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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 님의 서재입니다.

여명 ( 바람의 아이 )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완결

prinsilk
작품등록일 :
2018.04.23 15:30
최근연재일 :
2020.05.11 04:09
연재수 :
219 회
조회수 :
211,451
추천수 :
3,038
글자수 :
1,194,078

작성
20.03.26 01:17
조회
509
추천
10
글자
13쪽

반격 -6

DUMMY

이번에 하휘가 정신을 차렸을때에는 그녀가 봐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밖은 어두웠고, 그녀의 곁을 소녀가 지키고 있었다.


“ 무.. 물.. ”

“ 물요? 여기 있어요. ”


소녀의 목소리가 이랬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휘는 팔을 들려고 하였지만 이내 힘을 쓸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내.. 내팔이.. ”

“ 며칠이나 누워계셔서 그래요. 뭐하나 드시지도 못하셨으니까요. ”

“ 며칠? ”


하휘는 낮에 정신을 잃고 저녁때 까지 누워 있었다고만 생각했지 며칠동안이나 이러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였기에 적지 않게 당황 하였다.


“ 네.. 닷세나 누워 계셨었어요. ”

“ ....... ”


하휘는 소녀가 들어준 물을 간신히 입으로 받아 천천히 넘겼다.

물도 제대로 목구멍 안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목은 타는 듯이 아팠고, 위장마저도 이 병을 이겨내느라 기진맥진해 있는 것 같았다.


“ 뭐라도 드셔야 힘이 나실텐데.. 걱정이네요. ”

“ .... 그.. 그래.. 고마워. ”


말이 잘 나오지 않았기에 하휘는 다시 자리에 누운채 숨을 몰아쉬었다.

그 사내를 데려올 때 그 모습과 자신이 비슷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숨만 몰아쉬고 있는 모습..


“ 방연 과 몽여 는.. 어디? ”

“ 네. 밖에 계세요. 식량을 좀 가져온다고 나가셨어요. ”

“ 고마워.. 네 이름이.. 뭐라고.. 했었지? ”


소녀는 하휘의 이마를 닦아주다가 하휘의 말에 빙그레 웃었다.


“ 지금 처음으로 이름을 물어주신거에요. 알려드린적 없어요. ”

“ 그래? 미안.. ”

“ 제 이름은 미화 에요. ”

“ 미화? 성은.. ”

“ 성은 없어요. ”


미화는 연신 웃으며 하휘의 팔 다리를 주물렀다.

둔탁한 느낌만 들뿐 그녀가 주무르고 있는 압력이 정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 몸이 완전히 망가진건가? ’


하휘는 당장이라도 뭘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들었다 .

하지만 그렇게 움직이는 것 자체를 몸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떻게든 몸을 추슬러야 했다 .


“ 일어나신건가? ”

“ 네 아버지. ”


문을 열고 사내가 들어왔다. 눈을 뜨고 있는 모습은 처음보았지만 꽤나 잘생긴 청년 이었다.

이런 청년이 이런 소녀의 아버지라니..

도대체 몇 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거야?


하휘는 청년을 잠시 바라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


청년은 하휘의 얼굴을 잠시 살피더니 자신의 소개를 하였다.


“ 이제야 인사를 드리네요.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기오 라고 합니다. ”

“ 네.. ”

“ 아 대답하기도 힘드실텐데.. 동료분들께서 멧돼지를 잡아오셨어요.. 탕을 끓여 오겠습니다. 마을을 뒤져 쌀도 조금 찾았으니 이것도 미음을 끓이려고 합니다. ”

“ ...... ”

“ 금방 가져오겠습니다. 기다리세요. ”


기오는 밝게 웃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하휘는 잠시 시선이 그의 뒤를 쫒는 듯 하더니 이내 눈을 감았다.

눈을 뜨고 있는 것도 힘들었다. 눈을 감아도 뭔가 앞에서 번쩍이는 것처럼 섬광이 보이는 것 같았기에 그녀는 불안함을 숨기기 위해 저도 모르게 숨을 몰아쉴 수밖에 없었다.


잠시후 문이 열리면서 기오 와 몽여가 함께 방안으로 들어왔다.


“ 괜찮으세요? 정신은 차리셨어요? ”

“ 그래... 간신히.. ”

“ 몸좀 추스르세요. 식량은 제가 어찌 해볼테니까요. ”

“ 그래.. ”


몽여는 걱정스럽게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의 얼굴은 기쁨을 숨기지 못하여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가고 있었다.


며칠간이나 정신도 못차리고 토하기만 하던 그녀가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뜬 것 이었다.



불행은 언제나 행복 뒤에 찾아오는 것 이었던가.

