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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이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만복이는 오늘도 출근 중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오일이
작품등록일 :
2024.08.20 13:28
최근연재일 :
2024.09.08 21:50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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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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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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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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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화

DUMMY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철문이 나를 맞이했다.

낡은 건물에 그로테스크한 철문이지만.

동네 자체의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일까.

이상하게 위화감은 들지 않았다.


나는 철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순간, 나는 멈칫했다.

그래도 그렇지 시설 좋은 헬스장도 아니고 낡아빠진 건물에 정체 모를 무술관 이라.

아무리 내가 운동하기로 마음먹었어도 말이다.

그러나, 허름한 이곳이 묘하게 나를 잡아당긴단 말이지.

마치 자석처럼···


“뭐, 들어가서 마음에 안들면 나오면 되잖아.”

나는 남아 있는 거리낌을 털어내고, 허름한 철문과 다르게 반질반질한 손잡이를 돌렸다.


삐거덕···


철문이 비명을 질렀다.

초인종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녹슨 경첩에서 나는 소리가 컸다.


후다닥!


매트 구르는 소리와 함께 문으로 다가오는 털보 사내.

건물 앞에서 봤던 그였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우렁찬 소리와 함께 고개를 구부렸다.


“어서옵쇼! 털보 무술관 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깝쇼.”


살벌한 인상과 다르게 반짝이는 그의 눈.

얼굴과 눈의 발란스가 많이 어긋나있었다.


“아, 저 운동 좀···”


나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털보가 내 말의 허리를 댕강 자르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생김새와 다르게 그의 입에서 봇물 터지듯 말이 나왔다.


“운동 배우러 오셨구나, 손님! 탁월한 선택입니다요. 검술, 창술, 궁술 등등. 다 배우실 수 있고요. 저한테 딱 일주일만 배워도 고블린 정도는 쌉~ 가능합니다요. 요즘 같은 대격변 시대에 근육 키운다고 헬스장 가는 것보다······”


한동안 이어지는 털보의 말.

말싸움 잘하는 동네 아줌마와 말로 배틀 떠도 이길 정도로 속도가 장난 아니었다.


‘말 엄청 많네~’

나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는 끝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너무 많으셔서 다음에 와야겠습니다.”


나는 말과 함께 뒤로 돌아섰다.


“헉!”


털보 사내는 다급함의 침음을 뱉었다.

그는 손을 뻗어 내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내 귓가를 향해 처량한 목소리를 냈다.


“손님, 제봘··· 월세가 3달이나 밀렸습니다요.”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월세 이야기를?

처음 보는 사람한테 왜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뭐, 하늘에서 내려온 구세주라도 되나?

그의 행동은 그러했다.


“제발요···”

“하···”


번거로운 게 싫은 나는 정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술 관을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험상궂은 얼굴의 털보 사내가 애절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상하게 그 애절함이 증폭되어 보였다.

하얀색 도화지 위에 검은색 작은 점이 계속 눈에 가듯이 말이다.


털보 사내의 작전이 통했던 것일까.

나는 마음을 바꿨다.

“그래서, 한 달 관비가 얼만데요?”


관비를 물어보자, 털보 사내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도떼기시장에 물건을 파는 장사꾼처럼.


“헤헤~ 한 달 관비는 15만 원입니다요. 그런데 3달 한꺼번에 등록하시면 무려 5만 원 할인해서 40만 원, 6개월은 70만 원, 1년은 백만 원입니다요. 참고로 1년 등록하시면 도봉산에서 갓 떠온 약수 무한 제공에, 커피믹스 10회 제공은 보너스입니다요.”


살면서 처음 보는 캐릭터에 실소가 나왔다.

“허허···”


사물함이나 도복이라던가 이런 것도 아니고.

뭐 약수? 커피믹스?

그것도 무한도 아니고 10회?

바닥에 이곳저곳 해진 매트를 보니, 어느 정도 이해는 가기는 하는데 말이야···


어이가 없었지만, 이상하게 호기심이 동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털보 사내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관장님, 다른 건 다 좋은데. 실력은 있으시죠?”


내게 100만 원 정도는 별거 아닌 돈이었다.

연봉이 세후 2억이 조금 넘는다.

이제는 부장 직급이니 더 많이 받겠지.


만약 나불대는 털보 사내의 입처럼 일반인인 내 눈을 현혹할 정도의 실력이 있다면.

100만 원 정도야 전혀 아깝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하! 손님, 무술 관이 후져서 의심하셨구나. 걱정은 붙들어 매시고, 절대 야매 아닙니다요.”


하여튼 말 많다.

그냥 ‘보여드리죠’ 한 마디면 될 것을.

뭔 사족을 저리 붙이는지. 원~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게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는 털보 관장에게 눈빛을 보냈다.

‘말 그만 좀 하고, 실력 좀 보여달라고.’


