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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왕씨세가 초대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구삼일생
작품등록일 :
2022.05.25 17:28
최근연재일 :
2022.07.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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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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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 척 사부를 찾아서

DUMMY

호북에서 백두산까지의 거리는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탈출할 때 상당한 양의 전표를 챙긴 덕분에 먼 길을 가는데 노잣돈은 부족하지 않았다.

호북을 벗어난 이후로는 큰 도시에서 마차를 빌려서 이동을 하였다. 밤이 되면 무리하게 길을 떠나지 않고 객잔에서 쉬었다. 두 사람만이라면 가능했을지 몰라도 갓난아기를 길바닥에 재울 수는 없었다.

부지런히 이동한 끝에 두 사람은 드디어 백두산에 도착하였다. 산 아래의 분지에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듯한 작은 마을이 보였다.

서연이 하엽에게 물었다.


“총관님께서는 척 사부란 분을 만나신 적이 있나요?”

“그분의 함자가 척유신이라는 사실만 알 뿐, 저도 국주님께 얘기만 들었지 직접 얼굴을 뵌 적은 없습니다.”


하엽이 대답했다.

서연은 주위를 잠시 둘러본 후 말했다.


“일단 오라버니의 일족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마을을 먼저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이곳에 사는 국주님의 일족은 새 나라의 무자비한 숙청에서 겨우 목숨을 건진 사람들이라고 들었습니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있을 겁니다.”


두 사람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척유신과 왕씨 일족에 대해 수소문을 하였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었다.


“왕씨 일족이 모여 사는 마을? 처음 듣소만.”

“왕씨 일족이라면 고려의 옛 왕족들이 아니오? 대부분 죽었다고 들었는데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던가?”

“이 마을에 척유신이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척 사부? 이곳에서 검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소.”


두 사람이 한참을 돌아다니는 동안 어느덧 짙은 어둠이 찾아오자, 하엽이 서연에게 말했다.


“부인, 날도 어두워졌고 오늘은 일단 객잔으로 가시지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니, 혹시라도 거기서 뭔가 들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 그렇게 하시죠.”


두 사람은 근처의 객잔으로 갔다. 객잔에 도착하니 귀엽게 생긴 사내아이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두 분이신가요?”

“어머, 귀엽게 생긴 아이네. 부모님 도와드리고 있는 거야?”


서연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묻자, 아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했다.


“네, 저희 아빠가 하는 가게에요. 저희 아빠 음식 맛있어요.”

“그래. 간단히 요기할 것을 내주거라. 술은 됐단다.”

“예, 이리로 따라오세요.”

“그리고 식사가 끝나면 방 두 개를 내주렴. 며칠 머무를 예정이니.”

“네, 손님.”


자리에 앉아서 일각 정도 기다리자, 인상 좋게 생긴 중년의 사내가 주방에서 음식을 가지고 나왔다.


“맛있게 드십시오.”

“여기 주인이신지요?”


하엽이 중년인에게 물었다.


“예, 손님. 무엇 때문에 그러시는지요?”


인상 좋은 객잔 주인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하엽은 은자 하나를 객잔 주인의 손에 건네며 말했다.


“이 마을에 처음 방문해서 아는 게 없어서 그런데 이것저것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저도 이곳에서 장사한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아는 한 모든 것을 말씀드릴 테니 물어보십시오.”

“실은 우리는 이곳으로 사람을 찾으러 왔는데, 척유신이란 분을 아시는지요?”

“비록 작은 마을이라 사람이 많지는 않다만, 이곳의 모든 사람의 이름을 제가 알지는 못합니다. 혹, 이름 말고 그분에 대해 알고 계신 다른 것은 없는지요?”

“그분께서 제가 모시던 분의 검술 사부라 들었습니다. 상당한 고수라고 하던데······.”

“이곳은 다들 성격이 온순하고 평화롭게 사는 사람들뿐이라서······. 무술을 하는 자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이곳에 오면 뭔가를 알아내리라 기대했던 하엽이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문득 객잔 주인이 뭔가 떠오른 듯한 표정을 지으며 허공을 응시했다.


“혹시······.”

“무언가 생각나는 게 있으면 아무거라도 좋습니다. 말씀해주십시오.”

“한 달 전쯤 됐나? 이 마을에 사는 나무꾼 총각 하나가 산에서 나무를 하다가 곰에게 습격당할 뻔했다고 합니다. 그때 검을 쓰는 어떤 노인분이 나타나 자기를 구해줬다고 했지요.”

