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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기맨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멸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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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둥기맨
작품등록일 :
2019.04.18 12:23
최근연재일 :
2019.05.10 12:3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68
추천수 :
77
글자수 :
165,619

작성
19.04.27 18:16
조회
84
추천
2
글자
11쪽

이형체

DUMMY

“그르르릉”


순식간이라고 해도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다. 늑대 기스터 두 마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낮은 울음소리를 내면서 우리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클레어, 프란. 내 뒤로 와.”


“갑자기 무슨··· 꺄악!”


카앙!!


“으읏!!”


클레어가 내 말에 반응해 뒤돌아보는 순간 앞쪽에 있던 기스터가 빠르게 달려 들어와 그녀 앞으로 ‘이동’을 사용해 간신히 막아낸다.


“늑대 기스터는 속도가 빨라서 웬만큼 근접전에 자신 있지 않다면 뒤로 빠져있는 게 좋아”


“그, 그렇군요. 도와줘서 고마워요.”


이번에는 그녀도 상당히 놀랐는지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프란! 뒤에 있는 녀석을 견제해줘!”


핑! 핑!


“캐앵!!”


프란의 화살 2발이 매서운 기세로 날아가 기스터의 몸에 꽂히며 원하던 대로 두 마리의 사이가 벌어진다.


“아쉽지만 나에겐 그 장기를 살리기 힘들 거다.”


한 번 공격이 막힌 기스터는 주변을 맴돌며 내 허점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나의 어디를 공격하든 상관없다.


“그르아아아!!”


마침내 인내심이 다 떨어졌는지 기스터가 내 뒤를 점했다고 생각한 순간 가공할만한 속도로 입을 벌리며 달려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늑대 기스터는 내 전투 스타일과 궁합이 좋지 않다.


“흐읍!!!”


촤아아악!!!


여느 때와 같이 시간이 느려진다. 그것은 빠른 속도의 기스터도 예외는 아니다. 마치 입을 벌리며 죽여 달라는 것처럼 달려드는 기스터를 그대로 검을 휘둘러 가로로 갈라버렸다.


“전에도 봤지만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운 능력이군요.”


“그런 소리는 이미 지겹게 들었어.”


“그럼 저쪽은 제가 마무리 짓도록 하죠. 이번에는 머리야. 알았지? 날려버려!”


쌔애애액!!


“캬악!!”


바람은 마치 눈에 보일 듯 거센 기세로 몰아쳐 고슴도치가 되어 기어 다니고 있는 기스터의 목을 매끄럽게 잘라낸다.


“으으, 나도 중형 기스터를 확실히 마무리 지을 능력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거의 반 이상 죽여 놓은 주제에 잘도 그런 소리를 하는군.”


기스터에게 박혀있는 화살을 뽑아내며 투덜거리는 프란. 그녀의 말대로 활로는 중급이상의 기스터를 완전히 죽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진가가 발휘되는 것은 소형의 기스터와 사람을 상대할 때이다. 다른 사수에 비해 월등한 관통력과 필중의 화살. 만약 그녀가 사람을 상대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다면 지난 전쟁에 참가해 영웅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다.


“후우, 역시 도시 안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군요.”


“그랑드라도 대형은 드문가 보네”


도시외곽을 따라 3시간째 수색중이지만 가끔씩 중형이 보일뿐 대형은 눈에 띄지 않는다.

2년 전에도 그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기스터가 생산되는 그랑드에서도 이정도로 대형을 찾기 힘들 줄은 몰랐다.

이미 해는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고 있고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은 없어 보인다.


“어쩔 수 없지. 처음 성벽이 무너져있었던 곳으로 들어가자.”


“이제야 제대로 싸워 볼 수 있겠네요.”


“아~배고파~ 얼른 그랑드 엔 트로로 돌아가고 싶다~”


무너진 성벽 안으로 진입하자 곳곳이 부서져 있고 풀이 자랐지만, 아직도 옛 도시의 형태가 남아있다.


“이곳은··· 시장 거리군요. 예전에는 저도 이곳에 자주 놀러 다녔답니다.”


“한 번뿐이지만 나도 와본 적 있어. 활발하고 생기 넘치는 장소였는데··· 이제는 을씨년스럽기만 하군.


“지금의 모습으로는 전혀 상상이 안 되네.”


우리는 저마다 감상을 말하며 본격적으로 대형을 찾아 나선다. 시장 거리는 북쪽에 위치한 황궁과 반대에 자리 잡고 있다. 실수로라도 중앙 광장 위를 넘어가는 일 없이 수색해야 할 것이다.


“이거 재수 없으면 중형이라도 잡아야 하겠는데”


“이상하군요. 도시 안까지 이렇게 없을 리는···응? 프란. 무슨 일이죠?”


