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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기맨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멸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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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둥기맨
작품등록일 :
2019.04.18 12:23
최근연재일 :
2019.05.10 12:3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69
추천수 :
77
글자수 :
165,619

작성
19.04.21 18:25
조회
89
추천
2
글자
12쪽

뜻밖의 조력

DUMMY

‘동료가 있었나’


휘파람 소리에 눈앞의 남자와 비슷한 차림을 한 3명이 근처 지붕 위에 나타난다. 기습이 실패한 이상 암살자 4명 정도를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목격자가 되어버린 사람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내 일에 끼어들게 한데다가 이제는 목숨까지 노려질 것이다.


“이 신성한 도시에 암살자라니! 내가 전부 베어주겠다!!”


‘호오?’


목격자인 남자는 운 좋게도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은 갑옷도 아닌 일반 천 옷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가방이다. 내 기억이 분명하다면 저 가방은─


“더 일이 커지기 전에 둘 다 죽여 버려!”


한참 흥미로운 남자의 모습을 관찰하던 중 암살자가 다른 이들에게 소리쳤다.


‘내 쪽으로 둘, 건너편의 남자에게 둘이라’


암살자들은 목격자를 빠르게 처리한 뒤 나에게 집중하려는 듯하다. 하지만 내 예상이 올바르다면 암살자들은 실수를 하는 것이다.


콰아아앙!!


“크아아아악!”


“히이익!!”


건너편에서 마치 큰 폭발이라도 난 듯 폭음이 울려 퍼지고 두 명의 비명이 들려온다.

나는 암살자들을 적당히 상대하며 비명이 난 쪽을 흘깃 본다.

남자는 거대한 양날전투도끼를 땅에 찍어 크게 파여 있었고 그 앞으로 암살자 하나가 형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찢겨있었다. 그리고 동료 암살자는 그 처참한 모습에 주저앉아있다.


“···!”


“괴, 괴물···”


나를 상대하던 암살자들도 이제야 상황파악을 했는지 표정은 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놀란 것을 알 수 있다.


“한 눈 팔 때가 아닐 텐데”


나도 나름 남들이 보면 노련한 용병으로 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둘은 충분히 나를 해치울 자신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예상외의 일 때문에 정신이 없는 것인지 온통 빈틈투성이다.


촤아아악!


정확히 목을 노린 일격. 암살자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머리와 몸이 피를 뿜으며 분리되어 쓰러진다.


‘정보를 얻으려면 한 놈은 살려둬야 해’


건너편의 맹렬하게 도끼를 휘두르는 남자는 마침 나머지 한명의 암살자를 토막내버렸다. 보고 있는 내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압도적인 힘. 할 수 없이 내가 맡고 있는 나머지 한명을 기절 시키기로 한다.


“도망칠 생각은 꿈도 꾸지 마. 마음만 먹으면 너 같은 건 순식간이니까.”


“선택을 잘못했군.”


펑!!


암살자가 갑자기 꺼내든 둥근 물체. 그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큰 폭발이 일어났다.


‘아뿔싸!’


재빨리 몸을 피한 후 암살자가 있던 곳을 베었지만 이미 그는 사라진 뒤였다.


“자네 괜찮나? 이 도시에서 암살자라니···면목 없구만. 쩝.”


“···.”


암살자를 마무리 지은 남자는 커다란 도끼를 가방에 집어넣고는 나에게 미안한 얼굴을 하며 걱정을 한다. 짧은 파란 머리에 미남은 아니지만 호쾌한 인상을 주는 덩치 큰 남자. 그것이 내가 본 남자의 첫 느낌이다.


‘저 황가의 문장···틀림없어’


예전에 나는 이 남자가 들고 있는 가방과 똑같은 가방을 본 적이 있다. 저 가방은 겉보기와 다르게 집 한 채만 한 크기의 용량의 짐을 담을 수 있는 특수한 가방이다. 대단한 물건인 만큼 그랑드리아에 몇 개 되지 않는 물건으로 대영주급은 되어야 황제에게 하사받는 가방이다.


“이봐, 자네 괜찮은 것 맞나? 상처는 없어 보이는데···”


“아, 괜찮아. 잠시 멍해졌을 뿐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럼 다행이고. 이거 미안하게 됐구만. 이런 대낮에 습격이라니, 아무래도 순찰을 더 강화해야겠군”


“순찰?”


“그러고 보니 소개도 하지 않았군. 난 그랑드기사단의랄프라고 하네!”


“···난 용병 알비스다. 도와줘서 고마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깜짝 놀랐다. 저 희귀한 가방을 들고 있는 것도 모자라 그랑드 기사단원이라니. 그는 단순히 자신을 기사단원인 것처럼 소개했지만 적어도 부단장, 아니 단장일 확률이 꽤 높다.


“기사단으로써 당연한 거지. 원한다면 숙소까지 데려다줄 수도 있는데 어떡할 건가?”


“고맙지만 사양하도록 하지.”


