를 하면서 총기에 익숙해져 사격에 자신이 있긴 해도.

보조장비 하나 장착하지 않은 권총으로, 200m가량의 먼 거리에서 못의 머리를 연속해서 맞출 실력은 아니었다.

아마, ‘개안(開眼)’과 ‘주몽의 후예’의 시력, 손재주 보정 덕분이겠지.


“금손 특성 빼고 육체계 특성 하나만 더 얻을걸···.”


‘주몽의 후예’의 특성이 이 정도인데, 신체 능력을 올려주는 특성은 얼마나 더 좋은 효과를 보여줄지 대충 예상이 가, 입맛이 썼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비단뱀]에서 사용한 탄피를 빼내고 다시 총알을 장전하려고 했으나.


“뭐야, 벌써 다 썼어?”


돈주머니에는 권총탄 6발과 사용하지 못하는 소총탄 50발이 전부였다.

쏘는 족족 목표물에 맞추는 재미를 알아버린 나는, 그냥 권총탄을 다 써버릴까? 했으나.


“내일 나간다고 했었지?”


이 도시에서 벗어나 다른 도시로 간다는 카밀라의 말을 떠올리며, 가까스로 충동을 참아냈다.

내가 카밀라와 함께 머무는 이 도시도, 초록색 지역이 아닌 곳으로 가면 위험한데, 다른 곳은 말할 필요도 없지.

도시가 노란색이기만 해도 감지덕지할 거다.


“여섯 발이면 충분하겠지?”


껌딱지라도 되는 것마냥 카밀라의 곁에 붙어 있을 테니, 큰 문제는 없을 거다.

아마도.


“쓰읍.”


6발밖에 남지 않은 권총탄을 잠시 빤히 쳐다보던 난.

중립이라는 카밀라의 말을 믿고 마주했던, 노란색 지역을 떠올리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정리 빨리하고 호신용 도구 하나 더 만들어야지.”


나는 사용한 총알의 탄피와 망가져 버린 못들을 뽑아 용광로 안에 던져두는 등, 빠르게 주변을 정리하고 창고로 직행, [데스웜 가죽]과 남은 레어 메탈 전부를 가지고 작업대로 향했다.

작업대 위에 [데스웜 가죽]과 레어 메탈을 올려두자, 아이템 설계창이 떠올랐다.


“시간이 없으니까, 만들기 쉽고 빠르게 설계하자.”


[연금술사의 비애(오른손)]을 만들 때, 작업 난이도와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을 적어넣지 않아, 개고생했던 때를 떠올린 나는.

이번에는 잊지 않고 작업 난이도와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로 적어넣고

방탄/방검 기능이 있지만, 일상생활에도 편하게 사용이 가능하게 해달라는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요구들을 늘어놨으나, 우리 갓갓갓님은 5분만에 내가 원하는 아이템 장비를 설계해 주었다.


[아이템 설계]

이름 : 화살막이의 로브

데스웜 가죽과 레어 메탈로 만든 로브의 설계도다.

단단한 지반 밑을 헤엄치며, 광물을 먹고 사는 데스웜 가죽의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특성을 이용.

사막의 뜨거운 햇빛과 따가운 모래 바람을 막는 의류이자, 총알과 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로 설계되었다.

※ 자연사한 데스웜의 가죽으로 제작되어, 일반적인 데스웜 가죽보다 방어력이 떨어진다.

※ 제작 과정을 간소화하여, 데스웜 가죽의 무게를 덜어내지 못해 무게가 상당하다.

※ 근처의 광물과 붙어 있을 때, 색깔과 모양이 동화되는 데스웜 가죽의 원본을 크게 건드리지 않아, 모래나 바위 같은 광물에 은신 시 보정이 주어진다.


“최대한 빠르게 만드는 걸, 목적으로 둬서 그런가. 설계도 얼마 안 걸렸네.”


시스템이 5분 만에 설계한 [화살막이의 로브]는 데스웜 가죽을 모자 달린 로브로 재단한 후, 레어 메탈을 실처럼 뽑아내어 꿰맨, 정말 단순한 모양새와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형태가 단순한 만큼 [연금술사의 비애(오른손)]나 [비단뱀]에 비해서 멋있진 않았으나.

로브에 달린 커다란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있는 설계도 속 [화살막이의 로브]는

로브와 닿아 있는 광물이 변할 때마다 색깔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주며, 특수요원이 길리슈트를 입고 있는 것 같은 태를 냈다.


