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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왕씨세가 초대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구삼일생
작품등록일 :
2022.05.25 17:28
최근연재일 :
2022.07.08 11:00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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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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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
글자수 :
240,503

작성
22.05.3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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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13 - 모용세가(2)

DUMMY

모용욱이 왕운에게 말했다.


“첫수를 양보하지.”

“제가 먼저 공격하란 말인가요? 왜요?”

“원래 선배가 후배에게 양보하는 법이야.”

“······그럼 갑니다.”


왕운은 모용세가의 검법을 먼저 보고 싶었으나 모용욱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먼저 신형을 움직였다. 한 번에 승부가 나지 않도록 일부러 받아내기 쉽게 공력을 최대한 낮춰서 좌장을 내질렀다.

그러자 모용욱이 검을 휘둘러서 왕운의 왼손에서 분출된 장력을 분쇄한 후 앞쪽으로 검을 뻗으며 신형을 날렸다.

모용세가는 찌르기에 특화된 검법을 사용하는 곳이었다. 모용욱이 신형을 앞뒤로 부지런히 움직이며 쉴새 없이 검을 내질렀다.

왕운은 모용욱이 휘두르는 검을 피하기만 할 뿐 반격을 하지 않았다. 비무 경험이 적었기에 최대한 많이 눈으로 보고 경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왕운이 아무런 반격을 하지 않자 승기를 잡았다고 착각한 모용욱이 웃음을 지었다.


‘어떠냐. 우리 모용세가의 검이? 앞으로 모용세가의 무인을 만나거든 머리를 깊이 숙이고 존경심을 보이거라.’


하지만 그런 모용욱의 기대와는 달리 왕운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몸을 움직이는 속도는 영이 누나의 4할 정도······, 앞으로 찌르는 검의 속도는 5할 정도······, 횡으로 베는 속도는 2할······, 위력은 어느 정도이려나?’


이제 볼 만큼 봤다고 판단한 왕운이 피하는 것을 그만두고 정면으로 날아오는 모용욱의 검날을 맨손으로 쳐냈다.


‘위력도 5할 정도······, 굳이 화염신공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겠네.’


왕운이 자신의 검을 맨손으로 쳐내자 모용욱은 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 여기고 다시 검을 뻗었다. 그런 모용욱의 검을 왕운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며 다시 쳐냈다.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당황한 모용욱이 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왕운에게 돌진했다. 왕운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모용욱의 검날을 왼손으로 잡아버리더니 오른손 주먹으로 모용욱의 턱을 갈겨버렸다.

턱을 얻어맞은 모용욱이 실신해서 그 자리에서 드러누워 버렸다. 모용욱 뒤에 있던 모용세가의 무인들이 놀라서 모용욱 쪽으로 황급히 달려왔다.


“이(二) 공자님!”

“공자님, 정신 차리세요!”


눈이 반쯤 풀려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모용욱과 그런 모용욱을 둘러싸고 소란을 피우는 무인들을 바라본 왕운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기절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죄송해요. 깨어나면 잘 배웠다고 전해주세요.”


그러고는 객잔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는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모용세가의 무인들은 그저 멍하니 왕운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


“으······.”


한참 있다가 자신의 방에서 깨어난 모용욱의 눈에 두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자신의 숙부이자 모용세가의 장로인 모용명과 자신의 형인 모용상이 자신을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모용상이 모용욱을 노려보며 말했다.


“꼴 좋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어린놈에게 개망신을 당하고 기절한 채로 들어오다니······. 그놈 이제 고작 열다섯이라면서?”

“······.”


모용욱이 고개를 푹 숙인 후 아무런 대답도 못 하는 것을 본 모용상이 다시 말했다.


“아버님께서 계셨으면 어쩔 뻔했느냐? 무림맹 회의 때문에 자리를 비우셨기에 망정이지······.”

“바, 방심을 해서 그런 것이오!”


자신과 소가주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형이었다. 그런 형에게 자신을 공격할 빌미를 주고 싶지 않았던 모용욱이 되지도 않을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모용상이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무인이 상대를 앞에 두고 방심을 한 것이 자랑이더냐? 만약 이것이 비무가 아니라 실전이었으면 어떡할 뻔했느냐? 네놈은 그 자리에서 죽은 목숨이······”

“그만 되었다.”

