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들켰다.
“헤엑, 헤에엑”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를 햇빛이 비치는 창문으로 옮긴 나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바퀴 달린 손수레라도 있었으면, 이 정도로 힘들지 않았겠지만.
고물상에는 그런 사치품이 존재하지 않아, 손수 인력만으로 옮겨야 했으니까.
나는 앉은 상태로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의 태양광 발전기에 손을 뻗어,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절한 뒤.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의 몸에 기대 잠시 숨을 골랐다.
거칠어졌던 호흡이 천천히 돌아오고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땀이 줄어들자,
기이잉
태양광 발전기 정도는 움직일 수 있는 전력이 생긴 듯.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는 햇빛을 더 잘 받을 수 있도록, 스스로 귀를 움직여 태양광 발전기의 각도를 조절했다.
사막의 햇빛이 강한 덕분인지, 태양광 발전기의 효율이 뛰어난 덕분인지.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는 충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태양광 발전기가 달린 귀뿐만이 아닌 부위도 움직이며,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나는 당장이라도 움직일 듯 전신을 꿈틀거리는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를 보며 결심했다.
‘한 달 정도 더 고생하자.’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를 한 달 동안 카밀라에게서 숨기자고.
그도 그럴게, 내가 이 세계에 떨어진 지 30일도 지나지 않았으며, 엔지니어 일을 배운지 얼마 안 된 상태에다가, 카밀라와 5일간 출장을 갔다 오기까지 한 상태다.
물리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내가 만들었다고 당당하게 꺼내기 애매했다.
이럴 거면 왜 만들었냐고 할 수 있겠다만.
‘진짜 죽을 뻔했는데. 그거까지 생각이 닿겠냐고.’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해, [화살막이의 로브]와 [비단뱀]을 만들었건만.
이 두 장비로 내 몸을, 목숨을 보호하기엔 세상이 너무나도 거칠고 험악하다는 걸.
이 이상의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다음번엔, 진짜로 머리에 납탄이 꽂힐 수 있다는 걸 깨달아.
내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드는 데에 생각이 매몰된 결과랄까?
‘불가항력이었다는 거지.’
아무튼, 카밀라에게 내놓을 변명을 갖추지 못한 채로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를 완성해버렸으니.
만들어 놓고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내 능력을 카밀라에게 밝힐 게 아니면, 한동안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를 숨기는 게 맞았다.
“쩝.”
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카밀라에게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를 만드는 척하며, 또 어떤 장비를 만들어야 좋을까? 지금 내게 부족한 장비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고 있자.
충전을 완료한 건지. 아니면 움직일 수 있는 전력을 확보한 건지.
인공 근육을 꿈틀거리며 자신의 육체를 점검한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는 감겼던 눈을 번쩍 뜨며 육중한 몸을 일으켰다.
기이잉, 부르릉
이제 막 기동한 탓인지,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에서 기계음과 엔진음이 잠시 들려왔지만.
[생물성 외부 장갑]이 만든 작은 털들이 정전기라도 일어난 것처럼, 삐죽 솟았다가 다시 가라앉자, 아까까지 들렸던 소음들은 내 착각이라도 되는 것마냥 싹 사라졌다.
그리곤 생명체들이 내는 숨소리 같은 걸 내기 시작했다.
내가 연금술로 제작했고 방금까지 기계음과 엔진음을 들었음에도 진짜 생명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는 모든 부위가 정상 작동되고 주인인 날 인식했다는 듯, 낮고 굵은 목소리로 짧게 짖었다.
“컹”
일반적인 개의 크기가 아닌, 오토바이만큼 커다란 데다,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들숨과 날숨을 내쉬며, 내 머리통을 단숨에 씹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머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살아 숨 쉬는 불가해한 거대 포식자와 마주한 것 같은 느낌에, 나도 모르게 살짝 두려움을 느끼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런, 내 두려움을 읽은 걸까?
“끼잉”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는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푹 숙이고 내게 머리를 들이밀었다.
나를 무서워하지 말아 달라는 듯, 고개를 팍 숙이고 짧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에,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내게 내민 머리에 손을 올렸다.
로봇이기에, 생물에게서 느낄 수 있는 온기는 느껴지지 않았으나, 로봇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부드러운 감촉이 손바닥에서 느껴졌다.
내 손길이 그렇게도 좋은지, 나는 가만히 있음에도 머리를 움직여 비비는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의 모습에.
