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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이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만복이는 오늘도 출근 중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오일이
작품등록일 :
2024.08.20 13:28
최근연재일 :
2024.09.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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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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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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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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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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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8화

DUMMY

공 만복의 특이 구역을 분석한 자료는 아주 디테일했다.

특히, 알려지지 않은 특이 구역인 라바 구역.

그곳의 비정형성 수치가 지금 내가 분석하고 있는 입실론 게이트 수치와 딱~ 들어맞았다.


그 말은 즉 슨.

이번 입실론 게이트에 특이 구역인 라바 구역이 존재한다는 것.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특이 구역이 말이다.


특이 구역을 특정하는 순간.

입실론 게이트 분석은 막힌 고속도로가 뚫린 것처럼 일사천리였다.


그래서 결론은.

입실론 타입- 3형.

특이점: 각 섹터마다 엘리트 괴수가 존재. 보스 구역은 하나가 아니라 총 3구역, 3섹터에 몰 려 있음

주의점: 2섹터 마지막 구역은 새로운 특이 구역으로 공략 불가하니, 건너뛰고 다음 섹터로 진행.


일주일 동안 고생한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입실론 타입 3형으로 밝혀졌으니, 게이트 공략 전략에 굳이 내가 참여할 이유가 없다.

할 생각도 없기도 하고.



이젠 전략 기획부에 더 이상 볼일이 없다.

나는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



특별 관리 사무실이 최고다.

로열인 팀원들 때문에 펜트하우스 못지않은 안락함을 제공했다.

일주일 동안 전략 기획부 사무실에 있으면서 여기가 얼마나 그리운지 몰랐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더니, 내가 딱~ 그 짝이었다.


당분간 박유천도 여기 올 리도 없다.

녀석 입실론 게이트에 푹 빠져서 공략 전략 짜는 것도 있겠다고 했다.

내가 없는데도 말이다.

당연히 나로선 두 손 번쩍 들고 환영이고.


오직 나 혼자만 있는 한가로운 사무실.

명품에 까막눈인 내가 봐도 고급스러운 소파에 몸을 던졌다.

“으아~ 편하다. 얼마 만에 자유냐. 가만, 이럴 때가 아니지.”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켜 가방을 열었다.

싯누런 겉표지의 얇은 책.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며칠 전, 희경이가 내게 건넨 책이었다.


“한 번 볼까. 공 만복 그가 쓴 책이라면··· 절대 평범하지 않겠지.”


공 만복 그는 더 이상 내게 미치광이가 아니었다.

포이즌 구역에서 날 살려준 생명의 은인이자, 특이 구역의 지식에 대해서 한 단계 더 나아가게 해준 스승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다시 소파에 몸을 묻었다.

그리고 바스러질 것 같은 책장을 조심스럽게 넘겼다.


-나는 세계 최고 전략가이자, 세상에서 가장 강한 공 만복이다.


책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부분은···

후~

자기 자랑질이었다.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얼마나 똑똑한지, 어떻게 잘났는지···


다음 장도.

그리고 다음 장도, 그다음 장도, 다다음 장도, 다다다음 장도···

20장도 안 되는 얇은 책자에 자기 자랑질만 무려 18장.


내가 마음이 넓어서,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아호, 진짜.

그래도 꾹꾹 참으며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마지막 2장.

책의 핵심은 여기에 있었다.


에테르 속성 변환법.

그리고 하나 더 공 만복의 충고.


그의 충고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자신은 2차 대격변 사람이라고.

200년 후 3차 대격변이 시작될 거란다.

대격변의 회차가 거듭될수록 게이트의 난도는 점점 올라갈 거란다.

1차 대격변에는 3개 등급의 게이트가 등장했지만, 2차 대격변 때는 총 5개 등급의 게이트가 등장했단다.

3차 대격변에는 더 높은 등급의 게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날 거라나 뭐라나.


그래서 후대를 위해 에테르 속성 변환법을 남긴단다.

참고로, 에테르 속성 변환법을 빡대가리는 배우지 말란다.

조건이 무척 까다롭고 어렵단다.


내용을 확인한 결과.

공 만복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속성을 변환하기 위해선 속성의 극한을 겪어야 했다.


예를 들자면.

화 속성으로 변환하기 위해서 용암에 뛰어들어야 한다는지.

뇌 속성은 번개를 수백 번 처맞아야 하고 말이다.

고위급 각성자도 번개 수백 번 처맞으면 뒈질걸?


이건 상식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포이즌 구역에서 독성을 극한으로 맞이하지 않았나?

이 말은.

내 에테르를 독 속성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에테르 속성 변환이 뭐가 대단하냐고?

아직 배우지 않았으니 나는 얼마나 효용성이 좋은지 모른다.

그러나 공 만복의 말에 따르면 엄청나다.

아니, 그냥 아주 미쳤다.


화 속성은 파괴력을 수배로 증폭시키고 추가로 화염 데미지를.

뇌 속성은 파괴력뿐 아니라, 쇼크를 일으킨다.

