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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기맨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멸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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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둥기맨
작품등록일 :
2019.04.18 12:23
최근연재일 :
2019.05.10 12:3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70
추천수 :
77
글자수 :
165,619

작성
19.04.20 18:27
조회
98
추천
2
글자
12쪽

으스스한 여관

DUMMY

“3번의 공격─”


“설명은 이미 들었어. 바로 시작했으면 하는데”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


인형은 사람 모양을 한 철의 덩어리다. 몸 전체가 작은 빛을 내는 것을 빼면 두 다리 땅에 박혀있는 것이 영락없는 연습용 허수아비. 이전에도 많은 사람의 시험용으로 쓰였을 텐데 상처 하나 없이 깔끔한 모습을 하고 있다.


‘자동수복기능인가. 제법 머리를 썼군.’


나의 반격능력은 발동하기 전에도 부수적인 효과로 상대의 움직임이나 약점 등을 찾기 쉬워지도록 만들어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인형을 자세히 보면 딱 인간의 심장 위치에 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아마 그곳이 수복을 담당하는 중심부일 것이다.


‘간단히 끝내자’


정확히 중심부를 노리고 검을 휘둘러 왼쪽으로 베어낸다. 나는 말끔히 베어낼 생각이었지만 중심부의 저항이 심해서 생각보다 힘이 더 들어갔다.


빠각!!


귀가 아플 정도로 큰 굉음. 인형은 빛을 잃어버린 채 상체가 바닥 위로 떨어진다.




“···.”


“···아, 합격!!”


인형의 뒤에 서 있던 병사가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것처럼 잠시 얼이 빠져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합격 선언을 한다.

아까 프란 때와는 다르게 환호는커녕 다들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멍하니 쳐다보기만 해서 괜히 머쓱해졌다.


“이거, 물어내야 하는 거 아니지?”


완전히 두 동강이 나버린 인형은 자동수복기능을 잃어버린 채 단순한 쇳덩이가 되었다. 무심코 평소 습관대로 약점을 찾아 베어버렸는데 저지르고 나서야 자랑스럽게 인형에 대해서 설명하던 병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괘, 괜찮습니다. 오히려 마법사 녀석들의 깜짝 놀란 얼굴이 기대되는데요! 하, 하하”


“그거 다행이군. 참고로 묻는 건데 나 말고 이 인형을 완전히 파괴한 사람이 또 있었나?”


“제가 알기로는 그쪽이 5번째입니다.”


“···고맙네. 이걸로 술이라도 한잔 하도록 해”


“뭘, 이런 걸 다 하하핫”


수련장의 뒷문으로 나가자 프란이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까는 점잔빼더니 결국 제일 화려하게 해치워버렸네?”


“어차피 이 도시에 들어온 순간부터 시험은 시작 된 거야.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편이 조금이나마 선발에 도움 되겠지”


“치사하게~”


얼굴을 부풀리는 프란을 달래면서 도시 안으로 들어간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용병본부로 가서 이번 공고에 써져있던 선발에 등록하는 것이다. 도시 내부구조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기억을 더듬어 어찌어찌 찾아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나를 포함해 상급이 5명인가. 앞으로 남은 모집기간을 생각하면 적어도 5명이상이라고 생각해야겠지’


나나 프란정도의 수준에서는 손쉽게 파괴할 수 있는 인형이었지만 사실 웬만한 중급용병들은 기껏해야 칼을 조금 깊게 박아 넣는 정도로 끝날 잘 만들어진 인형이었다. 그 인형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면 자기 분야에서 달인 수준에 도달한 사람, 즉 상급 이상의 실력자라는 것이 된다.


“알비스~ 저기 보이는 건물이 용병본부야?”


“그래”


잠시 도시 내부로 걷고 있자 프란이 한 건물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녀가 가리킨 방향에는 마치 검은 갑옷을 두른 거대한 전사가 위협이라도 하는 듯 크고 검은 건물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리고 그 밑으로는 수많은 용병이 문전성시를 이루며 건물을 드나든다.


“뭐야~ 기대했는데 우리 마을에 있던 지부랑 그렇게 다를 것도 없네. 그냥 좀 더 크고 삭막한 건물일 뿐이잖아?”


“안에서는 그런 말 하지 마. 나도 이해는 안 되지만 저 건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거든”


“별난 사람들이네”


용병본부는 총 4층 건물로 4층은 본부장실이고 3층과 2층은 용병들을 위한 숙소, 1층은 로비 그리고 지하는 커다란 수련장으로 구성되어있다. 단, 숙소는 아무에게나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중급용병 이상만 선착순으로 내어준다.


“중간에 사고만 없었어도 여유 있었을 텐데 여관에도 자리나 있을까 걱정된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온 거야! 바위가 치워질 때까지 기다렸으면 아직도 숲속이었을 걸?”


로비에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접수원 쪽이 아닌 게시판에 몰려있다. 그것이 말해주는 건 그들 대부분이 이미 등록과 여관을 잡고 잉여시간을 의뢰로 때우려 한다는 것이다.