“하오나 숙부님······.”


모용명이 고개를 저으며 모용상의 말을 막은 후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일이 벌어진 후인데 이제 와서 욱이를 탓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그나저나 욱이는 비무에 대해 소상히 말해 보거라. 대체 어떻게 패하게 된 것이냐?”


모용욱이 자신이 패한 과정을 자세히 말하자 모용명이 다시 말했다.


“맨손으로 네 검을 막아냈다는 것은 손을 내공으로 보호했다는 뜻인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상당한 내력을 보유하고 있는 모양이야.”


왕운이 금강불괴의 경지인 것을 알 리가 없던 모용명은 왕운이 손을 내공으로 보호하면서 모용욱의 검을 막아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물론 왕운이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라고 예측한 것이 잘못 짚은 것은 아니었지만.

잠깐 뭔가를 생각하는지 말이 없던 모용명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욱이가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패한 탓에 우리 모용세가가 이곳 심양에서 큰 망신을 당했구나. 상아, 가문의 명예를 위해서 네가 직접 나서야겠다. 내가 나서서 나이 어린 후기지수를 꺾어 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비슷한 연배인 네가 직접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도록 해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밖에 누구 있는가?”


모용명의 부름에 모용세가의 무인 하나가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그자가 아직 객잔을 떠나지 않았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네가 직접 그자에게 가서 내일 오전에 같은 장소에서 비무를 한 번 더 하자고 전하거라. 시간은 그자더러 직접 정하도록 하고.”

“예, 장로님.”


명을 받은 무인이 자리를 떠나자 모용상은 이번 기회에 소가주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반면에 모용욱은 극심한 굴욕감에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모용세가의 무인이 왕운이 머무르는 객잔에 도착해 모용명의 말을 왕운에게 전했다. 왕운은 새로운 상대와 비무를 할 수 있다고 하자 흔쾌히 알았다고 대답하고 내일 오시초(五時初 : 오전 11시)에 하자고 말했다.

돌아온 수하의 보고를 받은 모용명이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 보였다.


***


다음날이 되었다.

객잔에서 일어나 아침을 먹고 비무를 준비하는 왕운을 누군가가 찾아왔다.

왕운을 찾아온 사람은 바로 모용명이었다.


“안녕하신가.”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누구신지요?”

“나는 모용세가의 장로직을 맡고 있는 모용명이라 하네. 자네가 어제 비무를 한 사람의 숙부가 되는 사람일세.”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어쩐 일이세요? 비무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요?”


모용명이 왕운을 찾아온 시간은 비무가 예정된 오시보다 한 시진이나 빠른 사시초(巳時初 : 오전 9시)였다.

왕운의 물음에 모용명이 답하였다.


“자네에게 부탁이 있어 찾아왔다네.”

“부탁이요?”

“자네가 꼭 들어줬으면 좋겠네. 아니, 들어줘야만 하네.”

“······일단 말씀이나 해 보세요.”

“조금 있을 비무에서 져줄 수는 없겠나?”

“뭐라고요?”


모용명은 실로 황당한 제안을 하고 있었다.

어젯밤 모용욱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은 모용명은 큰 고민에 빠졌다.

모용상이 동생 모용욱에 비해 무공 실력이 크게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모용욱이 방심을 한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실력 차이로 그리 패한 것이라면 모용상도 이기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일 모용상마저 정체 모를 청년에게 패한다면 그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 되는 것이었다.

모용세가는 중원 오대세가 중 하나이면서 심양을 거의 지배하고 있는 가문이나 다름없었다. 모용세가의 미래를 책임질 소가주 후보들이 그들보다 어린 자에게, 그것도 심양 거리 한복판에서 연달아 패배하게 된다면 모용세가의 명예는 땅으로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제가 잘못들은 게 아닌가 싶네요.”

“잘못들은 게 아니네. 자네가 져준다면 어떤 보상이든 하겠네. 금전이든 뭐든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하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부탁을 제가 들어드릴 이유가 있나요?”

