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케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피아니스트의 영혼이 들어왔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케븐
작품등록일 :
2023.05.10 13:41
최근연재일 :
2023.06.25 23:55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6,637
추천수 :
372
글자수 :
205,830

작성
23.06.11 00:24
조회
99
추천
7
글자
11쪽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DUMMY

중등부의 모든 차례가 끝난 후, 노헌은 로비로 나왔다.


“화장실이···.”


표시를 따라 모퉁이를 도니, 한구석에 화장실이 보였다.

곧바로 들어가니―


“이노헌, 너도 화장실이냐?”

“아, 네. 아··· 아니, 응.”


까까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 화장실이 꽉 차 보이게 만드는 거대한 덩치, 바로 최원석이 손을 씻고 있었다.


“그나저나, 오늘 연주 기가 막히던데, 혹시 고등학교는 어디 갈 거냐? 역시 천예고등학교인가?”

“아, 나는 1학년 2학기 때 편입하려고.”

“왜지? 네 실력이라면 무조건 입시에 붙었을 텐데?”


노헌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현재 그의 실력으로는 입시에 붙을 자신이 있었지만, 그 당시엔 초보자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단기간에 이 정도로 성장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으음··· 입시 기간을 놓쳐버려서 그만.”

“생각보다 덤벙대는 성격이군?”

“아하하···.”


웃음으로 대충 얼버무린 노헌이었다.


“슬슬, 회장으로 돌아가지.”

“그래.”


그렇게, 손을 닦고 화장실을 나가려던 순간.


“오늘, 연주. 그렇게 치는 게 맞니?”


가까운 로비에서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이어서 사죄하는 익숙한 목소리.

그것의 주인은 바로 김준서였다.


“중반부에 힘 좀 더 빼고, 집중하랬지? 왜 연습 때 했던 말을 또 하게 만들지?”

“다음부턴 조금 더 신경 쓰겠습니다.”

“하린이 좀 봐, 언제나 흔들리지 않잖아, 게다가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현묵이랑 비슷한 연주를 하는 애도 있더라.”


하린과 비교에 이어, 노헌의 이야기마저 나왔다.


“하아··· 아무래도 오늘은 상 타기 그른 것 같구나, 나머지는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

“네.”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의 발걸음은 멀어져갔다.


“방금 그건 준서랑···.”

“그래, 김준서의 어머니인 김세림 피아니스트다.”


노헌과 원석은 그제야 화장실을 빠져나가, 두 사람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아니, 콩쿨은 앞으로도 많은데, 이렇게 기를 죽일 일이야?”


그저 황당했다.

아직 고등학교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기회는 남았는데, 굳이 남과 비교를 해가면서까지 혼낼 일이었나, 의문이 들었다.


“원래 저런 사람이다. 김준서가 어렸을 때부터 그랬지.”


그에 비해 태연한 원석.

그는 어렸을 적부터 준서의 이런 장면을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하여간, 정하린이나, 김준서나, 안타깝지. 그나마 이리나가 있어서 저 둘도 버틸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어? 리나를 알아?”

“당연하지, 지금까지 피아노를 쳐왔다면 이리나, 정하린, 그리고 김준서, 이 삼인방을 모를 수가 없다.”


콩쿨에 참가할 때마다 1, 2등을 앞다투는 천재, 리나와 하린. 그리고 김세림 피아니스트의 아들인 준서. 이 셋은 언제나 주목받았다.


“그런데, 이제는 한 명이 더 생겼군.”

“누구?”

“바로, 너다. 이노헌.”

“···나?”


원석의 말대로 노헌이 무대를 내려오자, 수많은 시선이 그에게 쏟아졌다.

마치 강현묵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듣는 것 같았다느니, 새로운 천재의 등장이라느니, 이런저런 낯부끄러운 소리에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 네가 있으니, 앞으로 꽤 떠들썩해지겠더군.”

“그, 그런가?”

“뭐, 이런저런 더러운 이야기도 들려와도, 신경 쓰지 마라.”


노헌의 어깨를 두드려준 원석은 그대로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저 친구, 상당히 멋있는데?】

“그러게요···.”


현묵과 노헌은 감탄하며, 그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볼 뿐이었다.



♪♪♪



고등부까지, 모든 연주가 끝나고, 남은 것은 단 하나.


“지금부터 전국 신학기 피아노 콩쿨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순서로 발표될 것이며 학년 별 10위까지는 맨 마지막에 호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결과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다음부턴 고등부에서···.’


2주 후면 고등학교 입학식.

노헌에게 중등부로서의 콩쿨은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왜 콩쿨에 참가한 건 오빤데, 내가 더 떨리지?!”


옆을 바라보니, 부들부들 떨며 눈을 감고 있는 나은과 태연하게 기다리고 있는 재은의 모습이 보였다.


“노헌아, 고등부에선 진짜 안 봐준다?”

“오늘도 안 봐줘도 됐는··· 악! 잠만, 뼈 맞았어!”


재은은 자신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지만, 어쩐지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래도, 예전보단 이게 낫네.’


