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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피아니스트의 영혼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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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븐
작품등록일 :
2023.05.10 13:41
최근연재일 :
2023.06.25 23:55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6,632
추천수 :
372
글자수 :
205,830

작성
23.06.2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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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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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비밀 (수정)

DUMMY

준서의 엄마이자 선생님인 김세림.

그녀는 하린을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에 들었다.

얼굴도 예쁘지, 피아노도 잘 치지, 며느리로 삼기엔 이보다 좋은 상대는 없었다.


‘분명 나중에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될 거야.’


그런 하린의 옆에 있다면 준서 역시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때마침 좋은 제안을 가지고 온 하린의 엄마, 이혜빈.


“그럼, 사이가 좋아질 수 있게, 한 달에 한 번씩 단둘이 데이트라도 하는 게 어떨까요?”

“좋은 생각인데요?”


세림은 곧장 받아들였다.

비록 준서와 하린의 반발이 거셌지만, 나중에는 그들도 다 이해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둘의 관계는 제자리였다.


비싼 연주회 티켓을 사줘도, 한강이 보이는 레스토랑을 예약해줘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준서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봐. 여자는 자신감 있는 남자를 좋아하거든?”

“원하는 연주회라도 있니? 말만 하면 티켓 다 구해줄게.”

“아직도 안 친해졌니?”


그녀가 아무리 재촉을 해도, 준서는 항상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는 말로 대화를 끝냈다.


‘분명 알아서 하겠다며···!’


그러나, 준서를 따라온 콩쿨에서 세림은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보고 말았다.


2층 로비에서.


“여긴 어쩐 일이야?!”


현묵의 옛 제자라는 남학생과.


“···어? 왜 들켰지?”


자신이 점찍어두었던 하린이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눈에 띄는 거 같은데···.”

“머리도 풀고, 안경도 썼는데도?”

“자, 잘 어울리긴 하네.”


마치 사귀기 직전인 것처럼 보이는 분위기.


“오늘 누구 보러 왔어?”

“어, 어? 그냥···.”

“그냥?”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가 준서와 함께 있을 때는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던 모습이었다.


“나 다음 달에 폴란드로 출국하는 데, 그 전에 놀러 가지··· 않을래?”


심지어 데이트 제안까지.

세림은 이 모습을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다.


“어머, 안녕 하린아.”


그녀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안녕하세요.”


순식간에 서늘해지는 하린의 표정.


“아! 준서 어머님?! 안녕하세요. 준서 친구 이노헌이라고 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노헌은 그저 싹싹하게 인사할 뿐이었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세림은 하린을 바라보았다.


“혹시, 이거 너희 어머니도 아시니?”


동시에 자신의 아들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호감을 표하는 하린에게 실망스러웠다.

그동안 얼마나 잘해주었는데, 이렇게 배신을 한단 말인가.

하지만, 세림이 직접 무어라 말할 필요는 없었다.


“이 이야기는 내가 나중에 말해 두마.”


하린의 엄마가 알아서 해결할 터이니.



♪♪♪



그날 저녁.


“글쎄, 하린이가 다른 남학생과 친하게 지내더라고요?”

“···네? 그럴 리가요?”


하린의 엄마, 이혜빈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착한 딸이 마음대로 행동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기에.


“한 번 직접 물어보시겠어요?”

“대화 좀 해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그렇게 종료된 전화.

혜빈은 지금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하린을 불렀다.


“정하린.”

“···네.”

“이게 무슨 말이야, 다른 남자애랑 친해졌다니.”


이건 그녀의 계획에는 없던 일이었다.


“준서랑 친하게 지내라 했어, 안 했어?”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쿨 우승한 김세림 피아니스트.

그녀의 아들과 친하게 지낸다면 하린 또한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은 순조로운 일이었다.


“했어요···.”

“네가 이렇게 엄마 말 안 들으면 아빠가 얼마나 슬퍼하시겠니.”


그 말을 듣자, 하린은 고개를 떨구었다.


“···죄송해요.”

“그래, 처음부터 말 잘 들으면 좋았잖아, 우리 딸.”


혜빈은 웃으며 하린의 핸드폰을 켰다.

곧바로 연락처에 들어가자, 처음 보는 남자의 이름이 등록되어 있었다.


“이노헌?”


기억을 뒤져봐도 짐작 가는 곳은 없었다.

그녀는 가차 없이 노헌의 연락처를 지워 버렸다.

전화번호부터 SNS, 그리고···.


“뭐야, 사진도 찍었어? 벚꽃이랑··· 수상 사진?”


그와 찍은 모든 사진까지.

이제 하린의 핸드폰에 그의 흔적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착한 우리 딸~ 엄마가 사랑하는 거 알지?”

“네···.”


