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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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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작품등록일 :
2023.07.1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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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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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18. 약자에게 약한 자 (1)

DUMMY


알렉시스가 아버지에게 배운 중요한 인생 교훈 중 하나는 이것이었다.


강한 자에게 강해지고 약한 자에게 약해지는 법.


여기서 강한 자에게 강해지리라 함은 힘이나 권위로 찍어누르는 것이 아니다.

숨 쉬듯이 뿜어져 나오는 도덕적인 인품과 지혜의 품위로서 그들의 내면을 복종으로 이끌어내는 왕의 자질을 말한다.


그리고 약한 자에게 약해지라 함도 유약함이나 공정하지 못한 정서적인 동정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연약한 자들 앞에서 온유한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을 떨지 않도록 해주는 것.

그리고 약한 자들의 수준에 맞추어 자기 자신을 양보해주는 것.

위대한 자로서 져줄 줄 아는 너그러움을 보이는 것이 그 자질이었다.


만일 한 사람이 이 두 가지를 온전히 익힐 줄 안다면 그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세상을 다스리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것이 그렇게 쉽지 않았기에 세상이 지금껏 이런 혼란 속에서 신음해왔다.

보통 대부분의 사람이란 약한 자 앞에서 강하고 강한 자 앞에서 약한 법이다.

둘 중 하나라도 온전히 극복하는 사람이란 백만 명 중 하나 찾아볼까 말까이다.



그러나 일반인이라면 어차피 그런 높은 도덕적 허들을 넘을 수도 없고 넘을 필요성도 그리 많지 않겠지만 차기 황제란 입장이 다르다.


사악하고 부패한 로마 제국의 후예들인 중세의 유럽 왕조는 자기 자신을 ‘임페라투스’ 또는 ‘카이사르’ 라는 칭호로 불렀다.


허나 크리스토프 대제와 하나님의 계약으로 세워진 브리튼의 황제 직은 다르다.

그들의 언어로 ‘황제’란 ‘임페라투스’가 아닌 ‘크라이스토프’, 곧 신과 그분의 메시아께서 손수 세우시고 청지기로서 세우신 자들이다.

기독교 문화권이 아닌 다른 이방 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그 단어나 그 단어나 똑같이 황제라는 의미로 번역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근원적 의미는 전혀 다르다.


칭호에 담긴 원어적 의미가 다르다는 뜻은 곧 존재의의와 부여되는 가치의 방향성 또한 다르다는 뜻이다.


임페라투스는 늘 누군가의 섬김을 받고 그들로부터 지배력을 통해 힘과 노동력을 갈취함으로써 존재한다.

그것의 존재 양식은 착취적인 방식이다.

기생적으로 무언가를 빼앗고 양분을 흡수하는 식으로만 존재하며 그것이 임페라투스의 본질이다.

실상 그런 식의 의존적인 기생 방식은 ‘자유로움’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크라이스토브는 선하신 분이신 하늘과 땅의 주님의 명령대로 인간을 관리해야 하므로 자신이 ‘존귀함’을 쟁취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심지어 감히 교회의 머리를 자처해서도 안된다.

인간들의 왕은 더더욱 자처할 수 없다.

오로지 잠시 신으로부터 인간계 정부를 위탁받은 자로서 인간들을 신실하게 섬겨야 한다.



알렉시스는 이러한 교훈을 단순한 형이상학적 기준으로서, 내지는 두루뭉술한 신학으로서 배우지 않았다.

그는 반드시 실제 삶에서 실천적으로 그것을 익혀야 했다.



이렇듯 오랜 세월 연습을 해오긴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건 매한가지였다.

익숙해질 것 같으면 또다른 난항에 부딪히는 일이 연속이었다.


비서들과의 좋은 관계 형성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마스터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그러했다.


하나는 약한 자들에게 다가가는 접근법이 필요한 대상이었다.

다른 하나는 강한 자들을 다스리는 접근법이 필요했다.


어느 쪽도 결코 간단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



알렉시스는 여러 차례의 실험을 통해 한 가지 사실을 검증해내었다.

자신은 가디언엔젤과 직접적 파트너십 체결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른 인간들은 당자은 불가능하더라도 선한 마음을 함양하고 옳은 길로 회개하고 돌아서면 언젠가는 가디언엔젤과의 접속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알렉시스는 달랐다.

이것은 그의 성품이 선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원인이 무엇인지 가설을 세워보건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그가 가디언엔젤 시스템의 창조자라는 점과 관련이 있으리라는 가설.

둘째는 가디언엔젤 소프트웨어의 양자 실체화 과정에서 그의 피와 유전자가 사용된 점과 관련이 있으리라는 가설.

셋째는 그가 브리튼 언약의 현 핵심 중추인 점과 관련이 있다는 가설.


