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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왕씨세가 초대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구삼일생
작품등록일 :
2022.05.25 17:28
최근연재일 :
2022.07.08 11:00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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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17
추천수 :
731
글자수 :
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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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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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09 - 금강불괴

DUMMY

간만의 휴식을 즐긴 후 다음날.

왕운은 평소와 다름없이 수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폭포 근처의 공터.

왕운이 가족들의 눈을 피해 몰래 혼자서 수련하는 왕운만의 비밀 공간이었다.

이곳에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정체불명의 병장기들이 보였다.

강철도 된 기다란 봉들이 널려 있었는데, 그 봉들의 양 끝에는 커다란 쇳덩어리들이 꽂혀 있었다.

호수 근처의 바위의 무게로는 더는 자극을 느끼지 못했던 왕운이 남들 몰래 대장장이에게 주문한 자신만의 외공 수련 도구였다.

수련이 반복되면서 완력이 늘면 늘수록 강철봉 끝에 꽂히는 쇳덩이들의 수는 점점 늘어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왕운의 몸은 더욱 단단해지고 커졌다. 14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키도 커지고 근육도 두꺼워졌다.

어느덧 하루의 목표치를 다 채운 왕운이 바위에 걸터앉아 구마능이 했던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금강불괴······ 사람 몸에 창칼이 박히지 않게 된다고? 그게 가능한가?’


딱히 외공 수련이 힘들거나 혹은 지겹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내공 수련만큼 빠른 성취감을 느끼진 않아도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시간을 투자한 만큼 자신의 몸이 강하고 튼튼해지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다만 금강불괴의 경지라는 것이 가능한 얘기인지 의심이 들었을 뿐이었다.

왕운이 눈을 감고 명상을 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가 옷을 잡아당기자 왕운은 눈을 떴다.


“끼잉!”

“응? 백설이 왔네?”


왕운의 옷을 잡아당긴 것은 왕운이 얼마 전에 어미를 찾아준 새끼 눈표범이었다. 왕운은 눈표범에게 백설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백설이가 이상했다.

평소와 같았으면 그냥 왕운의 품속으로 뛰어들어 재롱을 부렸을 녀석이 오늘은 왕운의 옷을 입에 물고 잡아당기면서 어디론가 가자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얘가 오늘 왜 이래? 알았어, 알았어······.”


왕운이 백설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백설이가 발을 멈춘 곳은 백두산 꼭대기에 있는 호수, 천지(天池)였다.

백설은 잠시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코를 킁킁거렸다. 그러더니 다시 어디론가 걷기 시작했다.


“뭐야······, 또 어디로 가려는 거야?”


백설이가 다시 멈춰선 곳은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앞이었다. 그 나무는 주변 경치와 전혀 어울리지 않게 호수 옆에 우두커니 홀로 서 있었다.


“여기 뭐가 있다고······, 응?”


백설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나무에 과실이 하나 달린 것이 보였다. 이렇게나 큰 나무에 고작 과실이 하나만 달린 것이 이상했다.

설마 영약인가?

은은하게 빛을 내뿜는 것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어려서부터 영약을 자주 복용해온 왕운은 영약의 효능을 익히 알고 있었다. 게다가 하엽이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 탓에 어느 정도는 영약을 구분하는 방법도 알았다.

하지만 이 과실은 왕운이 생전 처음 보는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 도련님. 지금까지 드셨던 영약들은 도련님이 어릴 때 드실 수 있도록 나이와 수준에 알맞게 선친(先親)께서 준비하신 것들이지요. 하지만 그보다 강한 기운을 품고 있는 영약을 드실 때는 조심하셔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몸 안에서 그 기운이 폭주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냥 한번 먹어 볼까 하던 왕운은 하엽의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일단 집에 가져가서 하엽에게 물어보기로 마음먹고 과실을 땄는데 갑자기 과실이 손에서 흐물거리면서 녹아내리고 있었다.

왕운은 자기도 모르게 그것을 급히 입에 넣었다. 그러자 갑자기 열이 나면서 몸에서 무언가가 용솟음치는 느낌이 들었다.

왕운은 황급히 자리에 주저앉아 운기조식에 돌입했다. 왕운의 눈에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


왕운은 눈 덮인 벌판에 홀로 서 있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뭐야 여긴 어디야? 백설이는 어디 갔지?”


왕운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주변을 살폈다. 멀리서 보니 어떤 젊은 사내가 검을 들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왕운의 앞에 선 그는 인자한 미소를 하고 왕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왕운이 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니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왠지 어딘가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어딘가 모르게 자신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왕운이 말했다.


“실례지만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 형?”


왕운의 물음에 사내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못 들었나 싶어서 왕운이 다시 말을 걸려고 했을 때였다. 사내가 갑자기 검을 뽑더니 왕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깜짝 놀란 왕운이 사내의 검을 피했다. 사내는 계속해서 왕운을 향해 달려들며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사내가 휘두르는 검을 피하던 왕운은 사내의 검술을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곡산검법!’


