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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빠가 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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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
작품등록일 :
2024.03.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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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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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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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2 – 언제나 지금이 가장 저렴한 남자.

DUMMY

9.

류아는 아이돌이다.


다만, 그 앞에 이제 ‘중소 회사에서 데뷔한 인기 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아이돌. 다른 표현으로는 ‘중소돌’이 있으며 또 다른 표현으로는 ‘망돌’이 있다.


그리고 이런 아이돌들의 하루는 놀랍게도 연습생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데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연습실에 박혀서 연습만 반복한다.


“우리는 언제 활동할 수 있으려나.”


오늘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연습을 하던 중, 같은 그룹의 멤버인 한겨울이 무심코 중얼거렸고. 그 중얼거림에 다른 멤버들은 대답 대신 한숨을 내뱉었다.


키치(Kitsch)라는 이름으로 데뷔한 지 어느새 1년.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그녀들에게 무관심했다.


키치의 공식 유튜브 계정 구독자 수는 300명이 채 되지 않으며, 데일리 스트리밍의 횟수는 국내나 해외를 가리지 않고 한 자리 수밖에 되지 않는다.


차트인?

100위권은커녕, 200위권조차 해본 적이 없다.


당연히 피지컬 앨범(실물 앨범)은 발매한 적이 없으며, 정규 앨범은커녕 미니 앨범조차 없다. 지금까지 낸 두 개의 앨범 모두 디지털 싱글이었다.


“그래도 다음 앨범은 내주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또 어디 회사에서 투자도 받았다고 했고요! 그러니 우리 좀만 힘내요!”


키치의 막내 멤버이자 분위기 메이커인 아이노 아이사가 연습실에 감도는 칙칙한 분위기를 물리치기 위해서,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투자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도 않을 텐데. 또 디지털 싱글이나 내겠지.”


그러나 돌아오는 건 가장 연장자인 안주인의 무미건조한 목소리였다. 안주인의 말에 아이노 아이사는 입을 다물었다.


방금 안주인의 말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RYU 엔터는 중소 회사다. 심지어 공동 대표 이사가 횡령을 한 덕분에 자금 사정이 매우 좋지 않은 중소 회사.


그런 회사의 사정을 알고 있기에, 키치의 멤버들은 더 이상 회사에 기대를 하지 않는다. 기대를 해봐야 실망감만 커진다는 사실을 이미 두 번이나 겪어봤기 때문이다.


“어, 저기. 그게, 그래도!”


연습실 안을 가득 채운 무거운 분위기. 그 분위기를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서 아이사가 입을 열었다가, 고개를 돌려 류아를 바라보았다.


평소의 류아라면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 때, 가장 먼저 나서서 괜한 생각 말고 연습이나 하자고 말을 했을 텐데.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어, 언니! 뭐해요? 무슨 생각?”


그래서 아이사가 먼저 류아에게 말을 걸어보았지만 반응이 없었다. 평소와 너무 다른 류아의 모습에 아이사는 당황해서 류아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언니! 류아 언니! 임류아!!!”

“내가 성 붙여서 부르지 말라고 했지!”

“언니가 무시하니까 그러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응, 아. 오빠 생각.”

“남자 친구?”

“뭔 개소리야. 친오빠야.”


류아의 대답에 아이사는 완전히 깬다는 표정을 지었다. 위로 오빠가 둘이나 있는 아이사에게, 오빠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싸우기라도 했어요?”

“그건 아니고······.”


왜 그런지 류아가 설명을 하려는 그 순간, 문이 열리면서 이훈아가 연습실로 들어왔다. 그 모습에 류아는 말을 멈추더니 벌떡 일어나 이훈아에게 달려갔다.


“매니저 오빠! 어떻게 됐어요?!”


류아는 긴장한 표정으로 이훈아를 바라보았다. 이훈아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가만히 류아를 바라보고 있을 뿐.


“왜요? 잘 안 됐어요?”


류아의 표정이 실망감으로 물들었다. 미팅이 실패했다는 건 그 노래를 빼앗긴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아이돌로 데뷔한 이후 처음으로 만난 마음에 든 노래였는데.


그 노래를 다른 사람한테 뺏기다니.


