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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피아니스트의 영혼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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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븐
작품등록일 :
2023.05.10 13:41
최근연재일 :
2023.06.25 23:55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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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
글자수 :
205,830

작성
23.06.03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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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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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졸업식

DUMMY

하린과 헤어진 후, 돌아온 집.

노헌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신호음이 가기도 전에 받은 준서.


“연주회는 어땠어?”


태연하게 묻는 그의 모습이 얄미웠지만, 솔직히 연주회는 너무나 훌륭했기에 차마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좋았지, 그런데 티켓 엄청 비싼 거더라? 공짜로 얻어보기엔 좀 미안한데···.”

“그럼, 다음에 영화라도 한 번 보러 가자, 티켓은 네가 사는 거로.”


물론, 영화와 연주회의 티켓 가격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애초에 단위부터가 다른데, 그걸로 대체할 수 있을 리가.

애당초 준서의 의도는 다른 곳에 있을 것이 분명했다.


“너 그러면서 다음 영화 때도 하린이랑 보게 할 거잖아.”

“어? 들켰네.”


이제는 숨기지도 않는 준서의 모습에 노헌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왜 나랑 하린이랑 엮으려고 하는 거야?”


아무리 노헌이 둔감하다고 해도, 똑같은 일이 두 번이나 반복되면 모를 수가 없었다. 심지어 항상 같은 사람과 엮이니까.


“음, 둘이 잘 어울리는 거 같아서?”

“뭐?”


언제나 준서의 대답은 상상을 초월했다.


“정하린 객관적으로 보면 엄청 예쁘잖아, 피아노도 잘 치고, 성격은··· 아무튼 혹시 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라도 있어?”


오히려 되묻는 준서의 말에 노헌은 차마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전부 맞는 말이었으니까.

그래도, 어떻게든 생각을 끄집어내 반박을 하긴 했다.


“아니, 하린이 생각도 존중해줘야 할 거 아니야.”

“걔는 너한테 관심 있는 거 같던데?”

“···뭐라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

노헌이 그러거나, 말거나, 준서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생각해봐 노헌아. 콩쿨에서도, 우리 중학교에서 봤을 때도 정하린은 항상 무표정이었잖아.”

“그랬··· 지?”

“그러면, 오늘 너랑 같이 있을 때 걔 표정은 어땠어?”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시무룩해지기도 하고, 자신이 농담했을 땐 찌릿 쳐다보기도 했다.


“아··· 니, 그런 거로 관심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노헌의 귀는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흠, 그런 반응이란 건, 정말 네 앞에서는 표정이 다양해지는 거 같네?”


이것은 준서의 함정수사였다.

현재 둘의 관계를 짐작하기 위한.


‘일단 정하린은 확실히 관심이 있는 거 같고··· 노헌이도 방금 정하린이 아니라 하린이라고 불렀지?’


성을 떼고 부른다는 것과 하린의 이야기만 나오면 떨리는 노헌의 목소리.

분명 그가 하린을 의식하고 있다는 징조, 준서는 이 상황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한 번, 둘이 열심히 잘 해봐.”

“그건 네 착각이라―.”


노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끊어버린 준서.


“그게 무슨 관심이냐고···.”


화끈거리는 귀를 붙잡고, 노헌이 중얼거리자―


【표정이랑 관심이랑 무슨 상관이 있나?】


전혀 모르겠다는 현묵의 목소리에 노헌은 생각했다.


‘그래도 내가 선생님보단 낫구나···.’


어쩐지, 웬디의 심정이 이해가 된 그였다.



♪♪♪



그다음 날.

오랜만에 온 피아노 연습실.

노헌에겐 한 가지 숙제가 있었다.


“다음 콩쿨 곡 뭐로 정할까요?”


바로 2월에 있을 콩쿨의 참가곡을 정해야 하는 것이었다.


【체르니 40번도 거의 다 끝냈으니··· 이제 기초는 다졌다고 할 수 있어.】


현재 노헌은 다음 참가곡을 바로 연습할 수 있을 실력 정도는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피아노를 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스케일 같은 테크닉이 조금 부족해.】


다음 콩쿨까지는 겨우 한 달.

방학이라 시간은 많았지만, 하루 내내 피아노를 붙잡고 있기엔 노헌에게 부담이 갈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아라베스크」 같이 기술보다 감정이 중심이 되는 곡을 또 하면 테크닉 면에서 성장할 수가 없어, 평생 감정 중심인 곡만 칠 수는 없잖아.】

“그렇죠···.”


그래서 현묵은 생각했다.

지금 노헌에겐 짧지만, 강렬한 한 방이 필요하다고.


【좋아, 정했어. 우리 전략은 All in이다.】


All in.

한 가지 일에 모든 힘을 쏟아붓는 것을 말했다.



♪♪♪



한 달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현묵의 가르침을 받으며 피아노를 연습했고, 가끔 준모를 놀아주기도 했다.

