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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기맨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멸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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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둥기맨
작품등록일 :
2019.04.18 12:23
최근연재일 :
2019.05.10 12:3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72
추천수 :
77
글자수 :
165,619

작성
19.04.25 12:30
조회
92
추천
3
글자
12쪽

클레어

DUMMY

“잠시 확인하겠습니다.”


마지막 물건을 찾고 나서 대연병장으로 돌아오니 처음 들어갈 때처럼 병사들이 문을 막고 있었다. 다만 달라진 것은 사람들이 아침보다 굉장히 줄어들었다는 것과 그나마도 높은 비율로 만신창이 상태라는 것이다.


“5개의 물건을 전부 찾지 못하시면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돌아가 주십시오.”


“다시 잘 봐봐! 다른 놈들하고 색깔이 같잖아!?”


“자꾸 이러시면 억지로 끌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시발···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입구 근처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 경계하면서 연병장으로 들어갈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우리처럼 임시로 팀을 짠 사람들도 있고 외진 곳에 몸을 숨기고 있는 사람, 심지어 이미 팔찌를 잃어버린 사람들도 마지막까지 사냥감을 노리고 있다.


“저 사람은 우리랑 같은 색깔인 것 같은데 왜 들여보내 주지 않는 거야?”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숨어있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적당히 남들과 거리를 두고 경계하고 있었다. 프란도··· 경계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저건 모조품이야. 잘 보면 생긴 것도 미묘하게 다르고 색깔도 조악하게 염색해서 전체적으로 조잡해”


“흐음. 그 짧은 시간에 잘도 만들었네. 저거 만들 시간에 그냥 찾는 게 더 빨랐을 텐데”


“그게 안 되니까 저런 짓을 한 거겠지.”


이번 시험에서 상당수가 물건을 못 찾아서가 아니라 서로 뺏고 뺏기는 과정에서 탈락했다. 그 증거로 우리가 직접 보고 들은 것만 해도 족히 수백 명은 된다. 실력이 부족해 다른 이들과 맞서지도 못하고 기운을 읽지도 못한 사람이라면 그 나름대로 마지막 발악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합격입니다. 안에 대기하고 있는 병사의 안내에 따라주십시오.”


“크··· 저 녀석들 덮칠까 고민했는데 아깝네.”


“당연히 가짜일 줄 알았는데”


나와 프란이 그대로 입구로 걸어가서 합격하자 뒤에서 아쉬워하는 소리들이 들렸다. 많게는 열 명도 넘는 인원이 몰려다니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우리가 좋은 먹잇감이었을 것이다.

연병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병사 2명이 우리를 중앙으로 안내했다.


“생각보다는 많이 남았군.”


“이게? 아침에 비하면 텅텅 빈 수준이잖아.”


연병장을 가득 메웠던 인파는 온데간데없고 중앙 단상에 조금 몰려있는 정도. 분명 프란의 말처럼 아침에 비하면 적은 인원이다. 하지만 나는 많아도 지금 인원의 반 정도 일거라 생각했다.


“이곳에 있는 동안 서로 공격금지입니다. 어길 시에는 바로 탈락처리가 되므로 조심해주십시오.”


“휴~그럼 이제 좀 안심할 수 있겠다.”


“여태 경계하긴 했었냐.”


“당연하지! 일부러 티 안내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하, 말이나 못하면”


아무튼 이곳에서까지 긴장하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긴 했다. 적어도 여기까지 도달했다는 것은 기본은 되어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입구에서처럼 서로 노려보며 싸우는 것도 못 할 것은 없지만 귀찮아질 것이 뻔하다.


“시간이 되었다. 문을 봉쇄해!”


쿠웅!


해가 저 멀리 보이는 산의 뒤쪽으로 모습을 숨기자 병사들은 신호와 함께 입구를 닫았다.

그리고 약속한 것처럼 부드러운 바람이 우리를 휘감으며 단상 위에는 어느새 라이아스공작이 서 있다.


“흠흠. 첫 번째 시험에 통과한 것을 축하하네. 어디 보자, 천 명가량 남았나? 첫 시험이라고 해도 너무 쉬웠나 보구먼.”


이미 통과할 것을 알고 있었던 기사단원들과 마법사들을 제외하더라도 상당수 인원이 남아있다. 그리고 가능하면 만나고 싶지 않았던 얼굴도 보인다.


“각설하고 두 번째 시험은 내일 아침, 오늘과 같은 시간에 발표하겠네. 단, 내일 시험은 3명이 한 팀을 이루어 진행할 예정이니 미리 짜오도록”


‘3명이라’


나와 프란을 제외하고 한명을 더 찾아야 한다. 막 도시에 온 우리에게 적은 있어도 친하다고 말할만한 사람은 그다지 없다. 여기서 새로 찾아본다 한들 그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어쩌면 그냥 둘이서 시험을 치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만약 내일까지 3명이 모이지 않으면 바로 탈락시킬 테니 그리 알고 이만 해산하게!”


