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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라한의 서재입니다.

모래 위 연금술사(r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완결

둘라한
작품등록일 :
2023.08.08 03:19
최근연재일 :
2023.10.09 08:56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42,061
추천수 :
2,101
글자수 :
283,659

작성
23.08.08 08:00
조회
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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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글자
17쪽

0. 너프만 안 됐어도

DUMMY

“허억, 허억, 찾았다.”


저격 포인트를 찾아 건물을 오르느라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등에 짊어지고 있던 총을 꺼내 빠르게 정비했다.

연이은 전투로 인해 더러워지고 이리저리 흠집이 많이 나 있지만, 튼튼함 하나만큼은 최고라 할 수 있는 ‘바벨’의 넘버링 제품이라 그런지, 큰 문제는 없었다.


“후우. 좋아.”


총에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나는 총구를 들어 내가 찾던 목표를 향해 겨누었다.

목표는 요즘 유행한다는 CCTV 대가리를 달고 있는 사이보그의 가슴팍.

나를 비롯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니는 걸 알고 있는지, 목표는 6명의 보디가드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안한 듯 고개를 좌우로 둘러댔다.


“얼마나 돈을 처바른 거야?”


이대로 바로 저격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목표가 고용한 보디가드들은 게임 내에서 구하기 힘든 최고 등급의 파워 슈트로 풀무장한 상태였다.

보디가드들을 무시하고 저격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저격 이후 이어진 보디가드들의 보복에서 내 캐릭터가 생존하긴 요원해 보였다.


“젠장, 시간이 얼마 없는데.”


이벤트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5분. 순위는 12위.

게임사에서 보상을 해주기로 한 순위는 10위까지였고, 눈앞에 목표만 처리하면 10위로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기에, 더욱 간절했다.


‘먼저 쏴야 하나? 파워 슈트의 AI가 곧바로 반응할 텐데? 보디가드 수도 많고. 하필이면 이벤트 종료 후에도 캐릭터가 살아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점점 줄어가고 이대로 순위권에 드는 걸 포기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


“에이, 망할! 못 먹어도 고! 그냥 박아!!!”


점점 줄어가는 시간의 압박을 버티지 못한 플레이어 하나가 보디가드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목표를 향해 달려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디가드가 입은 파워 슈트와 똑같은 모델을 커스텀해 입고 있는 플레이어는 일본도 형태의 단분자 커터를 빼 들고 보디가드들에게 달려들었고, 의뢰인을 향해 달려드는 괴한을 발견한 보디가드들은 의뢰인을 지키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적 1기 발견! 포메이션 B로 변경한다!”


플레이어를 발견한 보디가드의 외침에, 의뢰인을 둘러싸고 있던 두 명의 보디가드들은 의뢰인에게 달려드는 플레이어를 저지하기 위해 진형에서 이탈했고.

의뢰인 곁에 남아 있는 4명의 보디가드들은 두 명의 보디가드가 빠지며 만들어진 진형의 구멍을 막고자 몸을 움직였다.

한 몸이라도 된 것처럼 움직이는 이들이었으나, 아주 약간의 틈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고,


‘지금이다!’


단 한순간도 목표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던 나는, 보디가드들이 움직이며 만들어낸 아주 작은 틈을 놓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한 발에 수백만 원이 넘어가는 비싸디비싼 철갑탄이 총구에서 튀어 나가며, 목표물의 가슴팍을 명중했다.


타앙!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의원과 뒤늦게 들려오는 커다란 총성에 보디가드들은 비명을 지르듯 목표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의원님!”


보디가드들은 다급히 사람으로 만들어진 벽을 세우고 의뢰인의 상태를 살폈으나, 의뢰인은 가슴에 축구공 크기의 구멍이 뚫린 채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됐다. 됐어!”


이벤트 순위 12위에 안착해 있던 내 닉네임이 10위로 상승한 걸 본 나는 기쁨의 환호성을 내뱉으며, 캐릭터를 안전가옥에 옮겨두고 이 기쁨을 친구와 함께 즐기기 위해 세이프 워드를 내뱉었다.


“거너 버프 좀!”


세이프 워드를 내뱉자마자, 가상현실 게임 기기는 곧바로 게임을 종료하며, 날 현실로 사출했다.


*


빠르게 로그아웃을 하기 위해, 세이프 워드를 내뱉은 나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친구의 서버로 달려갔다.

소파에 앉아 맥주를 들이켜며 TV를 보고 있는 녀석의 옆에 싱글벙글 웃으며 앉아, 나님이 이벤트에 10위 안으로 들어갔다는 아주아주 기쁜 소리를 전달했다.


