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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라한의 서재입니다.

모래 위 연금술사(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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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둘라한
작품등록일 :
2023.08.08 03:19
최근연재일 :
2023.10.0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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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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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0. 엔지니어 협회

DUMMY

제한 시간 1시간, 재료는 무한.

연금술을 사용하면, 창고 내부에 있는 모든 것들을 싹 다 사용해, 내 것으로 삼을 수 있었으나.


‘카밀라한테도 숨겼는데, 협회장에게 보여줄 생각은 없지.’


내 능력을 알려주게 된다면, 가장 먼저 카밀라에게 알려주고자 마음 먹었기에.

연금술을 사용해 창고를 털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아내며, 내가 이전부터 만들려고 했던 장비를 만들고자 자리에서 일어나 창고를 돌아다녔다.

일부로 배치를 해둔 건지, 가공이 되어 있는 재료들이 많았기에, 제작하는데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나는 곧바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재료들을 싸들고 작업대로 가 창고에서 가져온 재료들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어김없이 떠오른 [아이템 설계] 창의 지문들을 적어내리고 있자.

창고에서 재료를 고르는 내 모습을 보고 있던 협회장이 내게 말을 걸었다.


“뭘 만들 생각인가?”


“말 걸지 마시죠.”


차갑게 대화를 끊어버리는 내 모습에, 협회장은 너무한 게 아니냐는 듯.

작업대 위에 올려진 재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재료만 해도 가격이 꽤 되는데, 이 정도는 말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럼 시간을 좀 더 주시던가요.”


내가 퉁명스럽게 답하자, 협회장은 능글맞게 대답했다.


“그러기엔 자네의 실력이 너무 뛰어나서 안 되네. 나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나.”


말이나 안 하면 좋을 텐데.

나는 마침 [아이템 설계]가 완료도 됐겠다, 내가 작업하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협회장을 최대한 무시하며,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


“허어.”


협회장은 감탄사를 흘리며 고어택이 작업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보통 ‘창고에 있는 자원을 모두 사용해도 괜찮으니, 1시간 안에 아무 물건이나 만들어라.’라는 요구를 받으면.

100에 99는 당황하며, 제한 시간을 늘리기 위해 자신과 흥정하거나, 어쩔 줄을 몰라 발을 동동 구르며 아까운 시간을 보내기 마련인데.

고어택은 조금의 망설임이나 당황한 감정도 없이, 약간의 심호흡만 하곤 곧바로 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설계도까지 머릿속에 넣어두고 다니는지, 제작하는 그의 손에는 망설임 하나 없었다.


‘자신을 뛰어넘을 수 있는 엔지니어라던 게, 허언이 아니었군.’


협회장은 자신에게 추천서와 함께 적어두었던 카밀라의 추천서의 P.S를 떠올린 후 작업을 이어나가는 고어택을 바라봤다.

고어택은 작업대에 놓인 망치와 토치를 이용해, 가져온 재료들을 자신이 원하는 크기와 모양으로 조절했는데.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고 신속정확하게 자신이 원하는 재료로 가공했다.

작업대 근처의 창고들에 미리, 가공해둔 재료들로 채워 넣어 손이 덜 갔다고 해도.

고어택의 제작 속도는 일반적인 엔지니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그녀들만 특이한 줄 알았더니···. 그쪽 지역엔 뭔가가 있는 건가?’


카밀라와 카밀라의 어머니를 잠시 떠올린 협회장은 고개를 흔들어, 예전의 생각을 털어버리곤, 고어택의 행동에 집중했다.

고어택은 협회장의 보는 앞에서 마음껏 직업 능력을 사용했고.


“다 됐다.”


50분 만에 자신이 원하는 장비를 제작한 것은 물론, 외형까지 꾸며냈다.

짧은 시간 내에 장비를 모두 만들어낸 고어택은 자신이 협회에 와서 시험을 보고 있었다는 걸 망각한 건지.


“캬, 역시 나야.”


완성한 장비를 보며 감탄하느라 완성된 물건을 내려놓지 않았다.

협회장은 제한 시간이 10분 정도 남았겠다, 고어택이 완성을 자축할 시간을 기다려준 뒤.

자신이 말한 제한 시간 1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아직도 자신이 만든 장비를 보고 감탄하는 고어택에게 말을 걸었다.


“다 완성한 건가?”


고어택은 협회장이 말을 걸자, 뒤늦게 이곳이 협회라는 걸 기억했다는 듯 고개를 돌려 협회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몰려오는 쪽팔림에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만든 물건을 내가 봐도 괜찮겠나?”


“···넵.”


고어택은 화끈거리는 자신의 얼굴을 열심히 손부채를 부쳐 식히며, 협회장에게 자신이 만든 장비를 건넸다.

협회장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처음 받게 된 아이처럼 눈을 빛내며, 고어택이 건넨 장비를 받았다.


“멋지군.”


고어택에게 장비를 건네받은 협회장은 깔끔한 장비의 외형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장비 자체는 구시대에 사용했던 그리고 지금도 현역으로도 종종 사용하는 저격총으로.

