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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기맨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멸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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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둥기맨
작품등록일 :
2019.04.18 12:23
최근연재일 :
2019.05.10 12:3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44
추천수 :
77
글자수 :
165,619

작성
19.05.03 12:20
조회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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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마지막 시험

DUMMY

“어서 와. 클라인은 찾았어?”


돌아온 여관에는 프란만 덩그러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직 클레어와 함께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쪽 일이 다 끝난 걸까.


“아니, 이미 도망갔더군. 나짓의 집과 같은 비밀통로가 있었어.”


클라인의 근거지는 피투성이였지만 오히려 그 피 덕분에 비밀통로를 찾기 쉬웠다.

명백하게 핏자국이 어긋나있기도 했고 입구 주변으로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보다 도르반은 어떻게 됐어?”


“멀쩡해. 클레어가 황궁 지하 감옥으로 연행해갔어”


“랄프가 이성을 잃지 않았군.”


저택에서 보여준 그의 분노는 실로 무시무시했다.

다행히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도르반을 살려둔 채로 연행해간 듯하다.


끼이익


“알비스, 돌아와 있었군요.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벌써 끝났어?”


“도르반이 감옥에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오는 길이에요. 나머지는 랄프가 알아서 하겠죠.”


뒷일은 전부 랄프에게 미뤄두고 온 모양이다.

그놈도 우리를 열심히 부려먹었으니 동정은 하지 않는다.


“원하던 바는 이루셨나요?”


“클레어도 왔으니 제대로 이야기하지. 일단 결과는 아까 말했듯이 이미 도망가고 없었어.”


“비밀통로군요.”


역시 클레어는 프란과 달리 머리가 잘 돌아간다.

사실 남서쪽 통로에서 잡은 용병이 언급했으니 모르기가 더 힘들지만 말이다.


“그래, 하지만 그보다 의문인 건··· 클라인이 자기 부하들을 전부 죽였다는 거야.”


“뭐? 아까는 그런 이야기 없었잖아?”


“지금 말하고 있잖아. 아무튼 클라인이 뭔가를 노리고 있는 건 분명한데 의도를 전혀 모르겠어.”


“이미 도시를 나갔다면··· 붙잡기는 힘들겠군요.”


그 후로 셋이서 생각해도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클라인이 지녔던 기괴하게 생긴 검과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클라인.

분명 그 검에 단서가 있겠지만...


“하아, 여기서 생각해봤자 뭐해, 확인할 길도 없는데.”


“찝찝하긴 하지만 프란의 말도 일리가 있군요.”


“이야기는 끝났나?”


회의가 끝나자 안방에 있던 가엘이 카운터로 나왔다.

그는 이제 막 저녁식사를 준비하려는 듯 각종야채들이 가득 담긴 냄비를 들고 있었다.


·

·


“이제야 우울한 기분이 조금 나아졌어. 역시 살인은 할 짓이 아냐.”


“동감이다. 오늘은··· 쉽게 잠이 오지 않겠군.”


처음은 우리에게 대적하던 용병들이었지만 나중에는 가일럼의 부작용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 가짜 가일럼만 없었어도 랄프의 생각대로 평화롭게 해결했을지도 몰랐다.

이번일은···뒷맛이 좋지 않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요. 이제 돌아가겠어요.”


“바래다 줄까?”


“아뇨. 두 분은 푹 쉬도록 하세요. 그리고 보수는 내일 다시 이야기하죠.”


끼이이익


“나도 잠이나 잘래. 너도 좀 쉬어”


클레어에 이어 프란도 위층으로 올라갔다.


“자네도 쉬지 그러나. 얼굴색이 말이 아니군.”


“조금만 있다가 올라가겠습니다. 그전에··· 혹시 남는 술 있습니까?”


“기다리게”


아무래도 이대로는 머릿속이 복잡해서 잠들기 힘들 듯하다.

게런마을을 떠난 이후로 술은 끊기로 했지만 오늘만큼은 마스터의 맛없는 술과 안주가 그립다.


