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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기맨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멸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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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둥기맨
작품등록일 :
2019.04.18 12:23
최근연재일 :
2019.05.10 12:3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71
추천수 :
77
글자수 :
165,619

작성
19.05.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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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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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7쪽

밝아오는 아침 -완결-

DUMMY

“악몽···!”


거의 2주 만에 다시 만난 악몽은 여전히 본능적인 두려움을 자아내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지난번에는 부상자도 있었고 준비가 미흡해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지만, 오늘은 다르다.

이제 기나긴 악몽에서 깨어날 때다.


“저건...”


‘악몽의 팔’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거대한 손 뒤에 가려진, 다른 무언가가 보였다.


콰과과과광!!


“젠장! 모두 깔려 죽기 싫으면 당장 건물에서 나와!!”


나의 외침에 동료들이 모두 밖으로 나오자마자 우리가 있던 건물은 ‘악몽의 팔’에 직격해서 박살이 났다.


“저, 저게 뭐야? 눈?”


“악몽의 눈이다. 저번에 우리를 놓친 것이 꽤 분했나 보군”


‘악몽의 눈’은 직접적인 전투력이 빈약하고 다른 신체 부위에 의존해야 하지만 특수능력이 뛰어나다.

사방이 벽으로 막힌 건물 안이나 지하도 꿰뚫어 볼 수 있고 중급용병 미만의 사람들을 홀려서 서로 싸우게 만드는 혼란마법을 사용한다.

특히 두 번째 능력이 지난 전쟁 때 대규모로 몰살당한 큰 원인 중 하나였다.


“프란, 클레어. 너희 둘은 눈을 집중적으로 노려”


“눈? 팔은 어떡하려고?”


“눈만 파괴되면 팔은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어. 나랑 랄프가 앞에서 유인할 테니 최대한 빠르게 끝내. 랄프! 가자!”


“흐으, 처음부터 빡세게 시작하는구만!”


나와 랄프는 일부러 기운을 뿜어내면서 땅에서 솟아나 있는 ‘악몽의 팔’에게 달려들었다.


챙!!


탁!!!!


“이게 무슨! 어디서 공격하든 다 튕겨내잖아!?”


“악몽의 눈 때문이야! 저놈 때문에 우리의 공격이 전부 읽히고 있는 거야!!”


파아아앙!!


“으윽!?”


‘악몽의 팔’은 처음에는 방어를 하거나 튕겨내기만 하다가 이제는 반격까지 해온다.

최대한 랄프와 정신없이 주변을 맴돌면서 공격하고 있지만 마치 앞을 내다보듯 먼저 촉수가 돋아나는 바람에 미처 방어하지 못하고 뒤로 튕겨나갔다.


“알비스! 괜찮냐!?”


“헉···헉··· 난 괜찮아! 공격할 때 조심해!! 우리가 틈이 생기길 기다리는 거 같으니까!”


“흥! 난 그런 틈따위···우와악!!”


퍼억!!


“멍청한놈···”


랄프는 내가 경고를 하자마자 휘둘러오는 촉수에 맞고 똑같이 날아갔다.

다행히 저 무식하게 큰 도끼로 아슬아슬하게 막아낸 듯 하지만 갑작스러운 공격에 깜짝 놀란 듯 얼굴이 새파랗게 변해있다.


“프란! 아직 멀었어!?”


“죽을힘을 다해서 하고 있는 거 안보여?!! 끙, 조금만 더 쏘면 죽을 것 같은데...!”


‘악몽의 눈’은 프란과 클레어가 쏜 마법과 화살이 빽빽하게 박혀 있었다.

얼마나 빽빽하냐면 눈동자가 화살과 흙으로 된 창 때문에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래도 저 화살 때문에 움직임이 조금 둔해진 것 같은데?”


“마무리할 수단이 필요해··· 랄프! 나를 최대한 눈이 있는 곳 가까이로 던질 수 있겠어?”


“할 수는 있는데 뭐하려고?”


“잔말 말고 일단 해봐”


잠시 후 나와 랄프는 서로 눈빛을 한번 교환한 후 ‘악몽의 팔’이 잠시 둔해지는 틈을 노려서 뒤로 빠졌다.