최대 9배까지 확대 가능한 스코프가 달린 게 전부였기에, 참신하지 않았으나.

밤하늘에 뜬 푸른 은하수를 따온 것처럼, 검은 몸체에 은은하게 푸른빛이 도는 저격총의 외형은 도시의 부호들에게 의뢰를 받으며 높아진 자신의 눈에도 고풍스러워 보였으니까.


‘심지어 심볼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


자신이 만든 물건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제작품에 찍어넣는 심볼.

보통 그런 심볼들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새겨넣기 마련이지만, 고어택이 만든 저격총은 달랐다.

은하수에 촘촘히 박힌 별들을 표현하기 위해, 뿌린 하얀 점들이 자연스럽게 ‘GO’라는 심볼을 만들고 있어 전혀 어색하지 않았으니까.

한참 고어택의 저격총을 바라보던 협회장은 고어택에게 다시 저격총을 건네주며 말했다.


“협회에 등록된 걸 축하하네.”


“네, 감사합니다.”


고어택은 협회장에게 저격총을 건네받으며 싱글벙글 웃었다.

협회장은 그런 고어택을 바라보며 말했다.


“협회 카드와 유심칩은 5일 뒤 제작되어 배달해 줄 예정이네만. 자네가 머무는 도시의 특성상. 배달이 어려워 카드와 유심칩을 받기 위해선 이 도시로 와줘야 하네.”


“엑.”


배달이라는 말에 ‘이 세계도 배달 서비스가 남아 있긴 하구나?’라는 표정을 짓던 고어택은

도시의 특성 때문에, 배달할 수 없다고 말하자, 질색한 소리를 내뱉었다가, 다시 이 도시로 와야 한다는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 표정을 읽은 협회장은 이때다 싶었는지, 은근하게 고어택에게 권유했다.


“아니면, 이번 기회에 이곳에서 눌러사는 건 어떻나? 이 도시는 대도시라 원하는 건 거의 다 구할 수 있다네.”


“아뇨, 그건 좀.”


고어택은 정색하며, 협회장의 말을 거절했다.

고어택의 단호한 거절에 협회장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리고 이제 이명을 붙여줄 생각이네만···”


“이명을 꼭 만들어야 합니까?”


“이명이 아닌 이름으로 불리게 되면, 약탈자들에게 더 노출될 터인데. 괜찮겠나?”


고어택은 어차피 지금 자신의 이름도 원래 이름이 아닌데, 굳이 이명을 만들어야 하나? 싶었으나.

이어지는 협회장의 말에 곧바로 굴복했다.


“아뇨, 이명 쓰죠. 이명.”


약탈자들이 더 꼬인다는 말에 기겁한 고어택이 혀를 내두르며, 이명을 반드시 쓰겠다는 말을 하자.

협회장은 없는 거 알고 있지만, 예의상 물어본다는 듯 고어택에게 물었다.


“생각해둔 이명은 있나?”


“아뇨.”


“내가 생각해둔 이명이 있는데, 한 번 들어보겠나?”


고어택의 대답에 협회장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이 만든 이명을 쓰는 게 어떠냐는 질문을 해왔다.


‘약탈자들에게 노출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자기가 이명을 짓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야?’


뭔가 꺼림칙한 기분을 받은 고어택은 일단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는 대답을 내뱉었다.

협회장은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었다는 듯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느긋하게 자신이 생각한 이명의 유래를 읊었다.


“예전에 기회가 닿아, 세계가 황폐해지기 전, 고서를 읽은 적이 있네.”


‘이 양반 협회를 만든 목적이 그냥 자신의 이야기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같은데.’


고어택은 길어지기 시작하는 협회장의 이야기에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차분하게 협회장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자네는 마녀의 제자이지 않나? 그 고서에는 남자 마녀를 마법사라고 불렀고. 눈이 돌아가는 디자인 또한 만들어내는 자이니. 이명으로 ‘마법사’는 어떠한가?”


“기각!”


고어택은 곧바로 그 이명을 기각했다.

자신의 직업이 마법사인 것도 아니고 카밀라의 이명이 마녀라고 굳이 이명을 맞출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고어택의 칼같은 거절에 협회장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좋은 이명이라도 있나?”


협회장의 말에 고어택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오글거리지 않고 다른 이명들에 비해서 툭 튀지 않는 이명이 팍 하고 떠오른 건 아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협회장이 만든 마법사라는 이명을 쓰게 생겼으니까.

머리를 최대한 쥐여짜낸 고어택은 간신히 몇 개의 이명을 내뱉었다.


“‘스페이스’나 ‘별무리’는 어떱니까?”


“그 이명은 모두 사용하고 있다네.”


“‘돈귀신’이나 ‘조련사’는요?”


“둘 다 잘 어울리는 이명이지만, 아쉽게도 사용 중이라네.”


고어택은 그 이후로도 몇 가지 이명을 더 말했으나, 쓸만한 이명이 없었다.