레도니아에 도착할 때도 그렇고 이곳에서도 따뜻한 음식과 잠자리는 연이 없을 것 같다.


“하아~무슨 일로 오셨죠?”


접수대에 앉아 있는 여자는 며칠 째 잠을 못잔 것인지 눈 밑이 새까맣게 물들어있고 우리가 온 것을 보고도 하품하며 힘없이 인사를 건넨다.


“얼굴이 말이 아니네요.”


“아~죄송해요. 라이아스공작님이 개최한 대회 때문에 사람들이 얼마나 몰려오는지 한숨도 못 잤거든요. 이렇게 바쁜데 본부장은 인원을 더 뽑을 생각도 안 하고 덕분에 남자친구랑─”


“저, 저기 접수 부탁해도 될까요? 우리도 일정이 있어서··· 그치 알비스?”


“어? 그, 그래. 아주 급한 일이 있지”


“아, 흠흠. 죄송해요. 호호. 요즘 너무 스트레스가 쌓여서 가끔씩 아무나 붙잡고 하소연을 한답니다. 두 분 다 신청 하실 건가요?”


점점 접수원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지며 울분을 토해내기 시작해서 프란이 급하게 말을 잘랐다. 나조차도 기세에 눌려 아무 말도 못한 채 그대로 시간을 보낼 뻔했다.

접수원도 정신을 차렸는지 헛기침을 하곤 본래의 업무모드로 돌아왔다.


“네!”


“소속 된 용병단이 있으신가요?”


“둘 다 떠돌이야”


용병단에 속하지 않은 사람은 일명 떠돌이라고 불린다. 원래는 그냥 구분 없이 용병이라고 칭하지만 가끔 용병단에 속하지 않은 용병이 의뢰를 중도에 포기하고 도망가거나 오히려 의뢰자에게 돈을 뜯어내는 등 신뢰를 떨어뜨려 붙은 별명이다.


“그럼, 여기 문서를 작성해주세요. 아, 혹시 글을 모르신다면 대필도 가능합니다.”


“난 괜찮아.”


“저도요.”


용병이라면 대부분 게시판의 의뢰를 받기 위해서라도 글을 쓰고 읽을 줄 알지만 가끔 까막눈인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음, 알비스 님에 프란 님. 실례지만 등급을 물어봐도 될까요?”


“저는─”


“잠깐. 꼭 밝혀야 하는 이유라도 있나? 문서에 그런 조항은 없었는데”


“아뇨. 그냥 개인적으로 궁금해서요. 두 분에게는 일반 용병들과 다른 느낌이 나거든요.”


굳이 숨길 필요는 없지만, 필요 이상으로 자신의 등급을 떠벌리고 다닐 필요도 없다. 게다가 중급이상이라면 용병단 가입 권유도 끈질기게 들어오고 실력에 따라서는 귀족들도 거절하기 힘든 제의를 해온다. 하지만 접수원의 경우에는 단순한 궁금증이었던 것 같다.


“저는 중급이에요. 승급은 레길에서 했구요.”


“나도···중급이다. 레스티에서 승급했지.”


일단은 대충 둘러댄다. 이곳은 사람도 많고 괜히 입을 놀렸다가는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마워요. 그럼 대회에서 꼭 우승하길 빌게요!”


금방 등록도 마쳤고 대회는 앞으로 3일. 대회가 며칠이나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여관을 잡아야 한다.


“하아~~어째 방 있는 곳이 하나도 없네.”


“상인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 오히려 용병보다 더 많은 것 같군”


도시에는 용병도 많지만 크게 한몫 잡으려는 상인들도 만만치 않게 많다. 기스터 때문에 짐을 들고 이동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대단한 집념이다.


“벌써 10군데도 더 돌아다닌 것 같아~해도 곧 질 거 같고~”


“으음”


프란의 말대로 해가 산 중턱에 걸려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이대로는 도시 안에서 노숙을 해야 할 판이다.


“따뜻한 밥~ 따뜻한 이불~”


“이상한 노래 부르지 마. 나까지 서글퍼지잖아”


날이 어두워질수록 이제는 여관이 아니라 노숙하기 좋은 곳을 찾게 된다.


“음? 저것도 여관인가?”


노숙을 위해서 최대한 안전한 곳을 찾던 중 구석에 작은 간판이 달려있는 허름한 집을 발견했다.


“여관 맞네! 얼른 가보자 응? 나 먼저 간다?”


“잠깐 기다··· 벌써 갔네.”


할 수 없이 프란의 뒤를 따라 허름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끼이이익


허름한 외관대로 정비를 제때 하지 못한 문이 비명을 지른다. 게다가 들어간 내부는 밝은 등불이 아니라 드문드문 배치되어 있는 촛불만이 빛을 내고 있다.


“아, 아, 알비스 이거 봐. 이런 대도시에서 촛불을 쓰는 건물이라니. 차, 참 낭만적이지 않아?”


“그런 이야기는 떨지나 말고 말해”


“···도, 돌아갈까?”


