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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왕씨세가 초대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구삼일생
작품등록일 :
2022.05.25 17:28
최근연재일 :
2022.07.08 11:00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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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43
추천수 :
731
글자수 :
240,503

작성
22.05.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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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8 - 소중한 인연들

DUMMY

무공비급이라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진 왕운에게 구마능이 비급을 건네주었다.

기분 좋게 비급을 받아든 왕운이 비급을 펼쳤지만 이내 곧 울상이 되었다.


“스님, 뭐라고 쓴 건지 하나도 모르겠는데요.”

“그걸 시주가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이 소승의 역할이 아니겠소이까.”


구마능의 말에 왕운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말 한마디에 일일이 반응하면서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왕운이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강하더라도 애는 애였다.

그 모습을 바라본 구마능은 웃음을 터뜨릴 뻔했지만 꾹 참고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소승의 몸 상태가 지금 당장은 길을 떠날 수가 없구려. 몸을 다 추스를 때까지 한동안 이곳에서 신세를 질 듯한 데 그동안 시주에게 구결을 가르치는 것으로 밥값을 대신해도 되겠소?”

“물론이죠, 스님. 대신 다른 사람들한테는 무공비급을 가르친다고는 하지 마시고······ 헤헤.”

“허허, 그것참. 비밀이 참 많으시오.”

“나중에 코를 납작하게 해 줄 사람이 하나 있어서요.”


무슨 소린지 알 수는 없었지만 구마능은 비밀을 지켜주기로 했다.

그날 이후 구마능은 화염신공의 구결을 왕운이 알아듣기 쉽게 되도록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원래 어린 시절부터 복용한 온갖 영약들 덕분에 상당한 내공을 보유했던 왕운이었다. 다만 그 내공을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몰랐을 뿐.

그러나 화염신공을 익히면서 왕운의 성장 속도는 그야말로 눈이 부실 지경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손으로 불꽃을 내뿜을 수 있을 정도로 화기를 잘 다루게 되었다.

구마능의 자세한 설명 덕분이기도 했고 원래가 뛰어난 오성을 지니고 태어난 왕운이었다. 게다가 그 누구보다 무공을 익히는 것을 좋아했다.

누군가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던 탓에 그저 몸뚱아리를 굴려대면서 가혹한 수련만 해왔던 왕운에게 화염신공의 수련은 새로운 세계나 다름없었다.

왕운은 운기조식을 하면서 내공을 쌓으면 쌓을수록 자신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의 크기가 점점 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랜 기간 단련해야 근육이 커지면서 조금이나마 티가 났던 외공 수련과는 달리 내공 수련은 하면 바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다만 그렇다고 외공 수련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구마능이 몸을 완전히 회복한 후 길을 떠나면서 남긴 말 때문이었다.


- 금강불괴(金剛不壞)란 말을 들어 보셨소, 시주? 외공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몸이 금강석과 같이 단단해지면서 창칼에도 상처를 입지 않는 경지에 이른다고 하오. 소승은 무공에 문외한이라 잘 모르지만 어쩌면 호랑이의 이빨에도 상처를 입지 않았던 시주라면 가능할 수도······.


구마능과 작별인사를 한 왕운이 다시 수련에 몰두하면서 어느덧 2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


왕운이 14살이 되던 해 어느 겨울날이었다. 백두산 전체가 눈으로 덮여 하얗게 빛나며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왕운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련에 열중하고 있을 때였다.


“끼잉!”

“응?”


왕운은 어디선가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려 발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그만 흰 생명체가 눈 속에서 꼬물거리고 있었는데, 주변에 하얗게 쌓인 눈 때문에 구분이 되지 않아 무엇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고양이처럼 생긴 조그만 흰 동물이 왕운을 바라보며 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호랑이? 어라? 생김새가 조금 다른데?”


호랑이와는 생김새가 달랐다. 호랑이처럼 줄무늬가 아니라 검은 점이 하얀 털에 듬성듬성 박혀있었다.


“엄마는 어디 가고 여기서 너 혼자 있냐?”

“끼잉!”


자신의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었지만 왕운은 이 조그만 동물이 너무 귀여워서 자기도 모르게 말을 걸고 있었다.


‘길을 잃었나? 아직 새끼인데 여기 놔두고 가면 금방 죽을 것 같은데.’


왕운은 도저히 산에 홀로 놔두고 갈 수가 없어서 품에 안고 산에서 내려와 집으로 향했다.

