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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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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pd
작품등록일 :
2023.05.12 09:35
최근연재일 :
2023.06.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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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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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침묵의 세계.

본 콘텐츠에 등장하는 국가, 지역, 명칭, 지칭, 브랜드, 성명, 계급, 언어, 등 북과 관련된 모든 상황과 내용은 허구이며, 창작된 것으로 실제와 완전한 차이가 있으며, 남쪽의 정치, 경제, 명칭, 성명, 기관, 기업, 종교, 지역, 명칭, 등과 상황설정 등 모두 허구이며, 창작된 것임을 밝힙니다.




DUMMY

<침묵의 세계.>




세계의 집.


세계는 창 너머, 소파에 누워있는 진아를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진아는 한동안 소파에 누워있더니, 이내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그제야 세계도 잠자리에 들수 있었다.


.

.

.

.


진아는 아침부터 뭔가 불편함이 느껴왔다.

세계는 그런 진아를 보며, 그 불편함이 신경 쓰였지만, 따로 묻지는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는, 진아의 그 불안함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오늘도 진호는 커피를 준비해 왔다.

각자 자리에 하나씩 올려 놓인 커피를 보고, 마음에 드는지 미소 짓는 진아였다.

진아가 미소 짓자, 세계의 마음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커피 한 모금 후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세계가 작성한 대사를 읊는 참가자들, 연기를 잘하는 사람들은 많았으나, 역시나 한류배우와 닮은 꼴을 찾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한 남자가 연습실에 들어서자, 진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남자는 세계도 아는 얼굴이었다.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연습실에 들어선 남자는 세계가 정치선전총국으로 간 첫날 비상계단에서 마주친 자칭 인민 배우 김정이었다.


“오랜만이야. 림진아 동무.”

“김정 동지가 여긴 무슨 일이죠?”


김정은 거들먹거리며, 탁자를 슬쩍 건드리며, 진아 앞에서 멈춰서서 진아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다.


“그게 말이지,”


김정이 말을 더 이어가려는 때, 세계가 진아의 얼굴 앞으로 손바닥을 가져가 김정의 시선에서 진아의 얼굴을 가린다.


“인민 배우분 얼굴이 너무 가까운 것 같은데, 좀 떨어지시죠.”


그러자 진호도 합세한다.


“당신 누군데, 여기에 함부로 들어 온 겁니까?”


진호가 김정 옆에 서서 따지듯 하자, 김정은 한발 물러서서 건들거리며, 진호를 바라본다.


“오, 당신이 중국 관영 테레비 본부장이라는 사람인가? 젊어 보이는데, 대단하구나 야.”

“당신, 뭔데 반말이지?”

“나? 나말이디, 중국에서 와서 모를 수 있디, 있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말이디.”


김정이 자신을 소개하려 하자, 세계가 또 잘라먹는다.


“자칭 인민배우님 김정 동지시죠? 지난번에 계단에서 뵀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으시겠지만요.”

“너, 뭐이네,”


세계로 인해 기분이 나빠진 김정이 짜증을 내자 진아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김정 동지 무슨 일로 오셨나요.”

“얘기 못 들었네? 에이 짜증 나게, 나 니들이 제작하는 드라마에 출연해야 갔어.”

“얘기는 들었는데, 김정 동지가 할 만한 배역이 없어요.”


배역이 없다는 진아의 말에 다시 마음이 상한 김정.


“그럼, 만들어서라도 날 기용해야 하는 것 아니네. 나 무시하면 어찌 되는지 잘 알지 않네?”


김정이 협박하듯 겁을 주자, 진호가 진아를 바라보며 속삭이듯 묻는다.


“이게, 뭔 얘기야, 어찌 되는데?”


진호의 눈치 없는 속삭임에 진아는 입술을 살짝 물며. 진호에게 눈치를 주었다.


“오호, 중국에서 온 사내는 잘 모르겠구나, 내가 좀...”

“잠깐, 보시죠, 김동지.”


김정의 말을 잘라먹듯 진아는 김정에게 밖에서 따로 보자고 말하고, 먼저 연습실 밖으로 나간다.

뒤이어 머쓱해진 김정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따라나서고, 연습실 문이 닫혔다.


“뭐야, 저 김정이란 남자는? 자칭 인민배우라는 건 알겠고, 강동무 아는 것 없어?”


진호가 세계를 보자, 세계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곤, 책상을 정리하다가 냄새를 맡듯 코를 몇 번 킁킁거렸다.


‘뭐, 뭐지? 아까 그 비릿한 냄새는? 지금은 안 나는데...’


세계는 정리하던 것을 멈추곤 연습실 밖으로 나간다.


‘분명, 어디서 맡아 본 냄새인데, 비릿한 그 냄새. 총괄부장은 어딨는 거야?’


세계는 진아를 찾기 위해, 연습실과 연결된 복도를 살피지만 찾을 수 없다.

결국 건물 밖으로 나가서 진아를 찾는다.


‘뭐지? 이 불안한 기운은?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는데...’