“준비 됐지!? 간다!!


나는 도끼를 발판처럼 내려놓은 랄프를 향해 곧바로 달려갔다.


“흐아아아압!!!!”


퍼버버벙!


“끄으윽!”


도끼에 발을 올려놓자마자 폭발이 일어나면서 그 반동으로 몸이 위로 치솟는다.

내가 부탁한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 무식한 방법으로 올려보낼 줄은 몰랐다.

엄청난 공기의 저항에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 나왔다.


후우우웅!!


“그렇게 올 줄 알고 있었지!”


내 몸이 솟아오르자 ‘악몽의 팔’은 내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눈치를 채고 ‘눈’을 지키기 위해 촉수를 늘려왔다.

하지만 이 정도 거리라면···


푸카아아악!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나는 촉수들이 전부 내 쪽을 향하는 것을 확인하고 ‘이동’을 사용 후 ‘악몽의 눈’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힘겹게 이루어낸 성과에 저 소름 끼치는 비명마저 감미롭게 들린다.


“알비스! 이쪽으로 오세요!”


눈을 베어낸 직후 몸 주변이 따뜻한 바람으로 휘감기며 동료들의 쪽으로 천천히 떨어졌다.

눈이 없는 팔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건물 사이로 잘 숨어만 다니면서 기습을 감행한다면 그리 어려운 상대는 아니다.

문제는 저 격렬한 움직임이다.

‘악몽의 팔’은 눈을 잃은 것 때문에 상당히 분노한 듯 온몸을 꿈틀거리면서 주변을 파괴하고 있다.


“저래서야 다가가기 힘들겠는데?”


“···장시간은 불가능하지만, 잠시라면 제가 묶어둘 수 있어요.”


“저걸 묶어둘 수 있다고?”


“네, 하지만 단 한번뿐이에요. 저도 이정도로 큰 규모의 마법은 사용한 적이 없어서 얼마나 지속이 될지···”


“방법이 있다면 더 주저할 필요 없지. 바로 시작하자.”


클레어는 평소와 다르게 굳어진 얼굴로 마법영창을 시작했다. 그녀와 만난이래로 영창을 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그만큼 어려운 마법이겠지.


“더 이상 부탁은 필요 없겠지? 저놈을 묶어서 바닥에 떨어뜨려!”


쿠구구구구구궁!!!


“오오!? 저게 뭐야!”


결국 마지막에는 평소의 명령조인 주문이 끝나고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잠시후 큰 굉음과 함께 땅에서 커다란 진흙덩어리가 솟아나 ‘악몽의 팔’에 엉겨 붙었다.


오오오오오오오오


진흙덩어리는 곧 몸에서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나 ‘악몽의 팔’을 꿰뚫었다. 그러자 팔은 눈과 마찬가지로 소름끼치는 비명을 울리며 땅으로 처박혔다.


“지금이에요! 어서!”


클레어의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나는 랄프와 함께 손목부근으로 달려갔다.

명칭은 ‘악몽의 팔’이지만 2년 전 경험에 의하면 손만 잘라내도 팔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랄프, 이형체 때와 똑같은 전략이다!”


“네 차례까지 갈 것도 없이 한방에 끝내버리지. 하아압!!”


쿠콰아아앙!!!!!


확실히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폭발이 일어났지만 그의 말대로 한방에 끝내진 못했고 딱 절반정도가 부서졌다.

랄프가 큰소리칠 때부터 대충 그렇게 될 거라고 예상했으므로 나는 폭발의 여파가 가시기전에 검을 몇 번이나 휘둘러 완전히 절단시켰다.


우오오오오···


손이 절단된 ‘팔’은 그대로 힘없이 늘어지더니 마치 바위가 부서지듯 여러 갈래로 쪼개져서 흩어졌다.


“저거 완전히 죽은 거야?”


“그래, 2년 전하고 달라진 게 없으면 말이지”


“생각보다 별거 아닌 거 같은데? 이 정도면 굳이 세 번째 능력을 사용할 필요도 없겠군.”