다음날.


“으, 술 냄새. 대체 얼마나 마신거야?”


“으으, 잘 자고 있는 사람한테 무슨 짓이야? 이불 내놔!”


“벌써 해가 중천이야! 클레어랑 랄프가 밑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얼른 씻고 내려와!”


어제 가엘과 술을 마셨던 건 기억나는데 그 이후 기억이 전혀 없다.

엄청 독하고 맛없는 술이었지. 아마.

창문 밖에는 프란의 말대로 이미 해가 머리 위에 떠 있다.


“후우···”


나는 머리맡에 놔둔 물 주전자의 물을 마신 다음 대충 옷을 추려 입고 방을 나섰다.


“여태 자고 있었던 거냐? 체력이 그렇게 없어서야 쓰나 하하!”


“으으”


랄프는 어제의 감정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다시 평소의 호쾌한 모습이었다.

조롱하는 말에 한마디 쏘아주고 싶었지만, 그의 짜증이 날 정도로 큰 목소리가 머리를 울려대서 대꾸하지 못했다.


“랄프, 그만해. 오늘은 그런 말 하러 온 게 아니잖아.”


“쟤 숙취 때문에 저러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


“됐고! 무슨 일로 온 거야?”


가급적 빠르게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침대로 돌아가고 싶다.


“어제 말했었죠? 보수를 준비해왔어요.”


턱!


클레어는 커다란 가죽 주머니를 테이블 위로 올려놨다.

제법 묵직해 보이는데 설마···


“총 3만 딜이에요. 두 분이 해낸 일에 비해서 적은 돈이지만 저도 그리 여유로운 편은 아니라서···”


“3만!?”


프란이 3만이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주머니를 살펴본다.

3만 딜이면 1년은 먹고사는데 지장 없을 만큼 큰돈이지만 클레어의 말대로 이번 일에 어울리는 금액은 아니다. 나는 적어도 10만딜은 받을 거라 생각했다.

프란은 중급이었으니 놀라는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그리고 너희만 괜찮다면 황궁에 가지 않겠나?”


“황궁은 왜?”


“지금 황제폐하께 정식으로 보고를 올리러 가는 길이네. 이번 일의 주역인 두 명도 같이 가는 게 어떨까 해서.”


“난 거절하지. 프란, 너는 가고 싶으면 따라가.”


안 그래도 숙취 때문에 머리가 아픈데 황궁 같은 정치판에 가자고?

곱게 돈이나 주면 모를까, 어떻게 이용당할지도 모르는 곳은 사양이다.


“가봤자 도르반이나 칼렌드같은 사람만 가득하겠지? 나도 안 갈래”


“그래, 강제하지는 않겠다. 아마 나와 클레어는 당분간 바빠질 거야.”


“다음은 대연병장에서 만나죠.”


“알았으니까 빨리 가버려. 으으, 머리야”


나는 둘을 배웅할 생각도 않고 머리를 움켜진 채 위층으로 올라갔다.


·

·


“프란, 아직 멀었어?”


“다 됐어!”


마침내 시험일이 다가왔다.

지난 4일 동안 클라인의 흔적을 찾기 위해 여러 곳을 수소문하고 다녔다.

몇몇 클라인 용병단의 남은 잔당들을 찾아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용병단이 전멸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용병본부에서도 클라인의 용병자격이 박탈되었다는 이야기뿐, 의미 있는 정보는 없었다.


“사람이 많이 줄었네”


“이제 사람들도 그랑드 엔 트로가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걸 안거지”


대회가 시작된 이래로 도시 안에서만 수백 명이 죽어나갔다.

처음에는 경쟁자를 줄이기 위해, 그다음은 용병단 하나가 전멸, 유력 귀족의 몰락.

사람들도 눈과 귀가 있는 이상 모를 리 없다.


“클레어!”


대연병장에 들어서자마자 프란은 반가운 얼굴을 보고 달려갔다.