그래도 눈치는 있는지 털보 관장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보여드립죠.”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솔직히 별로 기대는 안 됐다.

실력이 있으면 쌍문동 구석에서 장사를 하겠나.

게다가 말 많은 놈치고 제대로 실력 있는 놈을 보지 못했다.

그냥 뭐, 호기심일 뿐이었다.


“일단 몸 좀 풀겠습니다.”


말과 함께 기마자세를 잡는 털보.

그는 양팔을 앞으로 쭉~ 내밀고 한바퀴 원을 그렸다.


기합을 넣는 털보.


“얍~!”


그리고.


뽀옹!


정체 모를 아니, 정체를 알 수밖에 없는 기막힌 소리에 깜짝 놀랐다.


‘헉, X바’

나도 모르게 코를 움켜잡았다.

그의 궁둥이가 나를 향하고 있었기에.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독했다.


“앗! 죄송합니다. 손님, 헤헤! 오랜만이라 긴장 좀 했나 봅니다요.”

천연덕스럽게 사건을 해명하는 털보.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하, 진짜 가지가지 한다.’

당장 나갈까? 라는 생각이 뇌리를 강타하고 있었지만.

털보 말대로 ‘긴장하면 그럴 수도 있지’하며 일단은 참았다.

오늘따라 인내심이 최고조였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요.”


말과 함께 털보의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팡, 팡, 팡!


허공에 뜬 채 연속 3번이나 내 지르는 발차기.

발차기 하나하나가 공기를 터트릴 만큼 강력했다.

마치 묘기를 부리는 것 같이 보였다.


지독한 방귀 때문에 찌그러졌던 내 얼굴이 어느새 펴지고 탄성을 뱉었다.

“우와!”


내 탄성에 신이 났는지, 털보 관장이 업된 목소리를 냈다.

“이제 세 번이 아니고 네 번입니다요.”


히얏!


기합과 함께 허공으로 떠오르는 털보.


쾅!


전과 다른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윽!


털보의 신음과 함께···


털보 관장의 머리가 천장에 부딪힌 것이었다.

그것도 굉음을 낼 정도로 아주 세게.


그의 엉뚱함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큭큭. 미친.”


털보 관장은 천장과 박은 머리가 아픈지, 연신 손으로 박박 문질렀다.

그리고 나를 보며, 민망함의 웃음을 보였다.

“오랜만이라··· 헤헤~ 다음에 제가 공원에서 제대로 보여드립죠.”


나는 그를 보며 말했다.


“등록하겠습니다. 1년으로!”


왜? 등록하냐고?

일단, 더러운 내 기분을 정화해 줬다.


무엇보다 털보의 실력은 진짜였다.

내 눈이 휘둥그레졌으니까.

헬스장에서 지루하게 쇠질하는 것보다, 운동을 재밌게 하면 좋잖아?