그러나 준서의 바람과는 다르게, 하린과 별다른 연락을 한 적은 없었다.


그렇게 도달한 2월의 졸업식.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이 중에는 중학생 시절 동안 꿈을 찾은 사람도, 찾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람 인생은 넓디넓은 우주 같은 것이지요. 지구에 가까운 달처럼 남들보다 빨리 꿈을 찾을 수도 있지만, 아직 존재조차 모르는 별처럼 저 멀리 꿈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교장 선생님의 졸업 훈화가 끝난 뒤, 상장 수여가 이어졌고, 노헌은 3년 개근상을 받았다.


“어차피, 이 중에 90%는 고등학교에서도 볼 텐데.”

“그렇긴 하지?”


아무래도 현성중학교 졸업생들은 대부분 바로 옆에 있는 현성고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라, 헤어짐에 눈물을 쏟는 친구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고등학교 반 배정 잘 되면 좋겠다.”

“너 나랑 다른 반 되도 어차피 찾아올 거잖아.”


준모와 잡담을 하며, 어느새 졸업식이 끝난 강당을 빠져나오는데―


“노헌아~”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

바로 이재은이었다.


“어이, 이재은. 노헌이는 지금 나랑 이야기하고 있거든랑?”

“구준모 너는 노헌이랑 고등학교에서도 볼 거잖아, 나는 다른 학교라서 잘 못 보거든? 그러니 잠깐만 빌려 갈게.”


그녀는 노헌의 소매를 잡고 음악실로 끌고 갔다.


‘잠깐만, 음악실?’


어쩐지 안 좋은 추억이 가득한 곳이라, 노헌은 본능적으로 몸을 떨었다.


“노헌아 추워? 왜 이렇게 떨어?”

“그야, 네가 항상 여기 데려와서, 괴롭혔으니까.”

“아, 아니. 그때는! 그래··· 내가 잘못했었지.”


어째선지, 노헌은 시무룩한 애들만 보면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


“그래그래, 재은아 고등학교 가서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

“뭐, 뭐라는 거야!”

“아악! 착하게 살라니까, 왜 때리는 거야?”


한바탕 그녀의 주먹을 말리고, 다시 찾아온 평화.


“나, 어디 고등학교 가는지는 알아?”

“예술고 간댔지? 천예고는 아닐 테고··· 하람예고?”

“오··· 맞았어.”


노헌이 맞추자, 놀랐는지, 재은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하람예술고등학교, 줄여서 하람예고.

노헌이 듣기론, 이 고등학교와 천예고등학교가 대한민국 예술학교의 양대산맥이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천예고는 전통 클래식을 중요시했고, 하람예고는 클래식뿐만 아니라 뉴에이지나, 가요 같은 분야도 중요시하는 학교였다.


“노헌이, 너는 어떡하려고?”

“나? 나는 예술고등학교 입학하기엔 너무 늦어서, 2학기 때 편입하려고.”

“정말? 원래 전공 안 한다고 했었잖아.”


그러고 보니, 천예고등학교에서 스카우트가 왔을 때, 노헌은 그녀에게 안 간다고 말했었다.


“그랬었지, 그런데 너랑 콩쿨에서 내기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


처음에는 단순히 쌓인 감정을 풀기 위해 그녀와의 콩쿨을 선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낄 수 있었다. 즐거움과 희망 그리고 지금까지 부족했던 자신을.


“어떻게 보면 네 덕분이라고 할 수 있지, 고맙다.”

“뭐, 뭐? 아니 그게 왜 내 덕분이야? 나는 그냥··· 철없이 굴었던 것뿐인데.”


당황하여 말을 더듬는 그녀의 모습이 웃겨, 노헌은 빙그레 웃고 말았다.


“아무튼! 너 다음 콩쿨은 언제 나가?”

“다음 주 토요일.”

“그럴 줄 알았어! 나도 거기 나가니까, 번호 줘.”

“뭐?”


바로 다음 주에 열리는 전국 신학기 콩쿨의 예선.

그런데 그게 번호랑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 그런 표정으로 노헌은 재은을 바라봤다.


“아, 아니 이건··· 그, 그래. 어차피 같은 동네니까 연주회장 갈 때, 만나서 같이 가자는 거지!”

“아, 그런 거였어?”


노헌은 재은의 핸드폰에 자신의 번호를 저장했다.


“연락 꼭 받아! 알겠지?”

“알겠다니깐.”


그 말을 끝으로 재은은 노헌을 다시 준모에게 돌려주었다.


“정문에서 부모님 기다리고 계신대.”

“그래? 가자.”


노헌은 준모와 어렸을 적부터 친했기에 부모님들끼리도 안면이 있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체육대회나, 졸업식 같은 행사 때도 함께 오셨고, 이번 중학교 졸업식도 마찬가지였다.


“초등학교 때는 옆에 리나도 있었는데 말이야.”

“아, 그랬었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초등학교 졸업 사진.

가운데엔 노헌이, 그의 양옆에는 리나와 준모가, 셋이서 꽃다발을 들고 찍은 사진이었다.


