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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기맨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멸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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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둥기맨
작품등록일 :
2019.04.18 12:23
최근연재일 :
2019.05.10 12:3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74
추천수 :
77
글자수 :
165,619

작성
19.04.19 18:14
조회
113
추천
2
글자
12쪽

함정

DUMMY

모닥불의 나무가 타는 소리와 짐승의 울음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한밤중.

아무래도 잠들기 전에 보았던 상인과 용병들의 눈빛 교환이 마음에 걸려 나는 자는 척을 하며 밤을 새우고 있었다.


부스럭


“···.”


첫 번째 차례가 끝나고 두 번째 사람이 불침번을 서고 있을 즈음 날 리가 없는 수상한 발소리가 들린다.


‘슬슬 움직이는 건가’


교대할 때의 발소리가 아닌 노골적으로 조심조심 움직이는 소리다. 그것도 한명이 아닌 다수, 아마도 우리를 제외한 전부겠지.

예상대로 작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둘은 잠들었나?


“여자는 약을 먹였으니 꼼짝 못 할 거고 남자는 숨소리가 고른 것을 확인 했수”


“다른 녀석들한테 연락 온 건 없지?


“연락은 없었수. 다들 한창 즐기느라 바쁜가 보지.”


“그럼 됐다. 너는 남자 놈을 죽이고 나머지는 주변을 살피도록. 혹시라도 간섭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 흐흐흐 이게 얼마 만에 여자인지”


안타깝게도 프란의 믿음은 배신당한 듯하다. 나는 눕기 전부터 껴안고 있던 검에 손을 가져다 댄다.


스르륵


텐트의 입구가 열리고 약간의 불빛과 함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너에게 원한은 없지만··· 미안하군, 그냥 운이 없다고 생각해라”


남자는 내가 완전히 잠들어버렸다고 생각했는지 마치 자기합리화라도 하듯 중얼거린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런 짓은 시작도 하지 말았어야지’


마침내 그림자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팔부분이 내려오려는 순간─


촤아아악!


“억!!?”


반격 능력이 발동함과 동시에 느려진 남자의 칼날을 피하고 재빨리 목을 그어버린다. 뿜어져 나오는 피가 텐트를 적시고 남자는 괴상한 비명과 함께 절명한다. 눈을 뜨고 경악하는 표정으로 죽어있는 것이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도 모르고 죽음을 맞이한 얼굴이다.


“멍청한 자식아! 좀 더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해? 모처럼의 여분 텐트가 피투성이잖아!”


“또 화려하게 저질렀··· 컥!!”


상황을 확인 하러온 동료가 텐트의 문이 펼쳐지자마자 검으로 꿰뚫는다. 자신의 동료가 당했다고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인지 반항조차 하지 못했다.


“이제 남은 건 너랑 돼지새끼뿐인가”


“델!! 너 이 새끼 자는 척을 하고 있었나!?”


“좀 더 속내를 감추는 게 어때? 니들이 프란을 보는 더러운 시선이 뻔히 보였다고. 뭐, 다음은 없겠지만”


“대체 무슨 소란이냐!! 시끄러워서 집중 할 수가 없잖아··· 뭐냐 이 상황은!”


프란의 텐트에서 돼지가 속옷 차림으로 모습을 보였다. 작게 열린 텐트 사이를 보니 아직 프란은 무사한 듯하다.


“대장! 이 새끼 보통내기가 아니야! 그년을 인질로 삼아서─”


“글세, 그게 니들 뜻대로 될까?”


“어? 서, 설마 상ㄱ··· 아악!!””


서걱!


나의 두 번째 능력인 이동. 말 그대로 제한이 있지만 짧은 거리 내에 원하는 곳으로 고속 이동이 가능하다. 다른 사람이 봤다면 마치 내가 사라져서 그의 뒤에 갑자기 나타나 목을 날려버린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히이이익! 괴, 괴물!”


돼지 남자는 다른 세 명과 다르게 싸움이 능한 용병은 아닌 듯하다. 자신의 눈앞에서 그저 목이 달아나는 것을 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주저앉아서 엉금엉금 뒤로 기어간다.


“프란에게 무슨 약을 먹였지? 경우에 따라서는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몸으로 만들어주겠어”


“그, 그냥 단순한 마비약이야! 아침 해가 뜰 때쯤이면 약효가 끝날 정도로 약한 마비약!!”


필사적으로 외치는 꼴을 보니 다행히 목숨에는 영향이 없는 약인 듯하다. 바로 이 자리에서 죽여 버릴까 생각했지만 아까 이야기했던 다른 녀석들이라는 것이 신경 쓰인다.


“분명히 아까 다른 녀석들이라고 했었지. 너희 말고 비슷한 짓을 저지르는 놈들이 있나?”


“···.”


돼지는 창백해진 얼굴로 부들부들 떨면서도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으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예상대로 이 돼지도 누군가의 부하인 것 같다. 명백하게 아까와는 다른 이유로 몸을 떨고 있다.


