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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기맨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멸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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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둥기맨
작품등록일 :
2019.04.18 12:23
최근연재일 :
2019.05.10 12:3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76
추천수 :
77
글자수 :
165,619

작성
19.05.04 12:30
조회
74
추천
2
글자
11쪽

1일차

DUMMY

“시작!!”


심판들의 시작 신호에 맞춰 각자 시합이 시작됐다.

내 앞쪽에 있는 두 사람은···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지금 내가 신경 써서 봐야 할 사람은 클레어다.


“아···”


긴 장검을 든 남자는 내 생각대로였다.

그는 클레어를 마법사라고 판단한 직후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혔다.

2초는 걸렸을까.

아마도 능력을 사용했겠지만 그걸 고려해도 놀라운 속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대가 좋지 않았다.


“으, 으아악!!”


그가 클레어의 목에 검을 휘두르는 순간이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검격이 막히는 것처럼 멈칫하더니 튕기듯 장외로 날아가 땅에 처박혀버렸다.


“조, 종료! 승자 클레어!”


대연병장에 처음으로 시합 종료를 알리는 외침이 들렸다.

시합 시작 후 불과 10초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호오, 놀고만 있지는 않았나 보군.”


2차 시험 때만 해도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기스터나 암살자들에게 속수무책이었지만 그녀 나름대로 대처법을 고안한 듯하다.


그 이후로 시합은 길어도 10분 안에 모두 결판이 났다.

혹시나 해서 다른 시합들도 지켜봤지만, 딱히 눈에 띄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입장해주십시오.”


드디어 내 차례다.

상대는 프란처럼 경장 차림에 큰 활을 들고 있는 남자다.

허리춤에 단검을 차고 있긴 해도 호신용일 뿐 주력은 활이겠지.

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형의 이점이 없는 사수는 손쉬운 먹잇감에 불과하다.


“훗, 꼴 보니 어디 시골에서 올라온 용병인가본데 다치고 싶지 않으면 항복하는 게 어때?”


“뭐?”


순간 잘못들은 줄 알았다.

내가 그를 잘 못 알았나싶어서 다시 기운을 확인해 봤지만 기껏해야 중급 중에서도 중위권수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너 하급용병이지? 무슨 수로 올라왔는지는 몰라도 더는 통하지 않을 거다!”


“상대의 기운도 제대로 못 보는 잔챙이 주제에···”


“잡담은 거기까지! 곧 시작 할 테니 자리로 이동해 주십시오!”


심판이 끼어들어 우리 둘 사이에 들어온다.

상관없다.

어차피 더 말해봤자 통할 상대도 아니고 시합 중에 죽도록 맞으면 정신 차리겠지.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살인은 금지입니다. 그럼 시작!”


탓!


대체 무슨 능력을 사용하기에 저리 자신감 넘치는 지 궁금해져서 우선 방어를 취하기로 했다.

심판이 경기의 시작을 알리자마자 그는 거리를 벌린다.

여기까지는 기본 그 자체.


핑! 핑!


빠르게 활시위를 당기는 소리를 내며 날아오는 화살 두발.

화살의 속도나 날카로움은 프란의 절반도 미치지 못 한다.


“내 신속의 화살을 피해 내다니? 생각보다 실력이 없지는 않았나보군!”


신속의 화살?

설마 방금 공격이 능력이란 소리는 아니겠지?


“하하! 막기 바빠서 대꾸할 여유도 없나? 이제 슬슬 항복 할 마음이···”


더는 못 들어주겠다.

계속 막으면서 다른 능력을 기다려봤지만 정말 그게 전부였던 모양이다.

괜한 시간낭비만 했다.


“어?”


“네가 자초한 일이다.”


그는 방금까지만 해도 공격하던 표적이 사라지자 멍청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나는 ‘이동’을 사용, 그의 뒤에서 검을 바닥에 꽂아 놓고 주먹을 치켜들었다.


퍽 퍽 퍽 퍽 퍽 퍽 퍽!!


“끄아아아아악!!”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항, 항복··· 웁웁!!”


이제야 상황을 알아차린 남자는 고통에 못 이겨 항복을 하려 했지만 나는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안 되지. 이참에 다시는 건방을 떨지 못하게 해주겠다.”


퍽 퍽 퍽 퍽 퍽!!!


“으어어어·····”


딱 5분.

그의 입을 막은 뒤 딱 5분을 더 두들겨 패니 눈이 뒤집히고 입에 거품을 물며 기절해버렸다.


“시, 시합종료!! 승자 알비스!··· 그만 좀 떨어지세요!!”


더는 두고 보지 못했던가.

심판을 급하게 시합 종료를 알리고 나를 그 남자로부터 떼어냈다.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각각 옆 시합장의 싸우고 있는 이들은 물론 관객석의 대기자들도 나를 무슨 괴물 보듯 쳐다보고 있다.


