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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 님의 서재입니다.

여명 ( 바람의 아이 )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완결

prinsilk
작품등록일 :
2018.04.23 15:30
최근연재일 :
2020.05.11 04:09
연재수 :
219 회
조회수 :
211,462
추천수 :
3,038
글자수 :
1,194,078

작성
20.03.27 13:26
조회
505
추천
9
글자
13쪽

반격 -9

DUMMY

믿을수 없는 광경은 연이어 벌어졌다.

하휘는 말을 달려 도망하는 한명의 흉노 정찰병을 쫒기 시작했다.

먼저 출발하였다고 하지만 기마술이 비등하다고 보았을 때 몸무계가 작은 하휘쪽이 빠른 것은 당연하였다.

둘의 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좁혀지고 있었다.


흉노군의 살아남은 정찰병은 당장 앞만보고 달려가도 모자랄 판이었지만, 인간의 본능이 그렇지가 않았다.

그는 연신 뒤를 돌아보며, 점점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하휘를 향해 고함을 질러대었다.

어쩌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을 말만 기수의 매서운 채찍을 감당하는 상황이었다.


“ 으아아아.. 살려줘! 제발 오지마! ”


전방을 쳐다본 흉노병사의 얼굴에 죽음의 절망감에서 한줄기 서광이 비추는 듯 했다.

얼굴에 화색이 돌며 그는 전방에 나타난 목책과 천막들을 보며 몸을 좀더 숙였다.

이제 지척!

조금만 더 달려간다면 동료들이 나와줄 것이었고, 생존이 보장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광경은 하휘또한 동일하게 목격하였고, 그녀는 자신의 속도와 상대의 속도를 가늠해야 했다.

언젠가는 따라잡겠지만 그 순간은 예측대로 라면 병사가 이미 군영에 들어간 후일 것 이었다.

이젠 원거리 에서 타격을 입힐만한 무기가 필요했다.


하휘는 들고있던 활에 화살을 걸었고, 몸을 비틀어 말의 머리를 피해 몸을 뉘였다.

거칠게 숨을 쉬며 전력으로 뛰고 있는 말의 머리가 앞뒤로 움직였고, 말발굽의 진동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다리힘 만으로 몸 전체를 지탱하며 시위를 한껏 당긴 그녀는 도망하는 흉노병의 등을 노렸다.


핑!


화살은 어김없이 병사의 등에 정통으로 꽂혔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맞았기에 거의 화살이 병사의 몸을 뚫어버렸고, 등 뒤 남은 부분은 화살깃의 일부 정도였다.


병사는 그대로 절명하였고, 이내 말 위에서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하였다.

완전히 구겨져 버린 병사에게 다가간 하휘는 기수를 잃고 자신의 주인에게 돌아온 말의 고삐를 잡았고, 이내 시체로 변한 병사를 말에 실었다.


군영에서 너무 가까웠기에 이대로 놔두고 갈수가 없었다.

또한 혹여나 있을 보초의 눈에 일부러 띄게 할 필요도 없었다.


하휘는 말머리를 돌려 왔던길을 빠르게 질주하였다.


그녀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확인한 기오와 미화가 달려나왔다.

하휘는 말을 대충 매어놓고 병사의 시체를 덤불로 옮겼다.

거침없는 그녀의 행동에 기오는 멍하니 그것을 처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신음소리를 내며 깨어난 흉노군인을 하휘는 아무말 없이 그 병사의 몸에서 꺼낸 단도로 숨통을 찔러넣었다.


“ 컥.. 크으으으으.... ”


소리가 작아지며 몸이 부르르 떨려가는 장면에 미화는 고개를 돌려버렸고, 기오는 덜덜 떨며 연신 하휘와 시체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 시체 처리하는것좀 도와줘 ”

“ 으.. .응 알았어.. ”


기오는 하휘의 말에 그제서야 흩어져 있는 시체를 덤불쪽으로 끌고 왔다.

다섯구의 시체가 놓였고, 하휘는 익숙하게 시체들에서 무기와 쓸만한 것들을 벗겨내었다.

마침내 일련의 처리가 완료되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일으킨 하휘는 지금까지와 달라진 일행의 표정에 말없이 기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오는 떨리는 목소리로 하휘를 향해 입을 열었다.


“ 믿어지지 않아. ”

“ 뭐가? ”

“ 하휘가.. 사람들을.. 그렇게 죽이는 것이.. ”

“ 이들이 먼저 우리를 위협했잖아. ”

“ 그래도.. 이들도 사람인데.. ”


하휘는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손에 묻은 피를 대충 자신의 옷에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 적이지! ”

“ 그정도 힘이면.. 설득하거나 제압만 할수도 있었을 거야. ”

“ 그럴만한 이유도 없고, 그럴만한 시간도 없어. 오다가 봤는데 근쳐에 흉노족 군영이 있어. ”

“ 아냐.. 이건 아닌 것 같아.. ”


하휘는 긴 한숨을 내 쉬었다.

