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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한인생

시한부 화화공자의 기묘한 여행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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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한인생
작품등록일 :
2024.05.26 09:33
최근연재일 :
2024.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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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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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36. 세가의 칠현금(七絃琴)(1)

DUMMY

달콤한 꿈이었다.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엄습해 오며 깨어나기 전까지 내가 꾸던 꿈은 분명 달콤한 꿈이었다.

나는 대한민국 최고의 엔터 대표에 올랐고, 키운 배우가 오스카상을 받았으며, 투자한 영화가 전 세계 극장가를 휩쓸었다.

하지만 무엇인가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날 꿈에서 내쫓았다.

짹짹.

허전함을 채운 건 기분 좋은 새소리였다.

응? 근데 어째 뭔가 좀 불편하다.

뭐야, 이 자식 왜 내 배 위에서 자는 거야?

먹깨비 자식이 대자로 늘어져 자는 모습에 부스럭거렸더니 먹깨비 자식이 한쪽 눈만 뜨고 날 힐끔거린다.

이불을 들추자 데굴데굴 구른 녀석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몸을 털어댄다.

이 자식, 좀 컸다. 이젠 근 손바닥만 하다.

“어이, 잘 들어. 난 고요한 아침에 새소리를 들으며 느긋하게 깨는 일상을 행복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야. 그러니 내 배 위 말고 푹신한 바닥에서 자.”

망할 놈 새끼.

듣기 싫다는 듯 귀를 탈탈거리며 턴다.

먹깨비 녀석을 반짝 들어 눈을 쳐다봤다.

동공에 박혀 있던 빨간 점이 제법 작아졌다.

“왜 다 안 없어졌지?”

먹깨비는 귀찮다는 듯 몸부림치며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갔다.

고개를 모로 싹 틀더니 콧김을 흥, 하고 내쉬기까지 한다.

비 맞은 개가 몸을 털 듯 부르르 몸을 털자, 길게 자란 발톱과 뿔 그리고 볼품없는 날개가 사라졌다.

털색도 하얀색에서 약간 노리끼리한 상아색으로 바뀌었고.

생김새가 약간 어린 백호 비슷하게 변했다.

줄무늬를 세탁당한 백호 느낌이긴 하지만.

물론 크기는 큼직한 햄스터 정도다.

이 자식, 늘어지게 하품하면서 기지개를 켠다. 뒷다리까지 쭉쭉 밀어 가면서.

그러던 녀석이 갑자기 내 품으로 쏙 들어왔다.

“너······.”

“공자님, 기침하셨습니까?”

아침부터 유하가 뭔 일이지?

“그래.”

“소세하실 물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제갈 아가씨께서 공자님을 뵙고자 하세요.”

아니 쟤는 오늘 떠날 애가······, 그것보다 세숫물 같은 건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아니다.

“알았어. 물은 앞에 두고 가고, 차를 준비해 줘.”

“알겠습니다, 공자님.”

유하가 멀어지는 소리가 나기 무섭게 먹깨비 놈이 고개를 빼꼼 내민다.

“야, 손바닥 안으로 들어가면 편하잖아.”

풀썩 뛰어내린 녀석은 펄쩍 뛰어 창틀에 올라앉았다.

손톱만 한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창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고 있다.

간단히 얼굴을 씻고 다실로 들어갔다.

제갈소소는 어쩐 일인지 귀고리를 빼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어인 행차 십니까?”

다탁 위에 놓여진 무언가를 보던 제갈소소가 갸름하게 뜬 눈으로 물었다.

“보려고 해서 본 건 아닌데···, 이 부적 어디서 난 거죠?”

제갈소소의 손에 들린 종이는 무당의 청수 도장이 준 족자 안에서 끄집어낸 종이다.

어제 품에 든 잡다한 것들을 꺼내놓고 그냥 둔 모양이다.

근데, 저게 부적이라고?

“기원에서 누군가에게 받은 것 같은데······, 부적이 확실해요?”

제갈소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저 표정, 날 믿지 않는 표정이다.

은패를 내게 건네며 뭔갈 물을 때 저 표정이었거든.

살짝 찡그리고 있던 미간을 편 제갈소소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좌도방문에서 쓰는 수준 낮은 암시 부적이에요. 보통은 서화書畫의 뒤에 덧대 놓고 글이나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에게 암시를 걸 때 사용하죠.”

얼씨구.

청수 이 미친 영감탱이가 날 가스라이팅하려고 부린 수작이었어?