“아니, 잘 됐어.”


그런데 예상외에 대답이 돌아왔다. 그 대답에 류아는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아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잘 됐다니?

그 노래를 다시 부를 수 있다고?


“지, 지지지진짜요?!”


곧이어 그 말에 의미를 이해 한 류아가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아까와는 달리 잔뜩 흥분한 표정이었다. 그 극심한 표정 변화가 일어난 류아의 얼굴을 보며 이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음 앨범 같이 작업하기로 했어.”


그리 대답한 이훈아는 방금 만났던 소년, 임아현에 대해서 떠올렸다.


『저한테 ‘키치’ 노래 맡겨주시면, 제가 걔네 빌보드로 보내드릴게요.』


넘치는 재능.

그리고 그 재능보다 넘치는 자신감.


단순히 치기 어린 말이 아니라 자신은 진짜 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모습. 그 모습을 떠올린 이훈아는 미친 듯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켰다.


‘이런 설렘이 얼마만이지.’


마치,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이훈아의 심장이 설렘으로 물들었다.




§




“뭔가, 소름이 끼치는데.”


갑작스럽게 드는 불길한 느낌에 몸을 떨면서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핸드폰 액정에는 잔뜩 흥분한 어머니의 카톡이 띄워져 있었다.


[엄마]

작곡가 데뷔 축하해 아들! 처음 아들이 예고를 간다고 했을 때는 걱정이 많았는데. 그 나이에 벌써 엔터 회사하고 계약을 맺어서 작곡가로서 일을 할 줄은 몰랐네^^ 할머니도 이 사실을 알면 자랑스러워 하실 거야 물론 엄마랑 아빠도 자랑스럽고.


카톡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RYU 엔터와 계약을 맺었다. 미팅을 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RYU 엔터와 계약을 맺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심지어 내가 맺은 계약은 프로듀로서의 계약이다. 그러니까 곡만 파는 게 아니라 곡의 작업까지 같이 하게 됐다는 의미다.


19살에 경력조차 없는 인간에게 프로듀싱을 맡기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제정신이 아니다. 만약에 사장이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맡기지 않았겠지.


“송선율이라.”


이훈아와 미팅을 하던 중에 찾아 온 사장을 떠올린다. 송선율. 아이돌 업계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유능한 비주얼 디렉터다.


어쩐지 노래 수준에 비해서 비주얼이 좋다고 했더니.


사장은 송선율에다가 치프 매니저는 이훈아. 원래는 RYU 엔터와 함께 일을 할 생각이 없던 나였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되니 마음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내 입장에서 저 두 사람은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비록, 앞서 두 번의 앨범을 조지긴 했지만. 찾아보니 그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로듀싱을 할 수 있다.


이 점이 매우 크다. 내 곡을 사갈 회사라면 더 좋은 회사가 있겠지만. RYU 엔터가 아닌 회사들 중에 나한테 프로듀싱을 맡길 회사는 없을 테니까.


물론, 그렇다고 송선율이 내게 프로듀서로서의 전권을 준 건 아니다. 음악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는 전부 송선율의 확인을 받아야만 한다.


곡이 완성되면 송선율한테 들려줘야 하며, 디렉팅 작업을 할 땐, 송선율도 참가를 한다고 한다. 즉, 프로듀싱을 맡기기는 해보는데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다시 시킬 거라는 이야기다.


만약에 끝까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를 대신 할 새로운 프로듀서를 구하겠지.


직원이라곤 사장을 포함해 다섯 명이 전부. 소속 아이돌은 데뷔한지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거기다 어떤 작업을 하던 사장의 확인을 받아야 하며. 사장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작업물의 발매조차 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야 말로 최악의 조건이지만.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지.”


내가 누구인데. 그 거지 같은 GR 엔터의 대표에게 전권을 얻어내고, 끝내 대한민국 최초로 빌보드 차트 3위까지 진입시킨 게 나다.


물론, 나보다 더 좋은 노래, 예술성이 뛰어난 노래를 만드는 작곡가가 있을 수도 있다. 나보다 비평가들에게 좋은 성적을 받고 업계에서 인정을 받는 프로듀서도 있겠지.