“저기 잘 봐봐. 조금 전까지 끊임없이 달려들던 기스터들이 달아나고 있어”


그러고 보니 기스터들의 공격이 묘하게 뜸하다고 생각하던 참이다. 프란이 가리킨 방향에는 소형뿐 아니라 중형까지 빠르게 다른 구역으로 달아나고 있다.




“이, 이게 무슨 소리죠?”


쿵 쿵


“다들 저 건물 뒤로 숨어!”


콰아아앙!!!!!!!


“그아아아아아아아아!!!!!!”


“저, 저게 대형···?”


멀리서 집채만 한 크기의 기스터가 꿈틀거리며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 마치 뱀 2마리가 서로 엮여 있는 것처럼 기괴한 형태에 몸에는 더듬이 같은 촉수가 무수하게 나 있다. 그 촉수는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것처럼 주변에 있는 기스터들을 잡아 자신의 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나 대형은 처음 보는데 원래 저렇게 징그럽게 생긴 거야?”


“제가 알기로는 대형도 짐승의 형태라고 들었습니다만···”


“저건··· 이형체야.”


“이형체?”


“기스터는 오랜 시간 죽지 않고 살아남으면 다른 개체를 먹어치우기 시작해. 그리고 그것이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저런 기괴한 모습으로 변하지. 그것을 이형체라고 불러”


“아, 저도 들어본 적 있어요. 하지만 그건 기스터가 등장한 이래로 10체뿐이었다고···”


이형체는 소형 중형 대형과는 비교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강력한 기스터다. 내가 처음 이형체를 만난 것은 용병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풋내기시절. 그 당시에는 병사들이나 용병들의 수준이 지금보다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이형체 한 마리의 등장만으로 큰 도시하나를 희생하고 나서야 겨우 물리칠 수 있었다.

만약 저 기스터가 그때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아무리 상급 3명이라도 희생 없이 이기는 것을 불가능하다. 그나마 그것도 운이 좋을 경우고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전멸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 셋이서 저 녀석을 해치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적어도 상급이상의 실력자가 5명은 되어야 가능성이 있겠지.”


“하지만 저 기스터를 놓치면 시험에 통과 못하는 거 아냐?”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답니다. 이번만큼은 저도 물러나는 것이 좋아 보이네요.”


“···나도 클레어의 말에 찬성이다. 죽으면 모든 게 끝이야”


의외로 늘 자신만만하던 클레어조차 굳어진 얼굴로 물러날 것을 제안했다. 아직 시험이 끝난 것도 아니고 주변에서 중형을 꾸준히 잡는다면 통과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의견이 정리되는 순간 뜻밖의 사고가 벌어졌다.


“사, 살려줘!!!”


“난 아직 죽을 수 없어!! 으아악!!”


“!!”


기스터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어야 할 도시에서 갑자기 사람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이거 사람 목소리 맞지?”


“설마 우리 말고도 이곳으로 향한 사람이 있었던 걸까요?”


“사람이 생각하는 게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건가”


우리는 마치 서로 머리 위에 물음표가 달린 것처럼 의문스러운 얼굴로 마주 보고 대답 없는 질문을 했다.


“어어어. 저 사람들 우리 쪽으로 오는데??”


“하지만 이상하군요. 세 명이 아니라 두 명뿐 인걸로 보입니다만···”


도망쳐오는 남자들을 잘 보면 보통의 경장 차림의 용병이 아닌 전신을 금속의 철판으로 둘러싼 기사처럼 보인다.


“어떡할까 그냥 무시해?”


“···아니, 일단 입을 틀어막은 다음에 이쪽으로 데리고 오자”


“···고마워요”


그들의 모습이 그랑드 기사단의 모습과 동일하다고 판단되자 클레어의 안색이 급격히 나빠졌기에 조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그랑드 기사단과 깊게 관련된 사람인 것이 확실한 듯하다.


“살려···읍읍!!”


“당신들은···으읍!”


“죽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따라와”


“들었죠?”


그들이 우리의 옆을 지나가는 순간 프란과 재빠르게 달려들어 입을 틀어막고 숨어있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풀어 줄 테니 조용히 말하도록. 알았나?”


끄덕끄덕


“푸하. 당신들! 이 위험한 곳에 무슨 일로 온 거야?”


“그래! 우리도 막 대형을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괴물이 나타나서는···어? 그쪽은 설마 클레어 아가─”


퍽!!


“케헥!!”


“잡담은 그만하고 무슨 일인지 말해보시죠”


“그, 그게···”


그들의 말에 의하면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시험내용을 듣자마자 그랑드로 향했다고 한다. 큰길을 따라 우리보다 일찍 그랑드에 도착해 밤에도 수색을 감행하며 대형 기스터를 발견, 오늘 오전에 마침내 사냥에 성공했다.