“바로 작업하자.”


성능과 속도를 중요시 해, 멋을 포기했는데 이 정도로 멋있으면 개꿀이지.

나는 팔과 목을 빙빙 돌려, 가볍게 몸을 풀고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


“다 됐다.”


카밀라의 고물상에 단단한 [데스웜 가죽]을 다룰 수 있는 특수 장비가 있는 데다,

[연금술사의 비애(오른손)]를 만들 때 [데스웜 가죽]을 한번 다뤄봤었고 장비의 구조 자체도 단순했기에,

나는 3시간 만에 [화살막이의 로브] 작업을 완료할 수 있었다.


“뭣가 심심하긴 한데, 밋밋해야 은신이 잘될 테니까.”


레어 메탈로 만든 실과 바늘로 [데스웜 가죽]을 꿰매 만든 아주 단순한 로브는

장비라고 하기에는 너무 밋밋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으나, 로브를 입은 채 작정하고 광물에 붙어 가만히 숨어 있으면, 맨눈으로 찾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보호색을 띠었다.

난 밋밋하지만, 그 무엇보다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는 [화살막이의 로브]를 바라보며 만족하다, 뒤늦게 [데스웜 가죽]의 무게를 기억해냈다.


“쓰읍, 빠르게 만들 생각에 이걸 생각을 못 했네.”


무게에 짓눌리지는 않을까? 약간 걱정하며, 완성한 로브를 입어보자.

아니나 다를까. 상당한 묵직함이 내 어깨를 짓눌렀다.


“더럽게 무겁네.”


카밀라와 함께 일을 하며 육체가 단련됐다고 생각하는 나였으나, [화살막이의 로브]는 노동으로 단련된 몸으로도 무겁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5kg짜리 모래주머니를 어깨에 얹고 다니는, 그 정도의 무게라고 할까?

[화살막이의 로브]를 입고 뛰거나 구르는 등 과격한 행동은 물론이오, 오랫동안 걸어 다니는 등의 육체 활동은 자제하는 게 좋아 보였다.


“나중에 손을 좀 봐야겠는데?”


‘개안(開眼)’으로 본 설명에 [화살막이의 로브]를 크게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개조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보았으니.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만, 카밀라와 함께 다른 도시에 갔다 오면, 반드시 개조하기로 마음먹은 난.

일단, [화살막이의 로브]를 곱게 개어 내 방에 올려 둔 뒤, 태블릿을 꺼내 내가 앞으로 만들어야 할 장비들을 순차적으로 적어나갔다.


“일단, 건홀더도 있어야 하고. 소음기도 있는 편이 좋고 [비단뱀]이 있으니 주 무기도 있으면 좋겠고.”


건홀더나, 소음기처럼 언젠가 내게 필요한 부속 장비부터 [비단뱀]의 부족한 화력을 채워줄 주 무기 등

내게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태블릿의 메모장에 적어가던 나는.

어느새 현실에서 벗어나, 내가 가지고 싶은, 언젠가는 꼭 만들어 쓰고 싶은 것들까지 적어 내리기 시작했다.

청소용 안드로이드나 연금술사 하면 떠오르는 인공 생명체인 호문쿨루스처럼,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그다지 필요 없지만 로-망을 자극하는 것들을 태블릿에 적어 내리던 내가 작성을 멈춘 건.

‘넷 다이버’에서 거너는 착용하지 못했던 파워 슈트에 대한 걸 적을 때였다.


“한 번 타본 사람들은 파워 슈트가 없던 때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던데.”


파워 슈트는 ‘넷 다이버’의 극후반 장비로, 착용할 수 있는 직업군들은 어떻게든 구하려고 하는 최종 장비다.

최신형 외부 장갑으로 대부분의 공격을 경감해 받아내고 인공 근육을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근력을 낼 수 있으며, 부스터를 통해 짧은 공중전이나 고속 이동이 가능하다.

또한, 외부와 내부를 완전히 단절시켜, 독이나 수중, 고공에서도 전투하는데, 큰 문제가 없는 만능 of 만능의 장비.

파워 슈트를 입은 적들과 전투도 벌여 봤고 바로 옆에 파워 슈트를 사용하는 친구놈도 있으니, 파워 슈트의 장단점을 아주 잘 알고 있다만.

내가 직접 겪어본 적이 없어, 뭐라 개선점을 작성하기가 애매했다.

밸런스 문제라면서, 거너는 파워 슈트를 입을 수 없었으니까.