왕운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하엽을 찾았다. 하엽이 예전부터 여기저기를 많이 돌아다녔다고 했으니 알 수도 있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아저씨, 이게 무슨 동물인지 아시겠어요?”

“호오, 이 산에서도 이 동물이 사는 줄은 몰랐군요.”

“······?”

“이 동물은 눈표범입니다, 도련님. 높은 산에서 가끔 볼 수 있는 동물이지요.”

“눈표범?”

“호랑이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호랑이처럼 줄무늬무늬가 아닌 점박이무늬의 털을 가진 동물을 표범이라 하지요. 그중 이렇게 눈처럼 하얀색 털을 가지고 있는 녀석을 눈표범이라고 부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왜 혼자서 눈 속에서 발견된 것일까요?”

“아마 어미가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에 혼자 호기심에 굴에서 기어 나왔나 봅니다. 주변에서 어미 눈표범은 보지 못하셨습니까?”

“못 봤네요. 내일 다시 산에 올라서 어미를 찾아주어야겠네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도련님. 이런 야생동물은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런데 그 녀석 배가 고픈 모양입니다. 제가 준비해 오지요.”


하엽이 닭을 한 마리 삶아서 가지고 오자, 왕운은 고기를 손으로 뜯어서 새끼 눈표범에게 먹였다.


“끼잉! 쩝! 쩝쩝!”

“잘 먹네!”


새끼 눈표범은 많이 굶주렸는지 왕운이 주는 닭고기를 정신없이 받아먹었다. 왕운이 귀엽다는 듯이 그것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내일 다시 산에 올라가자. 엄마 찾아줄게.”

“끼잉!”


새끼 눈표범은 마치 왕운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왕운의 말에 대답했다.

.

.

.

다음날이 되고 아침이 되자마자 왕운은 새끼 눈표범을 품속에 넣고 산을 올랐다.


- 눈표범들은 경사가 매우 가파르고 사람이 출입하기 힘든 산간지형에 주로 서식한답니다. 그 점을 참고하시면 수월하게 찾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왕운은 하엽의 충고에 따라 일부러 험한 지형을 골라 찾아다녔다. 왕운이 돌아다니며 주위를 둘러보던 중이었다.


“끼잉!”


갑자기 새끼 눈표범이 왕운의 품속에서 바둥거리더니 갑자기 품속을 뛰쳐나갔다. 무슨 일인가 싶어 왕운이 새끼 눈표범을 따라가니 어느새 멀리서 절벽을 빠른 속도로 타고 내려오는 어미 눈표범을 볼 수 있었다.


“캬르릉! 캬르릉!”

“끼, 끼잉!”


어미 눈표범은 새끼를 마주하자마자 새끼를 앞에 두고 앞발을 바닥에 연달아서 내려치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새끼 눈표범은 어미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어미가 바닥을 내려칠 때마다 몸을 움찔거리고 있었다.


‘······혼나고 있다. 혼나고 있어.’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던 왕운은 어릴 적에 사고를 치면 자신을 야단치던 어머니가 생각나서 자기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이제 어미를 찾아주었으니 되었다고 생각한 왕운이 돌아서서 산에서 내려가려던 찰나 캬르릉! 하는 울음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미 눈표범이 고맙다는 듯이 왕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그래. 애 잃어버리지 말고 간수 잘해라.”


그날 이후 왕운은 수련을 하면서 산을 오르내릴 때마다 새끼 눈표범을 가끔 찾았다. 새끼 눈표범은 왕운을 볼 때마다 왕운의 품으로 뛰어들며 왕운을 늘 반겼고, 어미 눈표범도 자기 새끼를 찾아준 왕운을 경계하지 않았다. 오히려 왕운이 있으면 안심이 된다는 듯이 새끼를 놔두고 사냥을 떠나고는 했다.

그때까지도 왕운은 알지 못했다. 이 어린 눈표범과의 인연이 앞으로 자신에게 엄청난 행운을 안겨다 준다는 것을.


***


“뭐야, 갑자기? 또 비무라도 하게?”


방에서 혼자 쉬고 있던 왕운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오랜만에 내려왔는데 반가운 척이라도 좀 하지?”


찾아온 손님은 바로 척영이었다.