하린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혜빈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그녀의 머릿속에 맴도는 남학생의 얼굴.


‘이노헌, 대체 뭐 하는 아이지?’


지금껏 자신의 딸에게 친구라곤, 유학 간 이리나와 김세림 피아니스트의 아들 김준서뿐이었다.


그 외 모든 사람은 시기와 질투를 보냈기에 하린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기다니, 심지어 남자인 친구가.

이건 하린의 문제라기보단, 접근한 이노헌에게 어떠한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 번 알아봐야겠어.’



♪♪♪



‘아무것도 모르겠네···.’


노헌은 자신의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오늘 콩쿨의 기억.

수많은 의문이 지워지질 않았다.


‘그 아줌마는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그가 말하는 사람은 바로 준서의 엄마, 김세림 피아니스트였다.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지 않나···.’


한참 하린과 좋은 분위기였을 때, 그녀가 나타나는 바람에 푹 식어버리고 말았다.

솔직히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그래, 어른이라도 눈치가 없을 수 있지.’


친구의 엄마이기도 했고, 대단한 피아니스트였기에 노헌은 공손하게 인사를 드렸다.

그러나 무시당해버린 그의 인사.


‘하하, 조금 황당하네.’


언짢은 기분을 숨기며, 애써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림은 하린에게 무슨 이상한 말을 하더니, 이내 등을 돌려 떠나버렸다. 끝까지 노헌에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노, 노헌아. 나 볼일이 생겨서··· 빨리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


곧이어 하린마저 사색이 된 채,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너무나도 이질적인 상황, 어쩔 수 없이 노헌의 의심은 세림에게 향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그 아줌마가 했던 말 때문이야.’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하린의 엄마에게 어떤 고자질을 할 거라는 사실 만큼은 틀림없었다.


이것이 첫 번째 의문점, 그다음은···.


‘사람들 다 보는 데서 준서를 혼내질 않나.’


시상식이 끝난 뒤, 관객석 한쪽에서 준서에게 무어라 소리치는 세림의 모습.

이것이 제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준서는 전체 대상인데도 혼나야 하는 거야?’


아무리 김세림 그녀가 준서의 선생님이라, 그의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었어도 사람들이 다 보는 곳에서 혼내는 건 조금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현묵의 말을 들어보니―


【오늘 준서의 연주는 정말 훌륭했어, 아마 하린이 참가했어도 박빙이었을 거야.】


준서는 오늘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하린과 동등했을 수도 있다는 극찬까지 나온 상황.

그런 그를 이렇게까지 혼내는 건 김세림, 그녀의 과도한 욕심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건가?’


그녀가 하린에게 뭐라 말한 것처럼 이번에도 자신만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몰랐다.


이것이 두 번째 의문점, 마지막으로···.


‘솔직히 앞에 두 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긴 한데.’


그래도 콩쿨 내내 노헌이 계속 궁금해하던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왜 박주선 씨 안 나왔지?’



이번 콩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가짜 선생님, 주선의 행방이었다.


‘무슨 일 있나?’


항상 고등부 학년 대상을 차지했던 그가 콩쿨에 참가하지 않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모르겠네···.”


노헌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몇 시간째 답장이 없는 두 사람을.


‘무슨 일 있나?’


찜찜한 마음만 남기고 떠난 하린과 준서.

걱정되는 마음에 연락해봤지만, 답장은커녕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읽지도 않은 상태였다.


“제발, 무슨 말이라도 해줘.”


그러나, 그의 바람과는 달리.

두 사람의 연락은 며칠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



일주일 후, 어느덧 콩쿨 본선의 당일.


“오랜만이다. 이노헌.”

“그러게, 얼마 만이지? 왜 이번 콩쿨은 참가 안 했어?”


콩쿨이 열리는 어느 예술대학교, 연주회장 앞에서 노헌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거대한 근육.

나지막한 목소리.

진한 이목구비까지.


상대방은 바로 최원석이었다.


“아, 새 학교에 적응도 해야 하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까, 까먹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천예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꽤 먼 곳에서 이사를 왔다.

아무래도 한참 정신이 없을 터.


“그래도, 너를 응원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 거 아니겠나.”


사실 원석을 콩쿨 본선까지 부른 건 다름 아닌 노헌이었다.

그에게 몇 가지 물어볼 것들이 있었기에.


‘재은이가 없을 때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그녀는 아쉽게도 이번 콩쿨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중등부보단 고등부가 훨씬 수준이 높았으니까.

그렇기에 이번 본선에는 노헌 홀로 온 것이었다.


만약 곁에 재은이 있었다면 그녀에게 신경 써야 해 원석과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했겠지.


“그러고 보니, 예원이는 예선 통과했대?”


