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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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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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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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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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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20. 마스터 (1)

DUMMY


인간은 탐욕적이고 완악하며 강퍅한 존재들이다.


옛 성현들과 시인들의 입에서 나온 이 주장은 대체로 맞는 것으로 입증됐다.

특히 예로부터 인간을 매혹하는 강력한 힘인 돈, 권력, 성(性)이 만나면 그 어리석은 탐욕은 짚 위에 불씨가 떨어진 것마냥 맹렬히 불타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인간은 타인 위에 군림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선한, 아니 선하고 무해해 ‘보이는’ 소시민도 권력을 얻으면 변질된다.

이 타락의 늪에서 자유로운 이는 극히 드물다.

설혹 고귀한 덕을 소유한 자라 할지라도 지혜의 한계는 명확하다.

선량한 뜻을 품고서 다스림에 도전해도 치명적인 실수로 만고대대에 기록될 죄인으로 남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러거늘, 하물며 속물적인 범인(凡人)들이야 오죽하랴.


그러므로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대부분의 치리자들은 부적격자들임이 드러난다.

아예 정부 체계가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통치자들의 다수는 정의롭지 못하다.

또한 그들은 어리석으며 불의하고 지극히 미련하며 탐욕스럽다.

공의를 위해 일하는 이는 없고 사리사욕을 동기로 삼는 이들은 많으며, 설혹 공의로움을 추구한다고 해도 그것을 이뤄내는 이는 더더욱 희귀하다.


따라서 가뭄에 콩 나듯 인류에게 주어지는 성군(成君)과 현왕(賢王)이란 아마도 인류가 마땅히 누릴 권리라기보다는, 그들의 비천한 처지를 불쌍히 여겨 신께서 예외적으로 허락하신 ‘제한적인 일반 은총의 특혜’라고 해석해야 옳으리라.


그렇다.

하늘이 내리지 않으면 그 어떤 민족도 현왕의 치세를 체험할 수 없다.

인간끼리 선한 정부를 만들어내려는 모든 노력은 철저한 실패로 입증되었다.


문제는 그 선한 왕들마저도 불완전하다는 데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하늘의 왕께서 직접 이 땅에 내려와 다스리지 않는 한 완전한 통치란 헛된 공상에 불과하다.

아니 이미 그분께서 한 번 저 중동의 작은 땅에 오셨다 가셨음에도 백성들 스스로 거절했으니 인류에겐 변명의 여지가 없으리라.

어쨌건 가뭄에 콩 나듯 주어지는 그 ‘불완전한 현왕(賢王)’들이라도 감사히 받아먹어야 하는 것이 인류의 현 처지임은 틀림없다.

그들에게는 더운 밥과 찬 밥을 가릴 수 있는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께서 인류를 애틋히 여기신 것은 분명하다.

그분은 장래에 만물의 회복을 약속하셨고, 또 그 때가 이르기 전의 불완전한 때에조차도 임시 방편으로나마 작은 은총들을 제공하셨다.

복음과 성경적 가치라는 세계관 위에 세워진 브리튼은 바로 그러한 임시적 은총의 대표적인 예였고 이는 모든 양심적인 신학자들과 역사가들이 인정하는 바였다.


브리튼은 하늘께서 세상에 베푸시는 작은 은총, 곧 ‘현왕’들의 발생 패턴을 주목하였다.

아무리 악한 나라, 미천한 민족, 우매한 족속들에게도 수백 년에 한 번꼴 정도는 그런 ‘받을 자격 없는 은총’이 주어지곤 했다.

심지어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를 모르고 성경조차 모르는 이민족들에게조차도.

이는 악인과 선인 모두에게 비를 내리시는 하나님의 자비로우심의 연장선이리라.


각설하고, 브리튼의 역대 수장들은 이러한 ‘현명한 왕’의 신적 공급이 단순히 초자연적인 기적의 원리로 이뤄지는 것은 아님을 발견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알이 떨어져 그 안에서 훌륭한 왕이 나오는 식의, 미개한 이교도들의 신화에나 나올 법한 망상과 판타지, 그런 류의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대체로 현왕들은 고난 속에서 만들어진 존재였다.

그들은 삶의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 그리고 시행착오와 실패 속에서, 하늘이 내린 일반은총으로서의 계시와 깨우침 속에서 성장했다.

재능도 재능이지만, 바로 이런 뼈를 깎는 연단의 시간이 그들을 보석으로 만들어냈다.

그렇게 단련되어 나온 정금들은 비록 하나님을 모르는 민족이라 할지라도 그분의 은혜를 충분히 맛볼 작은 통로가 되곤 했다.

심지어 그 현왕 자신마저 신의 정체를 모른다 할지라도 말이다.


중요한 사실은 브리튼의 황제들이 그 원리를 학습했다는 점에 있었다.

그들은 하나님의 섭리를 조용히 배우고 공부하여 자신들의 치세에 그것을 적용하였다.

다시 말해서 ‘하늘이 현왕을 길러내는 원리’를 모방하여 자신들도 ‘인위적으로 유사 현왕을 길러낼 방법’ 터득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브리튼만의 자랑거리인 ‘한없이 완전에 가까운 교육 시스템’이었다.