“음, 가볍게 할 생각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잠시 이성을 잃었나 보다.

저 기절한 남자의 능력은 상대방을 도발하는 능력이 아니었을까?

그의 능력은 신속의···뭐라고 했는데 잘 기억나지 않았다.

우리 조의 시합도 대강 다 끝났고 나는 병사의 안내에 따라 관객석으로 향해 쉬기로 했다.


“알비스··· 좀 봐주지 그랬어.”


“너, 평소에 스트레스를 속에 담아두는 편이었나?”


“시끄러”


프란과 랄프는 나와 지나쳐가며 한마디씩 했다.

분명 이 둘도 그놈과 상대했으면 똑같이 했을 거다.

관객석으로 올라가자 클레어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가차 없이 해치우시더군요. 제가 상대가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누가 할 소리를 하는 거야?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날려버린 주제에.”


“어머, 저는 그저 가만히 있었을 뿐이랍니다.”


가만히 있기는 했다.

마법을 몇 겹이나 겹치고 말이지.

능청스럽게 이야기하는 클레어를 무시하고 다음 시합을 준비하고 있는 프란에게 시선을 돌렸다.


“흠”


프란의 상대는 마법사였다.

클레어와는 다르게 그럴듯한 지팡이도 들고 있고 제대로 로브도 걸치고 있는 평범한 마법사의 모습.


“저 사람은···”


“아는 사람이야?”


“네, 황궁마법사회의 원로 중 한명이에요.”


“원로? 저렇게 젊은데?”


“그만큼 능력이 뛰어나다는 거죠”


심판의 신호와 함께 프란과 마법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공격을 가한 쪽은 프란이었다.

둘 다 원거리 중시의 전투를 하는 이상 거리를 벌릴 필요도 없고 프란은 바로 그 자리에서 활시위를 당겼다.


“오오”


프란의 날카로운 화살은 마법사의 정면에 흙벽이 솟아나며 튕겨내졌다. 그뿐 아니라 흙벽은 창과 같은 모습으로 변하더니 그대로 프란을 노리며 날아갔다.


“저 사람은 흙마법이 특기죠. 그의 시야 안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전부 저 흙벽에 가로막힐 거예요.


“시야 안이라”


두 명의 공방은 생각보다 치열했다.

언뜻 보면 프란이 불리해 보이는 시합이지만 의외로 마법사의 공격이 느리다. 그가 한 번씩 날려대는 흙의 창은 번번이 허공을 가르며 프란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던 것이다.


“아! 프란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걸까요?”


처음에는 마법사를 향해 곧장 나아가던 화살들이 점점 엉뚱한 허공으로 빗나가고 있다.

하지만 묘하게도 화살들은 시합장 밖으로 완전히 벗어나지 않고 마법사의 뒤편 근처에 박혀 있었다.


“프란이 머리를 쓰는군. 파훼법을 찾은 모양이야”


“파훼법이요?”


“으악!!”


마침내 마법사에게서 첫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는 지팡이를 들고 있던 팔을 부여잡으며 뒷걸음질을 쳤다.


“화, 화살이 박혀있어요!”


“이번에 잘 봐봐. 프란만이 가능한 묘기니까”


프란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활시위를 당긴다.

화살은 엉뚱하게도 마법사의 한참 위로 지나치더니 갑자기 급격하게 방향을 바꿔 그의 다리에 적중했다.


“어, 어떻게···지금 화살이 스스로 움직인 건가요?”


“프란의 능력은 필중이지. 이제 끝났군.”


프란은 체력을 소진해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이 아니다.

자신도 처음 시도해보는 공격에 감을 잡지 못했을 뿐.

이제부터 마법사의 공격이 프란에게 닿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전세가 뒤집힐 가능성을 없어 보였다.


“시합 종료!! 승자 프란!”


결국 마법사는 양손과 발을 못 쓰게 되어서야 항복을 선언한 모양이다.

프란은 자신의 승리를 알리는 소리에 팔짝팔짝 뛰며 기뻐하고는 관객석에 있는 우리에게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렸다.


“고작 첫 시합에서 이기고 저렇게 좋을까”


“비록 졌지만, 저분은 꽤 강자였어요. 아마 남은 128명 중에서도 상위권이었겠죠.”


“흥, 나라면 30초안에 끝났어.”


“후후, 그러시겠죠.”


그 다음 랄프의 경기는 볼 필요도 없었다.

그의 상대는 둔기와 방패를 든 전사였는데 랄프의 무식한 도끼를 맞고 방패 째로 날아가서 벽에 처박혀버렸다.

단 한 번의 공격이었다.


“1조에서 4조까지 다시 내려오십시오!”