‘어쩐지 대형이 보이질 않는다고 했더니’


그리고 그들이 기뻐하는 도중 갑자기 기괴한 기스터가 나타나 순식간에 위기에 몰렸고 리더인 사람이 자신을 미끼로 시간을 벌어주는 틈에 도망친 것이라고 한다.


“기사가 동료를 희생해 살아남다니··· 정말 한심한 이야기군요.”


“아직도 이형체가 있는 곳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


“남아 있는 사람이 꽤 실력자인가”


보통 중급실력의 기사는 이형체를 상대로 수 십초도 버티기 힘들 텐데 대단한 근성이다.


“그, 그게···남아 있는 사람은 랄프 단장입니다···”


“뭐, 뭐, 뭐라고요!!? 지금 뭐라고 했나요!?”


“클레어. 진정해! 이러다 우리까지 들키겠어!”


랄프라면 내가 암살자들과 싸울 때 도와주었던 엄청나게 강했던 기사다. 황가의 문장이 새겨진 가방을 들고 있을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역시 높은 직책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 의외였던 것은 클레어가 자신을 잃을 정도로 흥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와 아는 사이인가?”


“후우··· 랄프는··· 제 소꿉친구입니다. 기사단에 들어간 뒤로는 조금 사이가 멀어졌지만···”


“그럼 우리 이럴 시간 없는 거 아냐? 빨리 도우러 가야지!”


“저도 부탁드립니다. 제발 그를 도와주세요.”


프란은 이미 도우러 가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고 그 오만한 클레어가 고개까지 숙이며 부탁하고 있다.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베테랑 용병이라면 여기 있는 기사 둘처럼 도망치는 게 상책이지만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좋아. 사냥할 수 있나 없나는 둘째 치고 그를 데리고 도망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이왕 폼 잡는 거, 사냥도 한다고 해야지. 알비스는 겁이 많다니까.”


“흥, 이렇게 타고난 걸 어떡하라고”


“두 분 모두 감사합니다! 이 빚은 저희가문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갚도록 하겠어요.”


우리는 덜덜 떨고 있는 기사 둘을 은신처에 내버려 두고 이형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형체는 아까까지의 격렬한 움직임을 멈추고 제자리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공격하고 있다.


“랄프!!”


“크, 클레어!?”


콰아앙!


“크으윽!!”


그는 갑옷 이곳저곳이 찌그러지고 조각난 모습으로 혼자서 처절하게 이형체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절대 부러지지 않을 것 같던 커다란 전투 도끼도 군데군데 이가 빠져 있고 돕지 않는다면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


“흐읍!!”


캉!!


나는 그의 사각으로 뻗어오는 촉수를 ‘이동’을 사용하여 움직인 뒤 튕겨낸다.


“오늘 돕는 걸로 빚은 없는 거다.”


“너는··· 그때 암살자들한테 노려졌던···그래! 알비스! 네가 어떻게 클레어하고···”


“잡담은 나중에 하고 우선 이형체부터 처리하자”


“크으···이제 죽는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반가울 데가 있나! 동료가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하하핫!!”


우리의 등장으로 랄프의 눈에 다시 희망이 돌아오며 처음 만났던 때와 같은 호쾌한 웃음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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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결의 19.05.09 89 2 13쪽
28 죽음의 문턱 19.05.08 65 2 12쪽
27 멸망을 향한 첫걸음 19.05.07 77 2 14쪽
26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19.05.06 83 2 13쪽
25 드러난 비밀 19.05.05 79 2 15쪽
24 신속의 주먹 19.05.04 71 2 12쪽
23 1일차 19.05.04 74 2 11쪽
22 마지막 시험 19.05.03 87 2 12쪽
21 찝찝한 해결 19.05.02 86 2 14쪽
20 흑막 19.05.01 85 2 12쪽
19 추적 19.04.30 91 2 11쪽
18 의뢰 19.04.29 86 2 11쪽
17 도주 19.04.28 116 3 12쪽
16 격전 19.04.28 96 3 12쪽
» 이형체 19.04.27 85 2 11쪽
14 그랑드 19.04.27 89 2 12쪽
13 경고 +2 19.04.26 107 2 12쪽
12 클레어 19.04.25 92 3 12쪽
11 첫 번째 시험 19.04.24 83 2 12쪽
10 늘어나는 의문 19.04.23 82 2 12쪽
9 위기 19.04.22 95 2 12쪽
8 뜻밖의 조력 19.04.21 89 2 12쪽
7 암살자 19.04.21 90 2 11쪽
6 으스스한 여관 19.04.20 98 2 12쪽
5 그랑드 엔 트로의 유령 +1 19.04.20 114 3 12쪽
4 함정 19.04.19 113 2 12쪽
3 수상한 만남 19.04.19 131 2 12쪽
2 습격 19.04.18 18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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