그동안 그녀의 곁에 있었던 이들은 대부분 전사 이거나 군인 이었다.

적 이라고 규정지어질 상대에 대하여 망설임은 없었고,

먼저 위협하거나 내가 위험해질 상황에서 적을 척살하는 것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사람도 없었다.


서로의 환경이 다르고 그에 따른 도덕관이 달라서 일 것이다.

하휘는 팔짱을 끼며 기오를 바라보았다.


“ 그럼 그들의 손에 끌려가서 노예라도 되었어야 했다는 거야? ”

“ 그런말이 아니잖아. 상대를 죽이지 않고도 해결할수 있었지 않았느냐는 거지.. ”

“ 그래서 넌 아내를 빼앗긴거야.. ”

“ ...... ”


하휘는 이쯤에서 그에게 상대해야 하는 적을 죽여야 하는 이유를 각인시켰으면 했다.

그렇기에 내 뱉은말..

하지만 그리 크지 않은 말 한마디에 기오의 얼굴색이 변하였다.


“ 그렇게 말하지마! 서로를 상하지 않게 하고도 충분히 대화 할수 있는 기회와 방법이 있어 그리고 그냥 쫒아버리는 것도 있을것이야. ”

“ ...... ”


하휘는 답답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상대방과 설전이라도 벌이자는 건가?

한번 분노가 치밀자 이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 그 방법이 있으면 한번 내놔봐! 쫒아내라고? 그들중에 한명이 날 알아봤어.오히려 엄청난 수가 파견될껄? ”

“ 그럼 적당히 도망칠수도 있었잖아. ”

"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할수 있는 말이야. "

" 아냐. 죽이지 않고도 방법이 있었어.. 네가 그들과 똑같은 살인자가 되는걸 난 참을수 없어. "

" 그래서 어쩌자는 건데? "

"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힘이 있었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어. "

“ 나는 그렇지 않았다라.. 내가 한 행동은 잘못 되었고? 그건 패배자의 변명이야! ”

“ ...... ”


하휘가 쏘아붙이자 기오는 눈썹을 꿈틀대며 분노를 삭이고 있는 것 같았다.

자존심의 상쳐를 입은 그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뱉은후 자신을 내려다 보듯 보고 있는 하휘를 향해 입을 열었다.


“ 강한자가 약한자를 보호하는 것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당연한 이치야! 그리고 그렇게 강한자라면 상대를 용서할수도 있는거야. 측은지심 이라고 몰라? ”

“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데 ”

“ 아직 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사람들을 그렇게 일방적으로 죽여버리고 적이어서 그렇다 라니.. 그건 동물보다도 못한거야! ”


자신을 동물에 비교했다는 생각에 하휘또한 순식간에 머릿속이 하얗게 바뀌며 뭔가 폭발하듯이 터져나왔다.


“ 더러운 짓은 골라하는 중원인 한테 도덕에 대한 설교를 듣고 싶지 않아. 저놈들 저 흉노놈들이 어째서 여기 있는지 설명 안했어? 다 중원놈들이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한 짓이야! ”

“ ....... ”

“ 다른이들의 손은 더럽혀도 자신만 더럽히지 않으면 깨끗한건가? 넌 그렇게 생각하느냐 말이야! ”

“ 모두 더럽히지 말아야지.. ”

“ 너가 살고 있는 마을도 세상도 누군가의 피로 지켜지고 있는거야! 누가 중원놈들 아니랄까봐. ”


하휘는 기오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보고 자신이 실수 했다는 생각을 하였다.

거의 울상이 다 된 기오는 아랫입술을 강하게 물고 있었다.


“ 말끝마다 중원놈들 중원놈들 하는구나! ”

“ 중원놈들이 다른 사람들을 전부 오랑캐라 하는것과 뭐가 다른데? ”


하휘는 자신이 내뱉는 말에 대해 놀라고 있었다.

정신이 들며 미안한 마음이 앞서고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기오에게 내뱉는 말에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만이 들어 있었다.


“ 난 그렇지 않아.. 한번도 널 오랑캐라고 생각한적 없어.. 그리고 나 스스로도 중원인 이라고 생각해 본적도 없고.. ”

“ ...... ”

“ 그래 어딘가는 서로 적이라고 하며 싸우고 있겠지.. 그런데 내 주변은 좀 그렇지 않은 세상이면 안되는거야? ”

“ ...... ”


기오는 길게 한숨을 쉬더니 미화의 손을 잡았다.


“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날 처음에 구해줬던것도 너 일테고.. 지금도 우리를 구해준 걸 테지. ”

“ ...... ”

“ 난 처음에 널 존대하는 사람들이 군인들이라는것 외에는 네 정체를 알지 못했어.. 종잡을 수가 없었거든. 장군인건지.. 아니면 그 마을에 살던 소녀였던건지.. ”

“ ...... ”

“ 그런데 이제 알게 되었네.. 우린 이제 돌아가야 겠어.. 더 이상 이곳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다. ”


하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기오가 돌아서는 것 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 이러면 안되는데.. 이러면 안되는데... ’


하휘는 완전히 몸을 돌려버린 기오를 향해 한걸음에 쫒아갔다.