“하지만 내가 기공을 익혀 내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 해요. 도박장이나 기루에서 쓰는 잡기라고 하는데 저도 직접 본 건 처음이에요.”

“그렇군요.”

제갈소소가 다시 미간을 찡그리며 날 쳐다봤다.

“설마······?”

“이상한 생각 할 거 없어요. 피해자 쪽이니까.”

청수 도장을 향해 치밀어 오르던 부아를 잠재운 건 유하가 내온 차향이었다.

벽라춘의 향기가 심리적 안정을 도모해 줬다.

한 모금 머금은 차를 넘기고 제갈소소를 바라봤다.

“공자, 어젯밤 숙부께서 이곳을 떠나셨습니다.”

밤에? 제갈염이 야반도주라도 했다는 거야?

믿기 어려운 얘기라 되물었다.

“떠나요?”

제갈소소는 떨떠름한 얼굴로 쓴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숙부께서 세가의 이름을 내세우실 일은 없을 거예요.”

이건 가벼이 들을 얘기가 아니다.

장로의 직위로서 대외 활동을 할 일이 없다는 소리니까.

좀 충격적이긴 한데,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닌 느낌적인 느낌은 왜 드는 걸까?

아침나절부터 골치 썩기 싫어 상념을 밀어냈다.

이어지는 제갈소소의 얘긴 아침의 상쾌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저가 나와 동행한다고요?”

“어차피 우리 세가에 가실 거잖아요. 초행길일 테니 아무래도 안내가 있는 게 낫지 않겠어요?”

별로다. 괜히 귀찮은 일이나 안 생기면 다행이지.

게다가 함께 여행하면 노상 붙어 있어야 할 텐데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불편하다.

몸서리치는 걸 봤는지 제갈소소의 눈이 삐딱해졌다.

“뭐예요, 그 노골적인 행동은?”

“몸이 허한지 갑자기 오한이 드네요.”

따져 물으려던 제갈소소의 시도는 유하의 목소리로 인해 무산되었다.

“공자님, 제갈 군사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드시라 이르거라.”

나와 제갈소소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이 열리고 나타난 제갈진성은 제갈소소를 보며 흠칫 놀랐다.

“소소 너 얼굴이······.”

“아!”

제갈소소는 얼른 돌아서서 귀고리를 만지작거렸다.

뭔 대단한 얼굴이라고 호들갑인지, 쯧.

나는 공수하며 제갈진성에게 예를 취했다.

“군사를 뵙습니다.”

제갈진성은 헛기침하며 나와 제갈소소를 번갈아 바라봤다.

재빨리 모습을 바꾼 제갈소소가 무릎을 굽혀 인사한다.

어색한 공기가 잠시 감돌고, 셋은 다탁에 둘러앉았다.

제갈진성은 미심쩍은 눈으로 날 바라봤다.

“자네는 소소를 봐도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군.”

나한테 물었는데 대답은 제갈소소 입에서 나왔다.

“삼공자는 절 길가의 돌멩이보다 못하게 본다고요.”

어쭈, 아빠 쉴드가 생겼다고 이게 막 나가네.

제갈소소를 살짝 째려봤는데, 그걸 또 제갈진성이 본 모양이다.

“자넨 정말 불가해한 존재로군. 본 모습을 보고도 그런 눈으로 소소를 대하다니.”

제갈진성의 표정으로 봐선 에둘러 나무라는 것 같진 않은데 정말 얘가 뭐가 있긴 있나?

난 아무리 봐도 낯짝 반반하게 생긴 고집쟁이 같은데.

답도 없는 생각은 집어 치우고 찾아온 용무를 물었다.

“군사께선 혹시 제게 이를 말이 있으십니까?”

고심하던 눈빛을 지운 제갈진성이 설핏 웃었다.

“나와 함께 모산에 가주지 않겠나?”

모산?

어차피 한 번은 가야 할 곳이라 가는 건 어렵지 않은데, 함께 가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내가 토를 달고 자시고 할 일이 아니라 응할 도리밖에 없다.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인 제갈진성과 가벼운 한담을 나누었다.

차 한잔을 다 비울 즈음, 제갈진성이 제갈소소를 바라봤다.

“소소 넌 떠날 채비를 중인 현이를 돕도록 하거라.”

이건 나와 둘이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신호다.

잘됐네, 안 그래도 제갈염에 대한 일로 나 역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눈치가 없지 않은 제갈소소는 가벼운 예를 취하고 자리를 떴다.