그에 협회장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법사’ 어떤가?”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의 직업과 전혀 다른 직업으로 이명이 붙을 것 같았기에.

고어택은 어차피 무난한 이명을 모두 사용 중이라면 내 직업과 관련된 이명을 사용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마법사’ 말고 ‘연금술사’로 하죠.”


“연금술사?”


“저희 일이 마법사보다는 연금술사 쪽에 가깝지 않습니까?”


“흐음.”


협회장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치였으나, 고어택은 ‘연금술사’로 밀고 나갔다.

강경하게 ‘연금술사’로 밀고 나가는 고어택의 모습에 협회장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알겠네. ‘연금술사’로 설정하겠네.”


“휴우”


한도의 한숨을 내쉰 고어택은 더는 협회장과 있고 싶지 않았기에, 협회장에게 물었다.


“이제, 뭐 더 없죠? 그냥 나가도 되죠?”


“모두 끝났네.”


협회장의 말에 이번에 만든 장비를 품에 안고, 반타와 함께 협회에서 도망치려던 고어택은


‘정문으로 나가면 또 시달릴 거 같은데.’


가게 내의 손님. 아니, 자신의 선배 엔지니어들이 머물러 있다는 걸, 간신히 기억해내곤.

발걸음을 멈춘 뒤, 협회장에게 물었다.


“여기 혹시 뒷문 있습니까?”


“뒷문이 있긴 하네만, 그쪽도 이미 기다리고 있을 걸세.”


선배 엔지니어들에게서 도망칠 방법이 없다는 말을 담담히 내뱉는 협회장의 말에.

고어택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


“그래, ‘돈귀신’ 레오 꼭 기억해둬, 나중에 개통하면 꼭 연락하고!”


“아, 네.”


나는 마지막으로 내 곁을 꼭 붙들고 있던 선배 엔지니어를 내보내고 나서, 협회 주차장에 세워 둔 미니버스로 비틀비틀 들어가, 운전자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선배 엔지니어들에게 나만큼이나 시달린 반타 역시 지친 기색으로 내 옆에 털썩 엎드려, 바닥에 고개를 처박았다.


“진짜 힘들다···.”


협회장의 말대로, 반타를 본 선배 엔지니어들은 내가 도망갈 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뒷문에도 포진해 있었고.

나는 선배들에게 잡혀 강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반타 역시 발바닥이나 주둥이, 꼬리 등등 개들이 만지면 싫어하는 부위를 강제로 만져짐을 당했고.


“인맥이라고 부를 만한 게 생기긴 했는데···”


메리에게 들이대던 한스를 대신 처리해준 덕분일까? 그들에게 붙잡혀 성실하게 이야기를 나눈 덕분일까?

선배 엔지니어들은 상당한 호의를 가지고 나에게 말을 걸어줬다.


“피곤해 죽겠다···.”


1시간 안에 장비를 만드느라 빡집중을 한 후유증에,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지식이 짧은 엔지니어에 관한 이야기까지 해야 하니.

정신적으로 피로해 죽을 것 같았다.


“이득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괴로운 건 싫다아···.”


내게 호의를 가진 선배 엔지니어들의 연락처는 물론, 약탈자들에게서 얻은 전리품인 오토바이 4대를 비싼 값에 팔 수 있었으며.

지혈초와 말린 도마뱀 꼬리 등 포션을 제작할 때 사용할 법한 물건들을 판매하는 식물원에 대한 정보.

그리고 그 식물원의 출입증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후딱 사고 후딱 가자.”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미니버스에 시동을 걸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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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 엔지니어 협회 +2 23.10.03 366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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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7. 미러 라인(1) +3 23.09.28 442 3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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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 홀로 겪는 습격(1) +2 23.09.26 464 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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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 황금빛 총알 +2 23.09.22 522 41 13쪽
33 32. 들켰다. +1 23.09.21 518 40 14쪽
32 31. 나의 완벽한 친구 +4 23.09.20 540 41 13쪽
31 30. 재료 구매 +2 23.09.19 535 38 13쪽
30 29. 전리품 +1 23.09.18 562 34 14쪽
29 28. 뒷정리 +4 23.09.15 582 39 13쪽
28 27. 첫 살인 +3 23.09.14 582 39 16쪽
27 26. 은비늘 +1 23.09.13 592 39 13쪽
26 25. 약탈자들의 습격 +1 23.09.12 612 35 13쪽
25 24. 고백 +3 23.09.11 640 41 14쪽
24 23. 죄의 무게 +1 23.09.08 699 35 12쪽
23 22. 깃털 도시 +4 23.09.07 699 35 13쪽
22 21. 운전할 때는 라디오지 +4 23.09.06 724 46 13쪽
21 20. 첫 상행 출발 +7 23.09.05 773 43 16쪽
20 19. 첫 상행 준비 +3 23.09.04 838 41 13쪽
19 18. 사격연습 +7 23.09.01 936 47 15쪽
18 17. 연금술 +4 23.08.31 921 5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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