오품작 체계를 폐기하고 대신 그 자리를 채운 지도자 양육 시스템.

후세는 그 시스템을 A.O.P.A. 라고 칭하였다.


그러나 A.O.P.A. 만으로 인재를 육성해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 방법으로는 ‘웬만한 레벨의 현왕’들을 길러내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규격 외의 현왕’을 빚어낼 수는 없었다.

그런 존재들은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하늘께서 보내주셔야 했다.


현 세대에는 ‘마스터’들이 바로 그 ‘규격 외’에 해당하는 자들이었다.


마스터들을 발굴해낸 자는 현 황제 알폰스의 친형제였다.

일단 그는 본인부터가 열두 명의 마스터들 중 하나였고 그 가운데 자타공인 최고의 실력자였다.


“형님, 세상에는 우리가 예견하지 못한 유별난 보물들이 많아.”


아우는 그들을 가리켜 ‘시대를 바꿀 힘’ 곧 ‘무대 뒷면의 영웅’이라고 칭했다.

사실 이는 자기 자신을 향한 평가이기도 했다.

형이라는 빛을 돋보이게 해줄 그림자가 자신인 것처럼, 세상에는 또다른 그림자들이 분명 존재했다.


제각기 다른 사정과 배경과 역경의 여정들을 소유한 자들.

그들은 인간의 교육 프로그램만으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자연스러운 역사의 흐름을 뒤흔드는 자들이었다.

역사의 작은 변곡점이라고 불리기에 합당한 자들로 만일 그들이 과거 브리튼의 탄생 이전에 태어났더라면 그들 또한 크리스토프처럼 시대의 축을 변화시키는 흐름을 빚어냈으리라.


황제의 아우는 오랜 세월에 거쳐 그런 류의 인간들, 곧 자신과 동류인 기인들을 하나씩 발굴해내었다.

그 가운데는 자신들 세대의 인물들도 있었고 한 세대 늦게 태어난 이들도 있었으며 다음 세대에 속한 자들도 있었다.

그들을 모두 찾아내기까지 40년 이상이 걸렸다.


흥미롭게도 그들 중 다수는 처음에는 정치가가 아니었다.

원래는 다른 재능을 가진 채 다른 삶을 살아가던 초야의 잠룡들이었다.

특별히 정치적인 야망이나 뜻을 가진 자들도 아니었다.

단지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어떤 시대적인 기조력에 이끌려 운명적으로 무대 앞면으로 끌려나왔을 뿐이었다.


대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로 인해 그들은 세상 밖에 정체가 드러나거나 온전한 그릇으로 완성되었다.


약소국의 거목으로서 초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악착 같이 생존한 간웅(奸雄).

자신의 동포들과 민족을 사랑했으나 그들의 이념은 증오한 탓에 축출된 추방자.

웅변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하기를 즐기는, 시대를 다스리는 논객.

숭고한 전쟁 영웅이자 세상에서 가장 엄격하게 악인을 심판하는 자.

순교자의 위대한 유지를 이은 자손.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범상치 않은 부류의 집합이었으나 그보다 더한 괴짜들도 있었다.


의거(義擧)를 행했다가 옛 연방의 미움을 사 죄수로 결박당했던 의사(義士).

제국이나 황실의 뜻과는 무관하게 커뮤니스트 연방을 내부에서 깨트리는 데 힘을 보탰던 반란의 여걸.

전쟁의 승패를 예견하고 동료들과 시스템을 제국에 팔아넘긴 연방의 옛 멤버.


이들 셋은 귀순한 자들로 현 황제의 즉위 이후에 합류한 자들이었다.


여기에 더해 세 명이 더 있었으니.

하나는 아프리카라 불렸던 지금의 서남부 컨티넌트의 성자(聖者)로 칭송받던 위인으로 ‘아프리카의 마하트마 인드라’로 불리던 칠흑의 거장.

다른 하나는 책략과 모략의 대가로 유럽의 상업과 산업들을 휘젓던 큰 손.

그리고 남미의 호걸로 한 때 위대한 모험가로 이름을 떨치던 자였다.


황제의 아우는 그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접촉했다.

때로는 연합과 협상의 방법으로, 때로는 대립과 대결의 방법으로, 심지어는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운명의 장난과 같은 방식으로 상호작용하였다.

그 과정에서 그를 촉매제와 지렛대로 삼아 그들은 자신들의 진정한 재능을 베일 뒤편에서 끌어냈다.

그들 자신도 원하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범접치 못할 류의 비상한 재능이었다.


이렇게 해서 세상은 한 시대에 하나 이상 존재하기도 어려운 잠룡들을 열둘이나 각성시켰다.

이들은 선두주자인 황제의 동생이 얻었던 칭호를 따라 그들 자신도 ‘마스터’로 불렸고 이내 사람들과 통치자들에게 두려움과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이들은 자기 주관과 이념, 정치 철학과 통치 방향성이 매우 뚜렷했다.