“나도 이제 10위다! 이마리야!”


TV를 보고 있던 녀석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했다.


“어, 그래? 됐어? 축하해.”


대단하나, 개쩐다. 이런 소리를 듣기를 원한 건 아니다만.

들려온 녀석의 목소리에는 영혼 하나 들어있지 않아 방금까지 하늘 높이 솟아있었던 기분이 시궁창으로 떨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영혼 좀 넣어서 말하면 어디 덧나냐?”


“와아, 10위 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내 불만 어린 목소리에 녀석은 마찬가지로 영혼 없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젠장. 넌 6위 했다. 이거지?”


“아니, 나 진심을 넣어서 말한 건데?”


누가 들어도 영혼 없는 칭찬인데, 녀석은 자신은 진심이었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으나.

내가 보기엔 이벤트 6위에 안정적으로 들어가 있는 자의 티배깅처럼 느껴졌다.


“너프만 아니었어도, 역으로 놀릴 텐데.”


최근에 있었던 총알 가격 패치만 아니었어도 이벤트에 녀석을 누르고 내가 6위가 됐을 텐데···.


‘담배도 아니고, 어떻게 패치 한 번에 총알 한 발 가격을 50%씩이나 올리냐고.’


말도 안 되는 너프를 때린 게임사를 욕하고 있자, 녀석은 자신이 보고 있는 TV를 가리키며 말했다.


“야야, 이거 좀 봐봐.”


친구의 부름에 고개를 들어 TV를 바라보자, TV에는 이벤트 종료의 카운트다운과 이벤트 랭킹 1위에서 15위까지의 닉네임, 순위가 확정된 플레이어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틀어주고 있었다.

설마, 순위가 바뀌었나 싶어 바라봤지만, 10위에는 내 닉네임인 ‘고어택’ 세 글자가 아주 명확히 박혀 있었다.


“순위권에 변동도 없는데, 왜? 무슨 일 있어?”


이벤트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1분여, 심지어 내 점수와 11위의 점수가 상당한 차이가 있었기에, 역전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내 개쩌는 플레이가 나오고 있거든.”


나중에 장례식장에서 틀만 한 매드 무비라며, 녀석은 호들갑을 떨었다.


“아, 네.”


“캬~ 방금 봤냐?”


짜게 식은 눈으로 녀석의 뻔뻔한 얼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거대한 파워 슈트로 적들을 압살하고 있는 화면 옆, 랭킹에 집중했다.

이 치욕은 이벤트 랭킹 10위로 마무리하고 차기작의 클로즈 베타테스터 권한을 취득한 뒤, 갚아줘도 됐으니까.

이벤트 종료까지 30초가량 남았으나, 별다른 변동이 없는 순위에 안도하며 마음을 놓으려는 바로 그 순간.


“어?”


이벤트를 포기한 듯 점수의 변동이 없었던 15위가 무서운 속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어, 어어어?”


15위의 불쾌한 반란에 나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내뱉었고 15위는 순식간에 내 점수를 뛰어넘어 당당하게 10위를 탈환했다.

뭐지? 내가 잘못 본 건가? 방송 사고인가? 아니면 표기 오류?

나는 30초 전에 봤었던 랭킹으로 다시 돌아오길 바랐지만, 이벤트가 종료되었다는 문구가 떠올랐음에도 랭킹에는 변함이 없었다.


“······.”


갑작스러운 15위의 급등으로 이벤트에서 미끄러지게 된 나는 무언가의 홀린 것처럼 랭킹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Top 10

1위 금빛날개

2위 어둠의다크니스

···

9위 멍멍컹컹

10위 이거게임아님


순위권 외

11위 고어택

12위···


“어. 으. 어?”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뇌 정지가 세게 왔다.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아, 멍하니 TV 화면만을 바라보고 있자, 자신의 최고의 플레이가 모두 끝난 건지, 히히덕거리는 녀석이 날 툭툭 건드렸으나.

나는 녀석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저기, 야? 야야. 얘 왜 이래? 너무 놀렸나?”


고장이 난 나를 툭툭 건들던 녀석은 고개를 돌려 랭킹을 바라봤고.

이벤트가 종료됐다는 것과 랭킹을 보게 된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수 있지. 너 게임 개 못하잖아.”


“김창욱, 이, 망할 개새끼야아아아!!!”


창욱을 죽인다. 죽이고야 만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욱을 향해 드롭킥을 날렸으나,


“엌, 난 간다. 수고!”


