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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왕씨세가 초대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구삼일생
작품등록일 :
2022.05.25 17:28
최근연재일 :
2022.07.08 11:00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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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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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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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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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07 - 화염신공

DUMMY

왕운은 멍하니 떨어지는 폭포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위에 걸터앉아서 척영과의 비무를 복기하며 앞으로의 수련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으르렁거리는 동물의 울음소리와 사람의 비명과 신음소리가 들렸다. 왕운은 신속하게 몸을 움직여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소리가 난 곳에는 거대한 호랑이 한 마리와 배와 다리에 큰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고 있는 중년의 승려가 한 명 있었다. 다리에 상처를 입어 도망가는 것을 포기한 듯한 승려는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묵묵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호랑이가 끝을 내려는 듯이 승려에게 달려들었다. 입을 벌리고 승려의 목을 물려는 찰나에 황급히 신형을 날린 왕운이 호랑이의 주둥이에 자신의 팔뚝을 집어넣고 승려를 밀쳐냈다.

깜짝 놀란 승려가 눈을 뜨니 자신의 앞에서 팔뚝을 호랑이에게 물린 채로 맨주먹으로 호랑이의 이마를 가격하고 있는 어린 소년이 보였다.


퍽! 퍽! 퍽!


몇 대 얻어맞은 호랑이는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왕운이 호랑이의 입에서 자신의 팔을 빼내는데 놀랍게도 호랑이에게 물린 팔뚝은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멍하니 바라고 있는 승려에게 천진난만한 얼굴을 한 왕운이 다가와서 말했다.


“괜찮으세요, 스님?”

“······.”

“스님?”


왕운이 재차 물었지만 승려는 대답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왕운을 보고 놀란 탓인지, 아니면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인지는 몰라도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을 가만히 둘 수 없었던 왕운은 승려를 들쳐메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


“정신이 드십니까, 스님?”


다음날 왕운의 집에서 의식을 되찾은 승려가 눈을 뜨니 중년의 사내와 젊은 여인이 자신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가······.”

“가만히 누워 계시지요. 아직 몸을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일어나려던 승려를 하엽이 억지로 다시 눕히려 했다. 그러나 승려는 그것을 마다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승려가 가만히 자신의 몸을 바라보니 다리에 배에 붕대가 감겨있었다. 아마도 누군가가 자신을 치료한 모양이었다.

승려가 합장을 하면서 두 사람에게 말했다.


“옴 마니 반메 훔. 아무래도 두 분 덕택에 제가 목숨을 건졌나 보군요. 두 분의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별말씀을요, 스님.”

“소승은 구마능이라 합니다. 이 나라에서는 더는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기가 어려워진 탓에 서역(西域)으로 돌아가던 중이었지요.”


구마능은 불교의 종파 중 서장 밀교의 교리를 따르는 밀승이었다.

고려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불교가 성했던 나라였다. 밀교 의례 또한 고려에 널리 퍼져 있었고 많은 밀승들이 고려에 살고 있었지만 고려가 망하면서 그들의 운명 또한 바뀌게 되었다.

숭유억불(崇儒抑佛).

문자 그대로 유학을 숭상하고 불교를 억누르는 이 정책은 새 나라 조선의 3대 국왕인 이방원이 즉위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이방원은 불교의 종파를 강제로 통합하면서 그들의 수를 줄였다. 게다가 몇몇을 제외하고 전국에 있는 사찰을 죄다 밀어버리는 통에 승려들은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국가가 주도하는 탄압에 버티기 힘들었던 수많은 승려들은 조선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구마능 또한 그들 중 하나였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밀교가 성했던 원나라가 망하고 명나라가 들어서면서 중원에도 가지 못하여 머나먼 서역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호랑이와 마주친 상황에서 다리를 다쳐 더는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두 분 덕택에 이렇게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습니다.”

“스님의 공덕이 높아서 부처님이 도우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그런데 다친 이후에 기억이 온전치 않군요. 혹시 제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여쭤봐도 되겠는지요?”

“저의 어린 아들이 어제 밖에서 스님을 발견하고 직접 모시고 왔었답니다.”

“예!?”


서연의 말에 놀란 구마능은 이어지는 하엽의 말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도련님께서 한쪽 어깨엔 스님을, 반대쪽 어깨엔 호랑이를 들쳐 메고 집으로 돌아온 탓에 어제는 장원에 한바탕 난리가 났지 뭡니까.”

“그, 그럼 그것이 꿈이 아니었단 말씀입니까?”


구마능은 아무래도 어제 있었던 일을 꿈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열 살을 갓 넘긴 듯한 어린 소년이 자신의 눈앞에서 맨손으로, 그것도 상처 하나 없이 호랑이를 때려잡았다고 하면 그걸 누가 믿겠는가.


“허, 그 어린 나이에 어찌 그런 용력을 지녔는지 정말 대단하군요.”

“그 아이에게 친할아버지나 다름없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께서 간단한 무술을 가르치셨답니다.”


서연의 대답에 구마능이 다시 다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그 어린 나이에 맨손으로 호랑이를 상대하는 것이 가능한 일이냐고 구마능은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하엽의 말에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 도련님께서 산에서 놀다가 우연히 쓰러져계시던 스님과 그 옆에 누워 있던 호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고 하시더군요. 호랑이의 이마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던데, 호랑이가 스님을 향해 달려들다가 잘못해서 어딘가에 머리를 크게 부딪친 듯합니다. 정말 부처님이 스님을 도우셨나 봅니다, 허허허.”