아니 그것은 상대적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행복감을 느끼고 있던 몽여에게 있어서는 그 말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말발굽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지는가 싶었고 밖에서는 방연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긴장한 듯한 몽여는 이내 기오 와 미화를 향해 무서운 눈빛으로 조용히 있으라는 신호를 보내었고,


이내 몽여는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리 넓지 않은 마당에는 몇기의 말을 탄 사내들이 험악한 표정으로 그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 너희들은 뭐냐? ”

“ 이제야 찾았군.. 여기 틀어박혀 있을 줄이야.. 네놈들을 찾느라고 아주 고생했다.”

“ 아! 그 도적놈들.. 그 식상한 대사는 어디에서건 바뀌지 않는군 ”


도적이라는 말에 도적들의 두목인듯한 사내는 얼굴이 꿈틀 대었다.

애써 진정하려는 듯 심호흡을 하더니 아까보다도 더 험악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 그래! 잘도 우리 형제들을 도륙했더군.. 아주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놈들 ”

“ 내가 맛이 없어.. 좀 질기고 말야.. 좀더 맛있는걸 좀 씹어 먹으라고. ”

“ 이놈이! ”


마침내 능글거리며 말하고 있는 몽여를 향해 사내는 버럭 화를 내었다.


몽여는 도발하듯 말을 하고 있었지만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다음 행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함께 긴장하고 있는 방연은 최후를 맞이할 각오로 무기를 든 하나밖에 없는 손에 힘을 한껏 주었다.


도적들 또한 쉽사리 달려들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미 살아남은 동료들에 의하여 속수무책으로 당한 무시무시 하기 까지한 공격과 그 공격을 수행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였다.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여인이 어떻게 자신들을 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상대방을 관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 말로만 떠들거면 어서 가라! 내 배웅은 못해주겠지만.. ”

“ 참으로 죽고 싶은게로구나! ”

“ 자신 있으면 달려들어 보라니깐 ”


몽여는 비웃으며 자신에게서 가장 가까이 있는 무기의 위치를 가늠하였다.


‘ 몇 명이나 쓰러뜨릴수 있을까? ’


하지만 여기서 몇 명을 저승길 동료로 삼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휘의 목숨을 살려야 했다.


그리고 뒤돌아 보지는 않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 빌고 있었다.


방안에 있는 자신들이 구해준 부녀가 제발 눈치가 있어서 하휘를 무사히 옮겨주기를...



그리고 방안에서는 공포에 물들었던 기오 와 미화는 그런 몽여의 생각을 읽었는지 기민하게 움직였다.


“ 아버지 어서 하휘님을 업으세요. ”

“ 그러자꾸나. ”


누운채 배변을 가렸기 때문에 아주 가벼운 옷만을 걸치고 있었고, 하휘의 하반신은 완전히 벌거벗은거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하휘는 기오 에 의하여 자신이 업히는 순간 묘한 불쾌감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에게 업혀간적이 없었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인가 싶기도 하였고


완전히 하반신을 들어냈기 때문에 느껴지는 수치심인가 싶기도 하였다.


하지만 기오는 그런 하휘의 마음을 아는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그대로 그녀를 업었고 미화 와 함께 뒷문으로 조용히 빠져나갔다.

집 밖에는 개울물이 흘러가고 있었고, 이 개울물을 따라 기오는 바쁜 걸음을 옮겨갔다.

그도 바로 얼마전까지 병을 앓았던 몸 이었기에 가벼운 하휘를 업은 상태에서도 땀을 비오듯이 흘렸다.


이미 그 또한 몸의 한계가 다가오고 있는지도 몰랐다.


개울물을 따라 목책 밖으로 흐르는 임시 해자로 이어질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비틀거리면서도 기오는 용캐도 하휘를 업은채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해자로 이어지는 진흙탕 속으로 몸을 숙이고 하휘를 업은채 기어가기 까지 하여 마침내 그들은 마을 밖으로 나갈수 있었다.


하휘는 지금이라도 팔 다리에 힘이 있으면 달려들고 싶었다.


평상시의 자신이라면 무엇보다도 저정도 정규군도 아닌 무리들 이라면 자신 있었다.


하지만 그녀 또한 냉정한 상태였다.

자신은 창하나 잡을 힘이 없었다. 오히려 자리에 없는편이 맘대로 싸우고 또 여차하면 도망할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이었다.

어설피 자리를 지키다가 도적들에게 잡히기라도 하는 날이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기에 기오 에게 몸을 맡긴 것이었다.


기오는 온몸을 들썩이며 숨을 헐떡였고, 마침내 마른 땅에 하휘를 눕혔다.

그리고 바로 곁에 몸을 누였다.


동료를 버리고 이렇게 도망나왔지만 최소한 의연하게..