창욱은 내 공격보다 한발 빠르게 로그아웃을 누른 상태였다.

나는 창욱의 비웃는 표정을 마지막으로, 창욱의 서버에서 튕겨 나와 현실 세상으로 내쫓겼다.


“망할 개자식. 얼어 죽을 십장생.”


차가운 현실로 내쫓긴 나는 날 놀리고 사라진 친구라는 새끼와 거너를 너프시켜 결국 순위권에 못 들게 만든 게임사.

그리고 날 11위로 강등시켜버린 ‘이거게임아님’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


게임에 관심 없는 이들이 고작 게임 이벤트에, 주는 거라곤 차기작 클로즈 베타테스터 권한밖에 없는데, 왜 이렇게 유난이야? 라고 되물을 수 있으나.


“게임 안에 사람이 있잖아요···.”


이 게임사가 만든 ‘넷 다이브’라는 게임은 평범한 게임이 아니다.

유명한 게임들을 어린아이 팔 비틀 듯 가볍게 짓누르고 1위로 올라선, 규격 외의 게임이다.

마치, 사람과 대화를 하는 듯한 AI를 가지고 있는 NPC들과 논문이 나올 정도로 현실과 닮아 있는 게임 속 사회와 사회 시스템, 현실보다 더 실감 나는 타격감과 엄청난 규모의 전투 등등

약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SF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되지 않아 게임을 할 수 없는 어린아이와 게임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재미를 가진 게임이다.

근데, 이런 게임이 차기작을 내고, 그 차기작을 먼저 즐길 수 있다?


“베타테스터 하겠다고 휴학도 했는데···!”


거기다가, 이 게임사는 베타테스터들에게 엄청난 돈을 주며 피드백을 받는다는 카더라가 있다.

게임 내에서 움직이는 돈만 해도 한 나라의 1년 치 예산일 정도로 돈을 엄청나게 벌며, 그만큼 게임에 재투자하기로도 유명하기에, 마냥 신빙성이 없는 게 아니다.


“내 계획이···”


내가 짰던 계획은 베타테스터 권한을 얻어서 ‘넷 다이브’의 차기작을 즐기고 게임사에서 받는 돈으로 다음 학기 학비를 낼 생각이었는데···.

‘원래 인생이란 원래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라고 말하는 마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너프만 안 됐어도···.”


총알값이 너프만 되지 않았어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텐데.

게임 내의 초거대 기업들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데, 왜 플레이어들이 쓰는 총알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냐고.


“빌어먹을 현실성.”


나는 아직도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욕설을 내뱉다가, 내게 도발을 날리고 튄 창욱에게 온 메시지를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확인했다.


[그러게, 왜 그런 똥캐 키움? ㅋㅋ]


“똥캐 아님!!!”


내 발작 버튼을 누른 창욱의 모습에 난 참지 못하고 다다다 내 직업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


[거너라는 직업은 파워 슈트를 착용할 수 없는 대신 다양한 총기를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하는 총기만큼 많은 효과를 가진 총알을 쏠 수 있으며···]


나는 지금까지의 울분을 담아 창욱에게 거너의 위대함을 설파하려고 했으나, 창욱은 너무나도 쉽게 내 입을 닫아냈다.


[그래서 11딱?]


“이런 시!!!”


더는 참을 수가 없다!

나는 창욱에게 전화를 걸었고, 창욱이 전화를 받자마자 아주 당당하게 소리쳤다.


“옥상으로 따라와! 개새끼야!”


-11위밖에 못한 찐따가 하는 말이라서 그런가? 잘 안 들리네-


“하.지.말.라.고.”


-흐즈믈르그~-


이게 친구인지, 아니면 복장을 터트려 죽이려고 하는 원수 새끼인지.

성질을 긁다 못해 천장을 뚫어낼 듯 드릴로 갈아내는 창욱의 모습에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창욱은 한참을 낄낄거리면서 웃고 있다가, 다 웃었는지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는 찾았어?-


“아니, 이제부터 찾아봐야지.”


창욱과 대화하면서 복장이 터져 죽을 뻔하긴 했지만, 덕분에 빠르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베타 테스트를 하면서 학비를 낼 수 없게 됐으니,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일할 수밖에.


“에휴.”


어디서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하나···.

막막해진 앞날에 한숨을 내뱉었으나, 지금까지 놀린 값이라는 건지, 창욱이 따스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내가 아는 사장님이 알바 하나 구하고 있던데, 추천해 줄까?-


“뭐? 무슨 일인데?”