떠나는 제갈소소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던 제갈진성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다시 날 향한 얼굴엔 어디에도 미소의 흔적은 없었다.

“자네 혹시 공명조共命鳥라고 들어 봤는가?”

“송구하게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천축국天竺國의 설산에 산다는 머리가 둘 달린 전설 속의 새라네.”

“비익조比翼鳥는?”

“그건 알고 있습니다. 눈과 날개가 각각 하나씩인 전설 속의 두 마리의 새를 말하죠.”

제갈진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염이 그리고 나와 사마혁 그 친구와의 관계가 그 둘과 같다네.”

제갈진성은 읊조리듯 천천히 과거의 일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



먹깨비가 뱉어 놓은 새까만 주사위를 만지작거리며 제갈진성이 한 말을 떠올렸다.

“비목어比目魚의 머리뼈로 만든 주사위라······.”

일명 외눈박이 물고기라고 불리는 비목어는 비익조처럼 서로가 쌍을 이루지 않으면 헤엄치지 못한다는 전설의 물고기다.

그런 물고기가 있다는 것도 의심스러운데 주사위를 만들 정도의 큰 머리뼈를 가지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돌려줘야 하나?

제갈진성이 제갈소소를 위해 어렵게 구해준 주사위란다.

어릴 적부터 빼어난 외모 탓에 이리저리 치일 제갈소소를 위해 마련해준 일종의 위치추적기 같은 거란 소리지.

얘는 왜 이런 걸 나한테 선물이랍시고 준 거지?

답은 간단했다.

제갈염이 내 옆에 제갈소소를 붙여줄 심산이라 제갈소소를 압박했겠지.

나중에 적당히 윽박질러 도로 가져갈 작정이었을 테고.

에잇. 그냥 돌려주자.

있어야 딱히 쓸데라고는 먹깨비 자식하고 한탕 할 때 정도인데, 뭐.

두 개의 주사위를 목갑에 담아 품에 챙겼다.

배를 까고 햇볕을 즐기던 녀석이 발랑 까진 채로 눈을 삐딱하게 뜬다.

“얌마, 아무리 좋은 물건에 눈이 멀어도 이건 아니야.”

앙탈이라도 부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선선히 포기한다.

침상의 이불에 몸을 비비적거린 녀석이 늘어지게 하품하고는 대자로 뻗어 잠들었다.

참, 팔자 좋은 녀석이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때 덕삼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자님, 태상 가주께서 보내신 칠현금이 왔습니다요.”

칠현금?

아, 기억났다.

가문 대대로 내려온 금이라면서 내게 주겠다고 하던 그 칠현금이다.

수리가 필요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문을 열고 나가자 덕삼이 말고도 칠현금을 든 노인 하나가 더 서 있었다.

덕삼이가 노인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악기를 손보는 손노야孫老爺입니다요. 낡은 줄을 교체하다 알게 된 사실이 있어 공자님을 뵙고 싶다시네요.”

손노야는 칠현금을 품에 안은 채 허리를 숙여 읍을 했다.

“잠시 말씀을 나눌 수 있으실지요.”

손노야와 다실로 들었다.

다탁에 칠현금을 내려놓은 손노야는 품에서 여러 번 접은 낡은 양피지를 꺼내 공손히 내밀었다.

“특이하게 금액琴額(칠현금의 머리 부분)의 뒤쪽에 감쪽같이 덧대어진 것이 있어 살펴봤더니 이런 것이 있더군요.”

받아 든 양피지를 펼쳤다.

그 안에는 음보라 불리는 악보가 적혀 있었다.

문제는 쓰여 있는 글자가 좀 독특하다는 것이었다.

인상쓰고 바라보는 내게 손노야가 입을 열었다.

“이것은 월越나라 글자입니다.”

“월나라요?”

“그렇습니다. 이곳 소주에서 멀지 않은 항주杭州와 호주湖州 일대가 월나라의 영토였었습니다. 초楚나라에 멸망하기 전까지는요. 이 칠현금은 월나라의 장인이 손을 본 것으로 보입니다.”

“이게 천년 전 금이라는 말씀이세요?”

손노야는 고개를 저었다.

“월나라가 초나라에 패주하여 남만 쪽으로 물러나 남월南越에 합류했습나다. 그때 떠나지 않고 남은 사람들이 아직까지 호주의 안길安吉에 정착해 살고 있고요.”