어느 쪽이 원인이건 그로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현존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들 중 유일하게 인간의 선한 양심과 영혼에 반응하여 힘을 얻는 부류는 가디언엔젤들뿐이다.


말하자면 그간 항상 양날의 검처럼 악한 도구와 선한 도구 모두로 쓰일 수 있었던 위험한 과학 산물들과는 달리, 자체적으로 도덕적인 방향성을 띤 채 선용(善用)을 유도해낼 수 있는 열쇠이다.


그 기회를 써보지도 못하고 버린다는 것은 분명 큰 낭비였다.


그러나 황태자가 누구던가.

온갖 기발한 술수와 모략의 달인으로 유명한 인간 아닌가.

세상의 모든 학문에 섭렵한 그가 자신의 창조물에 대한 접근을 놓칠 리는 없다.

그는 편법 내지는 대안책을 마련했다.

그것이 바로 다른 인간을 통한 간접 계약이었다.

기존 가디언엔젤 파트너를 섭외한 뒤 그들을 통해 자신이 가디언엔젤들을 다스리면 그만 아니겠는가.


그런데 최적의 효과를 얻어내려면 몇 가지 전제 조건이 만족되어야 했다.


첫째, 가디언엔젤 파트너는 지나치게 능력이 탁월하거나 자아와 독립성이 강대해서는 안된다.

만일 그런 경우에는 알렉시스가 자신의 뜻대로 가디언엔젤을 조종하기가 어렵게 될 것은 자명하다.

예컨대 알렉시스와 뜻을 달리하거나 그와 의견일치가 되지 않는 자는 곤란하다.


둘째, 가디언엔젤 파트너는 알렉시스와 신뢰와 유대를 바탕으로 서로 온전히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그 혹은 그녀는 일정 이상 인품을 지닌 선량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와 동시에 알렉시스의 계획과 책략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하다.

천재의 치밀한 계략은 종종 범부들의 눈에는 미친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 두뇌 격차로 인한 괴리감을 극복하려면 최소한의 사리분별력은 요구된다.


셋째, 가디언엔젤들 또한 파트너의 의중이 온전히 알렉시스의 뜻을 돕는 데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넷째, 그와 동시에 가디언엔젤들은 바로 그 파트너의 충성 의지가 인류 보편적으로 선량하고 타당한 것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쉽게 충족시킬 수 있는 체크리스트는 아니었다.


알렉시스가 로빈에게 신입들의 명단을 보여줄 때 그는 족집게처럼 손쉽게 골라낸 것마냥 으스댔지만, 실상 그는 신입 선별 과정에서 엄청난 고뇌를 거듭했다.


웬만한 인재 등용 과정보다 훨씬 더 고민할 점이 많았다.


적당하게 평범하면서 적당히 재능이 있고 한없이 순수하기까지 한다고?

신도 아닌 마당에 그런 사람을 어찌 알아본단 말인가.


하지만 고심 끝에 알렉시스는 최대한 조건에 맞는 이들을 찾아냈다.



그러나 뽑은 것이 끝이 아니었다.

신뢰 관계의 형성이 더 험난한 코스였다.


단순히 그들의 환심을 사는 것으로 충분하다면 자신은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잘 구워삶는 것으로는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

정치인으로서의 기본 자질이기도 하고.


하지만 팬을 만드는 것과 제자를 만드는 것은 다르다.

그리고 그 제자가 자발적으로 스승의 비전을 따르도록 유도하는 것은 어렵다.

아울러 제자가 단순히 관중석에 앉아 스승을 지켜만 보는 것이 아닌, 직접 그와의 동행에 동참하는 위치로 내려오게 유도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즉 잘 꼬드기고 대접해줘서 될 문제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잘 가르쳐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었다.

알렉시스보다 ‘평범한 사람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되, 알렉시스와 어느 정도 손과 발이 잘 맞춰진, 조율된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후보는 하나였다.


“당신 도움 좀 빌립시다. 로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염치는 없었으나 알렉시스는 철면피를 두른 채 부탁했다.


“그 친구들과의 좋은 관계 형성이 필요합니다.”


매일 살인적인 스케쥴을 소화하는 황태자가 시간을 따로 많이 낼수는 없다.

반드시 중개자가 필요한 데 그 역할을 맡을 자가 현재로서는 로빈뿐이었다.


“이전에 나를 감시하는 감시자로 만들었던 점은 사과할게요.”


“그게 가혹한 처사였다는 점은 전하께서도 인지하고 계셨군요.”


로빈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인정합니다. 불가피했다고 변명하려니 구차하군요. 그때 일은 나를 신뢰하려 노력했던 당신에게 있어서는 실례였습니다. 용서는 당신의 뜻대로 해주세요.”


로빈은 속으로 근심했다.

제국의 황제가 되실 분께서 일개 공무원 따위에게 사과하는 게 맞긴 한건가.