“말하지 않으면 당장 그 두꺼운 살덩이를 베어서 짐승 먹이로 던져주지”


주륵


위협하듯 갖다 댄 검에 피가 한줄기 흐른다.


“마, 말할게!! 제발 죽이지 말아줘!!”


“다시 한번 묻지. 너 말고 다른 녀석들이 근처에 있나? 그리고 대장은 누구야?”


“클라인! 나는 클라인 용병단 소속이야! 주변에 아마 우리와 같은 규모의 무리가 여섯은 있을 거야!”


“클라인··· 이라고?”


“그래! 2년 전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영웅 용병 말이야! 너도 용병나부랭이라면 이름쯤은 들어봤겠지? 나를 죽인다면 그가 가만있지 않─”


툭 데구르르


“돼지 멱따는 소리를 들어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그나저나 영웅 클라인이라··· 웃기지도 않는군.’


내 기억속의 그는 영웅은커녕 뭐 하나 쓸데없는 버러지 같은 자식이었다. 전투가 벌어지면 싸우는 시늉을 하면서 동료들을 방패로 쓰고 뒤에 숨어 있기만 했던 비열한 인간.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클라인이다.


‘혹시 다른 사람··· 아니, 그밖에 그 이름을 가진 눈에 띄는 용병은 없었어.’


잠시 예전 동료들의 기억을 떠올리며 울적해졌지만 지금은 이곳을 뜨는 것이 급선무다. 연락을 정기적으로 취하는 것이라면 분명 금방 이곳을 확인하러 누군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프란, 프란! 정신 차려!”


“···으으으”


가까스로 정신은 돌아온 것 같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돼지의 말대로라면 아침까지는 꼼짝할 수 없다고 했으니 할 수 없이 그녀를 둘러멨다. 다행히 중요한 짐은 가지고 있지 않은 듯해서 그녀의 활과 단검정도를 챙기고 이곳을 뜨기로 한다.


“보기보다 무게가 나가는데? 먹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알지만 좀 더 다이어트 하는 게 어때?”


“아으···!”


사실 프란은 매우 가벼운 편이었지만 정신도 차리게 하고 긴장도 풀어줄 겸 가벼운 농담을 했다. 원래대로라면 입을 비죽 내놓고 화를 냈겠지만, 독 때문에 제대로 말도 못 하는 것이 재미도 없고 그저 안타깝게 느껴진다.


“돼지 말로는 해가 뜰 때쯤 약효가 풀린다고 하니까 조금만 참아.”


“···.”


더는 말하기도 힘든가. 혼잣말 같은 잡담은 여기까지로 하고 빠르게 절벽 뒤쪽으로 내려간다.


“─!!”


모닥불을 피워놓았던 곳이 희미한 빛으로 보일 정도로 멀리 떨어졌을 무렵, 누군가가 멀리서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발견했나, 제법 멀리 떨어졌지만, 긴장을 늦추지는 못하겠군.’


만약 클라인 용병 단이 이름뿐인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니라면 동료의 주검을 발견하고 곧장 추격해올 것이다. 아까 해치운 녀석들 정도의 수준이라면 문제없지만, 중급이상이 다수 끼어 있다면 프란을 멘 상태로는 상대하기 벅찰 수 있다.


“해가 뜰 때까지 2시간 정도인가 프란의 조력은 바랄 수 없겠지”


“으··· ”


입을 떼는 것조차 힘들 텐데 억지로 대답하는 게 기특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잠도 못 자고 계속 산길을 달려 슬슬 온몸이 땀투성이에 체력의 한계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적 용병들은 아직도 포기하지 못한 것인지 멀리서 작은 외침이 들려온다.




목 근처에 미지근한 액체가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고 비가 내리는 것 같지 않지만···


“으··· 으··· ”


미지근한 물방울의 정체는 프란이 흘리는 눈물이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분해서일까, 아니면 나에게 짐이 되어버린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흘리는 것일까.


“걱정하지마라. 여태 거리를 좁히지 못한 것을 보면 전문적인 추격자는 없는 모양이야”


“···.”


‘하지만 이대로는··· 응?’


내리막길의 큰 나무 밑,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작은 구멍이 보인다. 근처의 나뭇잎과 가지들을 이용해서 잘 은폐하면 적들의 추격 실력을 보건대 잘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아 보인다.


“위험한 도박이지만··· 어쩔 수 없나”


조금이라도 체력을 회복하고 프란만 원상태로 돌아온다면 치고 빠지기로 충분히 쓸어버릴 수 있다.


“미안하지만 프란, 조금만 참아라”


나는 작은 구멍에 프란을 밀어넣고 재빨리 근처의 나뭇잎과 가지들을 최대한 부자연스럽지 않게 긁어모은 다음 구멍 주변을 덮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들어간 후 마지막 틈을 채운다.


“아···!”


프란은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나는 그녀를 꼭 껴안다시피 나란히 누워 붙어있기 때문이다.