그렇게 행동하고 또한 그리 보이기를 하휘는 소원했다.


하지만 약해질대로 약해진 하휘는 애석하게도 그렇게 의연한 모습을 보일만한 체력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온몸은 덜걱거린다는 표현이 알맞을 만큼 덜덜 떨리고 있었다.

윗니와 아랫니가 사정없이 부딧쳐 딱딱 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를 숨기려고 어금니를 갈아물었지만 그 또한 순간적인 행동이었을뿐 이내 그 소리가 반복되어 졌다.


기오 와 미화가 그런 하휘를 걱정스레 내려다 보았다.

하휘는 정말 비에 젖은 고양이 와 같은 표정으로 떨고 있었다.

완전히 젖어버린 몸과 옷은 몸에 남아있던 체온을 송두리째 가져가 버렸고,

그렇지 않아도 쌀쌀하다 못해 추운 날씨는 당장이라도 정신을 잃을만큼 가혹하게 다가왔다.


“ 아버지 어떻하죠? ”

“ 여기서 불을 피울수도 없지 않느냐.. ”


해자 밖으로 기어나갔던 미화는 이내 자리로 돌아왔다.


“ 밖에는 전부 평지에요. 여길 도망간다면 들킬꺼에요. 여기서 기다리는 편이 오히려 안전할 것 같아요. ”

“ 이대로 라면 하휘님은 큰일이 날것 같구나. ”

“ 아버지.... ”

“ 에잇! ”


기오 는 얼른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훌렁 벗어버렸다. 그리고 이내 온몸을 떨고 있는 하휘를 끌어 안았다.

묵직하고 강한 느낌은 아니라고 해도 하휘는 자신을 감싸 안은 기오 의 살결을 온몸으로 느낄수 있었다.


이성이 있었다면 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자신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고, 또한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하휘 에게 남아 있는 것은 생존을 위한 본능 뿐이었다.

약해진 그녀는 조금이라도 따뜻한 곳을 향해 몸을 이동하였고, 자연스레 기오의 품에 안겨들어 온몸을 밀착하였다.


물에 젖어 있었지만 그보다도 약해진 몸으로 하휘를 업고 왔기에 온몸에 열기가 차 있었던 기오의 몸은 하휘에게 있어서는 생명줄과 같은 온기를 주었다.


“ 으으응.. ”


야릇한 신음소리에 미화는 고개를 슬그머니 돌렸다.

아직 어렸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어찌 해야할지 그녀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몸을 부비며 한참을 있자 그제야 하휘는 떨리던 것이 잦아 들었고, 고른 숨을 내뱉으며 잠이 들어 버렸다.

어슴푸레한 달빛에 하휘의 이목구비는 평상시 보다도 훨씬더 부각되어 보였고,

밝았을 때 보아도 아름답다고 느낄만한 용모는 이런 환경에서 배가 되어 숨막히게 매혹적으로 보였다.


기오는 자신도 모르게 하휘의 머리를 한손으로 받치고 끌리듯 입술을 가져갔다.

하휘의 윗입술과 기오의 입술사이가 맞물렸고, 힘없이 쳐져 있던 하휘의 입술을 그는 정성껏 빨다가 살짝 놓았다.


약간 벌어진 그녀의 입은 하얀 이빨을 살짝 들어내었고, 이 광경은 마치 오나라를 멸망시킨 서시를 보는 듯 이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였다.

그야말로 경국지색


‘ 이 여인을 가질수 있다면... ’


목숨이 경각에 달린 지금 상황과는 너무나 다른..

적어도 지금 이순간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기오는 정신없이 하휘의 입술을 탐하고 있었다.


“ 아버지! ”

“ ...... !!! ”


하휘의 입술을 빨며 한껏 거칠어 졌던 호흡이 순간 정리가 되었다.

오히려 숨을 쉴수가 없었다.

쉬는 법을 잠시 잊어버렸던 것인지.. 그리고 부끄러움이 그의 온몸을 덮었다.


자신의 딸 앞에서 그리고 자신을 살려준 은인에게..

그리고 정신을 잃은 여인에게 자신이 한 행동은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나 부끄러웠기에

그는 이내 고개를 돌려 버렸다.


미화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둘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도 너무 호흡이 거칠어져 있기에 그렇게 부른 것 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오 는 딸에게 너무나 부끄러우면서도 고맙게 느껴졌다.


“ 미안하구나.. ”

“ ...... ”


아직 온몸은 그녀의 나신과 밀착되어 있었지만 그는 눈을 꼭 감고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지 않으려 애썼다.

그렇게 서로의 몸을 데우면서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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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반격 -13 20.03.31 499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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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반격 -10 20.03.27 509 9 9쪽
167 반격 -9 20.03.27 505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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