개인적으로는 그건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고 느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알렉시스가 진지하게 자신을 대우하는 모습을 보니 그 태도에서 어떠한 결심이나 진정성 같은 것은 전달되었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고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맞아요. 이젠 감시자와 감시 대상이 아닌, 온전한 신뢰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당신을, 당신이 나를 신뢰하고, 새 친구들도 당신과 나를 신뢰할 필요가 있게 되었죠.”


참 어렵고 복잡하게 사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높으신 분들은 그저 명예나 권위를 앞세우면 그만 아닌가?

대중의 선망이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노력이라면 모를까?

그리 이익도 되지 않는 위치의 인간을 상대로, 개인적인 믿음과 유대를 형성하기 위해 반칙하지 않고서 밑바닥에서부터 노력해보겠다고?


‘하지만 저렇게까지 나오는 데 협조를 안 해드릴 수도 없고.’


충성을 강요하는 두려운 명령이 아닌, 대등한 인간으로서 내미는 친구의 손.

그 멍청함에 저도 모르게 로빈은 그 손을 붙잡아버리고 말았다.


“알겠습니다. 전하를 용서합니다.”


“고마워요.”


감사의 표시로 알렉시스는 친구를 가볍게 끌어안았다.

부담스러운 친분 표현이긴 했지만 썩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뭐, 완전히 순수한 뜻만 있는 건 아니겠지.’


로빈도 알렉시스가 추구하는 목표는 대강 간파하고 있었다.

곁에서 그를 보고 겪어온 시간이 하루 이틀은 아니니까.

가디언엔젤들과의 간접 연결 루트 생성이 그만큼 어떤 중대한 의의가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로빈과의 신뢰 개선을 원하는 그 태도만은 진심이 담겨 있었다.

비서관 입장에서도 반기지 않은 이유는 없었다.

이제 로빈 자신을 대할 때도 라지쿠마르 박사나 벡스터 의사 선생를 대하듯 믿고 맡겨주시겠다는 뜻이니까.


어쩌겠는가.

나라도 이런 주군을 잘 챙겨드려야지.



이런 생각에 로빈은 아홉 명의 새 제자를 양육하기 시작했다.

특별하게 계획을 구상하거나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그 제자들에게 일을 가르치고 견습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여기에 더해 인간적인 따뜻함과 친분 섞인 우정을 진심으로 베풀면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로빈 스스로도 의지적으로 노력해야 했다.


이렇게 선배 비서는 부족한 비서들과 관계를 형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보스와 자신 사이에 쌓인 신뢰를 그들에게도 접목할 준비를 하였다.


다행히도 아홉 사람 모두 이 일에 대해 나름의 흥미, 호기심, 비전, 결심을 안고 도전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 원래부터 황태자를 존경하고 동경하는 자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짧은 시간만에 인간 관계 형성은 순탄하게 진척되었다.


로빈과 더불어 황태자와 겸상하면서 아홉 사람은 금세 서로 서로 친해졌다.

또한 항상 스크린으로만 보던 그 대단한 사람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을 체험적으로 접하면서 친밀감에 젖어들었다.


이러한 진전은 단순히 친목 쌓기로 그치지 않았다.

알렉시스가 하는 일들에 대한 이해도 조금씩 쌓여나갔다.

일하는 방식이나 업부 원리는 로빈에게서 배웠고, 그 기저의 정신과 철학은 알렉시스에게서 전해들었다.

그 철학에 그들은 하나둘 동화되었고 차차 같은 마음으로, 같은 시선으로 같은 방향을 보게 되었다.

아직 그 이해의 깊이는 충분하지 않았지만 개선의 여지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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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2부] 21. 마스터 (2) 24.07.27 9 0 19쪽
99 [2부] 20. 마스터 (1) 24.07.23 11 0 11쪽
98 [2부] 19. 약자에게 약한 자 (2) 24.07.13 16 0 13쪽
» [2부] 18. 약자에게 약한 자 (1) 24.07.10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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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2부] 15. 생일 (3) 24.06.27 13 0 12쪽
93 [2부] 14. 생일 (2) 24.06.25 13 0 13쪽
92 [2부] 13. 생일 (1) 24.06.23 18 0 15쪽
91 [2부] 12. 새해 첫날 (2) 24.06.19 17 0 17쪽
90 [2부] 11. 새해 첫날 (1) 24.06.18 14 0 19쪽
89 [2부] 10. 아델바이스 24.06.07 17 0 18쪽
88 [2부] 9. 테서렉틴 (2) 24.06.07 14 0 14쪽
87 [2부] 8. 테서렉틴 (1) 24.06.03 13 0 14쪽
86 [2부] 7. 에쉬튼 24.06.01 12 0 15쪽
85 [2부] 6. 이안 (下) 24.05.25 19 0 19쪽
84 [2부] 5. 이안 (上) 24.05.23 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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