조금 전, 공포를 느꼈던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와 한참 교감을 이어나가던 나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곤, 녀석을 내 방으로 올려보내기 위해 작업실을 나와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카밀라는 공터에서 계속 작업을 하고 있는지, 바깥에선 용접하는 소리와 번쩍번쩍하는 빛이 보였다.
“조용히 올라가.”
나는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에게 내 방으로 올라가, 배터리를 완충하라 명령을 내렸다.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는 내 명령에,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내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려했다만.
몸체가 쇳덩이로 이루어진 데다가 몸집이 커, 느릿하게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잦은 소리를 만들었다.
저러다가 큰 소리를 내서, 카밀라에게 들키거나 몸이 끼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나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끌어보고자, 열심히 미니버스의 지붕을 고치고 있는 카밀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최대한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카밀라에게 말을 걸었다.
“도와드릴 거 있어요?”
미니버스의 망가진 지붕에서 한참 시끄럽게 작업하던 카밀라는 내 목소리에, 잠시 작업을 멈추곤.
내게 가까이 다가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닥였다.
내가 카밀라에게 다가가자, 카밀라는 다시 말해보라는 듯 물었다.
“뭐라고 말했어?”
“도와드릴 거 있냐고 물어봤죠.”
“너 할 일 많지 않아?”
카밀라는 내가 로봇을 만들려고 했다는 걸 잊지 않았다는 듯, 카밀라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아차, 싶었던 나는 곧바로 이유를 덧붙였다.
“가지고 있는 재료로 좀 만들고 있긴 한데, 조금 부족해서요.”
“지금 있는 걸로 충분하지 않아? 부족하다고 해도 잡동사니 분해하면 준다고 했는데?”
내 이야기를 들은 카밀라는 얼마나 거한 걸 만들려고 그러는 거냐는 듯, 날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모아둔 재료들은 물론, 제시의 상점에서 구매했던 물건들의 값이 상당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모습이었다.
나는 아주 짤막하게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에 대한 설명을 구구절절 늘어놓았다.
차분히 내 이야기를 듣던 카밀라는 간신히 동의했다는 듯 말했다.
“그래, 그 정도 기능이 들어갔다면. 그럴 수 있지. 만드는 데 오래 걸릴 테고.”
카밀라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정했다는 듯 자리에서 고치던 지붕에서 내려왔다.
“좋아. 휴일이라도 일하고 싶은 거라면, 어쩔 수 없지.”
아니, 딱히 일하고 싶지는 않은데?
휴일에는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긴 하지만.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를 만들 때,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재료를 사용했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재료는 물론, 돈도 하나 없는 빈털터리 신세라서.
카밀라의 제안을 따르는 게 좋긴 했다.
일하기가 싫어서 그렇지. 일하기가.
‘지금쯤이면 다 올라갔겠지?’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심정으로, 카밀라의 뒤를 따라가며 내가 만들어낸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를 떠올렸다.
내가 편하자고 만들었는데, 나는 고생하고 만들어진 로봇인 너는 편하겠구나.
‘개 팔자가 상팔자라더니, 로봇이라도 그건 닮는 건가.’
한숨을 푹푹 내쉬며 나와 휴일에도 일을 시킬 수 있어서인지, 기분이 좋아 보이는 카밀라가 고물상에 들어간 바로 그 순간.
나와 카밀라는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고 있는 검은색 덩어리를 목격하고 돌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카밀라는 생전 처음 보는 검은 덩어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물상 내부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몸을 딱딱하게 굳히며 경계했고.
내 방에 앉아 충전하고 있어야 할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가 어째서인지, 2층 계단을 오르고 있다는 것과 카밀라에게 로봇을 들켰다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해지고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2층 계단으로 올라가던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는 나와 카밀라가 낸 소리에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봤고.
나와 눈이 마주친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는 메두사의 석화의 시선에 닿은 것마냥 딱딱하게 굳었다.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는 들키지 말라는 내 명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곤 안 그래도 짧은 꼬리를 축 늘어트리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저건 뭐야?”
카밀라는 곧 충격에서 벗어나 어디서 놨는지 모를, 자신의 총을 꺼내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에게 겨누었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에 축 늘어져 있던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는 자신에게 총구가 겨누어지자, 딱딱하게 굳어 있던 몸을 움직였다.
자신의 짧은 털을 부풀리고 입술에 가려져 있던 이빨을 드러내며, 카밀라를 향해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자세를 잡았다.
주위 공간을 신경 쓰지 않고 몸을 움직인 탓에, 몸이 계단의 난간이 부딪쳤고.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와 부딪친 계단의 난간이 찌그러지며 신음성을 내뱉었다.