수 속성은 파괴력에 둔화를.

다른 속성도 마찬가지 파괴력뿐 아니라, 각각의 효과를 동반했다.


그럼? 독 속성은?

이건···

너무 좋아서 웃음만 실실 나올 뿐이었다.


어쨌든 다른 이들은 불가능하지만.

나는 다른 속성도 충분히 습득 가능하다.

왜냐고?

속성이 극한인 곳이 어딘가?

바로 특이 구역!


흐흐···

나는 특이 구역의 파해 법을 알고 있거든.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는 분수를 지키며 사는 게 가치관인 사람이다.

그런데 어쩌지?

내 분수가 점점 커지고 있네?


협회의 나에 대한 감시.

그리고 내 주변에서 일어났던 편의점 살인 사건.

분명, 내가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일이.


상황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나는 아주 조용히 힘을 갖출 필요가 있었다.

나 자신조차도 속일 만큼 은밀하게···



~~~



“만보기, 연애해서 체육관 안 나온 것이냐? 여자 친구도 등록하면, 통 크게 관비 50% 할인해 준다.”


일주일 만에 본 춘식이의 첫인사였다.

하여튼 이 새끼 머릿속은 도대체 어떤 메커니즘으로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이 새끼는 정상적으로 대하면 안 된다.

“남자가 쪼잔하게 50%가 뭐냐. 통 크게 99%로 할인해 주면 데리고 오고.”

“그럼 1년에 만원인가. 화장실 물값도 안 나오겠군. 대신 화장실은 이용 못 한다.”

“그럼, 급하면 체육관 매트에 싸도 되지?”

“그거는 좀 쉽지 않은데···”

“체육관에서 나는 썩은 냄새나, 오줌 냄새나 거기서 거긴데, 걍 참아.”

“큼···”


춘식이와 가벼운 대화를 한 후.

나는 매트 한 가운데에 섰다.

내 허리춤에는 레드 프로그 배때기를 잘게 토막 냈던 검이 있었다.


“만보기, 오늘은 다른 기술을 알려주겠다.”

“그래라.”

“아주 좋은 자세야.”

“그러냐.”

“오늘 배울 기술은 광속 베기다.”

“또, 공격 기술이냐? 춘식이 회피 기술이라던가 방어 기술은 대체 언제 배우는데.”


내가 검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레드 프로그와 일전에서 회피와 방어 기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춘식이에게 따지는 것이었다.


“만보기, 전에 그러지 않았나. 남자는 무조건 공격이다. 그리고 회피 기술 너도 잘 알고 있다.”

“내가 알고 있다고?”

“그렇다. 시범을 보여주지.”

“그래? 한 보여봐.”

“만보기, 검으로 내게 마음껏 공격 해 봐라.”

“얀마, 이거 진검이야. 그러다 너 죽어.”

“안 죽는다. 만보기,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난 훨씬 강하다.”


나는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

생각보다 나는 발검술과 강타의 숙련도가 높았다.

그러니 레드 프로그가 내 검에 뒈졌지.

그런데 목검도 아니고, 진검으로 자신을 공격하란다.


춘식이에 대해 확실한 믿음이 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믿음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어물쩍거리자.

춘식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만보기, 진짜 괜찮다. 날 믿고 공격해 봐라.”


춘식이의 거듭되는 재촉에 계속 머뭇거릴 수는 없는 일.

어찌 됐든 춘식이는 내게 검술 스승이지 않은가.


나는 어쩔 수 없이 검을 빼 들었다.

“너 다쳐도 모른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다치면 빨간 약 바르면 된다. 이제 공격해라.”

“빨간약이 만병통치약인 줄 아나. 하여튼 조심해라.”


나는 말과 함께 춘식이를 향해 검을 날렸다.

“강타!”


휙~


검은 공기를 가르며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그러나, 검은 어이없게도 허공을 갈랐다.


춘식이의 모습이 내 시야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그럼, 춘식이는 어디 갔냐고?


떼구루루···


춘식이는 엎어져서 매트 바닥을 힘차게 뒹굴고 있었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너, 뭐하냐?”

“뭐하긴 시범 보이고 있잖아.”

“시범? 갑자기 발라당 누워서 바닥을 쓸고 다니는 게 시범이라고?”


도대체 춘식이의 엉뚱함에 끝은 어딜까?

나는 가늠이 되지 않았다.

만약 이해가 간다면, 나도 저놈이랑 똑같은 놈이란 소리겠지.


매트에서 벌떡 일어선 춘식이가 말했다.

“가장 빠르고 완벽한 회피는 바닥에 엎드리는 거다. 그리고 좌우로 구르면 된다.”

“하··· 그렇구나.”

“믿음이 안 가냐?”

“응!”

“나는 만보기, 네 검을 완벽하게 피했다. 믿어라.”


허, 땅바닥에 구르는 게 완벽한 회피라?

따지고 싶은 감정이 굴뚝 같지만···

나는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따지면 춘식이의 그다음 레퍼토리는 뻔하기 때문이었다.


먼저 백년 전이라고 운을 띄운 후.

듣도 보도 못한 사람들의 업적을 나열할 거다.

그리고 그들도 이렇게 했다고.

나는 모르는 사람이니,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포기하는 게 속 편했다.

어쨌든 춘식이에게 배운 발검술과 강타로 레드 프로그도 때려잡았잖아.

이해는 안 가지만, 억지로라도 믿을 수밖에.


“알았다. 알았어. 에혀~”

“역시, 만보기 똑똑해. 벌써 이해하다니.”

“그건··· 이해가 아니고 포기고 새끼야. 됐으니까, 광속 베기 그거나 가르쳐 줘라.”


오늘은 춘식이에게 두 가지를 배웠다.

회피 기술과 또 다른 공격 기술인 광속 베기였다.