“검을 쓰는 노인이라······.”

“그 총각의 말로는 순식간에 나타나서 곰을 쓰러뜨렸다고 합니다. 그 노인이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검으로 곰을 베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믿기 어려운 얘기라 사람들이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지요.”

“혹시 그 나무꾼 어디 사는지는 알고 계십니까?”

“어디 사는지 말씀드리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객잔 주인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이곳 백두산은 경치가 아름답지만 산세가 험해서 산속에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다고 들었지요. 대부분 이렇게 산 아래에 모여 살고 있답니다. 그래서 그 나무꾼 총각의 말이 맞는지, 정말로 그 산에 사람이 사는 게 맞는지는 제가 장담을 못 하겠네요.”

“아니라 할지라도 단서가 없으니 내일 아침 그 나무꾼을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어쨌든 고맙습니다.”

“별 도움을 못 드린 것 같아 송구합니다. 그럼, 맛있게 드시고 다 드시면 말씀하시지요.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객잔 주인이 자리를 떠나자, 서연이 말했다.


“그 노인이 정말 우리가 찾는 척 사부란 분이 맞을까요?”

“그분에 대해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습니다. 일단 확인이라도 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인은 여기에 머물고 계십시오. 저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혼자서 괜찮으시겠어요?”

“산세가 험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도련님을 데리고 산을 오르면 많이 힘드실 겁니다. 여기서 기다리고 계십시오. 금방 다녀올 것입니다.”


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그들은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하엽은 객잔 주인의 안내에 따라 나무꾼의 집을 찾았다. 객잔 주인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돌석이 있는가?”

“형님이 여기에 어쩐 일이시오?”

“여기 자네를 찾아온 사람이 있어서······.”

“나를요?”

“이 친구가 그 나무꾼입니다. 그럼 말씀 나누시지요.”

“고맙습니다.”


안내를 마친 객잔 주인은 나무꾼의 집을 떠났다. 하엽이 나무꾼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 먼 중원대륙에서 사람을 찾아 이곳까지 왔는데, 선생께서 한 달 전에 산에서 도움을 받았다던 사람이 혹 내가 찾는 사람이 아닌가 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혹시 그 사람을 어디서 만났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오오! 제 말을 믿어주시는 거요? 마을 사람들이 아무도 제 말을 믿지 않았다오. 뭘 잘못 처먹은 게 아니냐는 둥, 산에서 귀신에게 홀렸대나, 어쨌대나······.”

“믿지요. 그러니까 이렇게 찾아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마침 나무를 하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그 노인을 만난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저와 함께 가시죠.”

“고맙습니다.”


나무할 준비를 마친 나무꾼과 하엽이 길을 나섰다.


“백두산은 처음 와 보시는 거요?”

“그렇습니다.”

“비록 산세는 험해도 경치는 최고라오. 백두산 꼭대기 천지라고 들어보셨소? 아침에 가보면 물이 어찌나 맑은지 햇살이 비치면 반사되는 빛에······.”


나무꾼은 자신의 말을 처음으로 믿어준 하엽이 반가워서였는지 쉴 새 없이 입을 열었다. 하엽은 조용히 산을 오르고 싶었지만, 도움을 받는 처지라 나무꾼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의 말에 일일이 반응을 해주었다.

한참을 걸어온 나무꾼이 발을 멈춘 후에 말했다.


“이곳이었지요. 그 노인을 만난 곳이.”

“혹시 뭐라도 얘기를 나눈 것이 있었습니까?”

“안 그래도 너무 감사해서 나중에 신세 진 것을 갚으려고 어디 사는지 물어봤는데, 그냥 말없이 가시지 뭡니까.”


나무꾼이 한 곳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 노인께서는 저쪽을 향해 가셨었지요.”

“고맙습니다. 제가 한 번 둘러보겠습니다.”

“그러세요. 여기 사나운 산짐승들이 많으니 조심하시길.”

“알겠습니다.”


도끼를 꺼내고 나무를 베기 시작한 나무꾼을 뒤로 한 채, 나무꾼이 가리킨 방향을 향해서 걸었다. 하엽은 혹시나 주변에 사람이 사는 민가가 있는지 기감을 넓힌 채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둘러봤다.

사실 그도 그 노인이 자신이 찾고 있는 척 사부라고 확신을 하고 올라온 건 아니었다. 단서가 없다 보니 그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무꾼을 따라온 것이었다.