“쉿”


그리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망할! 이 방향이 맞기는 한 거야? 코빼기도 안 비치잖아!”


“이, 이상하다 분명 나뭇잎이 헤쳐져 있는 방향은 이쪽이 맞는데”


나는 숨을 죽이고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내 예상처럼 제대로 된 추격자가 아닌 듯 본인이 따라온 흔적조차 스스로 믿지 못하고 있다.


“에이! 널 믿은 내가 멍청한 놈이지! 클라인 대장이나 따라갈걸 그랬어!”


“어, 어디 가는 거야~ 같이 가!!”


그들은 한참 주위를 배회하더니 결국 우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멀어져간다.


‘휴우’


그들이 떠나간 이상 당분간 이곳은 안전하다. 조금만 있으면 날이 밝아 올 것이고 그러면 프란도 움직일 수 있겠지.


“하암”


긴장이 풀려서일까 갑작스럽게 졸음이 몰려온다. 잠들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천근 같은 눈꺼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결국 기절하듯 잠들었다.


···

··

·


크으아아아아아!!!


저 멀리 커다란 이형의 기스터가 나타났다. 여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크기의 기스터.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던 우리에게 그것은 ‘악몽’ 그 자체였다. 괴물의 손짓 한 번에 수많은 동료가 끔찍한 비명과 함께 사라져간다.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파편 하나 남기지 않고.

우리들 뒤에 있던 정규군과 귀족들은 우리에게 돌격 명령을 내리고는 일찌감치 퇴각하고 있다.

나는 필사적으로 악몽에 덤벼들었지만 마치 거대한 산을 두드리는 것처럼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한다.


“아, 안돼···!”


점점 곁에서 사라지는 동료들. 꿈적도 하지 않는 이형 체. 절망이라는 것을 몰랐던 나에게 그것은 크나큰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악몽의 촉수가 나를 향하는 순간─


“알비스!!!!”


“으아아!··· 프란?”


짹짹


눈 부신 태양이 저 멀리 모습을 드러내고 산속의 새들이 부지런하게 지저귀고 있다. 내 머리에는 어느 샌가 원래대로 돌아온 프란이 무릎을 내어주고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본다.


“자꾸 자면서 끙끙 앓아서 걱정 했어. 어디 아픈 데 없는 거지?”


“···너야말로 괜찮나?”


“응, 네가 잠에 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움직여지더라구.”


“그런가, 그럼 다행이야”


아마도 추적자들은 결국 우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포기해버린 모양이다. 마지막 용병의 말로는 클라인도 이곳에 있었던 모양인데 무능한자식이라 다행이었다.


“알비스···”


“뭐야? 갑자기”


“이번일은 정말 미안해. 알비스는 탐탁지 않게 생각했는데 나 때문에··· 이 은혜, 절대로 잊지 않고 꼭 갚을게”


“훗, 그런 말은 울보 같이 우는 버릇이나 고치고 말해”


“뭐, 뭐~!? 내가 이렇게 진심으로 사과하는데 그게 할 말이야!?”


“큭큭···”


기운찬 프란을 보는 것은 바로 어제 오늘 일인데 마치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그만 웃음이 새어나왔다.


“사과는 됐으니 어서 그랑드 엔 트로 로 향하자. 자칫 잘못하면 늦겠어.”


“너~!!”


내가 벌떡 일어나 먼저 걸어가자 프란은 뒤에서 투덜거리면서도 따라온다. 이제 며칠이면 그랑드 엔 트로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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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멸망을 향한 첫걸음 19.05.07 77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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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드러난 비밀 19.05.05 79 2 15쪽
24 신속의 주먹 19.05.04 71 2 12쪽
23 1일차 19.05.04 74 2 11쪽
22 마지막 시험 19.05.03 87 2 12쪽
21 찝찝한 해결 19.05.02 86 2 14쪽
20 흑막 19.05.01 85 2 12쪽
19 추적 19.04.30 91 2 11쪽
18 의뢰 19.04.29 86 2 11쪽
17 도주 19.04.28 116 3 12쪽
16 격전 19.04.28 96 3 12쪽
15 이형체 19.04.27 85 2 11쪽
14 그랑드 19.04.27 89 2 12쪽
13 경고 +2 19.04.26 107 2 12쪽
12 클레어 19.04.25 93 3 12쪽
11 첫 번째 시험 19.04.24 83 2 12쪽
10 늘어나는 의문 19.04.23 82 2 12쪽
9 위기 19.04.22 95 2 12쪽
8 뜻밖의 조력 19.04.21 90 2 12쪽
7 암살자 19.04.21 90 2 11쪽
6 으스스한 여관 19.04.20 99 2 12쪽
5 그랑드 엔 트로의 유령 +1 19.04.20 114 3 12쪽
» 함정 19.04.19 114 2 12쪽
3 수상한 만남 19.04.19 131 2 12쪽
2 습격 19.04.18 18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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