-상하차-


“그냥, 뒤져라.”


나는 더는 참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거너는 이 일을 잊지 않을 겁니다. 시발.


*


거너의 엄청난 저력을 두려워한 게임사의 악독한 패치로, ‘넷 다이버’의 차기작 베타테스터가 될 기회를 날려버린 지 벌써 9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심심하면 나를 놀리던 창욱 역시 3일 전, 게임사에서 차기작을 플레이할 수 있는 기기가 왔다는 자랑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다.


“얼마나 재미있길래, 연락 한번 없냐.”


‘넷 다이버’도 엄청나게 재미있었는데, 차기작은 그보다 더 재미있는 건지, 아니면 게임 사에서 내건 비밀유지 서약서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게임사에 취직이 된 건지.

창욱에겐 그 어떠한 소감도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랭커들도 그렇고”


나뿐만이 아니라, 차기작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는 유저들과 세상 사람들은 차기작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 베타 테스트에 참가하게 된 랭커들을 쪼아대고 만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내가 창욱에게서 연락 한 번 받지 못했던 것처럼, 그들 역시 별다른 소득을 얻을 수 없었다.


“인생···”


그 망할 ‘이거게임아님’에게 10위 자리를 뺏기지 않았으면 내도 그 게임을 하고 있었을 텐데.

9일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억울함에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있자,


띠링


내게 메시지가 왔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창욱이야?”


한동안 연락도 없더니, 이제야 연락할 정신이 들었나 보지?

나는 기기를 쓰고 메시지를 확인하려다가, 창욱이 화병으로 죽을 때까지 성질을 긁던 게 떠올라, 잠시 멈췄다.


“쓰흡, 후우. 쓰흡, 후우.”


아주 차분하게, 어떠한 상황에도 화를 내지 않는 한화 팬이 된 마음으로 나는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린 뒤, 메시지를 확인했다.

당연히, ‘넷 다이버’ 차기작을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던 창욱이, 날 놀리기 위해 메시지를 보낸 거라 생각했는데.


“어라?”


정작 내게 메시지를 보낸 곳은 창욱이 아닌 ‘넷 다이버’를 만든, 엄청나게 강력한 거너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고 보복성 패치를 감행해 날 이벤트에서 떨어트린, 게임사에서 온 연락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고어택 님. ‘넷 다이버’ 차기작 베타 테스트 이벤트 결과에 문제가 있어 연락드립니다. - 월드 크래프트]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머리가 딱딱하게 굳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메시지를 바라보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장난, 장난일 수 있잖아. 그래. 그럴 수 있잖아.”


‘넷 다이버’ 커뮤니티에는 ‘넷 다이버’ 차기작에 대한 정보를 풀지 않는 랭커들에 대한 원망과 30초 차이로 10위를 빼앗긴 날 비웃으며 조롱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난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확인하고, 내게 온 메시지가 진짜 게임사에서 온 게 맞는지, 비교도 하고, 게임사에 연락해 답장까지 받고 나서야.


“슈발 됐다!!!”


참고 참았던, 기쁨의 환호성을 내뱉었다.

나는 그동안 쌓여 있었던 울분을 모두 털어낼 듯 한동안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추는 등 난리란 난리는 다 치다가, 간신히 진정하고 게임사에서 보낸 연락을 천천히 읽었다.

무척 긴 글로 적혀 있었지만, 세 줄로 축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1. 이벤트에 게임사 직원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참여한 사실을 확인했음.

2. 찾아보니 10위 ‘이거게임아님’이라는 걸 확인해 순위에서 박탈시킴.

3. 자동으로 11위였던 님이 10위가 되어 베타테스터가 됐음.

4. 님이 괜찮다고 수락만 하면 바로 물건 가져다가 드리겠음.


세 줄 요약이라면서 뭔가 한 줄 늘어난 것 같지만, 그거 기분 탓이다. 기분 탓.


“바로 받아야지.”


나는 게임사가 보낸 비밀유지 서약서와 집 주소를 적어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캬, 새끼. 나중에 만나면 깜짝 놀라 자빠지겠구만.”


내가 베타테스터 권한을 못 얻었다고 얼마나 뻗대면서 날 놀렸던지.

물론, 거너가 너프 되기 전에 내가 창욱을 놀렸던 기억이 머릿속에 얼핏 스쳐 지나간 것 같지만, 곧 플레이하게 될 차기작에 대한 흥분으로 금세 잊어버렸다.


작가의말

잘부탁드립니다.



2023/08/27

뇌절한 부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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