“뭐, 사실 데려다 달라고 해도 시체들을 처리해야 해서 곤란했지만 하하핫”


멋쩍은 듯 크게 웃은 그는 근처의 병사들을 찾으러 간다며 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휴우”


랄프라는 기사단원이 떠나가자 그제야 긴장이 풀려 숨을 내쉬었다. 나에게 전혀 적의는 없었지만 마치 눈앞에 거대한 맹수가 노려보는 것 같은 느낌. 분명 그와 적으로써 싸운다면 둘 중하나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여관에나 돌아가야겠다.”


아직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암살자들과 기사 랄프의 등장으로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클라인용병단이 어째서 그렇게 성장한 것인지 완벽히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일부 이유는 알 수 있었으니 헛수고는 면했나.

확실한 것은 클라인은 역시 내 생각대로 여전히 더러운 짓을 하고 다니는 쓰레기라는 것과 암살자를 이용해 관련되는 자들을 제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생각할 것이 많지만 지금은 내일 일만 생각하기로 한다.


끼이이익


“우물우물. 어, 빨리 왔네?”


여관 안에는 이미 프란이 돌아와 있었다. 아침식사를 했던 테이블에 앉아서 시장에서 사온 것 같은 음식들을 늘어놓고 먹고 있다.


“볼일이라고 해봤자 그렇게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었거든”


“그럴 줄 알았으면 따라 갈걸~”


“음, 네가 따라왔으면 좀 더 편하긴 했겠지”


“···? 무슨 일 있었어?”


궁금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프란. 어차피 내일이 지나면 그녀도 이일로부터 관계없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랄프의 일을 제외하고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를 보고 긴장했었다는 이야기를 하면 분명 놀릴 것이 뻔하니까.


“검은 복면의 암살자!? 와, 나도 봤으면 좋았을 텐데~”


“봐서 좋을 것도 없어. 기습하는 걸 빼면 제대로 된 싸움도 못 하는 놈들일 뿐이야”


“그래도 그런 책에서나 나올법한 암살자는 보기 힘들 단 말이야!”


프란은 암살자라는 말을 듣자마자 눈을 빛내며 호들갑을 떤다. 프란의 말대로 암살자라는 직업은 먼 옛날에나 전문적으로 하는 집단이 있었지, 요즘은 따로 직업 구분이 없고 암암리에 질 나쁜 용병들이 높은 가격으로 대신 행하고 있다···라는 게 상식이었지만 오늘 사건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너 혼자야?”


“음? 아, 가엘 할아버지는 우리 먹일 거라고 안에서 저녁 식사 준비 중이야”


‘가엘?’


생각해보니 하루가 지나도록 집주인인 노인의 이름을 묻지도 않았다. 프란을 통해서 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인가.


“저녁? ···너 이렇게 먹고 또 먹으려고?”


“이건 간식이고~”


“하하···”


그녀의 엄청난 식탐에 아마 지금 거울로 내 얼굴을 본다면 질려버린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잠시 후 프란 말대로 집안에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기며 가엘이 부엌에서 음식을 가지고 나왔다.


“아, 와있었구먼. 마침 식사 준비를 끝냈는데 함께 하겠나?”


“고맙게 받겠습니다.”


“저도요~”


저녁은 아침 식사와는 다르게 진수성찬이었다. 갖가지 고기를 메인으로 한 언뜻 봐도 노력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 음식이다.


“꽤 맣은 양이군요.”


“내일이면 전부 쓸모없어질지도 모르지 않나. 그래서 식량창고에 있는 것을 전부 꺼내서 솜씨를 부려봤네.”


“으으으음~~역시 할아버지의 밥은 너무 너무 맛있어어!”


가엘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프란은 와구와구 먹고 있다. 나도 그녀를 따라서 한입 먹어보니 프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맛이다.


“하지만 정말 괜찮겠나? 낮에 잠시 밖을 돌아다니면서 들어보니 클라인이라는 용병단은 생각보다 위험한 것 같던데”


“괜찮습니다. 이 녀석도 그렇고 저도 실력은 자신이 있거든요.”


“그럼 더는 말리지 않겠네. 전적으로 자네들을 믿도록 하지.”


가엘은 나의 대답에 완전히 결심을 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내일 용병들이 실력행사를 한다하더라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노인 혼자 사는 집에 오늘처럼 대놓고 암살자들을 보내거나 내가 알지 못하는 비장의 수를 쓸 리도 없고 굳이 문제를 꼽자면 건물을 강제로 태워버리거나 부수는 것인데 아무리 귀족들을 등에 업고 있다한 들 그렇게 크게 일을 벌이지는 못할 것이다.


즐겁게 식사를 마친 그날 밤.

빛이라고는 몇 개 없는 촛불에 의지하면서 쇠로 된 날카로운 무언가가 갈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슥슥


촛불에 비친 반짝이는 그 물체의 정체는 달빛처럼 푸른 검의 날이었다.


“알비스. 여기서 그렇게 날을 갈 정도면 그냥 대장간을 다녀오지그랬어?”