응? 이게 무슨 소리야?

어제 분명 그 소년이 호랑이를 맨손으로 두들겨 패는 걸 내 눈으로 봤는데?

그럼 진짜 그냥 꿈이었다고?


“의원이 말하길 며칠 안정을 취하면 회복될 거라고 하더군요. 저희는 이만 물러갈 테니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스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어제 자신이 본 것은 정말 꿈이었는지 머리가 혼란스러운 구마능이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서연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


“몸은 좀 어떠신지요, 스님?”


침상에 가부좌로 앉아서 불경을 외며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다스리던 구마능이 누군가의 말에 눈을 뜨고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았다.

어제 자신의 눈앞에서 맨손으로 호랑이와 싸우던 바로 그 소년이 보였다.


“옴 마니 반메 훔. 괜찮소이다. 안 그래도 내 어린 시주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몸이 불편하여 시주께서 이곳까지 직접 발걸음을 옮기게 했소. 용서하시구려.”

“아니에요, 스님.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스님을 봤어도 똑같이 했을 거에요.”

“허허허,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몸을 던져 다른 이를 구하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지요. 누가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시주같이 용감한 행동을 할 수 있겠습니까.”

“······.”

“······.”


갑자기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보아하니 구마능은 어제 자신이 본 것이 꿈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왕운이 심호흡을 한 뒤 먼저 입을 열었다.


“실은 스님께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어요.”

“어제 본 것을 비밀로 해달라는 것이겠지요?”

“와, 눈치 한 번 빠르시네.”

“제 기억 속에는 분명히 어린 시주가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죽였었는데, 시주의 어머님과 가솔 분께서는 다른 말씀을 하시더군요. 여기에는 뭔가 사연이 있겠다 싶었지요.”


자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빙그레 웃기만 하는 왕운을 본 구마능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어떻게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용력을 지니게 되었는지, 분명 호랑이에게 물리는 것을 봤는데 상처 하나 없을 수 있는지, 묻고 싶은 게 산더미같이 많지만 시주께서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하니 궁금해도 참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해요, 스님.”

“흠······ 한데 어머님께서는 시주가 무공을 익히는 것을 알고 계신 것 같더이다.”

“그냥 또래 아이들보다 힘이 조금 더 센 정도, 딱 그 정도로만 알고 계세요.”


힘이 조금 더 센 정도가 아니라 좀 많이 세지.


“그렇군요. 소승이 비밀은 반드시 지킬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구려. 목숨을 구제받았는데 그 정도 부탁은 당연히 들어드려야지요.”

“부탁드려요. 스님만 믿을게요.”


잠시 뭔가가 생각난 구마능이 나가려던 왕운을 붙잡고 말했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것 같아서 말씀을 드리기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시주, 소승이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소이까?”

“말씀하세요.”

“혹시 소승을 발견한 장소 주변을 한 번 둘러봐 주실 수 있겠소? 소승이 몇 권의 책을 보자기로 싸놓은 보따리 하나를 가지고 있었는데 호랑이에게 공격을 받다가 근처 어디엔가 떨어뜨린 거 같소. 어쩌면 소승이 어린 시주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듯하외다.”


왕운이 장난기 넘치는 표정을 하고 말했다.


“흠······ 진짜 말씀 그대로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하시는군요.”

“미, 미안하외다.”

“농담이에요. 제가 한 번 찾아볼게요.”

“고맙소이다. 그리고 제 목숨을 구해준 것에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리겠소, 시주.”

“별말씀을요. 그럼 편히 쉬세요, 스님.”


***


장원을 나온 왕운은 어제 호랑이와 구마능을 발견했던 장소에 도착했다.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왕운은 찢어진 보자기와 근처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몇 권의 책을 찾아낼 수 있었다.

책을 펼쳐보았지만 왕운이 읽을 수 없는 문자로 쓰여 있어서 무슨 내용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과연 이 책들이 자신에게 무슨 도움이 될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부탁을 받았기에 왕운은 책들을 잘 모아서 구마능이 머무르고 있는 처소로 돌아왔다.


“여기 이 책들이 맞나요, 스님?”

“오······! 고맙소이다, 시주.”


왕운에게 책들을 받아든 구마능이 책을 하나하나 살펴보더니, 한 권을 집으며 말했다.


“다행히도 훼손된 곳 없이 멀쩡하구려. 시주, 혹시 절에 가보신 적이 있으시오?”

“예전에 어머니를 따라 몇 번 가본 적이 있어요.”

“그럼 절에서 부동명왕(不動明王)의 그림이나 불상을 보신 적이 있소?”

“부동명왕이요?”

“화염에 둘러싸여 무서운 표정을 하신 분이지요······ 오대명왕중 하나이며······ 화염은 지혜를 뜻하고······”


지루한 얘기가 계속되자 왕운이 심드렁한 표정을 하고 듣는 둥 마는 둥 무의식적으로 대답을 했다.


“예······.”


그러한 왕운을 본 구마능이 조용히 미소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 책은 그 부동명왕을 받드는 우리 종파의 교리에 따라 만들어진 무공비급이오.”


무공비급이란 말에 왕운이 눈을 크게 뜨고 관심을 보였다.


“무, 무공비급이요?”

“그렇소이다. 이 책은 ‘화염신공(火焰神功)’의 구결이 쓰여 있는 책이지요. 이 신공을 연마하면 화기(火氣)를 다룰 수 있게 된다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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