원래 왕운과 같은 장원에서 살았던 척영은 그 무렵에는 나가서 따로 살고 있었다. 그 이유가 참으로 황당하게도······ 어느덧 20살이 된 척영에게 매일같이 사내들이 찾아와서 청혼을 해댄 탓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오던 사내들을 쫓아내다 지겨워진 척영은 결국 장원을 떠났다. 예전에 할아버지 유신과 단둘이 살던 산속의 오두막집에서 홀로 수련을 하면서 지냈는데, 오랜만에 왕운을 찾아온 것이었다.


“비무는 됐고, 오랜만에 바람이나 쐬러 나가자.”

“그럼 나 배고픈데 객잔이나 가자.”

.

.

.

두 사람이 객잔에 도착하자 젊은 사내가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운이 왔냐? 오랜만에 영이도 왔네.”

“어, 영곤이 형. 나 배고프니까 아무거나 빨리 되는 거로 내줘.”

“나는 차나 한 잔 줘라.”

“그래, 영아. 너는 얼른 마시고 가라.”

“뭐야, 왜 나는 차별하고 그래?”

“몰라서 묻냐? 네가 있으면 손님들이 음식 다 처먹고도 네 얼굴 본다고 안 가고 자리만 차지하니까 그렇지.”

“······.”


12년 전, 아직 어렸던 왕운을 품에 안은 서연과 하엽이 객잔을 방문했을 때 이들을 맞이했던 어린 사내아이가 영곤이었다.

영곤은 척영과 나이가 같았는데, 왕운, 척영 그리고 영곤 세 사람은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내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곤이 밥과 탕, 훈제 닭요리를 내왔다.


“형도 이제 아저씨만큼 요리 잘하는데, 독립 안 해?”

“손님이 너무 많아서 아버지 혼자서 감당 못 하신다.”

“하긴, 여기만큼 맛있는 곳이 없지.”

“다 너네 가족 덕분이다.”

“뭔 소리야?”

“넌 모르겠지만 너네 가족이 여기 오기 전까지는 여기 조용한 촌동네에 불과해서 사람도 별로 없었다. 너네 가족이 이곳으로 오고 나서 마을 전체가 활기를 띠게 됐지.”


왕운이 아직도 이해가 잘 안 간다는 듯한 표정을 짓자, 영곤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네 어머니랑 같이 여기 오셨던 그분······ 엽이 아저씨랬나? 그분이 여기저기 돈을 풀고 일거리를 만드시다 보니까 오가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그 덕에 우리 집도 손님이 많이 늘었지. 그러고 보니 그때 네 어머님 품에 있던 핏덩이가 벌써 이렇게 자랄 줄이야.”

“누가 들으면 형은 그때 어른이었는 줄 알겠다? 똑같은 꼬맹이였으면서 무슨······”

“그래도 난 사람식별은 할 줄 알았다.”

“잘났네.”


영곤이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던 척영에게 물었다.


“이 동네에 젊은 사내놈들은 다 너만 바라보고 있던데.”

“난 나보다 약한 사내한테는 관심없다.”

“평생 혼자 살 셈이냐?”

“그러는 너는 저기 약방 아저씨 딸 소영이랑 혼례는 언제 치를 건데?”

“안 그래도 우리 아버지랑 아저씨랑 얼마 전에 그 문제로 얘기하셨다. 곧 날 잡으면 얘기하마.”

“오호! 우리 영곤이 형 축하해. 소영누나는 좋겠네. 형이 해주는 맛있는 음식 매일 먹을 수 있을 테니까.”


가만히 듣고 있던 왕운이 큰 소리로 영곤을 축하해 주었다. 그러자 영곤이 말했다.


“고맙다, 이 녀석아. 안 그래도 소영이가 내 음식 솜씨에 넘어왔다고 그러더라. 요즘은 요리 잘하는 사내가 대세다. 너도 무공수련 그만하고 나한테 와서 요리나 배우는 게 어때? 흐흐흐.”

“나 말고 누나가 가서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제 누나도 검은 그만 내려놓고 형 옆에서 식칼을 잡는 게······”

“시끄러워.”


두 사람은 쉴 새 없이 티격태격했고, 영곤은 그것을 흐뭇하게 웃으며 바라봤다.

왕운과 척영은 그렇게 오래간만에 수련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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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5 -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구나 +4 22.05.27 973 21 11쪽
4 004 - 만남 +6 22.05.26 999 25 12쪽
3 003 - 척 사부를 찾아서 +3 22.05.26 1,048 22 12쪽
2 002 - 탈출(2) +5 22.05.25 1,121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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