항상 화가 나 있던 그 시절의 그녀보단 이 모습이 훨씬 보기 좋은 노헌이었다.


“중등부 학년 차상! 김예원!”


어느새 초등부의 발표가 끝났는지, 시작된 중등부의 발표.

학년 차상은 노헌의 앞 순서, 쇼팽의 「추격」을 연주했던 예원이었다.

다음 발표할 차례는 중등부의 학년 대상.


그때, 연주회장에 술렁였다.


“정하린과 그 남자애, 둘 중에 누가 전체 대상일까?”

“에이, 그래도 아직까진 정하린이지.”

“그래도, 오늘 쇼팽의 「나비」는 정말 강현묵 피아니스트가 치는 것 같았어.”


전체 대상과 중등부 학년 대상.

정하린이냐, 이노헌이냐. 그것에 관한 이야기였다.


【노헌, 너무 기대는 하지 마.】


현묵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발표되는 학년 대상.


“중등부, 학년 대상! 이노헌!”


오늘도 역시나 전체 대상은 하린의 것이었다.


“오빠! 학년 대상이래! 게다가 이건 무려 전국 대회 아니야?!”


결과를 듣고 팔짝팔짝 뛰는 나은.

그녀의 말대로 예선 때 받은 학년 대상보다는 전국 대회에서 받은 것의 위상이 훨씬 높았다.


“추, 축하해! 이번엔 내가 졌지만, 다음부턴 진짜 다르다고!”

“어? 아, 고마워.”


여동생과 재은의 축하를 받으며, 노헌은 무대에 올라갔다.


“오빠, 내 연주 듣고 나서 힘들어 보였는데, 그거 연기였지?”

“아냐, 네가 너무 살벌하게 치길래, 나도 기다릴 때 진짜 힘들었어.”


학년 차상인 예원의 옆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고등부의 학년 차상이 발표되었다. 이윽고···.


“고등부, 학년 대상! 박주선!”


또다시 보게 된 가짜 선생님.

그는 언제나, 고등부의 학년 대상을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전체 대상! 정하린!”


그리고 항상 마지막 자리를 장식하는 하린까지.

무대의 주인공들이 모두 모이자, 수상자들의 품엔 트로피와 장학금이 든 흰 봉투가 안겨졌다.


“와··· 이게 트로피?”


노헌은 매끈매끈한 단면을 이곳저곳 만지며 감탄했다.

그런 그에 비해 익숙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


“오빠, 같이 사진 찍을래? SNS에 올리게!”

“어, 어?”

“자자, 옆에 서봐!”


그중 한 명, 예원에게 붙잡힌 노헌은 그대로 사진을 찍었다.


“혹시 SNS 계정 있어?”

“있긴 한데···.”

“그럼 맞팔하자!”


그대로 그녀와 SNS까지 교환하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어쩐지 기운이 빠져, 돌아보자―


“친해 보이네, 오늘 같이 온 여자애도, 그 애랑도.”


무표정한 하린의 모습이 보였다.


“아, 같이 온 애는 내 여동생이고, 얘랑은 오늘 두 번째로 만났어.”


그녀가 궁금해하는 것 같기에 노헌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으응, 그렇구나···.”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하린.

그러는 사이에 사회자는 각 학년 10위까지 호명해주었다.


중등부.

1위: 정하린.

2위: 이노헌.

3위: 김예원.

4위: 김준서.

5위: 최원석.

6위: 이재은.

.

.

.

10위: 박형준.


그것으로 그들의 중등부, 마지막 콩쿨은 막을 내렸다.


“하린이, 너는 준서랑 같이 가지? 그럼, 다음에 봐.”


슬슬 집에 갈 시간에, 노헌도 남들처럼 무대에 내려가려던 순간.


“잠깐만.”


그를 붙잡는 손.


“어?”


돌아보니, 하린이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주춤거리는 하린.

그러나 끝내.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는 그 말만을 남기고, 허둥지둥 무대 밑으로 내려갔다.


“아니, 뭔데?”


노헌은 조용히 인터넷에서 봤던 글을 떠올렸다.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두 번째는···.



결국, 두 번째를 알려주지 않고 끝난 글.


“대체 뭘 말하려고 했던 거지?”


그 글과 똑같은 상황에 노헌은 그녀가 하려던 말을 상상해 봤지만, 끝내 알 수 없었던 그였다.



♪♪♪



그날 저녁.

노헌의 집 거실에는 오랜만에 모든 가족이 모여 있었다.

엄마, 아빠, 나은, 그리고 노헌까지.


이야기의 주제는 바로 자신의 편입에 대한 것이었다.

언젠가는 말을 꺼내야 했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니 노헌은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부모님이 독일행을 허락해주셨다 해도, 나은에게 격려를 받았다 해도, 지금까지 쌓여왔던 트라우마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거절당하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어?’


슬쩍 자신의 옆구리를 찌르는 나은.

순간적으로 느껴진 간지럼에 노헌은 꾹 웃음을 참았다.


