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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왕씨세가 초대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구삼일생
작품등록일 :
2022.05.25 17:28
최근연재일 :
2022.07.08 11:00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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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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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0,503

작성
22.06.0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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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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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4 - 모용세가(3)

DUMMY

비무의 시간이 다가오자, 채비를 마친 모용세가의 무인들이 약속장소로 향했다.

가장 선두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두 명의 사내가 앞장서서 무인들을 통솔해서 가고 있었고, 두 사람의 바로 뒤에는 얼굴이 희고 아름답게 생긴 여인이 뒤따르고 있었다. 여인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복장은 앞의 두 사내에 비해 수수한 차림이었다.

두 사내중 한 사람은 조금 있으면 왕운과 비무를 할 예정인 모용상이었다. 그의 눈에 약속장소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벌써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모용상이 옆에 있는 동생, 모용욱에게 말했다.


“뭐야? 왜 벌써부터 저렇게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거지?”

“난들 알겠소?”


왕운은 일찌감치 약속장소에 와서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모용명이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걸레짝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왕운이 무서운 얼굴을 하고 모용명을 들쳐메고 거리에 나타나니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연출되어서 많은 사람이 호기심에 몰려들었던 것이었다.

제일 앞에 서 있던 모용상이 왕운의 옆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이 자신의 숙부란 것을 알아차리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숙부님? 뭣들 하느냐! 어서 가서 숙부님을 모셔오너라.”


자신의 수하들이 모용명을 데려오는 것을 확인한 모용상이 왕운에게 소리쳤다.


“네 이놈! 감히 숙부님을······”

“그쪽의 숙부란 사람이 먼저 시작한 일이에요.”

“뭐?”


왕운이 싸늘한 눈빛으로 모용세가의 무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쪽의 숙부란 사람이 한 시진 전에 먼저 찾아와서 나더러 그쪽한테 져달라고 하더군요.”

“뭐, 뭐라고?”

“내가 그것을 싫다고 하니까 나에게 싸움을 걸었어요.”

“이놈! 숙부님께서 그런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하실 리가 없다. 네놈이 뭔가 비겁한 수를 써서 숙부님을 저렇게 만들었겠지.”


모용상은 숙부인 모용명이 그런 비굴한 제안을 했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왕운과 맞붙어 저렇게 엉망이 되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믿기지 않았다.

모용명은 가주인 모용천을 제외하면 모용세가 내에서도 손꼽히는 고수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설명하기 귀찮았던 왕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모용상을 보면서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나중에 일어나면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시든가.”

“이, 이놈······.”

“입으로 비무하러 온 것은 아닐 테고, 빨리 시작하자고. 난 오늘 이 도시를 떠날 예정이었으니까. 아, 내가 후배니까 먼저 시작해야 하나? 준비는 됐어?”


왕운이 태연한 표정으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이미 그런 왕운에게 기세에서 밀린 모용상이 벌벌 떨리는 손으로 검을 뽑으려 할 때였다.


“오라버니, 잠시만요.”


모용세가의 무인들 틈에서 한 여인이 걸어 나오며 모용상을 보며 말했다. 모용형제의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그 여인이었다.

여인은 고개를 돌려 왕운에게도 말했다.


“소협께서도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왕운이 아무런 대답도 없이 자신을 바라만 보고 있자 자신의 말에 따라준다고 여긴 여인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 말에 따라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소협. 저는 모용금이라고 합니다. 어제 소협께서 비무를 하신 분의 여동생이 되지요.”

“······.”


왕운이 자신을 그저 빤히 쳐다만 볼 뿐,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자 모용금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숙부님께서 정신을 차리셔야 자세한 것을 알 수 있겠지만, 만약 소협의 말씀이 사실이라면 저희 가문이 잘못한 것입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그리고 비무는 중단하고 여기서 멈춰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금아,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


모용상이 자신을 말리려 하자, 모용금이 그런 그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숙부님도 어쩌지 못하는 사람을 오라버니가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오라버니마저 패하신다면 우리 가문의 명예는 끝장입니다.”