“방심은 금물이야. 아직 본체하고 알비스의 말에 따르면 4부위가 더 남았다구.”


“하아···하아··· 조, 조금만 쉬었다가 가죠. 생각보다 너무 무리했어요.”


‘팔’과 ‘눈’이 쓰러졌음에도 주변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저 멀리에는 황궁이 보이고 쉬는 동안 프란이 주변을 정찰을 해봐도 기스터는 단 한 마리도 눈에 띄지 않았다.

마치 헤매지 말고 곧바로 자신에게 오라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마음 단단히 먹어. 이다음은 바로 악몽의 본체와 싸워야 할지도 몰라.”


“흥, 팔이니 눈이니 짜증 나던 참이야. 바로 본체를 죽이고 돌아가자고!”


“저도 이제 충분히 쉬었어요. 바로 움직이죠.”


“그럼 내가 안내할게!”

·

·

황궁까지는 예상대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도달할 수 있었다.

단지 황궁에 가까워질수록 피부를 찌르는 듯한 강렬한 기운이 느껴진다.

나뿐 아니라 동료들도 기운을 느꼈는지 다들 굳어진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귀족거리에 들어서고부터 계속해서 ‘악몽’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 같아 기분 나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앞을 향해 나아 가는 것뿐이었다.


“아마 악몽은 이 안에 있어.”


“알현실인가. 흥, 괴물 주제에 자기가 황제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거 같군.”


“괴물의 왕이니 틀린 말은 아니지. 자, 가자. 끝을 낼 때야.”


삐걱 쿠구궁!


오랜 시간동안 제대로 관리가 안 된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다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두근 두근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나나 동료들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아니다.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저 앞쪽에 있는 커다란 그림자에서 나는 소리다.


사람이면서···나와 같은···기운을 지닌자들···


“뭐, 뭐야!? 지금 목소리 들었어?”


“지금···악몽이 말한 건가요?”


정확히는 말을 한 게 아니라 머릿속으로 직접 울려오는 소리였다.

마치 물속에서 소리를 듣는 것처럼 불분명하게 울리는 소리.


어리석도다···자신들이···무엇을···상대하는지 모르는구나···


“곧 죽을 놈이 말이 많구만.”


느껴진다···피나···레브리움···나를 방해 하는 자···

오랜시간···기다려왔다···

준비는···끝났다···너희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 한다···

더 이상···옛일을···되풀이하지 않으리라···


파아아아앗!!


“천장이 무너진다! 조심해!!”


‘악몽’의 의미모를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천장이 무너지면서 알현실내부에 빛이 들어왔다.


“으으, 치사하게 말하는 도중에 공격을 하다니”


“그것보다···우리의 예상이 빗나간 듯 하군요···”


“···.”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먼지구름이 걷히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던 ‘악몽’의 모습이 드러났다.

사람의 심장과도 같은 형태지만 온통 검은색 일색인데다가 피 대신 사람이 통째로 갈려있는 것 같은 끔찍한 고깃덩이들이 흘러내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경악한 것은 그 끔찍한 모습 때문만은 아니었다.

진짜이유는 ‘악몽’의 몸에 자라나 있는 ‘11개’의 신체부위였다.


“이럴 수가···”


“4개뿐이라고 하지 않았나?”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회복이 빨랐던···크, 크아아아악!!”


“알비스!? 무슨 일이야!!?”


12번째···나의 신체···돌아올 것이다···


“크아아아아악!!!!”


빠지지직!!


내 왼손의 검은 상처가 순식간에 왼팔 전체로 뻗어나가더니 마치 누가 잡아당기는 것처럼 팔 전체가 그대로 뜯겨나갔다.

나는 그 극심한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왼쪽 어깨를 붙잡은 채 바닥을 굴렀다.


“이, 이 새끼가!!!”


“랄프하고 제가 시간을 벌겠어요! 프란! 알비스를 뒤쪽으로···!”


“알았어!”


이미 틀렸다.

팔찌의 힘이 있다고 해도 완전체의 ‘악몽’에게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지금 당장 모두에게 나를 버리고 도망치라고 말하고 싶었다.