‘고마워.’


자신의 긴장을 풀어준 그녀에게 속으로 감사함을 표하고 그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엄마, 아빠. 할 말이 있어요.”

“그래, 말해주겠니?”


지금껏 보고 싶었던 부드러운 부모님의 눈빛에 노헌은 울컥 마음이 아려왔다.


“저··· 피아노가 치고 싶어요.”


눈물을 흘렸던 지난 나날들.


“그동안 연습도 많이 했고, 콩쿨에서 상도 탔어요··· 비록 일반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저는 예술고등학교에 편입하고 싶어요.”


입을 다물게 했던 안 좋은 기억들.


“저는 나은이처럼··· 공부도, 운동도, 뭐든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피아노만큼은 자신할 수 있어요.”


꾹 참고 참아, 어른이 되기만을 기다렸던 나의 인생.

그런 내게 누군가 말해주었다.



날 수 있는 「나비」가 되어야 한다고.



이건 그것을 위한 준비.

비록 말 한마디뿐이지만, 가장 거대했던 벽이다.

몇 번을 부딪쳐봤지만, 깨지지 않던 벽.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체념하고 싶지 않았다.

과거에 지고 싶지 않았다.


중요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꿈을 위해 나아가는 거니까.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나는 이제 준비됐다.



♪♪♪



“마지막으로 신입생 여러분, 현성고등학교에 입학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 말을 끝으로 마친 입학식.


“야야, 일찍 끝났는데 피시방 갈래?”

“오랜만에 갈까?”

“아, 그 바쁜 이노헌이 가면 우리도 가야지!”


평범한 일상.


“편입하기 전까지는 우리랑 좀 놀아줘라!”

“자주는 안 되고 가끔 놀아줄게.”

“에이, 너무하네.”


지금까지 내 삶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긴, 편입 시험도 있으니까.”

“그래, 좀 봐줘.”

“그럼,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아니었다.


【그러니까 함께 쳐보자, 시작의 「아라베스크」를.】

【너는 지금부터 이 88개의 건반과 친구가 되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날 수 있는 「나비」가 되어야 해.】


강현묵.

그를 만나고부터 내 삶은 바뀌었다.


한평생 연관 없던 피아노를 치게 됐고,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비록 힘겨운 시간도 있었지만, 늘 뿌듯했다.


이게 그가 알려준 시작의 즐거움이었으니까.



【입학 축하해,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구나, 앞으로도 잘 부탁해 노헌.】

“네! 저도요!”



오늘부로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작가의말

1부가 끝났습니다.

노헌의 이야기를 풀고 싶었는데, 어느 정도 전달이 됐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심란해서 최근에는 글이 잘 안 써져 이틀 정도 빠지게 됐네요. 죄송합니다.

그러나, 2부의 시작, 고등학생이 된 노헌과 함께 저도 다시 한번 열심히 달려볼까 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길었네요.
항상 봐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피아니스트의 영혼이 들어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 비밀 (수정) +4 23.06.25 90 6 11쪽
38 탑의 정상 +2 23.06.24 65 6 11쪽
37 선장과 선원 +2 23.06.21 68 6 11쪽
36 축제 +3 23.06.21 77 6 12쪽
35 밴드부 탈퇴? +3 23.06.18 78 8 11쪽
34 벚꽃이 흩날리던 밤 +3 23.06.16 88 8 11쪽
33 데이트 신청 +3 23.06.15 86 9 11쪽
32 쇼팽 콩쿨 +2 23.06.13 97 7 11쪽
»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3 23.06.11 100 7 11쪽
30 나은과 나비 (2) +2 23.06.09 88 9 12쪽
29 나은과 나비 (1) +3 23.06.07 88 10 12쪽
28 재회 +2 23.06.06 98 7 12쪽
27 All in +2 23.06.05 104 8 12쪽
26 엇갈림 +2 23.06.04 118 8 12쪽
25 졸업식 +2 23.06.03 111 8 11쪽
24 김준서의 목적 +2 23.06.02 119 9 12쪽
23 피아니스트의 대답 +2 23.06.01 122 11 11쪽
22 소년의 답장 +2 23.05.31 135 10 11쪽
21 걱정이 너무 많아 +2 23.05.30 137 11 12쪽
20 독일에서의 만남 +2 23.05.29 150 9 12쪽
19 그거 거짓말이지? +2 23.05.28 154 11 11쪽
18 리나의 선생님 +2 23.05.27 147 12 12쪽
17 랩소디 인 블루 +2 23.05.26 172 10 12쪽
16 싸라기눈 +2 23.05.25 173 9 11쪽
15 기적 +2 23.05.24 186 11 12쪽
14 두 번의 사과 +2 23.05.23 184 10 12쪽
13 그래도 나는 +2 23.05.22 193 11 12쪽
12 이미 늦었어 +2 23.05.21 205 11 11쪽
11 여정의 끝 +3 23.05.20 223 13 11쪽
10 천재와 범재 +2 23.05.19 217 1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