밖에 나온 세계는 진아를 찾기 위해 건물 모퉁이를 돌았고, 그곳에 진아와 김정이 서로를 노려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진아는 김정을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째려보았다.


“아버지께 뭐라고 했길래 같이 일을 하라고 하는지, 설명 좀 해주실까? 아니 그보다, 내가 하는 일을 어떻게 알았지?”


김정은 진아의 질문을 무시하는 듯 자신의 손톱을 튕기며, 짜증이 난 듯 얼굴을 찡그리고, 진아를 바라보았다.


“내가 말이디, 정치선전총국장 동지에겐 따로 말한 바 없디. 난 단지 외화벌이 얘기를 들었고, 그걸 중앙당후보위원인 내 아바디에게 외화벌이에 동참하겠다고 했을 뿐이디.”


김정의 말에, 진아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김정 동지는 그 나이 먹고도 아직 아버지에게 의지해서 살아갑니까?”

“뭐가, 어때서 그러네. 이렇든 저렇든 당을 위해 외화벌이만 하면 되는 것 아니네.”

“그러니까, 김정 동지와 함께 할 일이 아니라고요. 이번 일은,”

“와 그러네, 이거 드라마 만드는 것 아니네, 그러니까 내가 출연해야 하지 안캈어?”

“그래서, 동지하고는 할 일이 없다는 겁니다.”


김정은 진아가 자신이 싫어 같이 일하기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가 어떤 것인지 자세히 알지도 못한 채 그저 자신이 인민배우이기에 출연하겠다고 떼를 쓰고 있는 것이었고, 진아는 그런 김정이 답답하고 못마땅했다.


“너, 설마, 그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고 있는 거네? 너 속이 아주 좁구나 야. 그게 언제 일인데, 아직도 그러네. 좀스럽게.”


진아는 김정의 말에,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 떠올랐다.


.

.

.

.


진아가 베이징대학에 입학하고, 집에 잠시 돌아왔을 때의 일이었다.

당시, 김정은 떠오르는 인민배우로 당에서 만드는 홍보영상에 모두 출연하고 있었다.


진아는 아버지인 림하성이 조선중앙텔레비죤 총국장을 맡고 있을 때, 조선중앙텔레비죤 총국에 방문한 일이 있었다.


진아는 방송국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다녔고, 촬영 중인 세트에도 호기심에 들어갔다.

세트 내에는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때 인민배우라는 김정이 한창 연기 중이었다.


연기를 마친 김정이 구경을 하고 있던, 진아를 보고는 진아를 신인 배우로 착각했는지, 진아를 자신의 대기실로 불렀다.


진아는 영문을 몰라 김정의 대기실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진아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오, 왔네?”


대기실 의자에 앉아있던 김정이 진아를 보고, 자신에게 가까이 오라 한 후, 진아에게 돌아보라는 둥, 몸매와 얼굴을 평가하곤 진아의 몸을 더듬는가 싶더니, 강제로 키스를 하려고 했다.

진아는 있는 힘을 다해 김정을 밀어냈고, 대기실의 문으로 가서 문을 열려고 애썼다.


뒤로 밀려난 김정은 진아에게 다시 추행을 시도했고, 다행히도 문을 열고 도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정에게서 도망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진아는 김정을 정식으로 소개받게 되었다.


진아는 놀란 마음을 가다듬고자, 방송국 로비 구석에 앉아있었는데, 방송사 관계자가 림하성의 명령으로 방송국 장면 제작진을 소개하겠다며, 진아를 방송 세트로 안내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김정을 다시 만났다.


진아는 당황하고 불쾌했지만, 아버지인 림하성이 있는 자리였기에, 내색하지 않았다.

반대로, 김정은 진아의 그런 행동 하나하나를 즐기듯 음흉하게 쳐다보았다.


.

.

.

.


진아는 김정이 너무나 불쾌하고 싫었다.


“우리가 하는 이번 드라마, 아니 장면은 동지가 출연할 수가 없어요.”

“아니, 조선 최고의 배우가 출연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돼?”


김정의 대책 없는 모습에, 진아는 어찌 대응해야 할지, 답답했다.


중국의 아이치텐의 요청으로 제작되는 드라마는 철저하게 북에서 제작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안 되는 프로젝트였다.

때문에, 북쪽의 언행이나 단어, 유명 배우는 철저하게 배제해야만 했다.


‘미치겠네, 이게 남쪽 짝퉁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이라 하면, 그것을 빌미로 뭘 요구할지 모르는데, 밝힐 수도 없고, 미치겠네.’


진아가 김정을 상대로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대하고 있자, 세계가 둘 사이에 끼어든다.


“이번 드라마에 인민배우는 출연할 수 없습니다.”


김정은 세계의 퉁명스러운 말투가, 자신을 도발하는 것으로 느껴지자, 표정에 짜증이 피어올랐다.


“너, 그놈이지, 남에서 넘어왔다는...”

“...”


세계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을 하지 않자, 김정은 세계가 자신을 무시한다 여겼다.


“뭐, 이런 놈이 다 있네, 내 말이 안 들리네?”