~~~



각성을 하면 두 가지가 중요하다.

표면에 드러난 에테르 활성화 수치와 언젠가는 활성화 수치가 될 잠재된 에테르 수치.

둘 다 높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나 같은 경우는 활성 수치가 낮게 나왔다.

잠재 수치도 추정 불가로 떴기에 10 미만인 줄 알았다.


그런데.

문득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 들어 간덩이가 나날이 커지는 중이었고.


지금 나는 추측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삐, 삐···


신경질적인 EM의 알림 소리에 나는 감았던 눈을 떴다.

커다란 원통에서 나온 나는 기기 옆 디스플레이로 다가갔다.


눈에 들어오는 수치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활성화 에테르 수치: 512R

추정 잠재 수치 :추정 불가


EM 디스플레이에 그려진 숫자가 너무 아름다웠다.

활짝 찢어진 입 사이로 삐져나오려는 웃음.

나는 억지로 다시 밀어 넣었다.


그럼에도 새어 나오는 감격의 흔적을 다 막진 못했다.


“킥, 킥, 킥···”


내 입에서 나온 기괴한 소리가 측정실 넓은 공간에 조용히 퍼져나갔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내 추측이.

추정 불가는 잠재 수치가 너무 낮아서 잴 수 없는 게 아니라.

너무 높아서 잴 수 없었다는 것.



내 추측이 뭐냐고.

자세히 말해 주지.


잠재 에테르를 활성화 에테르로 변환시키는 방법에는 알려진 건 두 가지다.


에테르 심법 운용.

운용 초기에는 변환 수치가 적지만, 꾸준히만 운용한다면 에테르 변환 수치가 점점 늘어난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게이트에서 괴수를 잡는 것이다.


괴수가 죽으면서 쏟아내는 에테르가 잠재 에테르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초기에는 많은 에테르 변환이 일어나지만, 갈수록 내성이 생긴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더 강한 괴수를 잡으면 내성은 극복할 순 있다.

문제는 그에 맞는 내성이 조만간 생긴다는 거지만···



내가 레드 프로그를 잡을 때, E급의 에테르 수치로 잡을 수 있었겠나?

내 등급에 맞지 않게 아무리 상급 기술인 발검술과, 중급 기술인 강타를 사용했다고 해도 말이다.


답은 뻔했다.

박유천이 괴수를 사냥할 때 나는 옆에 있었다.

의도치 않게 내 잠재 에테르가 활성화 에테르로 변환되었다는 것.


그랬기에 내가 발휘했던 발검술과 강타의 위력은 세졌던 것이었다.

그때는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뇌를 지배했기에 의식하지 못했던 거였다.


“후후, 반전의 반전이라. 인생 참 재밌네, 재밌어.”


한마디 중얼거림을 남기고, 측정실을 빠져나왔다.


“만복이 형님, 볼일 다 보셨슴니까?”

내가 측정실에 나오자, 윤상진이 나를 다시 반겼다.


“그래, 상진아. 언제 밥 한번 먹자.”

“저야, 언제든 좋습니다.”

“그런데, 상진아.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말씀만 하십시오. 성심성의껏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는 주변을 슬쩍 눈을 돌려 확인한 후.

목소리를 슬쩍 낮췄다.

“혹시, 내가 여기 온 누구든 간에 사실 말한 적 있냐?”

“음···없는데요.”


윤상진은 말과 함께 눈썹을 오른쪽 대각선으로 치켜세웠다.

나는 상진의 눈썹을 따라 눈알을 움직였다.


내 시야에 잡힌 물체.

천장에 파리가 앉은 것처럼 아주 작았다.


그건 바로 CCTV였다.

의식하지 않으면 눈에 절대 띄지 않을 만큼 아주 작은 초소형 카메라.

그것은 나와 상진을 응시하고 있었다.

야누스의 눈이 나를 노려보듯, 혐오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렇군, 그랬어. 고맙다 상진아.”

“뭘요. 그리고 이건 형님 생일 선물입니다.”


상진은 말과 함께 카메라를 등졌다.

그리고 갑자기 내 바지 호주머니에 무언가를 집어넣었다.


나는 눈짓으로 이게 뭐냐고 물었다.

상진은 내 눈짓에 활짝 열린 미소를 보였다.


‘잘 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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