마치 생각이 읽힌 것처럼 이어서 말한 라이아스공작은 해산을 알린 후 단상 밑으로 내려가 버렸다.


‘망할’


이제는 싫어도 한명을 섭외해야만 한다. 나는 초조해 하며 프란과 상의하기 위해 옆을 돌아보았지만 어딜 간 것인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알비스~! 여기 우리랑 함께할 사람 데려왔어!”


“프란! 의논도 없이 어딜··· 크, 클레어?”


“안녕하세요. 역시 생각대로 시험에 통과하셨군요.”


“마법사들 사이에서 혼자 떨어져 있길래 냉큼 데려왔어! 잘했지?


프란과 함께 온 사람은 몸에 착 달라붙는 가죽갑옷을 맵시 있게 입은 귀족아가씨, 클레어였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이번 시험에서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두 명중에 한명이기도 하다.


“흥, 저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에요.”


“어휴, 알았어~ 어쨌든 우리 같이 하는 거다?”


“음~두 분과 함께하면 통과할 확률이 높아질 테니 나쁜 이야기는 아니군요.”


프란은 싱글벙글 웃으며 클레어와 붙어있고 이미 같이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클레어도 못이기는 척 승낙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입 꼬리가 올라간 것이 기쁜 눈치다. 저렇게 좋다고 붙어있는데 나 혼자 싫다고 해봤자 소용없을 테고 어쩔 수 없이 셋이 함께 행동하기로 정해졌다.


“클레어, 아직 시간 있지?”


“무슨 일 있나요?”


“모처럼 같은 팀이 됐는데 밥이라도 같이 먹으면 어떨까 해서”


“저는 괜찮아요. 집에서 허락도 받았거든요.”


“그럼 우리 여관으로 가자! 집이 좀 낡긴 했어도 밥은 엄청 맛있어!”


연병장을 나와 여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프란이 클레어를 식사에 초대했다. 아까부터 클레어 옆에 딱 붙어있는 것이 같은 여자 동료가 생겨서 기쁜 모양이다. 하긴 그랑드 엔 트로에 올 때까지 나와 둘 뿐이었고 이곳에서도 칙칙한 남자 둘과 함께였으니 이해는 간다.


스르릉


“좋은 분위기 깨서 미안한데 불청객이 있는 것 같다.”


“으으. 귀찮아 죽겠네. 이제 좀 포기하지”


광장 큰길을 지나 인적이 드문 주거지역으로 오자마자 건물의 그늘에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들. 적어도 30명은 되어 보이는 인원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많이도 왔군. 축하해주러 왔나?”


“···낮에 비겁하게 기습해서 통과해놓고 무사히 넘어갈 거라 생각하진 않았겠지?”


희미한 조명 밑으로 어딘가에서 본 적 있는 얼굴이 나타났다.


“네놈들 때문에 꿈이고 뭐고 전부 망가져 버렸어! 이 책임 어떻게 질 거야?”


“아는 분인가요?”


“아니, 처음 보는 얼굴인데. 사람 잘못 본 거 아닐까?”


다수의 용병에게 둘러싸여 있는 상황에서도 프란과 클레어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한가롭게 잡담하고 있다. 특히 프란은 모르는 척이 아니라 정말 모르는 것 같은 얼굴이다.


“으음. 그럼 전부 해치워버려도 되겠군요.”


“이 연놈들이 돌았나. 셋 다 노예로 만들어서 죽을 때까지 굴려주겠어! 다들 공격해!”


클레어의 아무렇지 않은 한마디가 도발로 들렸는지 적 용병은 잔뜩 화가 나서 소리친다.

그리고 뒤이어 일제히 달려드는 용병들. 어제 여관을 덮칠 때만큼 인원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제법 시간을 잡아먹을 것 같다.


“생긴 것처럼 저질스러운 사람이군요. 저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해.”


휘이이이이잉


클레어의 중얼거리듯 담담한 한마디에 따뜻했던 라이아스공작의 바람과는 다른 차가운 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온다.

그리고 그 바람이 지나갔다고 생각한 순간─


“갑자기 무슨 바람이···크아악!!”


“다리, 내 다리가!! 으아악!!”


“사, 살려줘!!!!!!”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운 바람은 눈앞의 용병들의 다리를 일제히 잘라버리며 순식간에 아비규환을 만들어낸다. 용병들은 그 자리에서 바닥에 나뒹굴며 주변일대를 피바다로 만들고 있고 운 좋게 범위밖에 있던 용병들은 겁에 질려 뒤도 보지 않고 도망 가버렸다.


‘정말 강력한 마법사는 마치 걸어다니는 재앙과도 같다더니, 이정도 일 줄은’


쓰러진 용병들은 얼굴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서 눈물 콧물을 흘리며 울부짖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클레어는 미동도 하지 않고 경멸스러운 듯이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다.