하지만 대중성이란 분야만큼은.

그 한 분야만큼은.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대한민국 최고다.


핸드폰을 내려놓은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작곡 프로그램을 켠 뒤에 헤드폰을 착용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세상이 조용해졌다.


그 조용해진 세상에서 나는 키보드 위에 손을 가져가 가볍게 내렸다. 내가 손가락을 내릴 때마다, 건반이 눌러지면서 소리를 만든다.


조용해진 세상이 노래에 침범된다.


내가 만든 노래에 물든 세상 속에서, 나는 이미지를 그린다. 이 노래를 부를 키치의 모습을 떠올리고, 걔네가 어떻게 이 노래를 부를지, 그 노래가 어떻게 들릴지, 어떤 부분에서 임팩트를 줘야 사람들이 감탄을 할지.


그 모든 이미지를 생각하며 나는 밤새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땐, 세상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내 미래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세상에 살며시 눈을 숙이며 사장님이 알려준 메일 주소로 만든 노래를 보낸다.


[데모 보내드립니다.]


성공적으로 메일을 보내진 걸 확인한 나는 몸을 덮쳐오는 기분 좋은 피로감에 저항하지 않고 그대로 쓰러졌다.




§




요란한 알람 소리에 간신히 잠을 든 송선율은 눈을 떴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새벽 5시가 갓 넘은 시간이었다.


‘어떤 인간이야.’


대체 어떤 사회성 없는 사람이 이런 시간에 연락을 했는지 화가 났다. 그게 누구든 무조건 한 소리를 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송선율은 알람을 확인했다.


‘메일?’


알람이 울린 건 메일이었다. [데모 보내드립니다.] 라는 제목의 메일. 보낸 사람에 적혀 있는 ‘임아현’이란 이름에 송선율은 오늘 기회를 주기로 한 소년의 모습을 떠올랐다.


약간, 노는 학생처럼 생긴 외모. 지나칠 정도로 가볍다고 느껴지는 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선율이 그에게 기회를 준 이유는 그가 만든 노래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 뭐. 아직 학생이니까.’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해본 적이 없겠지. 임아현이 이런 시간에 연락을 한 이유를 애써 이해하며 송선율은 메일을 열고 첨부 되어 있는 파일을 다운 받아 재생했다.


그러자 핸드폰에 연결 된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노래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방을 가득 채우는 노래 소리. 도입부부터 경쾌하고 청량함이 느껴지는 밴드 사운드의 멜로디.


-괴물이네요.


머릿속에서 이훈아가 했던 평가가 떠올랐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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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EP6 – I Really Want to Stay by Your Side. +16 24.05.19 10,250 332 14쪽
41 EP6 – I Really Want to Stay by Your Side. +17 24.05.17 13,604 384 20쪽
40 EP6 – I Really Want to Stay by Your Side. (욕설 수정) +30 24.05.16 14,456 432 16쪽
39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28 24.05.15 15,686 461 20쪽
38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29 24.05.14 16,129 408 18쪽
37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21 24.05.13 16,524 460 15쪽
36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26 24.05.12 16,699 456 17쪽
35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20 24.05.11 17,629 431 13쪽
34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17 24.05.10 17,986 474 13쪽
33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18 24.05.09 18,586 487 17쪽
32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25 24.05.08 19,191 514 16쪽
31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수정) +26 24.05.07 20,688 461 15쪽
30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8 24.05.06 20,414 480 15쪽
29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2 24.05.05 19,550 502 16쪽
28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19 24.05.04 20,304 500 15쪽
27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6 24.05.03 21,165 540 16쪽
26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6 24.05.02 21,128 520 15쪽
25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5 24.05.01 21,077 553 13쪽
24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2 24.04.30 21,745 523 17쪽
23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7 24.04.29 22,489 494 16쪽
22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35 24.04.28 22,635 483 19쪽
21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1 24.04.27 22,001 471 14쪽
20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17 24.04.26 22,274 475 13쪽
19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1 24.04.25 23,298 488 12쪽
18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1 24.04.24 24,137 524 13쪽
17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2 24.04.23 24,529 515 13쪽
16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18 24.04.22 25,484 53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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