노헌은 원석과 같은 중학교에 다닌 김예원을 떠올리며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어딘가 심상치 않은 표정을 짓는 원석.


“김예원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이번 콩쿨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어디 아파?”

“그냥··· 감기에 걸린 것 같다.”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말없이 로비 안으로 들어갔다.


“어?”


그곳에 혼자 서있는 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는 바로 지난 일주일 동안 연락이 전혀 없던 김준서였다.


“왜 연락을 안 받―.”


황급히 그에게 걸어가며 말하려던 순간.


“어? 야, 어디가!”


준서는 순식간에 연주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뭐지?”


노헌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분명 이전까지만 해도 잘 지냈었는데, 손바닥 뒤집듯 바뀐 태도.


‘내가 뭘 잘못했나?’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실수한 건 하나도 없었다.


“이노헌.”


그때 옆에서 잠자코 있던 원석이 입을 열었다.


“내가 천예고에 다니면서 지켜봤는데, 김준서와 정하린 둘 다 뭔가 이상하다.”

“이상해? 뭐가?”


원석은 천예고에 다녔던 지난 2개월을 떠올렸다.

특히 이질적이었던 준서와 하린의 주변을.


“김준서의 곁엔 지나치게 사람이 많고, 정하린의 곁엔 지나치게 없다.”


너무나도 반대되는 상황.

그러나, 이상한 건 이것만이 아니었다.


“이제 막 천예고에 온 나도 눈치챘는데, 다른 사람들은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한다. 심지어 교사들까지.”


너무나도 수상쩍은 이상 현상에 원석은 같은 반 학생들에게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다 똑같았다.


“나는 잘 모르겠어.”

“네 착각 아니야?”

“너무··· 알려고 들지 마.”


하린과 준서에게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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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영점
    작성일
    23.06.26 02:13
    No. 1

    준서와 하린의 부모를 너무 극단적인 인물 설정으로 끌고가는듯해요.
    미성년 자녀의 연애에 대해 부모가 간섭하고 관리할 수는 있지만 특정 또래를 지정해서 연애를 부채질하고 거부하면 폭력까지 나가는건 최소한 감성을 다루는 음악가에게는 치명적일텐데..
    부모 욕심을 나타내더라도 정상적인 수준에서 표현되었으면 하구요.
    그것이 아니더라도 노헌이 전부 압살할텐데...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케븐
    작성일
    23.06.26 15:21
    No. 2

    피드백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3 OneQ
    작성일
    23.06.26 04:20
    No. 3

    건필하세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23 OneQ
    작성일
    24.01.03 19:43
    No. 4

    작가님, 작품 계속 보고 싶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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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피아니스트의 영혼이 들어왔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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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 (수정) +4 23.06.25 90 6 11쪽
38 탑의 정상 +2 23.06.24 65 6 11쪽
37 선장과 선원 +2 23.06.21 68 6 11쪽
36 축제 +3 23.06.21 77 6 12쪽
35 밴드부 탈퇴? +3 23.06.18 78 8 11쪽
34 벚꽃이 흩날리던 밤 +3 23.06.16 88 8 11쪽
33 데이트 신청 +3 23.06.15 86 9 11쪽
32 쇼팽 콩쿨 +2 23.06.13 97 7 11쪽
31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3 23.06.11 99 7 11쪽
30 나은과 나비 (2) +2 23.06.09 88 9 12쪽
29 나은과 나비 (1) +3 23.06.07 88 10 12쪽
28 재회 +2 23.06.06 98 7 12쪽
27 All in +2 23.06.05 103 8 12쪽
26 엇갈림 +2 23.06.04 118 8 12쪽
25 졸업식 +2 23.06.03 110 8 11쪽
24 김준서의 목적 +2 23.06.02 119 9 12쪽
23 피아니스트의 대답 +2 23.06.01 122 11 11쪽
22 소년의 답장 +2 23.05.31 135 10 11쪽
21 걱정이 너무 많아 +2 23.05.30 136 11 12쪽
20 독일에서의 만남 +2 23.05.29 150 9 12쪽
19 그거 거짓말이지? +2 23.05.28 154 11 11쪽
18 리나의 선생님 +2 23.05.27 147 12 12쪽
17 랩소디 인 블루 +2 23.05.26 172 10 12쪽
16 싸라기눈 +2 23.05.25 173 9 11쪽
15 기적 +2 23.05.24 186 11 12쪽
14 두 번의 사과 +2 23.05.23 184 10 12쪽
13 그래도 나는 +2 23.05.22 193 11 12쪽
12 이미 늦었어 +2 23.05.21 205 11 11쪽
11 여정의 끝 +3 23.05.20 223 13 11쪽
10 천재와 범재 +2 23.05.19 217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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