방금 까지만 해도 화색이 되어서 뛰어 들어갔던 프란도 이 정도일 줄은 예상 못했는지 차라리 노숙을 하자는 이야기를 꺼낸다. 카운터에 사람은 없지만 안쪽에는 희미한 빛이 보였다.


‘좀 낡긴 했지만 이 정도면 참을 수 있긴 한데···“


“안에 누구 없습니까!”


부스럭


“히익! 지금 무슨 소리 안 들렸어?”


“안에 있는 사람이 나오는 소리겠지.”


한밤중의 숲에서도 멀쩡하던 프란이 뭐가 그리 무서운지 내 뒤에 딱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방금까지 웃다가 금방 덜덜 떨고 있는 것이 참 바쁘게 사는 녀석이다.


“뉘시오?”


“으아악!”


“흣!!”


카운터에 갑자기 나타나 말을 건네는 노인. 프란이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나까지 소리를 지를 뻔했다.


“남의 집에 마음대로 들어온 것도 모자라 비명까지 지르다니 몹쓸 사람들이구먼.”


“죄송합니다. 일행이 상태가 좋지 않아서··· 간판을 보고 왔습니다만 장사는 하지 않는 겁니까?”


“아, 그 간판? 이제 나이가 들어 힘에 부쳐서 그만뒀소. 지금은 그냥 나 혼자 사는 낡은 집이라오”


“돈은 지불할 테니 며칠만 머물게 해줄 수 없습니까?”


“알비스. 여기서 묵게?”


여전히 뒤에 딱 붙어있는 프란이 귓속말로 마치 제정신이냐는 듯 묻는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노숙하는 것보다는 이곳에 묵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굳이 못 들은 척을 했다.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군. 돈은 됐으니 맘대로 쓰시구려. 방이 어두우니 촛불도 챙기고”


“고맙습니다.”


노인은 말을 마치고 다시 사라지듯 안으로 들어갔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공짜로 묵을 수 있게 되다니 운이 좋았다.


“정말 여기서 자려고? 노숙이 더 안전하지 않을까?”


“건물 안을 자세히 봐봐. 분명 낡긴 했지만 촛불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건물은 제 기능을 하고 있고 청소도 깔끔하게 되어 있어. 그 증거로 재채기도 나온 적 없지?”


“그건··· 그렇지만.”


“자꾸 불평만 할 거면 나가서 자든가. 난 피곤해서 먼저 쉬련다.”


끼이익 끼이익


“으으··· 누가 안 간대!?”


예상대로 2층 방안은 아주 깨끗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제대로 청소가 되어있었다. 며칠 내내 둘이서 노래를 부르던 따뜻한 방에 푹신한 침대는 아니더라도 노숙에 비하면 훌륭한 잠자리다.


“근데 넌 왜 계속 붙어오는 거야?”


“나보고 저 어두운 방에서 혼자 자라고?”


“노숙할 때는 잘만 자더니”


“그건 그거고! 마침 이방, 2인실인 것 같으니 상관없잖아. 아무튼 그렇게 알고 잔다? 몰래 딴방 가지 마?”


프란은 속사포같이 말을 쏟아내고는 그대로 침대 안으로 들어가 이불속에 박혀버렸다.


‘그렇게 어둡지도 않구만’


방안에는 잘 닦여진 창문을 통해서 희미하게 달빛이 들어오고 있다.

간만에 느껴보는 침대에 피로한 몸을 맡기고 나도 곧바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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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죽음의 문턱 19.05.08 65 2 12쪽
27 멸망을 향한 첫걸음 19.05.07 77 2 14쪽
26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19.05.06 83 2 13쪽
25 드러난 비밀 19.05.05 79 2 15쪽
24 신속의 주먹 19.05.04 71 2 12쪽
23 1일차 19.05.04 74 2 11쪽
22 마지막 시험 19.05.03 87 2 12쪽
21 찝찝한 해결 19.05.02 86 2 14쪽
20 흑막 19.05.01 85 2 12쪽
19 추적 19.04.30 91 2 11쪽
18 의뢰 19.04.29 86 2 11쪽
17 도주 19.04.28 116 3 12쪽
16 격전 19.04.28 96 3 12쪽
15 이형체 19.04.27 85 2 11쪽
14 그랑드 19.04.27 89 2 12쪽
13 경고 +2 19.04.26 107 2 12쪽
12 클레어 19.04.25 92 3 12쪽
11 첫 번째 시험 19.04.24 83 2 12쪽
10 늘어나는 의문 19.04.23 82 2 12쪽
9 위기 19.04.22 95 2 12쪽
8 뜻밖의 조력 19.04.21 90 2 12쪽
7 암살자 19.04.21 90 2 11쪽
» 으스스한 여관 19.04.20 99 2 12쪽
5 그랑드 엔 트로의 유령 +1 19.04.20 114 3 12쪽
4 함정 19.04.19 113 2 12쪽
3 수상한 만남 19.04.19 131 2 12쪽
2 습격 19.04.18 18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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