만약 여기서 그분을 찾지 못한다면?

이곳에 집을 구해서 부인과 도련님을 모셔야 하나?

여기 사는 사람들은 다들 착하고 선해 보이니 두 분이 위험에 빠질 일은 없을 테고.

게다가 여기까진 그놈들이 찾아오지 못할 테니까.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걸음을 옮기던 그의 눈에 문득 연기가 오르는 것이 보였다. 연기의 모양새가 분명 사람이 피운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하엽은 연기가 나는 곳으로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곳에는 사람이 사는 듯 보이는 조그만 초가집이 하나 있었다.

하엽은 초가집 안을 둘러보았다. 마당엔 모닥불 위에 가마솥이 올려져 있었고, 그 옆에서는 10살도 안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그 옆에서 검을 수련하는 듯 목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하엽이 조심스럽게 여자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꼬마야, 여기에 사니?”

“······누구세요?”


여자아이가 하엽을 향해 목검을 겨누며 경계의 눈빛을 하고 쳐다봤다. 하엽은 경계하지 말라는 듯이 두 손을 내저으며 다시 물었다.


“이상한 사람이 아니니까 그리 경계할 필요는 없단다, 얘야. 집에 어른들은 안 계시니?”

“할아버지랑 사는 데 지금은 나가고 안 계세요.”

“그래. 아저씨가 네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

“그건 왜 물으시는 건데요?”

‘거 참, 꼬맹이가 되게 까칠하군.’


하엽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산에서만 살다가 처음 보는 사람이 말을 걸면 그럴 만도 하지.’


하엽은 잠시 멍하니 서서 여자아이를 바라보다가 빙그레 웃으며 다시 말했다.


“얘야, 난 네 할아버지를 뵈러 온 사람이란다. 절대로 나쁜 사람이 아니란다.”

“······.”

“혹시 할아버지 언제쯤 돌아오시는지 물어봐도 되겠니?”

“······.”


하엽이 웃으면서 차분하게 말을 걸어도 여자아이의 경계심은 풀리지 않았는지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 그냥 밖에서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하엽은 집 밖으로 나가서 문 앞에 섰다.

하엽이 문 앞에 서서 기다리던 시간이 대략 반 시진(1시간) 정도가 지났을 무렵, 검은 옷을 입은 노인 하나가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문 앞에 서 있는 하엽을 발견한 노인이 다가와서 물었다.


“누구인데 남의 집 문 앞에 서 있는 건가?”


하엽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포권을 한 뒤 대답했다.


“어르신, 저는 어르신을 만나러 온 사람입니다. 이곳에서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집 안에 있는 여자아이가 아무 말도 안 해줘서 이렇게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혹 실례가 안 된다면 어르신의 함자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포권인사를 하는 것을 보니 중원에서 왔나 보군. 그런데 사람 이름을 물어보기 전에 자신의 이름부터 밝히는 것이 먼저 아닌가?”


화들짝 놀란 하엽이 자신이 실수했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숙이며 다시 말했다.


“저는 중원에서 온 하엽이라는 사람입니다. 이곳에 제가 모시던 분의 명을 받고 그 분의 사부님을 찾으러 왔습니다.”

“자네가 모시던 사람이 누군데?”


하엽이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고 대답했다.


“왕혁이라는 분입니다.”


순간 눈을 크게 뜬 노인이 말했다.


“혁이가 보내서 왔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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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28 철없는사과
    작성일
    22.06.06 18:05
    No. 1

    이름만 얘기했을 뿐인데. 왜 제가 다 긴장을 타는 지 괜시리 울컥했네요.
    며칠 정도 걸릴 옆 동네도 아니고 그 먼 타지에서 이곳까지 와 만난 이의
    반응에서 ㅜㅜ 눈물이 나는 건 밤이라서 변명했는 데 이젠 그것도 못하게
    되네요.ㅜ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2 구삼일생
    작성일
    22.06.06 21:38
    No. 2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별랑(別狼)
    작성일
    22.07.01 12:39
    No.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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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5 -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구나 +4 22.05.27 976 21 11쪽
4 004 - 만남 +6 22.05.26 1,002 25 12쪽
» 003 - 척 사부를 찾아서 +3 22.05.26 1,052 22 12쪽
2 002 - 탈출(2) +5 22.05.25 1,125 30 12쪽
1 001 - 탈출(1) +7 22.05.25 1,593 3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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