“우리 가문은 이곳 심양뿐이 아니라 요녕성 전체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가문일세. 장래 가문 전체를 책임지게 될지도 모르는 내 조카들이 자네같이 이름도 없는 가문 출신 무인에게 패한다면 우리 가문의 명예는 바닥으로 추락하겠지.”


‘이름도 없는 가문’이라는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화가 치민 왕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모용명을 노려보았다.

한참을 노려보던 왕운이 억지로 분노를 가라앉힌 후 차분하게 말했다.


“그냥 비무는 없던 거로 하고 떠나는 것이 낫겠네요.”

“그것은 안 되네.”

“뭐요?”

“자네가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모용세가의 둘째 공자를 이긴 이상 자네를 그대로 둘 수는 없네. 모용세가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자네는 반드시 상이에게 져야만 하네.”

“하······ 당신들, 정말 상종 못 할 사람들이네요. 그만 나가 주시죠. 더 들을 얘기도 없는 것 같으니.”

“그렇다면 나도 어쩔 수가 없지.”


말을 마치자마자 벼락같이 신형을 내던진 모용명이 왕운에게 우장을 내지르자 왕운이 그것을 슬쩍 피했다. 그러고는 왼손으로 자신을 향해 날아온 모용명의 오른쪽 손목을 움켜잡은 뒤 모용명에게 말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죠?”

“미안하네. 난 자네에게 부상을 입혀서라도 내 조카와의 대결에 자네를 세워야 하네.”


모용명의 말을 들은 왕운은 자신의 머리 위쪽 뚜껑이 열리는 느낌을 받았다.

손목을 붙잡힌 모용명이 금나수법으로 자신의 손목을 빼내려고 하는 순간.

분노에 찬 왕운이 모용명의 손목을 움켜쥐고 있는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힘껏 힘을 주었다.


우두둑!


끔찍한 소리와 함께 모용명의 오른쪽 손목이 부러지고 말았다.


“큭!”


모용명이 짧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왕운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그러나 자신의 손목을 움켜쥐고 있는 왕운의 힘이 너무 강해서 도저히 자신의 손을 빼낼 수가 없었다.

왕운은 모용명의 손목을 가루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듯이 더욱 세게 왼손을 움켜쥐었다.


우두두두두둑!


“크아악!”


고통을 견디다 못한 모용명이 아직은 멀쩡한 반대편 손으로 좌장을 내질렀다. 그러자 왕운은 오른손으로 모용명의 왼쪽 손목마저 움켜잡은 뒤 손아귀에 가득 힘을 주었고, 모용명의 왼쪽 손목 역시 부스러졌다.


“크아아아아아악!”


모용명은 끔찍한 고통으로 온몸을 흔들며 몸부림쳤다. 왕운이 오른손에 움켜쥔 것을 놓고 그대로 주먹을 쥐고 모용명에 안면에 꽂았다.

코뼈가 부러지고 안면이 피투성이가 된 모용명이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말았다. 왕운이 왼손에 움켜쥔 것을 놓자 모용명의 신형이 그대로 바닥에 축 널브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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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6 - 자네의 아들은 훌륭히 자랐네 22.06.04 746 15 11쪽
15 015 - 하북팽가의 철부지 22.06.03 776 14 14쪽
14 014 - 모용세가(3) 22.06.01 779 15 11쪽
» 013 - 모용세가(2) 22.05.31 805 16 11쪽
12 012 - 모용세가(1) 22.05.31 860 15 9쪽
11 011 - 가출 22.05.30 873 17 11쪽
10 010 - 결심 22.05.29 892 17 14쪽
9 009 - 금강불괴 +1 22.05.29 903 20 10쪽
8 008 - 소중한 인연들 22.05.28 919 22 12쪽
7 007 - 화염신공 22.05.28 927 21 11쪽
6 006 - 수련 그리고 또 수련 22.05.27 954 21 11쪽
5 005 -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구나 +4 22.05.27 976 21 11쪽
4 004 - 만남 +6 22.05.26 1,002 25 12쪽
3 003 - 척 사부를 찾아서 +3 22.05.26 1,052 22 12쪽
2 002 - 탈출(2) +5 22.05.25 1,125 30 12쪽
1 001 - 탈출(1) +7 22.05.25 1,593 3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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