“모처럼 진지하게 날을 갈고 있는데 방해하지 마라”


그렇게 걱정하지 않지만 만약! 을 위해서 내 애검을 갈아 놓기로 했다. 이 검은 내가 막 용병이 되었을 무렵, 동네 대장간에서 굴러다니고 있을 것을 전 재산을 털어 산 것이다. 장식이 화려하거나 장인의 손길이 닿은 특별한 검은 아니지만, 그 많은 전투를 벌일 동안 신기하게도 한 번도 부러진 적이 없는 이상한 검이다.

결국 손에 익을 대로 익어 다른 검으로 바꾸기도 싫어져서 여태 사용해오고 있었다.


“아휴, 시끄러워! 빨리 자고 싶으니까 얼른 끝내!”


“그렇게 시끄러우면 딴 방에서 자면 될 것을”


그렇게 그날은 평소랑은 다르게 내가 구박을 받으면서 밤이 깊어갔다.


쾅쾅!!


아직 날도 밝지 않은 서늘한 이른 아침.

누군가 거칠게 여관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프란”


“일어나 있어. 벌써 온 걸까?”


“내려가면 알겠지”


프란과 함께 1층으로 내려가 보면 작은 체구에 안 어울리는 콧수염을 길게 기른 남자가 용병 두 명을 대동한 채로 가엘과 대치하고 있었다.


“약속대로 건물을 인수하러 왔습니다. 여기 계약서에 사인하시죠!”


“흥, 난 그런 약속한 적 없다. 이 건물을 내가 평생을 바쳐 장만한 보물이란 말이다! 당장 이 집에서 나가!”


“호오~최근에 용병 두 명을 고용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들을 믿고 이렇게 태도가 달라진 걸까요?”


이곳을 감시하는 자가 있었나. 그는 이미 나와 프란의 존재를 알고 있는 듯하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왔다는 것은 용병 둘쯤은 충분히 없애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걸까. 그렇다면 이쪽도 더 주저할 필요가 없다.


“가엘의 말을 못 들었나? 당장 이곳에서 꺼지시지”


“누구냐!!”


내가 가볍게 말을 건네자 그의 뒤에 있던 용병들이 무기를 꺼내들고 재빨리 앞으로 나선다.


“프란, 이쪽은 내가 맡을 테니 우선 가엘부터 챙겨!”


“오케이~”


용병들이 나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프란이 가엘의 앞으로 뛰어내려 그를 안쪽 방으로 피신시킨다.


“멍청한 놈들아! 뭘 멍하게 있는 거야! 얼른 해치워!”


“이야아아앗!!!”


상인의 명령에 바로 앞에 서있던 대머리의 남자가 큰 망치를 가지고 덤벼온다.


‘기가 막히는군.’


어중이떠중이들이 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마치 벌레가 기어오는 것처럼 느릿느릿한 동작. 검을 뽑을 것도 없이 그의 품으로 파고들어 팔꿈치를 이용해 턱을 강타한다.


“케헥!!!”


“이, 이게!!!”


퍽!!


“끄아아아악!!!”


앞의 대머리가 당하는 것을 보고 뒤의 용병이 분개해 달려들어 오려고 하지만 비명과 함께 그의 발목에는 화살이 부츠를 뚫고 박혀 있었다.

쉴틈 없이 주저앉아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머리를 세게 걷어차 편안하게 해준 다음 한걸음 뒤로 빠져있던 상인을 노려본다.


“···생각보다 강한 용병들을 고용하셨나 보군요. 하지만 이럴 줄 알고 저도 대비를 했습니다.”


이미 두 명이 당했지만, 그는 초조한 기색 없이 몇 마디 말을 중얼거리고는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다.


“뭔가 예감이 좋지 않은데~?”


“음···”


프란의 말이 씨가 된 것일까. 조용하던 밖이 갑자기 시끌시끌해 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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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드러난 비밀 19.05.05 79 2 15쪽
24 신속의 주먹 19.05.04 71 2 12쪽
23 1일차 19.05.04 74 2 11쪽
22 마지막 시험 19.05.03 87 2 12쪽
21 찝찝한 해결 19.05.02 86 2 14쪽
20 흑막 19.05.01 85 2 12쪽
19 추적 19.04.30 91 2 11쪽
18 의뢰 19.04.29 86 2 11쪽
17 도주 19.04.28 116 3 12쪽
16 격전 19.04.28 96 3 12쪽
15 이형체 19.04.27 85 2 11쪽
14 그랑드 19.04.27 89 2 12쪽
13 경고 +2 19.04.26 107 2 12쪽
12 클레어 19.04.25 92 3 12쪽
11 첫 번째 시험 19.04.24 83 2 12쪽
10 늘어나는 의문 19.04.23 82 2 12쪽
9 위기 19.04.22 95 2 12쪽
» 뜻밖의 조력 19.04.21 90 2 12쪽
7 암살자 19.04.21 90 2 11쪽
6 으스스한 여관 19.04.20 98 2 12쪽
5 그랑드 엔 트로의 유령 +1 19.04.20 114 3 12쪽
4 함정 19.04.19 113 2 12쪽
3 수상한 만남 19.04.19 131 2 12쪽
2 습격 19.04.18 18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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