입을 수 있던 거라곤, 한참 격이 떨어지는 아머 슈트 정도?

참고로, 파워 슈트가 슈퍼카라면 아머 슈트는 트렉터 수준으로 연비와 성능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여기는 현실이니, 나도 파워 슈트를 입을 수 있겠지.”


문제라고 한다면, 파워 슈트는 ‘넷 다이버’에서도 대기업들만 주문제작으로 한정 판매했을 정도로,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재료와 제작 난이도가 미쳐 날뛴다는 건데···.

연료와 재료만 있으면, 무엇이든 자동으로 순식간에 만들어주는 연금술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여기까지만 하고 오늘은 푹 쉴까?”


내일이면 카밀라와 함께 다른 도시로 가야 할 텐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모르고 카밀라가 나한테 운전도 시킬 수 있으니까.

나는 조금 이른 저녁이었으나, 내일 아침 있을 일을 위해, 조금 일찍 잠에 들었다.

그리고 일어난 다음 날. 내 예상대로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Tip. 물건에는 죄가 없습니다. 닿는 모든 걸 사용해, 당신의 뜻대로 사용하세요.]


미래를 예견하듯, 불안한 느낌으로 떠오르는 오늘 Tip을 태블릿에 적어넣은 나는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화살막이의 로브]를 입고 안주머니에 [비단뱀]과 [연금술사의 비애(오른손)]을 쑤셔 넣은 채, 식당으로 내려왔다.


“왔어?”


식당으로 내려가자, 무척 피곤해 보이는 카밀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내 몫으로 내놓은 [에너지 바]를 질린 눈으로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고 자리에 앉아 [에너지 바]를 목구멍으로 쑤셔 넣었다.

내가 [에너지 바]를 목구멍으로 쑤셔놓자, 카밀라는 천천히 우리가 가는 곳을 설명해줬다.


“우리가 지금 가려는데는, 이 도시로부터 이틀 거리에 있는 중형 도시야. 거래처의 사람들과 도시민들이 그리 반기지는 않겠지만, 우호적이지도 않지. 아, 그래. 색깔로 알려주자면, 음. 노란색?”


우리가 가려는 곳이 노란색 지역임을 알려주는 카밀라의 말과 동시에,

권총탄 6발을 아껴두고 [화살막이의 로브] 만든 나 자신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계속 이어지는 카밀라의 주의사항을 경청했다.


“도시 안으로 들어가 거래를 할 예정이고. 넌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그러면 도시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거야.”


도시에서는···?

뭔가가 남아 있다는 듯, 툭 내뱉은 카밀라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옮겨야 할 짐들이 있으니까. 다 먹었으면 일어나.”


“아니, 뒷 부분을 말 좀 해줘요. 뭔데요!”


내가 항의했지만, 카밀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따라오라는 듯 창고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참고로, 사람을 화나게 하는 법이 두 가지 있는 데, 첫 번째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아, 젠장.”


투덜거리면서 카밀라의 뒤를 졸졸 따라갔던 나는

창고를 가득 채우고 있는 금속 상자를 보며, 경악했다.

창고의 선반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희귀 재료와 부품이 없고 바닥에는 내 상반신 크기의 금속 상자가 널려 있었으며.

창고 구석의 어두컴컴한 어둠은 내 미래를 예견해주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나는 아까의 킹받음도 잊어버리고 카밀라를 바라봤으나, 카밀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옮겨.”


“쒯!”


나는 욕설을 내뱉으며, 결심했다.

이번 상행을 몸 성히 마친다면, 로브의 개조는 개뿔, 짐을 옮길 수 있는 수송용 로봇을 먼저 만들고 말겠다는 아주 굳은 다짐을.


작가의말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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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 첫 살인 +3 23.09.14 582 39 16쪽
27 26. 은비늘 +1 23.09.13 592 39 13쪽
26 25. 약탈자들의 습격 +1 23.09.12 612 35 13쪽
25 24. 고백 +3 23.09.11 640 41 14쪽
24 23. 죄의 무게 +1 23.09.08 699 35 12쪽
23 22. 깃털 도시 +4 23.09.07 699 35 13쪽
22 21. 운전할 때는 라디오지 +4 23.09.06 724 46 13쪽
21 20. 첫 상행 출발 +7 23.09.05 773 4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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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 사격연습 +7 23.09.01 936 47 15쪽
18 17. 연금술 +4 23.08.31 921 5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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