“그런데 그것이 이 금과 무슨 상관이 있길래······.”

“이 호진護軫 내지는 금족琴足이라 불리는 다리 모양의 이것은 중원의 방식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현을 매기는 일곱 개의 구멍을 뚫어 놓은 이 승로承露는 일반적으로 단단한 나무로 만드는 데 이것은 죽옥(옥대나무)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제작된 금을 수리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일대에서 안길현에 살고 있는 시施씨 공방 밖에는 없습니다. 죽옥이 나는 곳도 안길현뿐이고요.”

“그렇다는 얘기는 이걸 수리하기 위해서는 안길현에 가야 한다는 소리네요?”

“간다고 수리받을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워낙에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공방인 데다 공방의 방주가 괴팍하기로 소문이 난 사람이라서요.”

어째 독고천이 영 쓸모없는 걸 떠넘긴 것 같다.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 나는 마지막으로 양피지를 들어 손노야에게 물었다.

“이것은 무엇이라고 적힌 것입니까?”

“월아접무가越兒蝶舞歌입니다.”

접무? 나비춤?

뭐지, 이 요상 맞은 기시감은?

혹시 내가 만든 안무인 현천접무랑 무슨 관련이 있나?

“월나라 아이가 나비춤을 출 때 부르는 노래라는 소린가요?”

“월아越兒는 월녀越女를 지칭하는 말로도 많이 쓰입니다.”

“월녀요?”

“월나라가 오나라를 패망시킨 검술을 전수한 전설 속의 여검객이죠. 월녀는 검객이라 불리지만 실제로는 대나무를 검처럼 썼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내가 호기심 동해 귀를 기울였더니 신이 난 듯 손노야는 말을 이어갔다.

“월녀검법은 워낙에 유명하여 검보가 발견되었다는 소문만으로도 무림에 피바람이 불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길현이 그녀가 살던 곳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월녀검법이란 말이지.

전설 속의 비목어로 만든 주사위도 존재하는 마당이다.

그러니 전설의 검법인 월녀검법이 존재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뭔가 상당히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난다.

이번엔 먹깨비 자식이 아닌 내 구미를 당기는 먹음직스러운 냄새다.


손노야의 이어지는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진진했다.

“오나라는 손무孫武의 병법을 활용한 검법으로 다수가 검진을 이뤄 싸우는 검술에 능했다고 합니다. 그에 비하면 월나라는 하찮다고 할 정도였다고 하고요. 하여 번번이 오나라와의 전투에서 월나라는 패배를 맛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러던 어느 날 월나라의 재상 범려가 예닐곱 명의 오나라 병사들과 싸우고 있는 월녀를 보았습죠.”

병사들과 싸웠다는 말에 놀라 물었다.

“여자 혼자서요?”

“심지어 열대여섯 정도의 나이였습니다. 월녀는 자신의 양을 죽인 오나라 병사를 검도 아닌 주변에 있던 대나무를 꺾어 상대했다고 합니다. 월녀를 죽이려던 오나라 병사들은 모두 눈을 잃거나 팔다리가 잘렸다고 전해지고요.”

이건 뻥이 너무 심하다.

아무리 항간에 도는 기담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런 월녀를 범려는 월나라의 검술 선생으로 데려오려 했으나 월녀는 정식으로 검술을 익힌 사람이 아니었습지요. 산속에서 양을 키우고 지내며 커다란 원숭이와 대나무로 칼싸움하고 놀면서 스스로 익힌 검술이었던 것이었습니다.”

하다 하다 이젠 원숭이까지?

어째 신빙성이 훅 떨어져 갑자기 마음이 식었다.

내가 시큰둥해하는 걸 눈치챘는지 손노야는 빙그레 웃었다.

“이 얘기는 오월춘추吳越春秋라는 역사서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범려는 그 뒤로 월녀를 초빙했고, 체계적인 전수가 불가능해 월나라 병사들과 대련을 통해 검술을 전수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에 힘입어 월나라는 오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었고요.”

“그래요?”

이러면 또 얘기가 달라지지.

역사서에 기록된 내용이라는 사실에 다시 흥미가 동한다.

아니, 흥미 이상의 확신 유사한 게 생겼다.

누구나 가주가 될 수 있는 세가의 가법.

독고천이 보여준 검식에서 본 나비의 움직임과 나비춤을 일컫는 월아접무가.

세가에 내려오는 칠현금.