“뭐, 저번에 보고 왔는데, 잘 지내더라.”

“이열~ 여자친구 보고 싶어서, 비행기까지 타고 왔다···라? 이건 누가 봐도 사귀는 사이죠?”

“뭐래.”


가볍게 준모의 말을 무시하고 도착한 학교 정문.

노헌과 준모의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꽃다발을 들고 있는 노헌의 여동생, 나은이까지.


“준모야, 노헌아, 중학교 졸업 축하한다.”

“축하해~”


건네받은 꽃다발을 보자, 노헌은 그제야 중학교를 졸업했다는 것이 실감 났다.


‘이제 고등학생이라니···.’


비록 아직 입학은 하지 않았지만, 예비 고등학생이라는 호칭이 붙은 것부터 뭔가 달라진 기분이었다.


‘편입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드리긴 해야 하는데.’


예술고등학교의 편입.

그것은 부모님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했다.

원래라면 울적한 마음이 가득했을 노헌이었지만, 저번 독일행을 허락해준 뒤로는 조금 편해진 기분이었다.


‘그래, 편입까진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나중에 말하자.’


복잡한 생각을 한 쪽에 치워둔 노헌은 중학교의 마지막 날을 즐겼다.



♪♪♪



중학생 신분을 벗어난 뒤로도 시간은 변함없이 흘렀다.

결국, 와버린 콩쿨 예선 당일.


“너, 오늘 무슨 곡 쳐?”

“비밀이야.”

“뭐야, 재미없어.”


노헌은 재은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연주회장으로 향했다.


“확실히 유명한 콩쿨인가 봐?”


연주회장 근처에 수많은 학생이 보였다.

그중에는 저번 콩쿨에서 봤던 얼굴도 있었고, 처음 보는 얼굴도 있었다.


“그렇기도 하고 여기서 좋은 성적을 얻으면 학교에서 잘 보일 수 있지.”

“아, 그렇구나?”


전국 신학기 피아노 콩쿨.

이름부터 콩쿨의 정체성을 알려주었다.

학기 시작도 전에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예술중학교나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인 학생들은 처음부터 학교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며 들어간 로비.

노헌의 눈에 맨 처음 들어온 것은.


“어? 쟤 정하린 남자친구 아니냐?”

“옆에 있는 애는 이재은? 설마 양다리?!”

“하린이 또 버림받는 거야? 불쌍해서 어떡해~”


바로 하린에게 참교육을 해달라 부탁했던 패거리.

줄여서 참교육 패거리였다.


“뭐야! 이노헌, 너 정하린이랑 사겨?!”


어째선지 화난 표정으로 따지는 재은.


“아, 아니. 여기에는 오해가―.”

“이노헌?”


그런 노헌의 해명을 가로막은 목소리가 있었다.


“내가··· 왜, 너랑 사귄다는 거야?”


바로 차갑게 식은 얼굴로 바라보는 하린이었다.


그리고 구석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본 한 사람.


“노헌아···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냐?”


김준서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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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탑의 정상 +2 23.06.24 65 6 11쪽
37 선장과 선원 +2 23.06.21 6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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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밴드부 탈퇴? +3 23.06.18 78 8 11쪽
34 벚꽃이 흩날리던 밤 +3 23.06.16 88 8 11쪽
33 데이트 신청 +3 23.06.15 86 9 11쪽
32 쇼팽 콩쿨 +2 23.06.13 97 7 11쪽
31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3 23.06.11 99 7 11쪽
30 나은과 나비 (2) +2 23.06.09 88 9 12쪽
29 나은과 나비 (1) +3 23.06.07 88 10 12쪽
28 재회 +2 23.06.06 98 7 12쪽
27 All in +2 23.06.05 103 8 12쪽
26 엇갈림 +2 23.06.04 118 8 12쪽
» 졸업식 +2 23.06.03 111 8 11쪽
24 김준서의 목적 +2 23.06.02 119 9 12쪽
23 피아니스트의 대답 +2 23.06.01 122 11 11쪽
22 소년의 답장 +2 23.05.31 135 10 11쪽
21 걱정이 너무 많아 +2 23.05.30 137 11 12쪽
20 독일에서의 만남 +2 23.05.29 150 9 12쪽
19 그거 거짓말이지? +2 23.05.28 154 11 11쪽
18 리나의 선생님 +2 23.05.27 147 12 12쪽
17 랩소디 인 블루 +2 23.05.26 172 10 12쪽
16 싸라기눈 +2 23.05.25 173 9 11쪽
15 기적 +2 23.05.24 186 11 12쪽
14 두 번의 사과 +2 23.05.23 184 10 12쪽
13 그래도 나는 +2 23.05.22 193 11 12쪽
12 이미 늦었어 +2 23.05.21 205 11 11쪽
11 여정의 끝 +3 23.05.20 223 13 11쪽
10 천재와 범재 +2 23.05.19 217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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