“정말 입만 산 사람들이군요. 실력도 형편없는 쓰레기인데다가 거리를 더럽히기나 하고.”


“잘, 잘못했어! 제발··· 제발 목숨만은···”


이대로 놔두면 그들은 금방 출혈로 죽어버릴 것이다. 비록 우리의 목숨을 노리고 온 무리지만 이렇게까지 비참한 꼴이 되니 동정심이 생길 정도다.


“클레어. 이 정도로 끝내. 더 괴롭혀봤자 의미 없이 힘만 뺄 뿐이니까”


“···그러죠”


내가 그녀를 제지하고 나서야 클레어는 그들에게서 눈을 돌렸다. 이 처참한 광경에 아까부터 프란은 말없이 안색이 굳어졌다. 어제도 내가 죽인 시체를 보고 꿈에서 앓을 정도로 여린 사람이 프란이다. 어찌 보면 더 끔찍하다고 할 수 있는 광경을 보고 많이 놀란 듯하다.


“프란··· 심정은 이해하지만, 용병이란 건─”


“우와!! 이거 클레어가 한 거야? 나 이런 마법 처음 봐!!”


‘어’


“간단한 마법이랍니다. 조금만 훈련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요.”


“그럼 나도 훈련하면 마법 쓸 수 있는 거야?”


“물론이죠.”


내 걱정은 괜한 기우였던 것 같다. 프란은 놀라기는커녕 눈이 초롱초롱해져서는 클레어에게 질문 세례를 퍼붓고 있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 비참한 광경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그보다 이런 강력한 대규모 마법이 클레어의 말처럼 간단할 리가 없다. 나도 용병 생활을 한지 꽤 오래되었지만, 방금과 같은 수준의 마법을 사용하려면 일반적인 마법사로는 족히 1분 이상은 중얼거리며 주문을 외워야 한다.

하지만 클레어는 단 한마디. 아마 그녀는 절대로 평범한 마법사는 아닐 것이다.


“어라, 알비스 어디가?”


“주변에 순찰 중인 병사가 있나 찾으러. 저대로 놔둘 수는 없잖아”


“으으, 그건 그렇네. 그럼 우리는 먼저 여관으로 돌아가 있을게. 여기 계속 있으면 토할 거 같아”


“병사들은 큰길가로 나가면 바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둘과 헤어져 큰길로 나오자마자 클레어의 말대로 병사들을 발견해 용병들이 뒹굴고 있는 곳을 알렸다. 병사들도 끔찍한 광경에 놀라며 나에게 경위를 묻기에 처음 봤을 때부터 이런 상황이었다고 대충 둘러댔지만 결국 위병소까지 들리는 신세가 되었다.


“으, 안하던 짓은 하면 안 되는 건데”


위병소에서 겨우 풀려나 여관으로 가는 길. 그냥 평소처럼 방치할 걸 하는 생각도 했지만 나도 좋아서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레도니아 산속이나 어제처럼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무력화하는 선에서 끝내는 게 보통이었다. 안 그래도 기스터 때문에 점점 사람들이 줄어드는 판에 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지.

나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여관에 도착해 낡은 문을 당겼다.


끼이이익


“어서와~많이 늦었네?”


“···내 밥은?”


불행하게도 프란과 클레어, 그리고 가엘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는 음식은 없고 빈 그릇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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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결의 19.05.09 89 2 13쪽
28 죽음의 문턱 19.05.08 65 2 12쪽
27 멸망을 향한 첫걸음 19.05.07 77 2 14쪽
26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19.05.06 83 2 13쪽
25 드러난 비밀 19.05.05 79 2 15쪽
24 신속의 주먹 19.05.04 71 2 12쪽
23 1일차 19.05.04 74 2 11쪽
22 마지막 시험 19.05.03 87 2 12쪽
21 찝찝한 해결 19.05.02 86 2 14쪽
20 흑막 19.05.01 85 2 12쪽
19 추적 19.04.30 91 2 11쪽
18 의뢰 19.04.29 86 2 11쪽
17 도주 19.04.28 116 3 12쪽
16 격전 19.04.28 96 3 12쪽
15 이형체 19.04.27 85 2 11쪽
14 그랑드 19.04.27 89 2 12쪽
13 경고 +2 19.04.26 107 2 12쪽
» 클레어 19.04.25 93 3 12쪽
11 첫 번째 시험 19.04.24 83 2 12쪽
10 늘어나는 의문 19.04.23 82 2 12쪽
9 위기 19.04.22 95 2 12쪽
8 뜻밖의 조력 19.04.21 90 2 12쪽
7 암살자 19.04.21 90 2 11쪽
6 으스스한 여관 19.04.20 99 2 12쪽
5 그랑드 엔 트로의 유령 +1 19.04.20 114 3 12쪽
4 함정 19.04.19 113 2 12쪽
3 수상한 만남 19.04.19 131 2 12쪽
2 습격 19.04.18 18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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