하지만 차마 그의 손을 붙잡지는 못했다.



몇 번이나 미화는 뒤를 돌아보며 하휘의 모습을 찾았지만 자존심에 상쳐를 입은 기오는 단 한번을 돌아보지 않은채 왔던길을 걸어 돌아갔다.


기오 자신이 연약한 여인 두명을 지키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도 자존심이 상했고,

무엇보다 자신이 앞으로도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것에 절망감이 들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사람을 죽이고 아직 살아있는 부상자에게 칼을 꽂아 넣는 장면이라니...

그 끔찍한 모습은 눈을 감아도 떠오를 정도였다.

그가 평생동안 봐 왔던 것중 가장 잔인한 장면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가 봐야 무엇을 어쩌겠단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약한 여인을 동생에게 데려가 주고..

어쩌면 그 여인과 행복한 가정을 꾸릴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

그런 허왕된 욕심에 여기까지 걸어온 것이었을 터였다.


하휘를 보호하겠다면서 병사들을 막아섰던 자신이 그녀가 보기에 얼마나 하찮게 보였을까 라는 생각에 마음이 괴로웠다.


또한 아내를 찾기 위해 준비했던 재산은 모두 도적들이 가져가 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과 딸 밖에 없었다.

흉노병사들을 쫒아가서 아내를 만난다고 해도 그녀를 빼올수 있는 돈이 없었다.

도적에게 잡히면서부터 이미 그와 그의 딸의 여정은 끝났다고 봐야 했다.


그저 괴로운 생각 뿐이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의 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성큼성큼 걷고 있는 자신을 따라 곁에서 무리하며 반쯤은 뛰고 있는 어린딸..

미안한 마음이 든 기오는 발을 멈추고 딸을 꽉 안았다.


“ 우리 딸.. 미안하다. ”

“ 아니에요. 언니랑 화해할 꺼에요? ”

“ 아냐.. 그런거.. 싸운거 아냐..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

“ 언니는요? ”

“ 언니는 못간데.. 동생 찾으러 가야 한데. ”

“ 우리가 엄마 찾으러 가는 것 처럼요? ”

“ 응. 그런데 우리도 이젠 엄마는 못찾을 것 같아. ”

“ 왜요? ”

“ 엄마는 못돌아올 것 같아. 우리딸 그동안 힘들었는데.. 약속 못지켜서 미안하다. ”


기오는 긴 한숨을 쉬고는 딸의 손을 잡고 함께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 상황을 이해한 것인지.. 어린 딸은 울며 보챌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무말 없이 기오를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



그날이 채 가기도 전에 흉노부대에서는 주변정찰을 나갔던 병사들의 시신을 찾아내었다.

이는 빠르게 보고가 되었고, 즉시 보복을 위한 추격대가 준비 되었다.


하지만 흉노부대에서 오해 한가지를 한 것이 있었으니. 설마 이 정찰조를 단 한명이 전멸시켰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 샅샅이 뒤져라! 우리 형제들을 비참하게 죽인 놈들은 반드시 찾아내서 대가를 치루게 해야 한다! ”

“ 예! ”


흉노 병사들은 십수명씩 조를 이루어 빠르게 주변을 확인해 나갔다.

그들은 멀리서 이동하고 있는 기오와 미화를 발견하기도 하였지만 천천히 걷고 있는 남자와 그 딸인듯한 어린 아이를 적으로 인지하지는 못하였다.



채 이틀이 가기 전에 그들이 도착한 곳은 숲속에 위치한 산채와 그 주변에 있는 몇 개의 천막들 이었다.


휴식중이라 편안한 복장으로 다니고 있었지만 산채에는 몇기의 말들이 묶여 있었고, 그 수도 상당하였다.

무엇보다 무장이 통일되어 있었으며 군인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의 규율이 있는 집단을 발견한 것이었다.


정찰조에 의하여 소환된 흉노의 장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산채를 바라보았다.


“ 저들은 뭐냐? 산적들 인가? ”

“ 무기를 봐서는 군인인 것도 같고.. 정체를 알수 없습니다. ”

“ 저놈들이 그럼 우리를 공격한 것이라는 거냐? ”

“ 저들 외에는 이 근방에 우리를 공격할만한 무력을 가진 이들은 없습니다. ”


흉노 장수는 고심하는듯 턱끝을 만지더니 바로 명령을 내렸다.


“ 저놈들을 공격해서 섬멸한다. 쓸어내고 살아남은 자에게 묻도록 하자 ”


흉노병사들은 장수의 명령에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빠르게 주변으로 산개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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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인연 1 20.04.14 515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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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반격 -25 20.04.12 505 11 12쪽
182 반격 -24 20.04.11 499 1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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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반격 -18 20.04.04 494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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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반격 -13 20.03.31 499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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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반격 -10 20.03.27 509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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