“알비스! 정신 차려!! 시발!! 왜 하필 이럴 때 약이 안 보이는 거야!!”


파캉!


퍼어어어어엉!


“꺄아아아악!!!”


“젠장!! 클레···우아아악!!!!”


저 멀리서 동료들의 비명이 들려온다.

두 명도 나와 같이 당해버린 걸까.

정신이 흐려져서 이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알비스···”


“프···프란···”




이제 거의 의식이 없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프란은 어디 있지?

내 눈앞에 있는 건가?


“아무래도 우리의 여정은 여기까지인가 봐···”


찌직!!


“적어도 내가··· 끝을 내겠어···!”


찌직!!!


무언가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오오오오오오오!!!우오오오오오···

안 돼···! 또다시···방해를 하는 것이냐···피나·레브리움!!!


주변이 밝아진다.

마치 먹구름이 걷히고 그 사이로 태양의 눈부시게 밝은 빛이 들어오는 것처럼.

방금까지의 소음이 거짓말 같다.

내 동료들은 어떻게 됐을까.

다들 무사한 걸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프···란···”


나는 마지막까지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점점 의식이 멀어지고 끝내 어둠만이 나를 차갑게 감쌌다.

·

·

“이해할 수 없습니다. 레브리움. 왜 직접 그들을 돕지 않으신 겁니까?”


“그것은 내 역할이 아니네. 그리고 그들의 역할도 아니었지.”


“신께서 맡긴 일을 망각하신 겁니까? 자칫 잘못하면 세계가 멸망할 뻔했습니다.”


“결국 막아내지 않았나.”


“세계 대부분이 날아갔습니다. 이런 것을 보고 막아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그저 하얀 공간에 노인과 무표정한 얼굴의 젊은 여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들의 앞에는 검은색 가죽갑옷을 입은 남자가 시체처럼 가만히 엎드려있지만 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으음···”


“깨어나신 듯합니다. 우리 생각대로 움직여줄까요?”


“난 강요할 생각 없네. 자네의 부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르긴 했네만 그가 거절하면 바로 보낼 생각이야.”


노인은 그를 데리고 온 것을 탐탁치않게 여기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하지만 무표정한 얼굴의 여자는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누워있는 남자를 지긋이 바라봤다.


“···여긴 어디지? 난 분명···”


“깨어나셨습니까?”


“당신은 누구···가, 가엘?”


남자는 느릿느릿 일어나서 여자와 노인쪽으로 고개를 들더니 깜짝 놀란 얼굴로 하나의 이름을 말했다.

이름을 불린 사람은 노인 쪽이었다.


“오랜만이군. 아, 자네의 기준으로는 아직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던가?”


“가엘! 이곳은 어딥니까? 제 동료들은요!?”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은 이미 죽었습니다. 지금 당신이 이곳에 있는 것은 저희가 불러냈기 때문입니다.”


“그, 그럴 수가···”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충격적인 내용을 입에 담았고 남자는 당연히 꽤 충격을 받은 듯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더니 어깨를 들썩거리며 짧게 흐느꼈다.

그렇게 흐느끼는 것도 잠시, 곧 털어내듯 고개를 흔들고 여자와 노인을 쳐다보았다.


“당신들은 대체 누구지? 무슨 목적으로 나를 부른 거야?”


“우리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록하는···그렇지, ‘물건’이라네. 신께서 창조하셨고 이 임무를 맡기셨지”


“우리가 당신을 부른 것은 한 가지 부탁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부탁? 죽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두 명을 쳐다보았다.

자신은 이미 죽어버렸고 항상 충만했던 기운은 전부 사라져버렸다.

지금의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자네들의 활약으로 지금 악몽은 봉인된 상태라네. 하지만 봉인은 영원하지 못해. 반드시 먼 미래에 부활하겠지.”


“저희는 미래의 악몽을 대비하기 위해서당신의 영혼이 필요합니다.”


“내···영혼?”


“물론 환생 같은 것이 아닙니다. 기억은 완전히 잊힐 것이고 완전히 다른 별개의 인물이 되겠지요.”