며칠간 바쁠 예정이라고 하더니 클레어와 랄프는 정말로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 덕분에 프란은 심심하다고 매일같이 보채서 조사하는 데 따라다니며 귀찮게 했다.


“그동안 별일 없었나?”


“말도 마. 그 이후로 귀족들을 전부 뒤지고 다니면서 얼마나 바빴는데”


“이제 더는 도시 안에서는 불미스러운 일이 없을 거예요.”


“그거 다행이군.”


휘이이이잉


“쉿, 라이아스공작이야”


“음”


“일주일만이군. 그동안 무사히 잘 지냈나? 며칠 전 작은 사고에 휩쓸린 사람이 없길 바라네.”


“흥, 작은 사고?”


“알비스, 들리겠어!”


미수에 불과했지만, 반란이라는 큰 사건을 ‘작은 사고’로 치부하다니.

황제는 어지간히 이번 일을 덮어두고 싶은 모양이지?


“다들 노인의 잡담보다는 마지막 시험이 궁금할 테지. 그렇지?”


“지금 마지막 시험이라고 하지 않았어?”


“쉿”


아직도 128명이나 남았기에 몇 차례 더 진행하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이번이 마지막인 듯하다.


“마지막 시험은 간단하네. 앞으로 3일간, 토너먼트형식으로 결투를 진행해서 최종 4인을 우승자로 하지. 물론 결승까지 올라가 이기는 자는 추가로 상금을 주겠네.”


웅성웅성


“토너먼트?”


“갑자기 개인전이야?”


“으으, 나는 보조 전문인데”


다들 지난 시험의 영향으로 꽤 친해졌던 모양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몇몇은 우리처럼 옹기종기 모여서 당황해하고 있다.


“으아, 알비스나 클레어랑도 싸워야 하는 거야?”


“대진운이 좋아야겠군요.”


“난 누구랑 싸워도 상관없어! 벌써부터 두근거리는군! 하핫!”


“흐음”


아주 예상하지 못한 방식은 아니다.

애초부터 최종4인을 가르는 대회라고 했었고 마지막에는 서로 싸워야 하는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 순간이 내 예상보다는 조금 빨랐다.


“대진표는 공정을 기해 황제폐하께서 직접 만든 것일세. 혹시라도 불만을 품는 일은 없도록. 첫 시합은 1시간 후에 시작 할 테니 대진표를 확인하고 병사들의 지시에 따르게.”


“대진표는 여깁니다!! 모두 확인 하십시오!!”


라이아스 공작의 모습이 사라지고 단상 뒤편의 병사가 커다란 게시판을 가져왔다.

게시판을 여러 개 준비했으면 좋으련만 한 개 뿐인 게시판 앞에 사람들이 몰려 난리도 아니다.


“윽, 사람들 때문에 안보이잖아!”


“좀 비켜봐!!”


나는 3조인가.

다른 일행의 이름까지 확인하려 했지만 사람들이 너무 밀어대는 바람에 간신히 내 이름만 확인 한 후 빠져나왔다.


“으윽, 그만 좀 밀어요! 아, 알비스 조 확인했어?”


“3조다. 너는?”


“휴, 다행이다! 난 5조야!”


5조라면 프란과는 준결승까지는 만날 일이 없겠군.

랄프나 클레어도 행운이 따른다면 좋겠지만···


“두 분 다 여기 계셨군요.”


“너희는 몇 조냐? 우선 나랑 클레어는 완전 떨어졌어.”


랄프와 클레어도 조가 다른가보다.

클레어의 살짝 안도하는 표정이 인상적이다.


“난 3조, 여기 프란은 5조다”


“운이 좋네요. 전 1조랍니다.”


“나는 8조다! 넌 결승에서 만나겠군.”


“뭐? 나는 이미 깔고 가는 거야?”


랄프는 이미 자신이 결승까지 올라가리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프란에게는 서운한 말이겠지만 둘의 궁합은 그다지 좋지 않다.

