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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 님의 서재입니다.

여명 ( 바람의 아이 )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완결

prinsilk
작품등록일 :
2018.04.23 15:30
최근연재일 :
2020.05.11 04:09
연재수 :
219 회
조회수 :
211,468
추천수 :
3,038
글자수 :
1,194,078

작성
20.04.03 00:28
조회
495
추천
9
글자
12쪽

반격 -16

DUMMY

성곽을 형성할때는 그 주변의 가장 흔한 재료를 사용하기 마련이었다.

진나라의 시황제가 쌓았다는 장성 마저도 각 성들의 형태나 재료가 상당히 판이하게 달랐다.

그도 그럴것이 수많은 나라와 그 나라에 속한 수많은 지역에서 나름의 축성기술로 쌓아올린 성 이었다.

어딘가는 흙으로 되어 있었고, 어딘가는 벽돌로 되어 있었다. 산이 많은 곳이라면 돌을 쌓아 올린 성 마저도 있었다.


그리고 여기 장성과는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동쪽의 작은 요새가 있었다.

초라하기 까지한 크기를 가진 요새는 주변의 쓸만한 재료가 마땅치 않았는지 여러 가지 방법을 한꺼번에 사용한 느낌이었다.


조금 허물어진 곳에 들어난 나무기둥과 흙벽으로 삐져나온 다 썩은 지푸라기 와 나뭇가지


아마도 외곽으로 나무벽을 쌓은후 안쪽에 나무와 지푸라기로 지지대를 삼아 진흙을 부어 만들어진 벽인 듯 하였다.

보통은 나무로 쳐서 단단하게 다져 올라가던지 벽돌을 사용할만도 하건만 주변 여건이 너무 안좋았던 모양이었다.


하휘는 그런 요새의 정면에 서 있었다.

한쪽벽은 허물어져 있었고, 정면에 휘날리는 군기들은 워낙에 각양각색이라 저 조그마한 요새에 얼마나 많은 병력이 주둔해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 정확하게 찾은거 맞아? ”

“ 그럼요. 이 근방에 요새라고 부를만한 건 저게 유일하다구요. 한나라 소속의 요새라면서요. ”

“ 그거 잘못안거 같아.. 이거 말고 다른곳은? ”

“ 나머지는 머 선비족이 점령한 성이 있고.. 또... 주신족 성이 있죠. ”

“ 주신의 성은 알고. 그럼 저거란 말야? ”

“ 아 몇 번을 확인해요! 저거 밖에 없어요. ”


하휘는 다시금 요새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도려 몽여를 보았고 몽여는 하휘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마자 말하였다.


“ 맞다구요. 맞아요! 가서 말해봐요! 벌써 들어갔겠죠. ”

“ 휴.. 그래.. 알았다. ”


하휘는 천천히 말을 몰아갔다.

말발굽이 느릿느릿 이어지는 것이 가기 싫다는 표현을 확실하게도 하고 있었다.

몽여는 자신에게 자꾸 물어보기에 발끈하긴 했지만 다시금 하휘의 병이 도졌는가 싶어 그녀의 곁에 바짝 붙었다.


“ 붙지마라. ”

“ ...... ”


하휘의 눈빛에 몽여는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차마 그녀에게 발작이 일어날지 몰라서 다가왔다고 할 수가 없었다.


“ 에이~ 우리 부부잖아요. ”

“ 언제?! ”

“ 아마.. 북평성에서 도망할 때부터? ”

“ 그럼 과감하게 너 죽이고 미망인 할까? ”


몽여는 양손을 살짝 들어서 펴 보이며 옆으로 빠졌다.

하휘는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요새로 향했다. 그녀가 상상했던것과 너무도 달랐다.

한나라군 출신의 장수가 말하였고, 근쳐의 호족들이 공통되게 말한 안심할수 있는 요새의 모습이라고 볼수가 없었다.


“ 바람만 불어도 무너지겠다. ”


하휘는 한숨과 함께 혼자말을 내 뱉었다.

몽여는 괜스레 자신이 찔려서 휘파람을 불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문 거의 앞까지 다가왔건만 요새에서는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 여기 버려진 곳인거 아냐? ”

“ 문좀 두드려 봐요. ”


하휘는 말에서 내렸고, 하기싫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문 앞으로 다가갔다.


쿵쿵쿵쿵


하휘의 손이 문을 두드렸고, 밖을 관측하는 창문이 느릿느릿 열렸다.


“ 누구십니까? ”


하휘는 대답보다도 그 질문에 난감한 표정을 하며 몽여를 돌아보았고, 몽여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입을 삐죽이 내밀었다.