아울러 남들과는 쉬이 섞이지 않는 기묘한 개성의 소유자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서로의 재능과 능력과 격을 인정하면서도 온전히 한 마음이 되기는 어려웠다.

사리사욕이나 쫓는 간신배들이나 소인배들과 달리 너무도 큰 인물들이었고 그만큼 존재감도 워낙 거대했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양보하고 굽히기란 더욱 어려웠다.

어찌 한 하늘에 두 태양이 공존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이유로 대전쟁 종전 이후에 즉위한 황제조차도 이들 열둘을 온전히 한꺼번에 다스리기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필요할 때 두셋, 많아야 네다섯 정도를 등용하여 각기 다른 위치에 둔 채 사명을 맡기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 이상은 황제로서도 컨트롤하는 데 무리가 따랐다.


보통 황제에게 등용된 이들은 온전히 자신의 철학을 다 드러내지 않은 채 부분적으로만 재능을 발휘하여 제국에 봉사하였다.

그리고 등용 중이 아닌 다른 이들은 잠잠히 때를 기다리며 정치가 아닌 다른 일에 종사하며 초야에서 여생을 즐겼다.


지금까지는 이 괴물들의 활용은 이런 식으로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다음 세대의 영 보스가 본격적으로 칼을 뽑기 전까지는 말이다.


마스터들 중 으뜸인 황제의 아우가 자신과 비슷한 괴짜 거물들을 찾아다닌 이유는 단순히 형의 정치 인생을 돕기 위함이 아니었다.

사실 그런 과도한 무기들은 그들 세대에 별로 필요하지도 않았다.

괜히 모아두었다가 잠정적인 분쟁을 일으킬 폭탄들이 될 위험성만 커질뿐이다.

그들을 발굴하여 각성시킨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다음 세대의 후계자를 위한 유산으로 남기기 위함이었다.


“사랑하는 우리 조카님께 드리는 선물이다.”


황제의 아우는 장차 제국을 이어받을 큰 조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 소년이 아직 어렸을 시절부터 황제와 황제의 동생은 몇몇 마스터들을 소년에게 접촉시킨 뒤 긴밀히 연결시켰다.

두 형제는 어린 후계자라면 능히 장차 커서 모든 마스터들을 휘어잡으리라고 확신했다.

마스터들 개개인이 지닌 자유의지와 철학을 억압하거나 억누르지 않되,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강력한 의지력으로 그들 전부를 포섭하고 아우르고 지배할 수 있는 왕의 지혜, 그 가능성이 소년에게는 충만했다.


소년은 장성한 뒤 숙부님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겼다.


그는 자신의 스승들이나 마찬가지인 마스터들을 결국 신하로 굴복시켰다.

강제력이나 힘을 통해서가 아니라, 카리스마와 군주로서의 지혜를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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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2부] 31. 에니그마 (4) NEW 23시간 전 4 0 17쪽
109 [2부] 30. 에니그마 (3) 24.09.01 5 0 15쪽
108 [2부] 29. 에니그마 (2) 24.08.28 11 0 14쪽
107 [2부] 28. 에니그마 (1) 24.08.22 9 0 13쪽
106 [2부] 27. 사랑 24.08.18 9 0 14쪽
105 [2부] 26. 포도원 24.08.12 9 0 12쪽
104 [2부] 25. 키메라 살육자 24.08.09 11 0 12쪽
103 [2부] 24. 강자에게 강한 자 (2) 24.08.06 9 0 12쪽
102 [2부] 23. 강자에게 강한 자 (1) 24.08.03 15 0 12쪽
101 [2부] 22. 마스터 (3) 24.07.30 10 0 13쪽
100 [2부] 21. 마스터 (2) 24.07.27 9 0 19쪽
» [2부] 20. 마스터 (1) 24.07.23 11 0 11쪽
98 [2부] 19. 약자에게 약한 자 (2) 24.07.13 16 0 13쪽
97 [2부] 18. 약자에게 약한 자 (1) 24.07.10 16 0 12쪽
96 [2부] 17. 인공비서 24.07.07 16 0 16쪽
95 [2부] 16. 왕들의 식탁 24.07.02 23 0 13쪽
94 [2부] 15. 생일 (3) 24.06.27 13 0 12쪽
93 [2부] 14. 생일 (2) 24.06.25 13 0 13쪽
92 [2부] 13. 생일 (1) 24.06.23 18 0 15쪽
91 [2부] 12. 새해 첫날 (2) 24.06.19 17 0 17쪽
90 [2부] 11. 새해 첫날 (1) 24.06.18 14 0 19쪽
89 [2부] 10. 아델바이스 24.06.07 17 0 18쪽
88 [2부] 9. 테서렉틴 (2) 24.06.07 14 0 14쪽
87 [2부] 8. 테서렉틴 (1) 24.06.03 13 0 14쪽
86 [2부] 7. 에쉬튼 24.06.01 12 0 15쪽
85 [2부] 6. 이안 (下) 24.05.25 19 0 19쪽
84 [2부] 5. 이안 (上) 24.05.23 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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