오늘 시합은 거의 예선전에 가까운 느낌이다.

첫날에는 64강까지, 둘째 날에는 16강, 마지막 날에는 우승까지 진행된다.

사실상 본선인 마지막 날까지는 그리 긴장해야 할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


·

·


“오늘 시합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내일도 같은 시간에 진행 할 테니 늦지 말고 참가바랍니다!”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대인전도 연습해두는 건데”


“전쟁에서 이런 일대일 상황이 자주 있을 거 같냐!”


“난 도망치기만 하다가 끝났어···”


“시끄럽고 기분도 더러운 데 술이나 마시러 가자!”


오늘 시합이 끝나고 떨어진 사람들은 제각기 불만을 터트리며 흩어진다.

어느덧 해도 저물어 가고 나와 프란도 마찬가지로 여관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클레어, 저번처럼 여관에 가서 한잔 하지 않을래?”


“미안해요. 아직 마치지 못한 일이 있답니다. 술은 다음에 마시죠.”


“아직 도르반과 칼렌드의 뒤처리가 남아서 말이지. 오늘 내로 끝내라는 지시가 있었어.”


“그거 안됐군.”


둘은 한숨을 내쉬고는 지친표정으로 우리와 헤어졌다.

황궁에는 인재가 부족한 걸까.

이번 사건의 공로자이기도 하고 휴가를 줘도 모자랄 판에 저리 부려먹다니.


“저래서 컨디션 조절을 할 시간이이나 있을까?”


“괜찮아. 둘러봤는데 딱히 컨디션 조절이 필요해 보이는 상대는 없더군.”


“그건 네 기준이고”


점점 프란이 나를 기스터같은 괴물로 보는 듯하다.

오늘 상대했던 두 명이 묘하게 신경에 거슬려서 때린 것 뿐인데.

나는 그날 밤, 내일부터는 좀 더 힘 조절을 해야 할까 고민까지 했다.



시험 2일째.


“오늘 상대는 좀 싸워 볼 만할까요?”


“이번 상대는··· 뇌권의 란돌프? 하, 왜 맨날 이상한 놈만 붙는 거야?”


“비켜봐, 나도 확인 좀 하게”


“쯧쯧, 상대가 뭐 그렇게 중요하다고···”


우리는 시합을 시작하기 전 대진표에서 상대의 이름을 확인하고 있었다.

예전에 한창 활동하던 때면 모를까.

지금은 이름을 봐도 누가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

나와 함께 살아남았던 용병들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아니, 이제 아예 용병 생활에서 손을 뗐을지도 모르겠다.

그때의 악몽과 상대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뭐라 하지 못할 테지.


“오늘은 두 명씩 시합을 진행하겠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관객석에서 대기하시다가 호명하면 내려와 주십시오!”


“제가 첫 번째군요.”


“클레어 꼭 이겨!”


“꽤 드문 상대군”


상대는 특이하게도 그랑드기사단 소속의 여기사였다.

기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남자가 많은 곳이라 웬만큼 독한마음을 품지 않으면 여자는 들어가기 힘든 곳이다.

귀족 특례와 같은 방법으로 들어가지 않은 이상 상당히 고생했겠지.


“저도 아는 분이랍니다. 같이 이야기 한 적도 있었죠.”


“봐주는 건 아니겠지?”


“그런 무례한 짓은 하지 않아요.”


클레어는 평소처럼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고 시합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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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멸망을 향한 첫걸음 19.05.07 77 2 14쪽
26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19.05.06 83 2 13쪽
25 드러난 비밀 19.05.05 79 2 15쪽
24 신속의 주먹 19.05.04 71 2 12쪽
» 1일차 19.05.04 75 2 11쪽
22 마지막 시험 19.05.03 87 2 12쪽
21 찝찝한 해결 19.05.02 86 2 14쪽
20 흑막 19.05.01 85 2 12쪽
19 추적 19.04.30 91 2 11쪽
18 의뢰 19.04.29 86 2 11쪽
17 도주 19.04.28 116 3 12쪽
16 격전 19.04.28 9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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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그랑드 19.04.27 89 2 12쪽
13 경고 +2 19.04.26 107 2 12쪽
12 클레어 19.04.25 9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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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늘어나는 의문 19.04.23 82 2 12쪽
9 위기 19.04.22 95 2 12쪽
8 뜻밖의 조력 19.04.21 90 2 12쪽
7 암살자 19.04.21 90 2 11쪽
6 으스스한 여관 19.04.20 99 2 12쪽
5 그랑드 엔 트로의 유령 +1 19.04.20 114 3 12쪽
4 함정 19.04.19 114 2 12쪽
3 수상한 만남 19.04.19 131 2 12쪽
2 습격 19.04.18 18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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