결국, 김정의 언성이 높아졌다.


“네, 남에서 온 강세계라고 합니다. 하지만, 김정 동지가 우리 드라마에 출연할 일은 없습니다.”

“그래? 너, 그 말 책임질 수 있갔지?”


세계가 단호하게 말하자, 김정은 무서우리만큼 정색을 하며, 침착하고 낮은 톤으로 세계를 위협하듯 말을 하곤, 노려보듯 세계를 째려보았다.

그리곤, 진아를 위아래로 훑더니, 자리를 떠났다.


김정이 건물 앞으로 가니, 비명을 지르듯 크고 거친 소리가 들렸다.

인민배우는 인민배우였다. 지나가던 학생들이 김정을 알아보고, 소리 지르며, 김정 앞으로 모여들었다.


세계와 진아는 그 모습을 보면서 연습실 안으로 돌아왔다.


“어, 진아야, 괜찮아? 무슨 일은 없었고?”

“응. 괜찮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돌아가자.”


기운이 없는 진아의 모습에 걱정되는 진호였다.

연습실을 나선 진아와 세계는 집으로 향했다.


차 안은 조용했다.

지안의 집에 도착한 두 사람.

차에서 내려 집으로 가려는 세계를 진아가 잡는다.


“나, 밥좀 해주고 가.”


세계는 아무런 말 없이 진아와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진아의 집 안으로 들어온 두 사람.


세계는 바로 주방으로 가서 요리를 할 만한 것이 있는지, 확인하고는 여러 식자재를 이용해 요리를 시작했고, 진아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세계가 냉장고 등에 남아있던 식자재를 이용해 된장국과 계란찜 등을 식탁 위에 올렸다.

진아는 구수한 된장국 냄새에 김정으로 인해 불쾌했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식탁에 오른 된장찌개를 보며, 얼굴은 더욱 밝아졌다.

세계가 만든 된장찌개를 입안으로 가져간 진아의 얼굴엔 미소가 지어졌다.


김정에 의한 진아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강했던지, 세계에게 같이 먹자는 말을 잊은 채, 빠른 속도로 식탁 위 음식들을 비워갔다.


세계는 북으로 와 식사를 거르는 일이 이젠 몸에 밴 것처럼 식사엔 관심이 없었다.

그저, 맛있게 먹고 있는 진아를 보면, 기분이 좋아질 뿐이었다.


식사를 마친 진아는 그제야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강동무, 어떻게 하면, 이런 맛깔나는 음식을 만들 수 있어?”


진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며, 세계를 바라보았다.

세계는 그런 진아를 보고는 말없이, 식탁을 치웠다.

그러자, 진아는 이제 기분이 모두 풀렸는지, 커피는 자신이 내겠다고 한다.


세계는 설거지를 마치고, 거실로 이동해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진아가 커피를 가지고 소파에 앉으며, 세계에게 커피를 내밀었다.

그때까지도, 세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커피 한 모금 할 뿐이었다.


진아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 세계를 보며, 짓고 있던 미소를 거두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입을 떼는 진아.


“왜, 안 물어?”

“...”

“궁금하지 않아? 보통은 물어볼 텐데.”

“누구나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잖아요.”

“흠,”


진아는 세계의 반응에, 소파 등받이에 자신의 체중을 싣는다.

세계는 커피를 마실뿐 진아가 불편할 만한 시선도 보내지 않고 찻잔만 주시할 뿐이었다.

반대로 진아는 그런 세계의 모습을 모두 눈에 담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는 세계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진아는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등받이에 기대었던 자신의 체중을 앞으로 옮겼다.

그리곤,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난, 김정이 그놈이 너무 싫어.”

“!!!!?”


갑작스레 던진 진아의 말에, 세계의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문화가 세상을 바꿉니다. 텍스트는 그 시작입니다. 많은 애독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15화. 침묵의 세계.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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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침묵의 세계. 23.06.23 15 0 12쪽
15 14화. 한류의 세계. 23.06.20 19 0 13쪽
14 13화. 옥류관의 세계. 23.06.19 18 0 14쪽
13 12화. 차별의 세계. 23.06.18 23 0 13쪽
12 11화. 과거의 세계. 23.06.16 24 0 15쪽
11 10화. 업무의 세계. 23.06.15 18 0 13쪽
10 9화. 열정의 세계. 23.06.13 15 0 13쪽
9 8화. 불편의 세계. 23.06.02 19 0 13쪽
8 7화. 미스터리의 세계. 23.05.30 29 0 12쪽
7 6화. 제작의 세계. 23.05.29 21 0 14쪽
6 5화. 대동강의 세계. 23.05.26 25 0 15쪽
5 4화. 뒤통수의 세계. 23.05.24 34 0 13쪽
4 3화. 평양의 세계. 23.05.23 36 0 15쪽
3 2화. 선전의 세계. 23.05.22 39 0 13쪽
2 1화. 북쪽의 세계. +3 23.05.12 63 1 14쪽
1 프롤로그. 한강의 세계. +2 23.05.12 109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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