“정당한 대결이 아닐 것이다. 설마 저 애송이 놈이 숙부님을 이길 만한 실력자라고 여기는 것이냐.”

“설사 비겁한 수를 썼다 하더라도 숙부님을 저리 만들었다는 것은 보통 인물이 아니에요. 지금 여기 모인 가문의 무인들로도 감당이 안 될지도 모릅니다.”

“······.”


대답을 못 하는 모용상을 모용금이 차분하게 설득했다.


“지금 여기서 멈추어야 합니다. 이 이상 피해가 늘어나게 된다면 가문의 명예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추락하고 말 거에요.”


한참을 망설이던 모용상이 결국 여동생의 말에 수긍했다.


“휴······ 네 말대로 하자꾸나.”

“잘 생각하셨어요.”


모용금이 왕운에게 말했다.


“소협, 제 말대로 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그러세요.”


더 이상 모용세가를 상대하기 싫었던 왕운이 짧게 대답하고는 몸을 돌리고 객잔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모용금이 그런 왕운을 슬쩍 한 번 쳐다보더니 다시 모용상에게 말했다.


“오라버니는 가문의 무인들과 먼저 돌아가 계세요.”

“넌 어쩌려고 그러느냐?”

“아버님께서 오실 때까지 저자를 이곳에 머무르게 해보려 합니다.”

“무슨 수로?”

“모용세가가 가문의 손님으로 모시겠다고 하면 가능할지도 모르죠. 일단 먼저 돌아가 계세요. 제가 한 번 얘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그래. 하지만 조심하거라.”

“네, 오라버니.”


모용상이 자신들을 따라온 수하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이만 돌아가자.”

“예!”


모용상과 모용욱이 무인들과 함께 돌아가는 것을 본 모용금이 왕운이 사라진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왕운은 자신이 머무르던 객잔으로 돌아왔고, 곧이어 모용금도 뒤따라 들어왔다.

모용금이 왕운을 불러세우며 말을 걸었다.


“소협, 제게 잠시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으신지요?”

“또 뭔가요?”


왕운이 신경질적으로 대답을 하는데도 모용금은 미소를 잃지 않고 차분하게 왕운에게 말했다.


“저희 가문이 소협을 초대하고자 합니다. 저희 장원에서 며칠 머물다 가시는 건 어떠신지요?”

“아까 말한 거 못 들었어요? 오늘 떠난다고 했는데.”

“오늘의 무례를 사과하는 의미에서라도 꼭 저희가 모실 수 있도록 해주시지요.”

“괜찮아요. 굳이 그러실 필요 없어요.”


모용금은 어떻게든 왕운을 자신의 아버지이자 모용세가의 가주인 모용천이 돌아올 때까지 심양에 붙잡아두고 싶었다. 모용천이라면 왕운에게 망신을 당한 모용세가의 명예를 다시 올려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에.

그러나 왕운이 도통 말을 들으려 하지 않자 안 되겠다 싶었는지 모용금이 다른 방법을 꺼냈다.


“그럼 적어도 숙부님께서 정신을 차릴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 주시지요. 저희도 사실을 확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왜 그래야 하나요. 난 거짓을 말한 적이 없는데.”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저희 가문을 적으로 돌리시게 될 겁니다. 정녕 그러길 원하십니까?”


왕운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차갑게 대꾸했다.


“어제 당신의 오빠란 사람도 그렇고 오늘 아침의 숙부란 사람도 그렇고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가 보네요. 내가 그런 협박에 쫄 거 같아요?”

“중원 오대세가 중 하나인 저희 가문을 모르신다는 건가요?”

“모른다고. 오대세가고 오대천왕이고 나발이고 모른다고요.”

“······.”


모용금이 할 말을 잃고 가만히 있자 이제는 대화가 끝났다고 여긴 왕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왕운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짐을 챙기고는 다시 나왔다. 그러고는 멍하니 서 있는 모용금을 지나쳐 객잔의 입구에서 숙박비 잔금을 치렀다.

밖으로 나가려던 왕운이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몸을 돌리고 다시 모용금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그 오대세가인지 뭔지에 남궁세가란 곳도 들어가나요?”