이 모든 걸 우연으로 퉁치기에는 공교로운 게 한둘이 아니다.

똥강아지 같은 신수 비휴도 있는 마당에 원숭이가 뭐, 당연히 있을 수 있지, 암.

칠현금을 고친다는 명목도 그럴싸한 데다 그곳은 온통 대나무숲으로 산이 이루어져 장관이라니 까짓거 가 보지 뭐.

대나무숲과 검술 하니 떠오르는 게 있다.

대숲에서 펼쳐지는 대결 장면이 장관인 영화로 오스카상을 네 개 부분이나 휩쓴 영화가 있었지.

흔들리는 대나무 위를 그림 같이 날아다니며 검을 주고받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그래, 대죽해大竹海라고 불리던 그곳이라면 나들이 삼아 간다고 해도 헛걸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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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 습격(襲擊)(1) NEW +1 20시간 전 522 34 15쪽
39 39. 비익연리(比翼連理) +4 24.06.28 745 53 14쪽
38 38. 벽라춘(碧羅春) +3 24.06.27 858 50 16쪽
37 37. 세가의 칠현금(七絃琴)(2) +8 24.06.26 939 60 14쪽
» 36. 세가의 칠현금(七絃琴)(1) +2 24.06.25 1,045 49 16쪽
35 35. 대가代價(8) +5 24.06.24 1,115 52 13쪽
34 34. 대가代價(7) +5 24.06.23 1,124 55 13쪽
33 33. 대가代價(6) +7 24.06.22 1,159 62 13쪽
32 32. 대가代價(5) +2 24.06.21 1,193 53 14쪽
31 31. 대가代價(4) +4 24.06.20 1,271 58 14쪽
30 30. 대가代價(3) +1 24.06.19 1,287 59 17쪽
29 29. 대가代價(2) +1 24.06.18 1,266 57 19쪽
28 28. 대가代價(1) +2 24.06.17 1,314 57 15쪽
27 27. 무릇 사냥이라 함은(5) +2 24.06.16 1,303 58 16쪽
26 26. 무릇 사냥이라 함은(4) +3 24.06.15 1,310 54 17쪽
25 25. 무릇 사냥이라 함은(3) +3 24.06.14 1,330 59 13쪽
24 24. 무릇 사냥이라 함은(2) +2 24.06.13 1,328 53 14쪽
23 23. 무릇 사냥이라 함은(1) +4 24.06.12 1,398 55 14쪽
22 22. 작당作黨(2) +2 24.06.11 1,381 54 14쪽
21 21. 작당作黨(1) +2 24.06.10 1,466 63 17쪽
20 20. 검지(劍池)의 담로검((湛盧劍) +1 24.06.09 1,600 68 18쪽
19 19. 혼밥의 단초(端初) +2 24.06.08 1,556 68 14쪽
18 18. 신투(神偸) 비휴(豼貅) +2 24.06.07 1,608 80 13쪽
17 17. 무릇 내기라 함은(2) +2 24.06.06 1,600 68 14쪽
16 16. 무릇 내기라 함은(1) +2 24.06.05 1,633 65 15쪽
15 15. 천록(天禄)과 벽사(僻邪) +1 24.06.04 1,621 72 12쪽
14 14. 초월시공적사념(超越時空的思念) +5 24.06.03 1,649 80 16쪽
13 13. 현천접무(玄天蝶舞) +5 24.06.02 1,752 75 18쪽
12 12. 비휴(貔貅) +1 24.06.01 1,828 64 16쪽
11 11. 현천구검(玄天九劍) +3 24.05.31 1,891 75 15쪽
10 10. 세가의 가법(家法) +2 24.05.30 1,930 71 14쪽
9 9. 절단신공(切斷神功)(2) +7 24.05.29 1,942 81 14쪽
8 8. 절단신공(切斷神功)(1) +1 24.05.29 2,021 78 15쪽
7 7. 화벽주(和璧珠) +1 24.05.28 2,151 81 15쪽
6 6.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혼담(婚談) +3 24.05.28 2,253 82 14쪽
5 5. 그만해! +3 24.05.27 2,345 86 14쪽
4 4. 세가(世家)의 빈객(賓客)들 +3 24.05.27 2,329 92 12쪽
3 3. 기원(妓院)의 화화공자(花花公子) +3 24.05.26 2,455 93 13쪽
2 2.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2) +5 24.05.26 2,601 100 13쪽
1 1.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1) +8 24.05.26 3,330 9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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