‘ 누구십니까? 지금 민가 방문한건가? 아니면 매우큰 민가인데 내가 오해해서 요새로 보고 있는건가? ’


차마 당사자를 놓고 하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삭이며 무표정하게 입을 열었다.


“ 한나라 소속으로 된 요새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여자들 십여명과 함께 한무리가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

“ 아.. 들어왔습니다. 당신이 그들이 말하던 일행이군요. ”


전혀 군인스럽지 않은 말에 하휘는 다시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곧 문이 열리며 긴장감 없어 뵈는 노병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 어서 들어오세요. 어서요. ”


몽여는 빙글빙글 웃으며 말을 타고 문안으로 들어갔고, 하휘또한 말에 올라타고 그를 따라갔다.


밖에서의 을씨년스러움은 안이라도 특별히 달라질것이 없었다.

다만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는 것 정도였다.


수십명의 다양한 군복의 사내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술을 마시고 있었다.


“ 흉노족이 달려들면 순식간에 전멸하겠군.. ”

“ 너무 최악을 이야기 하고 있는거 아니에요? ”

“ 너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흉노 놈들이 날 쫓아서라도 이근방을 뒤질걸.. 그럼 여기라고 발각 안되겠어? ”

“ 저도 흉노 출신인데요. 그렇게 적개심을 들어내며 말하면 제가 쫌~ ”

“ 쫌 뭐? ”

“ 부끄럽잖아요~ 히히 ”


몽여는 하휘의 옆구리를 툭 치며 웃었다.

하휘는 즉시 주변을 훝어보고 있었다. 인원은 대략 100여명 군기는 눈씻고 찾아봐도 찾을수가 없었다.

깃발의 숫자당 인원은 10여명 수준인 것 같았다.


“ 여기 최고 지휘자가 누굽니까? ”

“ ...... ”


노병은 하휘의 말에 고개를 한번 갸웃 하더니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 여인들과 들어온 호족님들 그리고 적물 이라는 장수를 찾아오신거 아닌가요? ”

“ 그렇습니다. ”

“ 그럼 맞게 찾아오신거구요. 만약이라도 전쟁을 하기 위해 오신거라면 아무래도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으신거구요. ”


노병의 너스레에 하휘는 미간을 다시한번 찡그렸지만 별 말없이 걸음을 걸었다.

요새 내부에 위치한 그래도 그럴듯해 보이는 기와로 지붕을 올린 집이 목적지 였다.

문을 열자 내부에는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호족들과 장수가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문이 열리자 마자 반갑게 일어나서 다가왔다.


“ 이게 누구신가요. 우릴 구해주신 은인들 아니십니까? 역시나 대단하십니다. 그 흉노추격대를 제대로된 무기도 없이 쓰러뜨리고 이곳으로 달려오시다니.. ”

" ...... "


하휘가 아무런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음에 당황한 듯한 호족은 하휘에게 다가가며 너스레를 떨었다.


“ 제가 듣기로는 엄청난 거구에 온몸에서 암내가 나는 아주아주 못생긴 괴물이라고 하던데.. 아무래도 잘못된 정보였나 봅니다. ”


취한듯한 호족은 아예 하휘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잡아끌었고, 하휘는 어깨를 살짝 빼어 호족으로 부터 벗어났다.


그녀는 싸늘한 눈으로 그와 탁자에 앉은 이들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마셨는지 탁자 아래에는 술동이 들이 몇 개나 굴러다니고 있었다.


“ 지금 뭐하는 거죠? 흉노족들이 언제 이곳으로 들이닥칠지 모르는데.. 이러고 있을 시간은 있는겁니까? ”

“ 그럼 어쩌겠습니까? 여기 사정을 들어오셨을 때 보시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관리되고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


호족은 허탈하게 웃으며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다른 호족이 심각한 얼굴로 턱을 괴며 말을 이었다.


“ 분명히 각 가문은 사병을 각출하여 이곳 요새를 지키는 인원으로 파견했습니다. 옛 연나라의 영토중에서 장성 동쪽을 전부 포기하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

“ ...... ”

“ 그런데 다들 이렇게 해결해 왔던겁니다. 겨우 생색내기로 십여명씩 그나마도 안보낸 가문이 더 많더군요. 가문 깃발만 저렇게 떡하니 걸어놓구요. ”

“ ...... ”

“ 돌아가면 내 이 상황을 똑똑히 물을겁니다. 우리 가문의 다른 어르신들에게도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분명히 책임을 물을꺼구요. ”


분노한 듯 외치던 호족은 이내 앞에 있던 술을 들이켰다.