***


왕운이 심양에 머무르고 있던 그때, 자신들이 왕운을 이미 지나쳐 버린 것도 모르고 빠르게 마차를 몰던 유신 일행은 어느덧 북경에 도착하였다.

마부가 말했다.


“오늘은 여기서 쉬고 가시지요. 말들도 지친 것 같으니.”

“어르신, 그렇게 하시지요. 도련님께서도 그렇게 멀리 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어쩌면 이곳에서 도련님의 소식을 알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하엽의 말에 유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신 일행이 객잔에 도착해서 방을 잡았다.

마부는 마차를 맡기고 정비하기 위해, 하엽은 잠시 도시를 둘러보고 오겠다며 객잔을 나갔다.

그렇게 객잔 식당에는 유신, 척영, 사걸 세 사람만 남게 되었다.

북경같이 큰 도시에 처음 와본 사걸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한 것처럼 보였다. 사걸이 정신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보다 못한 척영이 한마디 했다.


“얘, 가만히 좀 있어라. 정신 산만하잖니.”

“이렇게 큰 도시는 처음 와봐서요, 누님.”

“······그 느끼한 호칭은 집어치우고 그냥 누나라고 해라.”

“그럴게요, 누나. 히힛!”


척영이 유신에게 물었다.


“할아버지는 예전에 여기 와보시지 않으셨어요?”

“······오래전에.”


유신은 그저 조용히 차를 마실 뿐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유신이 추억에 잠긴 듯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척영은 더 이상 유신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하엽이 들어왔다.


“혹시나 도련님 소식을 알아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워낙 도시가 넓은 데다가 사람이 많아서 일일이 물어볼 수는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왔는데 이 정도로 도시가 커진 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그렇다네. 일전에 이곳에 왔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일전에 국주님과 같이 방문을 하셨었지요?”

“그렇다네. 혁이가 지금 조선의 국왕을 이곳에서 만났었지. 왕씨 숙청을 중지해 주는 것을 조건으로 그 당시 왕자였던 지금의 조선 국왕이 왕위에 오르는 것을 돕겠다고 했었지.”

“자신의 나라를 무너뜨린 사람들과 다시 얼굴을 맞대는 국주님의 속도 말이 아니었겠습니다.”

“꼭 그렇지는 않아. 혁이도 고려는 망해도 싸다고 여기고 있었다네. 그때는 이미 손도 못 댈 정도로 나라가 엉망진창이었거든. 그저 왕씨 성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죄도 없는데 죽어가는 자기 일족들을 구하고자 했을 뿐이야.”

“······.”

“······.”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유신은 여전히 옛 생각에 잠겨 있었고 하엽 또한 예전에 자신이 모셨던 왕혁을 떠올리고 있었다.

하엽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국왕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지금 여기가 이렇게 갑작스레 커진 것도 지금 이 나라의 황제 때문이랍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지금 황제의 예전 근거지가 이곳인지라 수도를 남경에서 이곳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 하더군요.”

“지금 황제가 조카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올랐다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어르신.”

“지금 조선 국왕은 동생을 죽이고 그 자리에 올랐지. 그깟 권력이 뭐라고 참······.”


유신이 씁쓸한 얼굴을 하고 중얼거렸다.

두 사람이 조용히 얘기를 나누는 동안 척영과 사걸은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그러던 중 낯선 사내 하나가 갑자기 네 사람이 있는 자리로 찾아와 척영에게 말을 걸었다.


“소저, 잠시 실례를 해도 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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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2 - 모용세가(1) 22.05.31 860 15 9쪽
11 011 - 가출 22.05.30 873 17 11쪽
10 010 - 결심 22.05.29 892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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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7 - 화염신공 22.05.28 927 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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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5 -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구나 +4 22.05.27 976 21 11쪽
4 004 - 만남 +6 22.05.26 1,002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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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02 - 탈출(2) +5 22.05.25 1,125 30 12쪽
1 001 - 탈출(1) +7 22.05.25 1,593 3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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