처음 보는 사내가 척영이 비무를 할 때 자신을 향해 펼치던 검술을 구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척영보다 검의 속도가 훨씬 빠르고 검의 움직임 또한 훨씬 날카로웠다.

왕운은 당황해서 손발이 어지러워지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사내는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더욱 매서운 공격을 펼쳤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던 사내의 검이 왕운의 왼쪽 어깻죽지를 갈랐다.


쨍그랑!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은 왕운이 문득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들려 눈을 떴다.

놀랍게도 자신의 몸은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고, 사내의 검이 두 동강이 나 있었다. 왕운은 어안이 벙벙한 채로 멀뚱히 서서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사내는 빙그레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부러진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


“······뭐, 뭐야. 이봐요! 어딜 도망가!”


왕운이 급히 사내를 다시 부르던 순간. 왕운의 눈에 다시 어둠이 밀려왔다.


***


심상(心象)에서 벗어난 왕운의 눈에는 다시 백두산의 전경이 보였다.


“끼잉?”


그리고 자신을 걱정스럽다는 듯이 올려다보고 있는 백설이 보였다. 왕운이 그런 백설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이 녀석아. 너 나한테 뭘 먹이려 했던 거야?”


방금 본 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을 할 수 없었던 왕운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왠지 묘하게도 몸이 안정된 것같이 느껴졌다. 왕운의 몸속에서 끓어오르던 기운은 어느새 차분하게 가라앉은 상태였다.

.

.

.

백설이를 어미에게 데려다주고 왕운은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홀로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자신이 오늘 겪은 일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었다.

문득 뭔가가 떠오른 왕운은 황급히 침대에서 일어나 병장기를 보관하고 있는 창고로 향했다.

왕운은 오른손으로 검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왼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잠시 심호흡을 한 왕운은 왼쪽 팔뚝을 검으로 내리쳤다.


쨍그랑!


왕운의 팔은 멀쩡했고, 검만 두 동강이 났다.

부러진 검을 바라본 왕운은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


“하, 하하······, 하하하······.”


한참을 웃던 왕운이 문득 정신을 차렸는지 웃음을 멈추고 창고 밖으로 뛰쳐나가 하엽을 급하게 불렀다.


“아저씨! 엽이 아저씨!”


하엽이 왕운의 다급한 목소리에 놀라서 달려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도련님?”

“아저씨! 검 챙겨서 저 좀 따라와요. 빨리요!”


하엽은 영문도 모른 채 급히 검을 챙기고 왕운을 따라나섰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장원 안에 있는 비무장이었다.

하엽이 말했다.


“도련님, 저랑 비무라도 하시게요?”

“아니요. 그냥 아저씨의 검술이 보고 싶네요."

“설마 이제라도 저에게 검을 배우겠다는 것은 아니겠지요? 도련님,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아니에요, 아저씨.”


일전에 왕운은 척유신이 검을 가르치지 않자 하엽에게라도 검을 배우겠다며 부탁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하엽은 자신의 검은 곡산검법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며 거절했다. 그리고 그 무렵에 유신이 왕운에게 스승이 될 사람을 찾으러 다니던 중이라 유신을 믿고 기다리자고 말을 했었다.


“그냥 그럴 일이 있어요. 부탁드려요, 아저씨.”

“······알겠습니다, 그럼.”

“아! 그리고요······.”


왕운이 막 시작하려던 하엽을 잠깐 불러 세운 뒤 말했다.


“아저씨, 검에 검기(劍氣)도 두를 수 있죠?”

“물론입니다, 도련님.”

“아저씨가 담을 수 있는 최대한의 내력을 담아서 부탁드려요, 아저씨.”

“······분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하엽은 뭔가 사연이 있을 거라 판단했고, 왕운의 부탁대로 검에 검기를 두른 채로 초식을 펼쳤다.

얼마간 가만히 지켜보던 왕운이 갑자기 신형을 날려 하엽이 휘두르는 검의 검로(劍路)에 자신의 팔을 집어넣었다.

갑작스러운 왕운의 난입에 하엽은 이미 잔뜩 힘을 실어 검을 휘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기세를 탄 자신의 검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하엽의 검이 왕운의 팔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끄아악! 도련님~~~~~!!!”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하엽의 검이 부러졌고, 왕운의 팔은 멀쩡했다.

하엽은 입을 쩍 벌린 채로 마치 돌이 된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고, 왕운은 그런 하엽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왕운은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금강불괴인지 뭔지, 그거 이룬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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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6 - 자네의 아들은 훌륭히 자랐네 22.06.04 746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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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5 -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구나 +4 22.05.27 976 21 11쪽
4 004 - 만남 +6 22.05.26 1,002 25 12쪽
3 003 - 척 사부를 찾아서 +3 22.05.26 1,052 22 12쪽
2 002 - 탈출(2) +5 22.05.25 1,125 30 12쪽
1 001 - 탈출(1) +7 22.05.25 1,593 3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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