“ 그래서 이러고 있자고 하시는 겁니까? ”

“ 이 인원으로 뭘할수 있단 말입니까? 항복해야죠. 하휘님과 나머지 분들은 도망가십시오. 도망가셔도 원망치 않겠습니다. ”

“ ...... ”

“ 우리 탓이죠.. 우리가 이 문제를 일으킨겁니다. 그러니 우리 가문이 흉노놈들에게 쑥대밭이 되고 이렇게 우리가 잡힌거죠. 누구 탓을 할것이 아닙니다. ”


하휘는 오만상을 찡그리더니 이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탁자에 올라가 있던 술독을 집어들더니 던져버렸다.




깨어진 독에서는 술이 쏟아지며 아까보다 독한 술향기를 온 방안에 뿌렸다.

하휘는 놀란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이들을 내려다 보며 입을 열었다.


“ 살고 싶으면 술부터 깨고 방어할 방안이나 찾으세요. ”

“ 그.. 그것이.. ”

“ 막상 전투를 하면 나 혼자 모든 방향을 지킬수 없습니다. ”

“ 승산이 있단 말입니까? ”

“ 흉노군이 강군이라고는 하나, 병력이 많지 않습니다. 기껏해봐야 2천 정도나 될까요? 그 숫자중에 우리쪽으로 뺄수 있는 숫자는 얼마나 되겠습니까? 정말 얼마 안될껍니다. ”

“ ...... ”

“ 잘만 막으면 적들이 먼저 물러나게 할수 있습니다. ”


하휘의 말에 호족들은 멍한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을뿐이었다.

마침내 몸을 일으킨 이는 전직 한나라군 장수였다는 적물 이라는 자였다.


“ 그렇습니다. 옛 병서에 용맹한 한명이 길을 막으면 만명이라도 떨게 할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여기 우리 병사들이 백여명이나 있으니.. 충분히.. 충분히 가능할것입니다. ”

“ ...... ”


왠만하면 맞장구 쳐주고 싶었지만 적물은 너무나 혀가 꼬여 있었고, 뭐라고 하는지 못알아 들은 단어도 꽤나 있었다.

몽여는 가까이 있었다가 적물의 입에서 풍기는 술냄새에 인상을 쓰며 손부채질을 할 정도였다.


“ 성벽이 병사들의 수를 대신해 줄껍니다. ”


하휘는 작게 한숨을 쉬고 말을 하였고, 적물은 털썩 의자에 주저 앉더니 멋대로 박수를 쳤다.

모두의 표정이 그나마 절망에 가까운 한풀이에서 희망으로 바뀌어 가는 것을 확인한 하휘가 그제서야 표정이 조금 누그러지며 입을 열었다.


“ 그런데 누가 제가 덩치가 크고 못생긴데다가 암내가 난다고 한겁니까? 제가 아닌거죠? ”

“ 아니.. 그거 하휘님 맞습니다. 분명히 하휘님으로 들었습니다. ”

“ 훔... ”


혀가 꼬인 적물의 대답을 들은 하휘는 미간을 찡그렸다.

아무리 여자처럼 살고 있지는 않다고 하나, 누가 자신을 그렇게 표현했다고 생각하니 불쾌감을 숨길수가 없었다.

그 순간 몽여의 필사적인 손사례를 어찌 받아들였는지 적물의 말이 이어졌다.


“ 아 그리고 몽여님을 잠자리 시중을 들게 했다고 하더군요. 몽여님이 아주 구역질이 난다고.... 특히 암내가 ”

“ ....... ”


몽여는 이미 뱉어버린 적물의 말에 입을 벌린채 왼쪽 눈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딸국질이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 하하하핫. 적물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누가 그런 말을 했답니까. 어허~ ”

“ 누구긴요. 전 몽여님이 그 흉노장수에게 하는 말을 들은것이지요. ”

“ 어허! 어허! 그건.. 제가 살아남으려고.... 히익! ”


변명하던 몽여는 살짝 고개를 돌렸고, 하휘가 눈을 부라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한걸음 껑충 뛰어 올랐다.


“ 살려주세요. ”

“ 내가 뭐? 그런데 너 내 암내를 맡아봤어? ”

“ 아니.. 그것이.. ”

“ 내가 그렇게 못생겼어? ”

“ 그게 그냥 맞장구 친거에요. ”

“ 거기다 내가 너랑 잤다구? ”

“ 으아악! 아니에요~ ”


몽여는 전속력으로 달려나가 저택을 벗어났다.

그에게 있어서 어쩌면 흉노족 1만명이 달려오는 것 보다도 무서운 상황이었을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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