랄프는 전형적인 방어특화형에 확실한 한방으로 정리하는 타입. 아마도 프란의 화살이 랄프에게 닿기는 힘들겠지.


“그럼 제 상대는 알비스인가요”


“다들 준결승까지 올라오고 나서 말해.”


나름 여기 모여 있는 128명은 2차 시험까지 통과한 실력자들이다.

대부분 중급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해도 될 만한 상대는 아니다.


“언제부터 그렇게 겸손해지셨대? 맨날 ‘저 녀석은 내가 죽이겠다.’ 이러면서 자신감 넘치더니”


“킥킥, 그거 알비스 흉내에요?”


“멍청아, 하지 마”


예전에는 내가 프란을 놀리는 입장이었는데 나날이 성장하더니 이제는 어느샌가 그 역이 되었다.

혹시라도 이번 대회에서 만나게 되면 흠씬 두들겨 패줘야지.


“곧 시합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1조에서 4조까지 준비하시고 나머지는 관객석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생각보다 게시판에서 시간을 끌었던가.

모여서 이야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금방 병사의 안내 소리가 들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저랑 알비스부터 시작이군요.”


“둘 다 힘내!”


“기다리기 지루하니까 빨리 끝내라”


시합은 대연병장의 공간상 한계로 한 번에 2조씩 경기를 진행하게 되었다.

나머지 2조는 시합 범위 밖에서 심판을 보는 병사와 함께 대기다.


“클레어의 상대는··· 검사 타입인가.”


클레어는 비교적 멀지 않은 곳에서 긴 장검을 든 남자와 대치하고 있다.

그는 가벼운 경장 차림으로, 기동력 중심의 전투를 펼칠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예상되는 모습이다.


“자, 시합 시작 전에 간단한 규칙을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상대를 죽이는 행위는 금지입니다! 반드시 지켜주십시오!”


목숨을 건 결투가 아닌 대회니까 당연한 규칙이다.


“두 번째는 바닥에 그어진 시합범위를 벗어나도 바로 탈락입니다! 금을 밟아도 탈락이니 주의하십시오! 그럼 이제 각자 심판의 시작신호에 맞춰 경기를 진행해주시기 바랍니다!”


대연병장에는 결투에 참여하는 2명을 중심으로 그려놓은 네모난 시합장이 있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단순한 경계라고 생각했던 시합장 선이 푸르게 빛나고 있다.


“양쪽 모두 준비 되셨습니까?”


이제 곧 첫 번째 시합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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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멸망을 향한 첫걸음 19.05.07 76 2 14쪽
26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19.05.06 81 2 13쪽
25 드러난 비밀 19.05.05 78 2 15쪽
24 신속의 주먹 19.05.04 71 2 12쪽
23 1일차 19.05.04 74 2 11쪽
» 마지막 시험 19.05.03 86 2 12쪽
21 찝찝한 해결 19.05.02 83 2 14쪽
20 흑막 19.05.01 85 2 12쪽
19 추적 19.04.30 90 2 11쪽
18 의뢰 19.04.29 86 2 11쪽
17 도주 19.04.28 115 3 12쪽
16 격전 19.04.28 94 3 12쪽
15 이형체 19.04.27 84 2 11쪽
14 그랑드 19.04.27 88 2 12쪽
13 경고 +2 19.04.26 107 2 12쪽
12 클레어 19.04.25 92 3 12쪽
11 첫 번째 시험 19.04.24 83 2 12쪽
10 늘어나는 의문 19.04.23 82 2 12쪽
9 위기 19.04.22 95 2 12쪽
8 뜻밖의 조력 19.04.21 87 2 12쪽
7 암살자 19.04.21 90 2 11쪽
6 으스스한 여관 19.04.20 98 2 12쪽
5 그랑드 엔 트로의 유령 +1 19.04.20 113 3 12쪽
4 함정 19.04.19 113 2 12쪽
3 수상한 만남 19.04.19 131 2 12쪽
2 습격 19.04.18 18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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