“···.”


“당신은 역대 영웅 중에서도 강자입니다. 당신의 영혼을 이용한다면 악몽이 완전히 부활하기 전에 소멸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은 너무나도 잔인한 제안이었다.

그는 이미 세계를 구하기 위해 한번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

죽어서 다음 생으로 이어지나 했더니 이번에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 영혼을 바치라고 한다.


“프란과···다른 동료들은···”


“그들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자네에게는 안된 이야기지만···”


“···알겠습니다. 제 영혼을 가져가서 구워먹든 삶아먹든 마음대로 하십시오.”


남자의 얼굴에는 체념과 분노의 감정이 나타났다.

그가 아끼고 사랑하던 동료들은 더 이상 세상에 없다.

남은 것이라고는 어쩌면 행복하게 사랑하는 그녀와 둘이서 살았을지도 모르는 미래를 부숴버린 원수뿐.


“자네가 싫다면 거절해도 되네. 억지로 선택을 강요할 생각은 없어”


“레브리움. 그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의 의지를 무시하실 생각이십니까?”


“나는···모르겠네. 이것이 정말 올바른 일인지··· 그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희생했어.”


노인의 목소리에는 회의감이 가득했다. 신은 왜 그에게만 이런 심한 시련을 주시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노인도 당연히 그를 돕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노인의 권한 밖의 일이었다. 몇 번이나 질문했지만 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가엘, 저는 괜찮습니다. 기억을 잃어도 상관없어요. 영혼이 있다는 것은 다른 동료들도 이미 세상에 다시 태어났다는 소리겠죠? 저는 알 수 있습니다. 먼 미래에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그들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요.”


“그건 불가능합···”


“아니, 자네의 말대로네. 기억을 잃고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영혼은 같지. 자네들이 정말로 바란다면 그것은 영혼에 각인되어 서로를 알아보게 할 걸세.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그렇다면 더 망설일 필요가 없군요. 자, 가져가십시오. 저는 준비되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구원자프로젝트>를 실행합니다. 부디 당신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정말 고맙네··· 만약 다시 만날 날이 온다면, 그때는 모두가 모여서 술을 마실 날이 되기를 비네. 다시 한 번···정말 고맙네. 알비스”


남자의 몸이 점점 희미해져간다.

온통 흰색이었던 주변 풍경이 그것에 동화되듯 같이 투명해져 간다.

노인도, 여자도.

그리고 잠시 후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고 오직 한권의 책과 깃펜만이 놓여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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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결의 19.05.09 89 2 13쪽
28 죽음의 문턱 19.05.08 65 2 12쪽
27 멸망을 향한 첫걸음 19.05.07 77 2 14쪽
26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19.05.06 83 2 13쪽
25 드러난 비밀 19.05.05 79 2 15쪽
24 신속의 주먹 19.05.04 71 2 12쪽
23 1일차 19.05.04 74 2 11쪽
22 마지막 시험 19.05.03 87 2 12쪽
21 찝찝한 해결 19.05.02 86 2 14쪽
20 흑막 19.05.01 85 2 12쪽
19 추적 19.04.30 91 2 11쪽
18 의뢰 19.04.29 86 2 11쪽
17 도주 19.04.28 116 3 12쪽
16 격전 19.04.28 96 3 12쪽
15 이형체 19.04.27 85 2 11쪽
14 그랑드 19.04.27 89 2 12쪽
13 경고 +2 19.04.26 107 2 12쪽
12 클레어 19.04.25 92 3 12쪽
11 첫 번째 시험 19.04.24 83 2 12쪽
10 늘어나는 의문 19.04.23 82 2 12쪽
9 위기 19.04.22 95 2 12쪽
8 뜻밖의 조력 19.04.21 90 2 12쪽
7 암살자 19.04.21 90 2 11쪽
6 으스스한 여관 19.04.20 99 2 12쪽
5 그랑드 엔 트로의 유령 +1 19.04.20 114 3 12쪽
4 함정 19.04.19 113 2 12쪽
3 수상한 만남 19.04.19 131 2 12쪽
2 습격 19.04.18 18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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