기기긱
카밀라는 그런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의 모습에 당장이라도 총을 쏠 듯 방아쇠의 손가락을 올렸고.
나는 다급히 카밀라를 뒤에서 껴안으며, 총 쏘는 걸 말리고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에게 명령했다.
“머, 멈춰!!! 그리고 넌 조용히 하고 내려와!”
내가 갑자기 뒤에서 껴안으며 총을 쏘려는 카밀라를 제지하자, 카밀라는 무척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너, 지금 뭐 해?”
당장이라도 설명하지 않으면,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와 함께 싸잡아 처리하겠다는 듯, 싸늘한 목소리를 내뱉었으나,
“끼잉”
내 명령에 드러냈던 이를 숨기고 고개를 푹 숙이며, 자신이 구겼던 계단의 난간을 어떻게든 원상태로 돌리려고 하는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의 모습을 보며, 카밀라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진정한 것처럼 보이는 카밀라의 모습에 힘껏 껴안았던 팔을 조심스럽게 풀었다.
카밀라는 아주, 낮게 말했다.
“설명.”
“옙!”
살기가 번들거리는 말에 나는 빠르고 간결하게 설명했다.
*
내가 어떤 잘못을 한 건지, 아주 잘 알고 있기에 나는 고물상의 바닥에 정자세로 앉았고.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는 슬쩍 눈치를 보더니, 내 옆에 앞아 고개를 푹 숙이며, 자신도 잘못이 있다는 듯 자세를 취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카밀라는 여전히 차가운 눈으로 내가 말했던 것들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네가 만든 로봇이라고? 그것도 재료를 받은 지 하루 만에?”
카밀라의 말에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카밀라는 내 대답을 듣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과 동시에 아까까지만 해도 사막의 모래처럼 차갑던 카밀라의 표정이 살짝 풀렸으나, 나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 일을, 어떻게 카밀라가 반응할지 알 수 없었으니까.
“오해하는 일 없도록, 다음부터는 미리미리 말해.”
조금이라도 추궁하거나 내 능력에 대해 파악하고 써먹을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았는데.
놀랍게도 카밀라는 평소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오히려 조금 풀린 표정으로,
“근데, 얘 만져도 공격하지는 않지? 만져도 되나?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형태던데, 무슨 생물을 모티브로 한 거야?”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를 빤히 바라보며, 녀석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낼 뿐이었다.
그런 카밀라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져, 나는 나도 모르게 카밀라에게 되물었다.
“만져도 되긴 한데··· 안, 물어보세요?”
“뭐를?”
“그, 어떻게 이 녀석을, 하루도 안 돼서 만들었는지···.”
“그걸 알면 내가 따라 할 수 있어?”
카밀라는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의 주둥이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연금술사에 관련된 정보를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마나가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카밀라가 사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거다.
“아, 뇨?”
“그럼, 관심 없어.”
카밀라는 정말 관심이 없다는 듯,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의 주둥이나 귀, 꼬리, 목 등등을 만졌다.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는 무척 난처한 얼굴로 구해달라는 듯, 어떻게 좀 해달라는 듯 날 바라봤다.
나는 담담하기 그지없는 카밀라의 모습에 이해할 수 없어, 카밀라를 멍하니 바라보다 물었다.
“왜, 왜 그렇게 담담하세요?”
그에, 카밀라는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를 괴롭히던 거 멈추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는 카밀라가 자신의 몸을 놓아주자마자, 그 커다란 덩치를 어떻게 숨기려고 하는 건지.
내 등 뒤에 샥 숨었다.
아쉽다는 듯, [나의 완벽한 친구(가제)]를 바라보던 카밀라는 담담하게 말했다.
“왜 궁금해?”
“당연하죠.”
엔지니어에 관심이 있고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내가 가진 연금술을 어떻게든 배우거나 빼앗기 위해 날 달달 볶을 게 분명했으며.
약탈자가 내 능력을 알게 됐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를 잡아, 자신들이 원하는 물건들을 뽑아내는 자판기로 만들었을 거다.
그게 아니면, 어떻게든 쥐여짜 그 결과물을 착취하거나.
그런데, 카밀라는 이 세 가지 반응 모두 없었다.
해탈이라도 한 것 같은 카밀라의 모습에 카밀라의 얼굴을 멍하니 보자,
카밀라는 나를 보며 말했다.
“의도치 않았지만, 비밀 하나를 보여줬으니. 나도 하나 보여줘야겠지. 따라와.”
카밀라는 자신의 방으로 나를 이끌었다.
- 작가의말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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