“감사합니다! 호갱님, 아니 고갱님!”



~~~



특별 관리팀.

오늘부터 6년 동안 전략 기획부가 아닌, 이곳으로 출근한다.


나는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중얼거렸다.

“5층이네. 그나마 다행인가.”


보통 협회에서 퇴출당하는 이들은 지하 2층으로 출근한다.

그런데 특별 관리팀은 5층에 있는 것이었다.


만약 지하 2층에 사무실을 마련해 놨으면?

나도 나지만.

위대하신 특별 관리 팀원님들이 가만 안 둘걸?


“출근 시간도 9시가 아니고, 10시고 말이야.”

하긴, 높으신 양반들의 자제들인데, 일반적인 협회 직원처럼 출근할 수는 없겠지.


출근 시간이 지나서인지, 엘리베이터는 텅텅 비어있었다.

나는 담담하게 5층을 눌렀다.


협회 건물은 층수가 12층 정도로 높이는 높지 않다.

그러나 가로 넓이가 상당했다.

5층만 해도 팀 단위의 부서가 수십이 넘을 정도였다.

게이트 기술팀, 각성자 에테르 측정팀, 장비 관리팀, 수송팀··· 등등.

아마 5층에서 일하는 직원만 해도 최소 수백은 될걸.


나는 쭉 뻗어 있는 복도를 가로질렀다.


잠시 후.

나는 특별 관리팀이라고 붙은 팻말 앞에 섰다.

그리고 손목을 들어 시계를 봤다.

시침은 정확히 숫자 십을 가리키고 있었다.


“정상적인 놈들이라면, 출근했겠지?”


나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흠?”

눈앞에 펼쳐진 정경에 눈이 번쩍였다.


벽면 구석구석 걸려 있는 명화.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테이블과 소파.

사무실이라고 보기에는 상식과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침대만 있었다면 고급 호텔 스위트룸이라고 해도 믿을 지경이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문 위에 걸린 명패를 다시 치켜봤다.


[특별 관리팀]

몇 번을 확인해도 명패에 적힌 검은색 글자는 변하지 않았다.


“허~ 참.”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사무실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은 사무실로 들어갔다.


“진짜, 신경 많이 썼네. 하긴 아무리 임원이라 해도 이들에겐 파리 목숨이지.”

나는 송현필과 성진만의 노고를 위로했다.


고급스러운 사무실을 쭉 둘러봤지만.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나 말고 개미 새끼 하나 없었던 것이었다.


“후, 기대했던 내가 바보지. 에효~”

팀원 네 명 중 아무도 출근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첫날부터 지각?

그럼, 다행이었다.

오늘 안에 출근하면 그게 대단한 거겠지.

왕족 즉, ‘로열’이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팀장인 나 혼자만 출근한 지금 상황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들고 있던 가방을 대충 던져 놓았다.

그리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는 할 일이 없다.

특별 관리팀이 만들어진 취지가 뭔가.

로열로 이루어진 팀원들에게 게이트에 대한 제반 지식을 알려주고, 견학이나 시켜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팀원들이 아무도 오지 않는데, 내가 할 일 뭐 있겠나.

이렇게 가만히 시간이지만 때우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열받네. 하필이면 협회에서 지랄하냐고, 대단하신 집안의 자식들이 말이야! 주위에 게이트를 빠삭하게 아는 사람들이 한둘도 아니고 말이야.”


누구의 발상으로 이런 병신같은 짓거리를 벌였는지, 참~ 궁금했다.


한참을 이것저것 생각하며 상념에 빠졌지만.

팀원들은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집에 갈 수도 없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기다리다가 지쳐 내가 집에 갔는데, 넷 중 한 명이 온다면?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진짜 답도 없다.


“감히 로열을 놔두고 퇴근을 해?”

협회에서 쫓겨 나가는 걸 넘어, 몸이 성할지 모르겠다.

하여튼 나는 퇴근 시간까지 무한 대기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퇴근 시간이 6시가 아니라, 5시라는 것 정도?


“언제 올지도 모르는 녀석들 때문에 시간을 마냥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무리 내가 앉은 소파가 안락해도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지루해 미칠 지경이었다.


문득, 아침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개그맨 뺨칠 만큼 몸 개그를 보여준 털보 관장.

그가 떠오르자, 얼굴의 지루함이 지워지고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털보 관장이 가르쳐 준 거라도 해볼까?”


첫날이라 배운 건 하나밖에 없었다.

다이어트에 좋은 호흡법.

털보 관장 말로는 각성자들이 사용하는 호흡법이라고 하는데.


딱히, 털보 관정의 말이 믿음은 가지 않지만 뭐.

내가 각성자도 아닌데 알 리도 없고,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래도 출렁이는 뱃살을 빼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니, 꾸준히 해볼 생각이었다.

숨 좀 평소와 다르게 쉬고 뱉는다고 해서, 해가 될 건 없잖아.


일단, 먼저 배에 힘을 딱~ 주고.

숨을 들이쉴 때, 괄약근에 힘을 빡 주라고 했었지.

그리고 뱃가죽은 최대한 오므리고.


쓰으읍···


그리고 숨을 뱉을 때는 괄약근에 줬던 힘을 빼라고 했지.

뱃가죽은 최대한 부풀리면서.


이때 괄약근이 풀려 있으니, 방귀가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괜찮다고.


하여튼.

지금부터 하이라이트다.


숨을 내뱉을 때.

짧게 다섯 번을 뱉으라고 했다.


크으, 크으, 크으, 크으, 크으.


이렇게.


다이어트 호흡법을 몇 번 해본 결과.

내 결론은 이렇다.

“나쁘진 않네.”


미세하지만, 아주 살짝 활력이 돌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하루 종일 털보 관장이 알려준 다이어트 호흡법을 하기에 바빴다.


오후 다섯 시.

예상대로 넷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내일도 높은 확률로 오지 않겠지?

한 달, 잘하면 한 해가 지나도 출근하지 않을 수도?

넷의 낙하산은 아직 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테이블에 던져둔 가방을 집어 들었다.

무조건 칼퇴근이지.

협회 직원으로 있으면서, 칼퇴근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열심히 살았으니까.


퇴근하면, 이제 할 일이 생겼다.

뭐냐고?

뭐기는 오늘 등록한 털보 무술관에 가는 거지.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이렇게 하루에 두 번 가기로 했거든.

100만 원을 그 자리에서 입금하니까 털보 관장이 눈이 돌아가더라고.

그만큼 돈이 급했던 거지.

어쨌든 저녁에도 와서 운동하라고 하더라고.


나야, 딱히 할 일도 없고.

운동하기로 하는 김에 빡세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타임이 기대되는 부분이 있었다.

“저녁 타임에 관원 한 명 있다고 했었지?”


나처럼 털보 무술 관에 등록한 정신 나간 놈이 아주 궁금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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